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직하고 깊은 필체, 서정성과 탄탄한 주제 의식을 겸비한 구효서의 소설집. 사유하는 힘을 지닌 소설을 써온 구효서가 이번엔 반야심경의 ‘색色·성聲·향香·미味·촉觸’을 소재로 한 오감소설을 내놓았다. 독특한 주제와 서술 기법을 선보인다. 감각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감각에 무조건적으로 의존하고 있지는 않은지 의심하고 경계하게 만든다.
모두 여섯 편의 단편으로 이뤄져 있다. 빛 색色, 소리 성聲, 향기 향香, 맛 미味. 닿을 촉觸까지 오감에다 법 법法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한 편 더해졌다. 작가는 마지막 법칙이 오감이 일깨우는 의식이라고 말한다. 감각과 의식이 주체가 되어 인간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이다. 신선하다. 동시에 생경하기도 하다. 낯설고도 참신하여 문장을 읽고 또 다시 읽는 때가 잦았다. 분명한 건 나는 이와 유사한 작품을 정말이지 단 한 편도 읽은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소설은 단 하나의 사건으로부터 출발했다고 한다. 작가가 학생이던 시절, 어느 스님으로부터 받은 가르침이다. 스님은 목탁을 두드리는 소리가 무엇이냐고 제가 만난 학생들에게 물었다고 한다. 어느 학생은 '똑똑똑똑'이라 하고, 다른 학생은 '탕탕탕탕'이라 하고, 또 다른 이는 '딱딱딱딱'이라고 하였다. 소리는 같은데 들은 이는 제각각인 것이 어쩌면 소리의 본질일지도 모를 일이다.
이야기는 이내 지각 너머 존재하는 형상에 대한 것으로 옮겨간다. <도덕경>이 말하는 '대음', 보아도 볼 수 없고 들어도 들을 수 없는 지각 너머의 소리에 대한 것이다. 현대 과학은 이 역시도 입증해내었다. 가청영역을 너머 있는 초음파가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해낸 것이다. 인간의 지각은 완전하지 않고, 그 불완전한 지각이 다시 인간을 빚어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 소설은 어쩌면 가장 인간다운 모습을 찾아내려는 문학적 시도인 건 아닐까. 비록 실패했을지라도. 나는 그렇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