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 졸라 지음 | 문학동네 펴냄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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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책

출간일

2017.11.24

페이지

600쪽

상세 정보

“아! 돈이여, 세상을 더럽히고
아귀아귀 삼키는 끔찍한 돈이여!”
거장 에밀 졸라가 파헤친 ‘황금의 왕’ 신화


증권 투기를 소재로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다양한 각도에서 탐구한 에밀 졸라의 역작 『돈』이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5번으로 출간되었다. 『돈』은 프랑스 은행가와 증권시장을 배경으로 금융자본주의의 메커니즘을 생생하고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으로, 돈에 대한 욕망에 휩싸인 각계각층의 인간 군상을 다채롭게 묘사하고 있다. 50세의 정력적인 은행가 사카르의 성공과 몰락을 통해 인간성 파괴와 부패의 원인이지만 희망과 선행의 밑거름이기도 한 돈의 양면적 속성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이번에 국내 초역으로 출간된 『돈』이 에밀 졸라의 작품세계를 심도 있게 이해하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황금과 환락의 도시 파리를 뒤흔든
사상 초유의 금융 스캔들


『돈』은 자연주의 문학의 절정을 이루는 ‘루공마카르총서’ 스무 권 중 열여덟번째 작품이다. 『목로주점』 『나나』 『제르미날』 『인간 짐승』 『돈』 등 그의 대표작 대부분을 포함한 이 총서를 통해 에밀 졸라는 자연유전론과 환경결정론에 기대어 프랑스 제2제정 사회의 풍속을 총체적으로 드러내 보이겠다는 포부를 펼쳤다.
“프랑스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인기 작가”, “19세기 최초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이미 명망이 높았던 졸라는 동시대의 거대은행 ‘위니옹 제네랄 Union g?n?rale’의 파산 사건에서 ‘돈’을 제목으로 삼은 이채롭기 그지없는 소설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가톨릭 은행과 유대인 은행의 혈투에서 비롯된 이 사건으로 주식시장은 역대 최악의 붕괴에 직면했고, 증권가에는 일파만파로 혼돈이 몰아쳤다. 프랑스 전체의 여론이 들끓었던 이 사건으로 졸라는 금융이라는 경제활동에 새로운 차원의 돈이 등장했음을 직감했다. 바로 이 직감의 산물인 『돈』은 부패와 부정, 투기와 탐욕이 횡행하는 금융자본주의의 맨얼굴을 그려낸다.
1891년에 발표된 『돈』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시의성이 뚜렷한 작품으로, 작품이 지닌 현대적인 의미 덕분에 2000년대에 들어 금융경제학적 측면에서 적극적인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졸라는 여러 작품에서 제2제정의 프랑스 사회를 투기꾼, 벼락부자, 졸부들의 세계로 그렸다. 『돈』 역시 1867년 만국박람회 개막 장면이 보여주듯, 황금과 환락의 물결 속에 감춰진 빈익빈부익부 사회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증권 투기, 가짜 뉴스, 개미투자자들의 몰락 등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는 부패와 음모와 비극이 졸라가 창조해낸 세상 속에서 오롯이 펼쳐진다.

“졸라의 『돈』은 출간된 지 백 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고,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그 매력을 잃지 않을 것이다. 돈은 여전히 돈이니까 말이다, 어제처럼 오늘도.” _파스칼 마시오니


“돈이란 인생 그 자체요! 돈을 없애보시오.
이 세상에는 더이상 아무것도 없을 거요, 아무것도!”
욕망의 민낯을 낱낱이 까발린 에밀 졸라의 역작


돈, 특히 금융계의 돈에 대한 혐오를 거리낌없이 드러냈던 동시대의 지식인들과 달리 졸라는 돈의 명암을 모두 그려내려고 했다. 졸라는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돈』을 쓰게 된 동기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나는 돈을 공격하지도 옹호하지도 않겠다. 나는 돈을 오늘날까지 필요한 힘으로서, 문명과 진보의 동력으로서 보여주고자 한다.”
돈이 인간성을 파괴하는 부정적 역할을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돈』의 등장인물 대부분이 돈의 노예가 된다. 증권 투기의 광증에 빠져 외동딸의 경제적 곤궁마저 외면하는 모장드르 부부, 주식 투자 정보를 얻기 위해 성관계를 하는 산도르프 남작 부인, 나폴레옹 3세의 애인이며 거액의 화대를 받고 사카르와 동침하는 드 죄몽 부인, 서명인이 실종된 어음을 헐값에 사들인 후에 서명인을 찾아 엄청난 고리高利를 취하는 뷔슈 등…… 그러나 돈을 향한 광기에 관한 한, 만국 은행을 창설하여 ‘황금의 왕’이 되길 꿈꾸는 주인공 사카르를 능가할 이는 없다. 카롤린 부인은 사카르에게서 “돈밖에 모르는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인간”, “사물과 사람을 녹여 돈을 주조하는 인간”을 보고는 절망하여 다음과 같이 탄식한다.

무한한 권력 속에서 덧없는 인간의 양심보다 더 높이 추앙받는 돈, 피와 눈물보다 더 높이 군림하는 돈, 돈이라는 제왕, 돈이라는 신! (308쪽)
아! 돈이여, 세상을 더럽히고 아귀아귀 삼키는 끔찍한 돈이여! (310쪽)

다른 한편 돈은 선행을 베풀게 하는 문명의 동인이자 진보의 밑거름이기도 하다. 돈의 이러한 면은 도르비에도 대공 부인이 펼치는 대규모 자선사업에서 드러난다. 사별한 남편이 증권 투기로 모은 3억 프랑의 재산을 빈자들에게 되돌려주기 위해, 그녀는 대리석을 아낌없이 사용한 호화롭고 웅장한 건물을 지어 유아원, 고아원, 양로원, 병원, 노동 학교를 열었다. 그녀의 목표는 “태어나면서부터 고통을 겪는 어린아이부터 고통 없이 죽을 수 없는 노인까지, 모든 사람들의 고통을 경감시키는 것”이고, 이 꿈의 실현은 돈의 힘으로 가능해진다.
사카르와 아믈랭 남매(카롤린 부인과 그녀의 오빠 조르주 아믈랭)가 시도하는 동방개척 사업에서도 희망에 부풀게 하는 돈의 측면을 엿볼 수 있다. 동방개척 사업을 통해 그들은 부를 획득하고 문명을 재건하고자 한다. 그들이 보기에 자본은 동방의 민중, 나아가 세계만방의 인류를 구할 무궁무진한 에너지를 품고 있다. 돈은 파괴와 구원이라는 이중적 역할을 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독과 파괴를 초래하는 돈이야말로 사회적 생장의 효모였고, 인간들을 서로 가깝게 하고 대지를 평화롭게 할 대大역사에 필요한 부엽토였다. 돈을 저주하던 그녀였지만, 이제는 돈에 대해 공포가 뒤섞인 경탄에 빠져들었다. (…) 일체의 선이 일체의 악을 만드는 돈에서 나왔다. (315쪽)

끝없이 번영할 것만 같았던 만국 은행은 사카르의 불법적 투기와 증자로 결국 파산하고 사카르는 구속된다. 그 결과 무일푼이 된 투자자들은 빈민가로 내몰리고, 알코올중독에 빠지고, 심지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다. 천문학적인 빚을 짊어지게 된 증권 중개인 마조는 사랑하는 가족들을 남기고 목숨을 끊는다. 파리 도처에서 자살의 총성이 울려퍼진다. 없는 재산을 모두 털어 만국 은행에 투자했던 익명의 빈자들 또한 이 재앙 때문에 추위에 떨고 굶주림으로 몸부림친다. 소설의 말미에서 역시 무일푼이 된 카롤린 부인은 다음과 같이 자문한다. “도대체 왜 사카르가 불러일으킨 비행과 죄악의 책임을 모두 돈에 전가해야 할까?” 이 모든 불행의 책임은 돈이 아니라 사람에게 있다는 의미다. 돈은 탐욕과 악행의 씨앗인 동시에, 선행의 재료이자 문명을 작동하게 하는 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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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르츠밀크

@fruitmi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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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졸라 지음
문학동네 펴냄

읽었어요
1일 전
0
란짱님의 프로필 이미지

란짱

@rdlxbenpygkc

  • 란짱님의 돈 게시물 이미지
약 130년 전에 쓰여진 거의 600페이지에 달하는 소설. 하지만 주가 조작, 작전 세력, 공매도, 선물옵션, 뉴스와 정보만을 좇는 개미 등 전혀 낯설지 않은 요소들은 지금의 주식시장에 대입해도 전혀 무리가 없고 그래서 오히려 읽는 재미를 준다.

부동산 투자에 실패해 알거지가 된 사카르는 아믈렝, 카롤린 남매를 만나 그들의 아이디어에서 돈 냄새를 맡고 만국은행을 설립해 원대한 계획을 실행하려 하는데...

그저 주가를 올리는 것만이 목표인 사카르는 차명으로 주식을 매수하고, 분에 넘치는 증자를 하고, 만국은행에 호의적인 기사를 내기 위해 신문사를 사들인다. 그 덕에 주가는 500프랑에서 3000프랑까지 고공행진을 하지만, 그건 말그대로 사상누각이었다.
펀더멘탈이 약한 기업이 상장 5년만에 6배가 오른건데, '거품이다, 고평가다' 아무리 이야기해도 (기업가치가 아닌 주가가 오른다는 이유만으로) 보란듯이 주가가 치솟는 기업들이 아직도 있는거 보면 투기는 시대불문이다.

냉철한 유대인 투자자 군데르만은 그걸 꿰뚫고 (자존심때문이기도 하지만) 하락에 배팅하며 100억 프랑 이상의 자본을 기반으로 공매도한다. 반대로 사카르는 말그대로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다 공매도를 방어한다. 인상깊었던 부분은 군데르만이 사카르와의 대결에서 지고 남작부인이 만국은행은 빈 껍데기라는 걸 알려주기 전, 자신의 논리를 의심하고 다른 데나 투자할걸 그랬다며 후회하기 시작하는 장면이었다. 영화 빅쇼트의 마이클 버리 박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사람이 맞았다, 틀렸다'는 결과론적인 이야기이고, 당장 자신의 논리에 반하는 상황이 계속 이어질 때 피어오르는 스스로에 대한 의심, 불안을 잠재우는 건 본능을 거스르는 일이다. 본인 논리에 대한 강한 믿음과 상당한 인내심이 있는 사람에게도 투자가 쉽지 않다는 걸 보여준 절묘한 장면이었다.

또 기억에 남는 장면은 조르당 부인 마르셀이 만국은행 주식을 사지 않았다고 하자 드주아의 딸 나탈리가 안타깝다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장면이다. 2020년 하반기, 모두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를 이야기하고 코인발 '돈 복사'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질 때 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을 바라보던 시선들이 생각났다. 지하철을 탔는데 옆자리 앉은 아주머니가 자기 친구랑 통화하면서 주식으로 돈 벌기가 얼마나 쉬운지 강의를 하는데... 그 분은 지금쯤 어떻게 지내실까?

여담으로 소설 초반에 마조가 가족 덕분에 얼마나 행복한지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위의 짤이 생각났다. 이 짤의 제목은 '사실상 자살선언'. 그리고 그는 실제로...

연극으로 만들면 재밌겠다. 계속 머리속에 무대가 그려져~~~ 아 그리고 카롤린같은 헛똑똑이 스타일 딱 싫다.

에밀 졸라 지음
문학동네 펴냄

2022년 1월 27일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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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hyun Cho

@sunhyunchofs12

루공마카르 총서 18번째 작품 - 돈
에밀 졸라의 소설은 처음에는 지나친 인물묘사와 심리묘사에 따라가기 어렵지만 인내하고 읽어 갈 수록 그 묘사들에 몰입된다. 역시 자연주의 소설의 대가라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돈의 성질과 돈에 대한 인간의 본성을 놀랍도록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꿰뚫고 있다. 탐욕을 먹고 자라는 금융자본주의의 메커니즘은 소설속의 배경이나 현재에서나 변함이 없다. 주식자본주의 태동기에 한세기를 관통하는 통찰력을 보여주다니 다시한번 감탄할 뿐이다. 정경언 유착이나 일확천금에 빠진 여러 인간군상들과 돈에 대한 다양한 접근들. 놀랍도록 현재와 유사하다.
열정은 인간의 진보를 위한 동력이지만 탐욕은 퇴패의 원인이다. 사실 돈은 잘못없다. 돈을 수단으로 진일보 한 문명을 만들 수도 있고, 돈이 목적이 되어 도리어 우리를 파멸시킬 수도 있다. 그건 돈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에 달려 있다. 책임은 돈이 아닌 사람에게 주어져야 한다. 탐욕이 인간의 본능일 수 있을 지언정, 돈의 본질 일수는 없기 때문이다.

에밀 졸라 지음
문학동네 펴냄

2018년 7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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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돈이여, 세상을 더럽히고
아귀아귀 삼키는 끔찍한 돈이여!”
거장 에밀 졸라가 파헤친 ‘황금의 왕’ 신화


증권 투기를 소재로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다양한 각도에서 탐구한 에밀 졸라의 역작 『돈』이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5번으로 출간되었다. 『돈』은 프랑스 은행가와 증권시장을 배경으로 금융자본주의의 메커니즘을 생생하고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으로, 돈에 대한 욕망에 휩싸인 각계각층의 인간 군상을 다채롭게 묘사하고 있다. 50세의 정력적인 은행가 사카르의 성공과 몰락을 통해 인간성 파괴와 부패의 원인이지만 희망과 선행의 밑거름이기도 한 돈의 양면적 속성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이번에 국내 초역으로 출간된 『돈』이 에밀 졸라의 작품세계를 심도 있게 이해하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황금과 환락의 도시 파리를 뒤흔든
사상 초유의 금융 스캔들


『돈』은 자연주의 문학의 절정을 이루는 ‘루공마카르총서’ 스무 권 중 열여덟번째 작품이다. 『목로주점』 『나나』 『제르미날』 『인간 짐승』 『돈』 등 그의 대표작 대부분을 포함한 이 총서를 통해 에밀 졸라는 자연유전론과 환경결정론에 기대어 프랑스 제2제정 사회의 풍속을 총체적으로 드러내 보이겠다는 포부를 펼쳤다.
“프랑스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인기 작가”, “19세기 최초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이미 명망이 높았던 졸라는 동시대의 거대은행 ‘위니옹 제네랄 Union g?n?rale’의 파산 사건에서 ‘돈’을 제목으로 삼은 이채롭기 그지없는 소설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가톨릭 은행과 유대인 은행의 혈투에서 비롯된 이 사건으로 주식시장은 역대 최악의 붕괴에 직면했고, 증권가에는 일파만파로 혼돈이 몰아쳤다. 프랑스 전체의 여론이 들끓었던 이 사건으로 졸라는 금융이라는 경제활동에 새로운 차원의 돈이 등장했음을 직감했다. 바로 이 직감의 산물인 『돈』은 부패와 부정, 투기와 탐욕이 횡행하는 금융자본주의의 맨얼굴을 그려낸다.
1891년에 발표된 『돈』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시의성이 뚜렷한 작품으로, 작품이 지닌 현대적인 의미 덕분에 2000년대에 들어 금융경제학적 측면에서 적극적인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졸라는 여러 작품에서 제2제정의 프랑스 사회를 투기꾼, 벼락부자, 졸부들의 세계로 그렸다. 『돈』 역시 1867년 만국박람회 개막 장면이 보여주듯, 황금과 환락의 물결 속에 감춰진 빈익빈부익부 사회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증권 투기, 가짜 뉴스, 개미투자자들의 몰락 등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는 부패와 음모와 비극이 졸라가 창조해낸 세상 속에서 오롯이 펼쳐진다.

“졸라의 『돈』은 출간된 지 백 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고,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그 매력을 잃지 않을 것이다. 돈은 여전히 돈이니까 말이다, 어제처럼 오늘도.” _파스칼 마시오니


“돈이란 인생 그 자체요! 돈을 없애보시오.
이 세상에는 더이상 아무것도 없을 거요, 아무것도!”
욕망의 민낯을 낱낱이 까발린 에밀 졸라의 역작


돈, 특히 금융계의 돈에 대한 혐오를 거리낌없이 드러냈던 동시대의 지식인들과 달리 졸라는 돈의 명암을 모두 그려내려고 했다. 졸라는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돈』을 쓰게 된 동기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나는 돈을 공격하지도 옹호하지도 않겠다. 나는 돈을 오늘날까지 필요한 힘으로서, 문명과 진보의 동력으로서 보여주고자 한다.”
돈이 인간성을 파괴하는 부정적 역할을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돈』의 등장인물 대부분이 돈의 노예가 된다. 증권 투기의 광증에 빠져 외동딸의 경제적 곤궁마저 외면하는 모장드르 부부, 주식 투자 정보를 얻기 위해 성관계를 하는 산도르프 남작 부인, 나폴레옹 3세의 애인이며 거액의 화대를 받고 사카르와 동침하는 드 죄몽 부인, 서명인이 실종된 어음을 헐값에 사들인 후에 서명인을 찾아 엄청난 고리高利를 취하는 뷔슈 등…… 그러나 돈을 향한 광기에 관한 한, 만국 은행을 창설하여 ‘황금의 왕’이 되길 꿈꾸는 주인공 사카르를 능가할 이는 없다. 카롤린 부인은 사카르에게서 “돈밖에 모르는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인간”, “사물과 사람을 녹여 돈을 주조하는 인간”을 보고는 절망하여 다음과 같이 탄식한다.

무한한 권력 속에서 덧없는 인간의 양심보다 더 높이 추앙받는 돈, 피와 눈물보다 더 높이 군림하는 돈, 돈이라는 제왕, 돈이라는 신! (308쪽)
아! 돈이여, 세상을 더럽히고 아귀아귀 삼키는 끔찍한 돈이여! (310쪽)

다른 한편 돈은 선행을 베풀게 하는 문명의 동인이자 진보의 밑거름이기도 하다. 돈의 이러한 면은 도르비에도 대공 부인이 펼치는 대규모 자선사업에서 드러난다. 사별한 남편이 증권 투기로 모은 3억 프랑의 재산을 빈자들에게 되돌려주기 위해, 그녀는 대리석을 아낌없이 사용한 호화롭고 웅장한 건물을 지어 유아원, 고아원, 양로원, 병원, 노동 학교를 열었다. 그녀의 목표는 “태어나면서부터 고통을 겪는 어린아이부터 고통 없이 죽을 수 없는 노인까지, 모든 사람들의 고통을 경감시키는 것”이고, 이 꿈의 실현은 돈의 힘으로 가능해진다.
사카르와 아믈랭 남매(카롤린 부인과 그녀의 오빠 조르주 아믈랭)가 시도하는 동방개척 사업에서도 희망에 부풀게 하는 돈의 측면을 엿볼 수 있다. 동방개척 사업을 통해 그들은 부를 획득하고 문명을 재건하고자 한다. 그들이 보기에 자본은 동방의 민중, 나아가 세계만방의 인류를 구할 무궁무진한 에너지를 품고 있다. 돈은 파괴와 구원이라는 이중적 역할을 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독과 파괴를 초래하는 돈이야말로 사회적 생장의 효모였고, 인간들을 서로 가깝게 하고 대지를 평화롭게 할 대大역사에 필요한 부엽토였다. 돈을 저주하던 그녀였지만, 이제는 돈에 대해 공포가 뒤섞인 경탄에 빠져들었다. (…) 일체의 선이 일체의 악을 만드는 돈에서 나왔다. (315쪽)

끝없이 번영할 것만 같았던 만국 은행은 사카르의 불법적 투기와 증자로 결국 파산하고 사카르는 구속된다. 그 결과 무일푼이 된 투자자들은 빈민가로 내몰리고, 알코올중독에 빠지고, 심지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다. 천문학적인 빚을 짊어지게 된 증권 중개인 마조는 사랑하는 가족들을 남기고 목숨을 끊는다. 파리 도처에서 자살의 총성이 울려퍼진다. 없는 재산을 모두 털어 만국 은행에 투자했던 익명의 빈자들 또한 이 재앙 때문에 추위에 떨고 굶주림으로 몸부림친다. 소설의 말미에서 역시 무일푼이 된 카롤린 부인은 다음과 같이 자문한다. “도대체 왜 사카르가 불러일으킨 비행과 죄악의 책임을 모두 돈에 전가해야 할까?” 이 모든 불행의 책임은 돈이 아니라 사람에게 있다는 의미다. 돈은 탐욕과 악행의 씨앗인 동시에, 선행의 재료이자 문명을 작동하게 하는 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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