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 생각 시리즈 1권. 수사학 전통은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하여, 로마공화정을 이끌었던 천재 키케로에게서 절정을 이룬다. 역사상 가장 탁월한 변호사였던 키케로의 7편의 대표 연설문을 통해 키케로 수사학의 정수를 배운다.
이 책 어때요?
Q&A
이 책의 한줄평
0
아직 등록된 한줄평이 없습니다.
게시물
1
이 책이 담긴 책장
요약
설득의 정치 내용 요약
『설득의 정치』(ISBN: 9788937470110)는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Marcus Tullius Cicero)가 쓴 고대 로마의 수사학 고전으로, 2015년 8월 민음사에서 김헌 번역으로 출간되었다. 📚 약 200쪽에 걸친 이 책은 민음사 ‘생각’ 시리즈의 첫 번째 책으로, 키케로의 대표적 연설문 세 편—‘퀸투스 리구아리우스 변호’, ‘제2차 카틸리나 고발’, ‘마르쿠스 마르켈루스 찬양’—을 국내 최초로 번역해 소개한다. 기원전 1세기 로마 공화정 말기의 정치가이자 웅변가인 키케로는, 법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는 로마 공화정의 마지막을 지킨 유명한 정치가다. 계급 간 대립이 극에 달하고 체제가 뿌리째 흔들리는 격동의 역사 가운데서 일신의 안위보다 공화정의 존립을 앞세웠다. 무명의 변호사로 시작해 위대한 공화주의자로 죽은 키케로는 당대 최고의 권력 앞에서도 움추러들지 않아 명성을 얻었으나 꼭 그와 같은 이유로 생을 마감했다. 그를 살해한 마르쿠스 안토니우스가 무력을 앞세워 로마를 집어삼키려 했다면 키케로가 든 무기는 언제나 언어였다.
민음사에서 출간한 <설득의 정치>는 키케로의 연설문을 한국에 최초로 소개한 책이다. 현재 전해지는 그의 연설문 쉰 네편 가운데 일곱 편을 고대 서양철학과 법학을 깊이 공부한 연구자들이 가려뽑아 정성들여 번역했다. 이들 모두는 법정과 의회에서 키케로가 실제로 행한 연설로 역사의 한 가운데서 길어올린 귀중한 기록이라 할 만하다.
책의 배경인 기원전 1세기는 혼란한 시기였다. 400년 넘게 이어진 로마 공화정의 찬란한 역사가 체제의 모순을 드러내며 서서히 무너져 내렸다. 귀족의 욕심은 끝이 없었고 평민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졌다. 검투노예 스파르타쿠스의 난이 이탈리아 남부를 휩쓸었고 조국을 향해 칼을 빼든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군대가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화려했던 로마 공화정의 오늘도 어느덧 황혼이었다.
누구에게나 처음이 있다. 특출날 것 없는 무명의 키케로가 일약 당대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건 기원전 80년 부친 살해 혐의로 고발된 섹스투스 로스키우스 사건을 통해서였다. 당시 스물여덟 초짜 변호사였던 키케로는 당대 로마의 실권자인 루키우스 술라의 최측근 크뤼소고누스에 대항해 기댈 곳 없던 섹스투스 로스키우스의 무죄를 주장했다.
시골에서 아버지의 농장을 경영하던 섹스투스 로스키우스는 어느 날 갑자기 집에 침입한 괴한들에게 농장과 노예, 재산을 모두 빼앗긴 채 길바닥으로 쫒겨난다. 황망한 그의 귀에 아버지가 로마에서 살해당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온다.
로스키우스의 재산을 차지한 건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던 친척들과 이들의 뒤를 봐준 크뤼소고누스. 술라 밑에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던 그는 법을 어겨가며 농장과 노예를 포함한 로스키우스의 재산 전부를 몰수재산으로 지정해 경매에 부치고 시세에 훨씬 못 미치는 가격에 사들인다. 크뤼소고누스는 그렇게 얻은 재산을 로스키우스 암살을 공모한 범인들과 나눈다.
범인들은 죽은 로스키우스의 아들 섹스투스가 살아 있으면 후환이 될 것이라 판단해 그의 목숨마저 빼앗으려 한다. 하지만 섹스투스가 아버지의 옛 친구들에게 몸을 의탁한 탓에 기회가 나지 않자 섹스투스를 부친 살해혐의로 무고하고 그에게 극형이 가해지길 바란다.
키케로는 이 재판에서 섹스투스에게 살해로 얻을 이익이 없으며 사건에 대한 충분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유력자인 크뤼소고누스가 망자의 재산취득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점을 들어 섹스투스의 무죄를 주장한다. 술라의 심기를 건드릴까 두려워 누구도 감히 맡으려 하지 않았던 사건은 키케로의 활약으로 무죄로 판결난다.
키케로는 로스키우스 사건 이후 3년 간 로마를 떠난다. 술라가 숨을 거두고 난 뒤 기원전 77년에야 로마로 귀환하니, 후환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많다. 저 유명한 에밀 졸라에 앞서 무명의 키케로가 권력에 맞서 약자를 변호한 것이다.
<설득의 정치>엔 로스키우스 사건 외에도 베레스·카틸리나·안토니우스에 대한 탄핵과 무레나·아르키우스·밀로에 대한 변호 연설이 실렸다. 이들 모두는 당대 유력자에 대항하는 사건으로 키케로는 이를 통해 명성을 얻기도, 위험에 빠지기도 한다. 특히 필립포스 연설이라 이름붙은 열 네 차례에 걸친 안토니우스 탄핵연설은 끝내 실패로 돌아갔고 키케로는 안토니우스에 의해 별장에서 참혹하게 살해당한다.
책을 읽으며 놀라게 되는 점은 이들 연설을 통해 드러나는 당대 로마의 정치, 법체계가 놀랄 만큼 체계적이란 점이다. 고대국가의 한계가 없지 않겠으나 의회정치와 법치의 확고한 토대가 단단히 다져져 있다는 사실이 엿보인다. 때문에 키케로의 연설내용을 현실 사회에 그대로 가져다 대도 유의미한 부분이 적잖다. 부패한 지역정치인 베레스를 탄핵한 연설이나 반란을 도모한 카틸리나의 탄핵연설,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무레나 변호사건과 살인죄로 기소된 밀로에 대한 변호연설 모두에서 현대 법체계의 토대와 현실정치의 작동원리가 읽힌다.
키케로의 위대함은 로마가 이룩한 법과 정치의 토대 위에서 말로써 당대의 유력자들과 싸웠다는 점이다. 2000년도 넘게 지난 오늘 우리의 정치판에서 키케로와 같은 정치가가 얼마나 되는지 돌아보면 그의 훌륭함이 생생히 전해진다 하겠다.
키케로는 생전 많은 글을 짓고 이를 출판물로 남겨 그 자신이 그랬듯 후대의 사람들이 읽고 깨우치도록 조치했다. 키케로가 그토록 지키고자 한 공화정체가 일부 선택된 사람의 품을 벗어나 모든 시민의 것이 된 바로 지금, 그의 뜻을 읽는 것만큼 가치 있는 독서도 많치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