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더' 시리즈 5권. 이누이 루카 소설집. <여름 빛>이 일본에서 출간됐을 때 띠지의 선전 문구는 심플했다. "호러 여왕의 강림!" 이 책에는 서른 번의 개고 끝에 제86회 올요미모노 신인상을 수상한 단편 '여름 빛'을 포함해 모두 여섯 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여름 빛 – 이누이 루카
이 책은 2006년 제86회 올요미모노 신인상을 수상하고 데뷔한 이누이 루카의 단편 소설집이다. 총 2부로 구성되는데 1부 ‘눈, 입, 귀’에서는 어린 시절을 배경으로 하는 3개의 작품이 들어 있고 2부 ‘이, 귀, 코’에서는 무서운 느낌의 이야기가 3편이 담겨 있다.
책의 제목이며 1부의 첫번째 이야기는 ‘여름 빛’으로 이야기는 2차 세계대전 말기의 어촌에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머니와 헤어져 큰아버지의 집으로 피난을 온 소년 데스히코는 그곳에서 상괭이의 저주에 걸렸다고 마을 사람들이 모두 멸시하는 다카시와 친구가 된다. 그런데 이 마을에는 상괭이의 저주라는 것이 있었다. 돌고래 같기도 하고 주둥이가 뭉둑한 것이 독특한 상괭이란 것은 용왕님의 전령으로 잡거나 먹으면 저주를 받는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다카시의 어머니는 다카시를 낳기 전에 상괭이 고기를 먹어서 다카시는 상괭이의 저주가 걸린 아이라고 멸시를 받았다.
데스히코는 마을 사람들의 이런 말도 안되는 믿음에 저항한다. 다카시의 얼굴 왼쪽에는 검은 반점이 크게 퍼져 있었고 그의 왼쪽 눈에는 푸른 빛이 났기 때문에 사람들은 다카시가 상괭이의 저주를 받은 아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다카시보다 한 살 많은 마을의 골목대장 다니카와는 이런 다카시를 상괭이의 저주를 받은 아이라며 몸시도 괴롭혔다. 사람들은 모두 저주라는 잘못된 생각에 사로잡혀 다카시를 잘 몰랐지만 데스히코는 조금씩 다카시의 비밀을 알게 되는 이야기이다.
두 번째 이야기는 ‘쏙독새의 아침’이란 작품이다. 다이쇼 시대(1900년대)에 훗카이도 제국 대학의 신입생 이시쿠로는 건강이 나빠져서 교수의 소개로 도청 공무원 구와타씨의 저택에서 요양을 하게 된다.
집에 머물며 하녀 미요의 안내를 받으며 지내던 이시쿠로는 집에서 한 아름다운 소녀를 보게 된다. 열 네댓 살 정도로 보이는 소녀는 얼굴에 큰 마스크를 낀 모습으로 그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히 고왔다. 이시쿠로는 그녀의 정체에 대해 궁금해서 집안의 사람들에게 소녀에 대해 묻지만 집안 사람들은 그런 소녀는 집에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시쿠로는 그 집안의 슬픈 과거를 알게 된다는 내용이다.
세 번째 이야기는 ‘백 개의 불꽃’으로 추하게 태어난 기미는 이쁘게 태어난 여동생 마치를 질투하는데 이야기이다. 추하게 생긴 외모로 태어난 기미는 아름다운 외모로 태어난 여동생 마치가 모두의 사랑을 빼앗아 간 것이 항상 불만이었다.
삼년 전에 만난 아름다운 여자 쓰루노씨에게서 누군가를 해치는 저주의 비밀을 알게 된다. 쓰루노의 귀에는 구멍이 있었다. 그리고 그 구멍은 기미의 귀에도 있었는데 이 구멍은 액상이라고 하는 불행의 구멍이었다. 이 액을 돌려보내는 저주를 마치면 불행도 끝난다고 쓰루노는 말해주었다. 불행을 다른 사람에게로 넘기는 이 주술을 쓰루노가 알려준다. 그러러면 초 백개가 필요했다. 초를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날마다 정해진 시간에 한개씩 태우면서 액을 떠넘기고 싶은 사람을 가만히 떠올리고 초가 다 타도록 하는 것이었다. 초 백개가 다 타면 소원이 성취된다고 했다. 그 비밀을 듣게 된 후 기미는 매일 초를 태우며 동생에게 액이 넘어가도록 빌었다. 시간이 흘러서 기미의 마지막 초를 태우는 날이 되고 마지막 초는 이상 없이 잘 탄 것을 확인하고 집으로 돌아간 기미에게는 큰 사건이 기다리고 있었다…..
2부 첫번째 이야기는 ‘이’이다. 현대 시대로 이야기는 넘어와서 삿포로의 회사원인 하세가와에게 대학 시절 틴구 구마노미도가 연락을 해 왔다. 회와 해물탕을 먹으러 오라는 것이었다. 빈손으로 가기 뭣해서 그는 캔맥주를 10개를 사서 퇴원을 축하하러 구마노미도의 집으로 갓다.
얼마 전 사고로 한쪽 팔의 팔굼치 아래로 깨끗하게 잘려진 구마노미도는 이빨에 당했다고만 했었다. 그리고 퇴원한 그는 회와 음식을 내어주며 사건에 대해 조금씩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건의 시작은 그가 사온 세 마리의 금붕어였다. 금붕어 중 한마리의 식욕은 상상을 초월했다. 한 마리가 다른 두 마리를 먹어버리더니 구마노미도가 주는 모든 먹을 것들을 남김없이 먹어치우며 점점 자라갔다. 그리고 비 정상적으로 커져만 갔고 위험을 감지한 구마노미도는 물고기에게 먹이를 중단하면서 사건이 발생하게 되는데…
두 번째 이야기는 ‘Out of the world’이다. 다쿠라는 한 소년이 이사를 오고 마코토와 아키히코라는 소년들과 친구가 된다. 그런데 이 다쿠는 항상 몸에 상처가 있고 아버지로부터 학대를 당하는 것처럼 보였다. 친구들은 아버지로부터 엄한 매를 맞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어린 아이들은 어찌할 수 없이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이런 내용을 들은 친구들의 부모님들은 아동학대로 신고해야하는 것이 아닌지 고민을 하기도 했다.
다쿠의 아버지는 원래 유명한 마술사였는데 탈출 마술을 방송에서 실패한 후 인기가 떨어지고 일거리도 없어지면서 이 마을로 이사를 오게 된 것이다. 그런 아버지의 마술을 다쿠는 좋아했고 아버지로부터 배운 마술들을 친구들에게 보여주곤 했다. 그런 다쿠에겐 독특한 마술 능력이 있었다. 그 신비한 마술을 보여주고 다쿠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방송에선 다쿠와 그의 아버지에 대한 소식을 전해주는데..
2부의 두 번째 이야기는 ‘바람, 레몬, 겨울의 끝’이다. 이 이야기는 감정을 냄새로 느낄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한 여자의 이야기이다. 홈헬퍼에서 개호복지사 자격증을 따게 하고 새로운 인생을 살게해준 하쓰에씨를 돌보는 아야코는 하쓰에씨의 마지막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녀가 하쓰에씨를 만나기 전의 기억을 떠올린다. 하세가와 아야코라는 이름의 여자는 아버지의 도박으로 한 남자에게 팔려왔다. 그 남자는 한 조직의 장기밀매 사업을 담당한 다가타씨로 다가타는 아야코를 자신이 넘겨야 할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맡겼다. 동남아에서 팔려온 아이들은 장기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장기이식용으로 사용되었고 그 아이들을 임시로 맡아 돌보는 일을 그녀가 담당했다.
아야코는 그 아이들의 감정의 냄새를 맡았다. 그런데 절망적인 상황에 처한 아이들에겐 절망의 향기가 났지만 유독 한 아이에게서는 희망의 녹차 향이 났다. 그리고 그 아이와의 추억을 떠올린다….
총 여섯 편의 이야기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은 ‘이’이다. 내가 이야기 내내 집중하고 기대하며 다음 장면을 상상한 작품으로 이런 류의 작품들을 많이 써주었으면 좋겠다. 단편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은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