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 사물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밀도 높은 아름다움과 희미하지만 분명한 낙관을 발견해내는 작가, 다종다양한 색채의 정서를 눈부실 정도로 쨍한 해상도로 그려내는 작가 박선우의 두번째 소설집 『햇빛 기다리기』가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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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햇빛 기다리기 (박선우 소설) 내용 요약
햇빛 기다리기는 박선우 작가의 두 번째 단편소설집으로, 2022년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 2018년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박선우는 첫 소설집 우리는 같은 곳에서로 다채로운 사랑의 모델을 제시하며 주목받았고, 이 작품에서는 1인칭 남성 퀴어 화자의 시선을 통해 현대인의 내면적 상흔과 희미하지만 분명한 낙관을 일곱 편의 단편으로 그려낸다. 소설은 퀴어 문학의 경계를 탐구하며, 사랑, 상실, 그리고 관계 속에서 발견되는 미세한 아름다움을 섬세한 문장으로 포착한다.
박선우의 첫 소설집 『우리는 같은 곳에서』(자음과모음, 2020)를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그의 두 번째 소설집에 실릴 단편들을 차근차근 따라 읽으며 기다렸지. 그리고 마침내! 문예지나 웹진에서 이미 읽었던 단편들도 물성이 있는 책으로, 순서가 있는 수록작으로, 한 호흡으로 읽으면 항상 더 좋은 것 같고. 이런 문장이 있었단 말야? 왜 이렇게 좋아? 아무래도 기다렸던 그때보다 기다릴 필요 없는 지금, 내 앞에 놓인, 내내 기다려왔던 그것에 더 잘 반응할 수 있기 때문이겠지.
기다린다는 게 뭔데? 뭘 기다리는데? 표제작의 인물은 일출을 기다리고, 그렇기에 무척 명시적인 제목. 그러나 분명 목적어와 동사에 무언가 더 함축되어 있는 것 같아. 두 번째 소설집의 화두는 첫 소설집의 그것과 판이하니까. 같은 작가가 쓴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물론 세밀하게 공들여 묘파하는 박선우 특유의 미장센이 매 단편 인장처럼 찍혀 있긴 하지만.
(실린 모든 단편에 공통되는 설명은 아니지만) 박선우의 책을 읽은 후에는 항상 "단 하나의 이미지"가 남는다. 첫 소설집: '너'를 기다리는 '나'. 같은 곳에 있었던 '너'와 '나'는 이제 다른 곳에 존재하고. '내'가 지금 누군가와 함께할 수 없는 것은 '나'부터도 '나'와 함께 있는 것이 벅차기 때문. 세상에는 자기 자신과 함께 살아가는 게 힘든 사람이 많으니까. 누구에게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은 아니잖아. 그리하여 화두는 '나'. '너'를 통과해서, '나'.
이번 소설집은 '너'와 기다리는 '나'. 화두가 창발한다: '나', '나'와 함께하는 '나', '너'와 함께하는 '나', 그리고 '너'. 이전의 문제들이 아직 해결된 게 아니지만—해결할 수 있긴 한가?—누군가와 함께하고자 결심했다면 '나'는 자신을 변화시켜야 한다. 사랑은 경계를 부수는 거니까. 아프도록. 무너지고 깨어지는 무언가를 함께 바라보며 시작하는 거니까.
그렇게 박선우의 퀴어 화자들은 세상을 향해 힘겨운 발걸음을 옮긴다. 서로의 다름이 각자를 찌르지 않도록 주의하며, 사랑해도 불편한 발걸음을 무겁게. 끝이 있을까 싶지만, 그 끝에 놓여 있을 무엇을 향해. 도달하게 되면 비로소 열릴 새로운 세계. 놀랄 만큼 다르면서도 전혀 바뀌지 않은 세상이 도래하기까지 우리는 어디에서 누구와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까. 그래도 이제, 동이 트기 머지않았다. '우리는 같은 곳에서' '햇빛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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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작은 수첩이나 노트를 갖고 다니면서 평소에 느끼는 감정이나 불현듯 떠오르는 이미지 같은 걸 글로 옮겨 적어 보면 어떻겠느냐고. / "그게 무슨 도움이 되는데요?" / "본인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될 거예요 " / "왜 이 모양 이 꼴이 됐는지요?" / "음, 앞으로 어떤 모양 어떤 꼴이 되고 싶은지도요." (「결혼식 가는 길」, 145-146쪽)
“이 모양 이 꼴”에서 “어떤 모양 어떤 꼴”로. 나는 이 부분이 너무 좋았다. 박선우의 소설이 지금 나아가고 있는 방향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