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사라졌다는 걸 받아들이게 되었을 때, 나는 좋은 일만 생각하기로 했다. 좋은 일을 자꾸 생각하다 보면 힘이 생긴다고 말한 건 느티나무 공부방의 대장인 '뚱' 선생님이었다. P.17
"아저씨가 나쁜 사람이면 어쩌려고 컨테이너에 막 드나들고 그러냐? 너네 할머니는 그 아저씨 싫어하시던데."
"사람을 겉으로만 보면 어떻게 아냐? 친구가 돼 봐야 알지."
도운이다운 대답이었다. P.34
"아저씬 자신이 누구인지를 찾고 있어. 기억을 잃어버렸대."
"헐...... 그러니까 더 정상이 아니라는 소리로 들리네."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기준이 뭔데? 자신이 누구인지를 찾고 있는 사람이 어떻게 비정상이야." P.35
그 선생님들은 과연 내 이름이나 기억하고 있을까? 내가 그 선생님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나를 기억하지 못할지도 모른다.그런 건 슬픈 일이 아니다. 앞으로 내가 만나야 할 사람이 얼마나 많을지도 모르지만, 만나면 헤어질 수밖에 없는 게 남남이라는 것쯤은 진즉에 깨달았으니까. P.55
"시간이 필요하겠지. 누구나 다 자기만이 감당해야 할 몫이라는 게 있다. 그 시간을 견뎌야 상처가 아무는 법이지."
"아저씨도 상처가 아무는 시간을 견디고 있는 거예요?"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상처 없는 사람은 없으니까." P.88
"책을 재미로만 읽진 않는다. 필요해서 읽기도 하지."
"그럼 어떤 책이 제일 필요한 책이었는데요?"
"글쎄다. 책을 많이 읽다 보면 나한테 필요한 게 뭔지 저절로 알게 되기도 한다."
역시 아저씨답게 대답은 엉뚱했다. P.124
"그럼 아저씨가 지어 낸 거예요?"
"으음. 그럴 리가. 어딘가에서 본 이야긴데 내가 살짝 꾸민거지. 행복도 불행도 중요한 건 서로를 이해하고 의사소통을 하는 거라는 얘길 하는 거다. 벙어리가 불행한 것만도 아니고, 말을 한다는 것이 행복한 것만도 아닌 거고."
아저씨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P.128-129
"아저씨도 말의 필요성을 못 느낄 때가 많다. 사람들과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힘들 때가 있단다. 그러니 차라리 아무 말도 안 하고 입을 꾹 다물고 사는 게 편하지. 세상엔 쓸모없는 말이 너무 많단다." P.130
"아저씬, 어디든 갈 수 있어. 인간은 누구나 자기가 살고 싶은 대로 살 자유가 있으니까." P.1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