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새로운 번역으로 돌아온 《파친코》에 이어, 이민진 작가의 ‘코리안 디아스포라’ 삼부작의 첫 번째 소설인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이 다시 한국 독자의 곁을 찾는다. 2007년 출간되어 당시로서는 미국 사회가 주목한 적 없던 재미한국인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아내었다.
"이건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이죠."
"해외자산부서에선 어느 팀이든 계약을 체결하면 부서 전 직원에게 점심을 사게 되어 있어요."
"웃긴 건 이 사무실에는 연봉이 무려 일곱 자리나 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런 백만장자들이 누구보다 앞장서서 접시를 채운다는 거예요. 부자들은 공짜라면 사족을 못 쓰거든요."
"이게 게임의 규칙이에요, 케이시. 주어진 건 손에 쥐어야 해요."
(162쪽)
파친코의 작가 이민진의 첫 장편소설이며 미국으로 간 한국 이민자 가족들의 1990년대 삶을 담은 작품이다.
교회도 열심히 다니고 일도 부지런히 하고 자녀도 엄격하게 공부시키는 한국인들의 모습을 미국인의 시선으로 보니 여태 당연하게 보였던 태도들이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하버드 같은 명문대학을 나온 금융업계의 남자들은 어찌 보면 탐욕적이기도 한데 주인공인 케이시 한은 그런 상류층의 삶을 원하고 소위 지인 찬스로 누리기도 하지만 굴종하거나 타협하지는 않는다. 구부러지지 않는 성격 때문에 부모님과도 척을 지고 본인의 길을 간다.
능력은 저주일 수 있다.
“어느 팀이든 계약을 체결하면 부서 전 직원에게 점심을 사게 돼있어요. 우리가 지난주에 계약 하나를 마무리했죠. 뭄바이 외곽의 대형 발전소. 그래서 오늘 우리가 인도 음식으로 한턱내는 겁니다. 알겠죠? 일본 담당 팀이 계약을 마무리하면 스시를 먹겠죠.”
“그렇군요.”
“웃긴 건 이 사무실에는 연봉이 무려 일곱 자리나 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런 백만장자들이 누구보다 앞장서서 접시를 채운다는 거예요. 부자들은 공짜라면 사족을 못 쓰거든요.” 월터는 어깨를 으쓱했다. 말투에 비난하는 기색은 없었다. 아니, 그의 음성에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제야 좀 알겠다는 듯한 씁쓸한 감탄이 어려 있었다.
“이게 게임의 규칙이에요, 케이시. 주어진 건 손에 쥐어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