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저의 몸을 태울 수도 있지요
휘발유 냄새를 피우며 그의 몸이 타고 있다
그는 가장 위대한 마법사
누가 불을 꺼야 하는 거 아닌가요
불을 끄는 건 예의가 아니에요
그는 가장 위대한 마법사이니까요
아까부터 맛있는 냄새가 났어요
손을 쬐는 노숙자들이 소곤거린다
정육점 주인이 그의 옆구리에 칼을 쑤셔넣는다
저도 고기 한점 못 먹었던 시절이 있답니다
그건 너무 심한 거 아니에요
걱정하지 마세요 저 사람은 마법사이니까요
엄마, 저 아저씨의 체온은 몇도일까?
온도계를 옆구리에 집어넣어보렴
죄송해요 저희 아이가 실험을 좋아해서요
세상에, 온도가 그대로예요
저는 늘 평정심을 유지한답니다
고통을 참지 못하면 가짜 마법사일 테니까요
그래도 누군가 불을 꺼야 하지 않을까요
보세요, 눈물을 흘리며 그가 불을 끄고 있어요
마법사에게 한마디만 해보라고 하세요
입술이 점점 일그러지는 마법사
고기 냄새를 맡을 때마다
당신들은 침을 흘리며 저를 기억하겠지요
- ‘미식가’, 김성규
햇살이 후박나무 잎사귀를 비춘다
눈이 부셔 오래 바라볼 수 없다
방문을 잠그고 나는 생각한다
이제는 볼 수 없지만
내가 기다리던 사람들의 얼굴,
방 안에서 기르는 고구마 줄기에 물을 준다
썩은 줄기, 잎이 말라버린
그들이 내 몸에서 떨어질 것이다
사람들은 나를 독한 놈이라고 부르겠지
그렇지만 그게 무슨 대수인가
불안한 건 살아가면서 겪는
새벽까지 뜬눈으로 책을 읽고
전화가 하고 싶지만 참고, 웃는 것,
모두들 나를 이해할 수 없겠지만
흙이 과일을 감싸안듯
누군가 한번만 나를 깊이 안아주었으면
내일이 오늘을 배웅하듯
초침 소리가 얼굴 위를 걸어와 눈을 감긴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늙은 잉어처럼 몸을 뒤척인다
- ‘자살하는 날의 아침’, 김성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