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소설 읽는 노인은 루이스 세풀베다가 쓰고 정창이 번역한 장편소설로, 2009년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 1949년 칠레 출신의 저자는 피노체트 독재를 피해 망명하며 라틴아메리카를 떠돌았고, 1989년 이 작품으로 티그레 후안상을 수상하며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아마존 열대우림의 엘 이딜리오 마을을 배경으로, 연애 소설을 읽으며 고독을 달래는 노인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의 이야기를 그린다. “자연과 인간의 조화는 생존의 열쇠”라는 메시지를 통해, 환경 파괴와 문명의 충돌, 그
루이스 세풀베다를 처음 알게 된 건, 수업하고 있는 솔루니의 5학년 도서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 덕분이다. 좋은 작가를 찾아낸다는 건, 그 작가를 따라 읽을 책이 많아진다는 걸 뜻한다. 이후 <느림의 중요성을 깨달은 달팽이>도 읽게 되었지만 아이들을 위한 동화 대신 좀 다른 책을 접해보고 싶어 하나씩 검색하고 몇 권의 책을 기회가 닿을 때마다 구입했다.
가볍게 읽을 요량으로 <연애 소설 읽는 노인>을 선택했지만 가볍게만 읽을 수 있는 소설은 아니다. 그렇게 놓고 보니, 앞의 두 권의 동화를 제외한 다른 소설들은 제목을 포함해 아주 극명하게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그리고 그의 첫 책인 만큼 이 소설은 그의 가치관이 그득 담긴 책임에 분명하다.
루이스 세풀베다의 이력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칠레에서 태어나 피노체트 군부에서 체포, 투옥 후 남아메리카 적도 부근의 인접 국가를 떠돌며 망명 생활을 한 후 유럽으로 옮겨 독일에 정착하게 된다. 그리고 그 아마존 밀림을 떠돌았던 경험이 <연애 소설 읽는 노인>을 구상하는 기회가 된다.
때문에 소설을 읽다 보면 아마존 밀림과 그 주변의 마을이 눈에 그려질 정도로 생생하게 묘사된다. 그곳에서 살아가는 인디오와 밀림 속 동물들을 비롯해 정부의 개발 정책으로 이주하며 만들어진 이주민과 정부 사람들까지. 그리고 연애 소설을 읽는 노인은 그런 혼란 속에서 한 걸음 떨어져 세상을 관망하듯 소설에 빠져 한 글자 한 글자 읽는 노인이다.
소설은 처음에 엘 이딜리오라는 이주 정책에 따라 만들어진 마을을 보여주고 그곳의 두 인물 치과 의사(정부에 회의적인)와 노인(연애 소설 읽으며 하루를 느긋하게 살아가는)의 대화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곧 한 백인 남자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사건을 일으킨 밀림 속 아름다운 동물 암살쾡이와의 전쟁으로 점점 고조된다.
숨 막힐 듯 전개되는 이야기는 책장을 훌훌 넘기게 하지만 같은 이주민이지만 인디오들 속에서 몇 년을 지낸 이로써 자신만의 철학을 지니게 된 노인의 생각과 행동, 마치 인간인 것처럼 생각하고 움직이는 암살쾡이의 이야기가 정말로 아름답다.
"친구, 미안하군. 그 빌어먹을 양키 놈이 우리 모두의 삶을 망쳐 놓고 만 거야."...160p
결국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 아니었을까.
또 하나! 독서에 대한 갈망.
노인이 책을 읽는 방식은 내가 아이들에게 얘기해 주고 싶은 방법이다. 제발~! 하나하나 씹어먹듯 읽으라고~!라며...
너무너무 가슴이 웅장해지는 소설~!
150페이지 남짓의 짧은 소설이지만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시시각각 전개되어 있어 오히려 길이가 좀 더 길었으면하고 아쉬울 정도이네요.
“두 사람이 만나서 서로 사랑하고, 나중애는 그들의 행복을 가로막는 숱한 어려움을 헤쳐나간다는 이야기”
산티아고가 청새치와 친구였듯이, 안토니오 역시 암살쾡이를 친구로 여긴듯하고, 결국 둘 중의 하나가 죽어야만 결론이 나는 비극적인 결말이네요.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