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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사생활
이병률 지음
창비
 펴냄
8,00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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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때
외로울 때
힐링이 필요할 때
읽으면 좋아요.
143쪽 | 2006-11-20
분량 얇은책 | 난이도 쉬운책
상세 정보
1995년 신춘문예로 등단하고, 2006년 현대시학 작품상을 수상한 이병률 시인이 두 번째 시집을 냈다. 첫 시집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2003) 이후 3년 만에 펴낸 이번 시집에는, 일생에 걸친 사랑과 이별, 기다림, 인연의 어긋남, 침묵, 풍경이 적막하고 쓸쓸하고 아름답게 녹아 있다.<BR> <BR> 비장하고 도저한 그리움과 기다림. 시인은 가닿을 수 없는 것들과 쉽게 말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애착을 보여준다. 명명할 수 없는 것들과 쉽게 다가오지 않는 것들에 대해 시인이 취하는 태도는 묵묵히 바라보고 기다리는 것뿐이다. 시집 곳곳에서 모호하고 쉽게 상을 잡을 수 없는 진술들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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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제1부 아직 얼마나 오래 그리고 언제
봉인된 지도
나비의 겨울
무늬들
저녁의 습격
아주 넓은 등이 있어
잠시
고양이 감정의 쓸모
아무것도 그 무엇으로도
점심
아직 얼마나 오래 그리고 언제
뒤돌아보기보다는

저녁 풍경 너무 풍경
탄식에게

제2부 거인고래
사랑의 역사
외면
묵인의 방향
한 사람의 나무 그림자
거인고래
달에게 보내는 별들의 종소리
견인
절벽 갈래 바다 갈래
파도
독 만드는 공장의 공원들은
피의 일
여전히 남아 있는 야생의 습관
황금포도 여인숙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바람의 사생활
시취

제3부 꽃들의 계곡
뒷모습
물의 말
동유럽 종단열차
아무것도 아닌 편지
소년들
꽃들의 계곡
관계의 사전

미행
섬광이다
순정
장미의 그늘
인디안 써머
아무도 모른다
약속의 후예들

제4부 서쪽
검은 물
당신이라는 제국
한뼘 몸을 옮기며 나는 간절하였나
강변 여인숙
서쪽
어두운 골목 붉은 등 하나
희망의 수고
내 일요일의 장례식
동백 그늘
별의 각질
돼지
시장 거리
대림동

해설 / 신형철
시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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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정보
이병률
1967년 충북 제천에서 태어나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9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좋은 사람들」 「그날엔」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 『바람의 사생활』 『찬란』 『눈사람 여관』, 산문집으로 『끌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내 옆에 있는 사람』 등이 있다. 현대시학작품상(2006)을 수상했으며, 현재 ‘시힘’ 동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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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긴 글 3
달책빵님이 이 책을 읽었어요
9달 전
이 사내는 헤어짐의 풍경, 공기, 기미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노래하는 바람이다. 다시 말하겠다. '아름다움에 패한'([무늬들]) 얼굴로 말하겠다. 그는 '헤어짐을 짓는' 사내다. 이를 일러 작별이라고 하고 혹은 작시라고도 한다. 지구가 달과 더 멀어져 하루가 수십 시간이 되는 날까지 이 노래들 내내 아름다울 것이다. 이렇게 헤어짐을 짓는다. -신형철 평론집 <몰락의 에티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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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fahr님이 이 책을 읽었어요
1년 전
그리움을 밀면 한 장의 먼지 낀 내 유리창이 밀리고 그 밀린 유리창을 조금 더 밀면 닦이지 않던 물자국이 밀리고 ​ 갑자기 불어닥쳐 가슴 쓰리고 이마가 쓰라린 사랑을 밀면 무겁고 차가워 놀란 감정의 동그란 테두리가 기울어져 나무가 밀리고 길 아닌 어디쯤에선가 때 아닌 눈사태가 나고 ​ 몇십 갑자를 돌고 도느라 저 중심에서 마른 몸으로 온 우글우글한 미동이며 그 아름다움에 패한 얼굴, 당신의 얼굴들 그리하여 제 몸을 향해 깊숙이 꽂은 긴 칼들 ​ 밀리고 밀리는 것이 사랑이 아니라 이름이 아니라 그저 무늬처럼 얼룩처럼 덮였다 놓였다 풀어지는 손길임을 ​ 갸륵한 시간임을 여태 내 손끝으로 밀어보지 못한 시간임을 - ‘무늬들’, 이병률 1 조금만 천천히 늙어가자 하였잖아요 그러기 위해 발걸음도 늦추자 하였어요 허나 모든 것은 뜻대로 되질 않아 등뼈에는 흰 꽃을 피워야 하고 지고 마는 그 흰 꽃을 지켜보아야 하는 무렵도 와요 다음번엔 태어나도 먼지를 좀 덜 일으키자 해요 모든 것을 넓히지 못한다 하더라도 말이에요 한번 스친 손끝 당신은 가지를 입에 물고 나는 새 햇빛의 경계를 허물더라도 나는 제자리에서만 당신 위로 가로질러 날아가는 하나의 무의미예요 나는 새를 보며 놓치지 않으려 몸 달아하고 새가 어디까지 가는지 그토록 마음이 쓰여요 새는 며칠째 무의미를 가로질러 도착한 곳에 가지를 날라놓고 가지는 보란 듯 쌓여 무의미의 마음을 이루어요 내 바깥의 주인이 돼버린 당신이 다음 생에도 다시 새[鳥]로 태어난다는 언질을 받았거든 의미는 가까이 말아요 무의미를 밀봉한 주머니를 물어다 종소리를 만들어요 내가 듣지 못하게 아무 소리도 없는 종소리를 2 한 서점 직원이 한 시인을 사랑하였다 그에게 밥을 지어 곯은 배를 채워주고 그의 옆자리를 지키는 것만으로 살아지겠다 싶었다 바닷가 마을 그의 집을 찾아가 잠긴 문을 꿈처럼 가만히 두드리기도 하였다 한번도 본 적 없는 이를 문장으로 문장으로 스치다가도 눈물이 나 그가 아니면 안되겠다 하였다 사랑하였다 무의미였다 - ‘고양이 감정의 쓸모’, 이병률 네가, 내 간을 뜯어가듯 조금이었음 한다 이빨의 기운을 믿어 나를 물어도 내 속은 후려치지 않았음 한다 삼라만상이 내 말을 믿었음 한다 잘못했으니 다 내 잘못이었으니, 산 늪에 몸을 들여 서러워지고 늪이 다 마르고 몸 갈라져도, 구더기 복받쳐나오는 내 심장을 벌려 얼굴을 묻은 채로 안 볼 터이니 한 장의 이파리처럼 뒤집히는 이 소요, 아주 가끔이었음 한다 - ‘탄식에게’, 이병률 마셔요 그는 마시지 않습니다 어서 마셔요 그는 마십니다 그러고는 옆으로 쓰러집니다 그가 아프기 시작합니다 새벽 세시의 술집 그 어떤 물살도 와서 부딪치지 못하는 시간 그가 슬퍼 보여 나눈 술이 문제만은 아닐 텐데 단 한잔만으로 물약을 마신 듯 쓰러져 누운 그는 덤불 속의 새집 같았습니다 그럴 수 없는 일들이 그렇게 되고 마는 바닷가에서였습니다 그는 인생의 단 한번 큰 실수를 한 적이 있는데 바로 오늘밤이었다고 알지도 못하는 나에게 말 걸어왔습니다 밤 열두시를 알리는 종을 쳤다가 멈춰 있던 시계가 열한시를 가리킨 걸 보고 놀라 다시 열한 번의 종을 쳤으나 열두 번이 맞았노라고 그길로 성당을 나와 무작정 걸었다고 했습니다 나는 종소리가 여기까지 다 들렸노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쓰러진 그를 두고 나오는 길 기다렸던 것처럼 유난히 추운 밤이 오고 있었습니다 누구도 그 벼랑을 피하진 못했을 것입니다. - ‘달에게 보내는 별들의 종소리’, 이병률 폐렴을 겨우 이기고 떠난 어느 멀고 먼 길 호숫가 오두막집에 신세를 지기로 한 하룻밤 그 밤을 웅크려 다시 앓습니다 한번 호되게 앓는 동안 내 몸의 주인이 바뀐 것을 알았습니다 한번 물러진 몸은 또 지치기 쉬워 종일 옆에 같이 누워 있는 것이 바깥 소리인지 희미한 점들인지를 묻고도 싶었는데 나귀 몰고 장에 간 안주인 대신 바깥주인이 끓이는 닭고기스프 냄새에 금방이라도 자릴 털고 일어나 호숫가에 나가 얼굴을 씻고도 싶은데 명백해져야 하겠는데 해질 무렵 문 열리는 소리 들리고 오두막집 아이가 한아름 꺾어다 내미는 들꽃 다발에 섬뜩하리만치 뜨겁게 괜찮아지는 내 몸은 누구의 것인지 누구의 누구인지 저 바깥은 황혼이 울어대는 소리 짐승들이 길을 지우고 발 씻는 소리 내 몸의 주인인 저녁이 오고 있습니다 - ‘꽃들의 계곡’, 이병률 강도 풀리고 마음도 다 풀리면 나룻배에 나를 그대를 실어 먼 데까지 곤히 잠들며 가자고 배 닿는 곳에 산 하나 내려놓아 평평한 섬 만든 뒤에 실컷 울어나보자 했건만 태초에 그 약속을 잊지 않으려 만물의 등짝에 일일이 그림자를 매달아놓았건만 세상 모든 혈관 뒤에서 질질 끌리는 그대는 내 약속을 잊었단 말인가 - ‘약속의 후예들’, 이병률 칼갈이 부부가 나타났다 남자가 한번, 여자가 한번 칼 갈라고 외치는 소리는 두어 번쯤 간절히 기다렸던 소리 칼갈이 부부를 불러 애써 갈 일도 없는 칼 하나를 내미는데 사내가 앞을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두 사람이 들어서기엔 좁은 욕실 바닥에 나란히 앉아 칼을 갈다 멈추는 남편 손께로 물을 끼얹어주며 행여 손이라도 베일세라 시선을 떼지 않는 여인 서걱서걱 칼 가는 소리가 커피를 끓인다 칼을 갈고 나오는 부부에게 망설이던 커피를 권하자 아내가 하는 소리 이 사람은 검은 물이라고 안 먹어요 그 소리에 커피를 물리고 꿀물을 내놓으니 이 사람 검은 색밖에 몰라 그런다며, 태어나 한번도 다른 색깔을 본 적 없어 지긋지긋해한다며 남편 손에 꿀물을 쥐어준다 한번도 검다고 생각한 적 없는 그것은 검었다 그들이 돌아가고 사내의 어둠이 갈아놓은 칼에 눈을 맞추다가 눈을 베인다 집 안 가득 떠다니는 지옥들마저 베어낼 것만 같다 불을 켜지 않았다 칼갈이 부부가 집에 다녀갔다 - ‘검은 물’, 이병률 추운 밤 사이 강물도 얼었나보다 강 한가운데로 걸어들어가 얼음 속을 들여다보니 고래 한 마리 얼어 있다 그도 죽으려 했나보다 고래 속으로 들어가 몸을 서로 녹여도 좋겠다 천근의 아기를 받아 씻기며 집을 차려도 좋겠다 그러면 물고기들은 와서 부딪치며 한사코 집 안으로 들어와 참견하려 할 것이다 집 안쪽에다 불을 지피려 안간힘을 쓰는 내 모습을 보고 허허 신(神)은 파도소리만큼 웃기도 할 것이다 문득 그 소리에 녹기 시작한 고래는 물을 흘리며 일삼아 흐느껴 울기도 할 것이다 그러면 자꾸자꾸 그의 허리 속으로 걸어들어가 한 천년쯤 아무 일도 없을 어두운 밤을 차려도 좋겠다 - ‘강변 여인숙’, 이병률 이십육년 동안 구멍가게의 주인이었던 어머니 아버지는 가게를 정리하시며 따로 나가 사는 아들을 위해 따로 챙겨둔 물건을 건네신다 검은 봉지 속에는 칫솔 네 개 행주 네 장 때수건 한 장 구운 김 한 봉지 치르려 해도 값을 치를 수 없는 검은 봉지를 들고 흔들흔들 밤길을 걸었다 문 닫힌 가게 때문에 더 어두워진 거리는 이 빠진 자리처럼 검었다 검은 봉지가 무릎께를 스칠 때마다 검은 물이 스몄다 그늘이건 볕이건 허름하게나마 구멍 속에서 비벼진 시절이 가고 내 구멍가게의 주인공들에게서 마지막인 듯 터질 것처럼 구멍의 파편들이 가득 든 검은 봉지를 받았다 - ‘희망의 수고’, 이병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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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역사란 시가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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