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은 스러진 지 이미 오래전
비를 품은 포구는 냉정하다
실밥 풀린 닻줄은 인고의 세월일까
응알대던 소리는 포구를 떠나고
멈출 것 같지 않을 요란한 물소리만
시퍼렇게 숨을 쉬고 있다
고요한 수면이 힘겨워질수록
넓어지는 백설의 세상
용솟음치는 새하얀 낯달의 몸부림
잉태를 위한 기다림의 지배자는
격정의 숨고리를 멈추게 하는 주술사
정적이 흐르고
은빛이 깨어난다
물빛 소리 흔들거리며 속삭이고
서두르지 않은 고요가 귀 기울이듯 다가오면
매무새 단정히 한 스러진 달 오르고
오후을 다 잡아먹은 바다에
줄기 곧게 선 쪽이
멀리 있는 하늘을 휘젓고
티 한 점 없는 명경을 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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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을 읽고 있으면, 제주도에 가고 싶게 만든다. 모든 비밀을 혼자 떠 안고 있을 푸른바다도 보고 싶고, '물, 바람, 돌'을 각각의 테마로 삼고 있는 비오토피아 박물관도 가고 싶고,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방주교회도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