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페리먼트

마리오 지오다노 지음 | 이레 펴냄

엑스페리먼트 (인간 본성에 관한 충격 실험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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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0.8.12

페이지

372쪽

상세 정보

2010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 [엑스페리먼트] 원작소설. 1971년 스탠포드 대학교, 게임이라 여겼던 14일간의 감옥 체험. 죄수와 간수로 분리된 20여 명의 참가자들. 실험 2일째 사소한 다툼이 벌어지고, 실험 5일째 첫 번째 살인이 발생한다. "인간이 극한 상황에 놓이면, 강자와 약자가 명확해지지." 당신의 선택은?

뒤셀도르프 대학교 일반심리학과 클라우스 톤 교수는 인간의 본성을 파헤치기 위한 심리 실험을 위해 신문 광고를 통해 참가자를 모집한다. 그리고 14일간 이들을 고립시키기 위한 거대한 미로 같은 하 임시 감옥을 대학 건물 지하에 구성한다. 이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도 절대 연구자의 개입은 없다. 오직 실험실의 생쥐처럼 이들을 관찰하고 기록할 뿐이다.

이름 대신 번호표를 달고 고개를 숙인 채 일렬로 걸어가는 죄수들과 곤봉을 차고 이들을 통제하는 간수들. 엄격한 심리 테스트를 걸쳐 선발된 20명의 표본들. 전직 기자인 택시운전사 타렉, 7년간 한 번도 지각을 해본 적이 없는 소심한 항공사 직원 베루스, 엘비스 모창 가수 등. 이들은 12명의 죄수와 8명의 간수로 나뉘어 14일간의 역할을 수행하면 된다.

실험 1일. 처음은 게임처럼 즐거웠다. 그러나 간수는 여섯 개의 규칙에 따라 죄수를 통제해야 한다. 실험 2일, 3일… 한 잔의 우유, 치기 어린 장난들이 점차 그들을 진짜 간수와 죄수로 몰아가기 시작한다. 실험 5일째. 결국 첫 번째 살인이 발생하고, 실험은 연구자의 통제를 벗어나 버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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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 [엑스페리먼트] 원작소설. 1971년 스탠포드 대학교, 게임이라 여겼던 14일간의 감옥 체험. 죄수와 간수로 분리된 20여 명의 참가자들. 실험 2일째 사소한 다툼이 벌어지고, 실험 5일째 첫 번째 살인이 발생한다. "인간이 극한 상황에 놓이면, 강자와 약자가 명확해지지." 당신의 선택은?

뒤셀도르프 대학교 일반심리학과 클라우스 톤 교수는 인간의 본성을 파헤치기 위한 심리 실험을 위해 신문 광고를 통해 참가자를 모집한다. 그리고 14일간 이들을 고립시키기 위한 거대한 미로 같은 하 임시 감옥을 대학 건물 지하에 구성한다. 이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도 절대 연구자의 개입은 없다. 오직 실험실의 생쥐처럼 이들을 관찰하고 기록할 뿐이다.

이름 대신 번호표를 달고 고개를 숙인 채 일렬로 걸어가는 죄수들과 곤봉을 차고 이들을 통제하는 간수들. 엄격한 심리 테스트를 걸쳐 선발된 20명의 표본들. 전직 기자인 택시운전사 타렉, 7년간 한 번도 지각을 해본 적이 없는 소심한 항공사 직원 베루스, 엘비스 모창 가수 등. 이들은 12명의 죄수와 8명의 간수로 나뉘어 14일간의 역할을 수행하면 된다.

실험 1일. 처음은 게임처럼 즐거웠다. 그러나 간수는 여섯 개의 규칙에 따라 죄수를 통제해야 한다. 실험 2일, 3일… 한 잔의 우유, 치기 어린 장난들이 점차 그들을 진짜 간수와 죄수로 몰아가기 시작한다. 실험 5일째. 결국 첫 번째 살인이 발생하고, 실험은 연구자의 통제를 벗어나 버리는데…

출판사 책 소개

영화보다 재미있는 원작 소설!
생생한 인물 묘사와 입체적 플롯
― 충격적 실험 스릴러의 탄생


* 1999년 독일 로볼트 출판사 초판 출간
* 2001년 최초 영화화
¶ 올리버 히르비시겔 감독, 모리츠 블라입트로이 주연, 원작자 마리오 지오다노 시나리오
¶ 바이에른 영화제 시나리오 상 수상
¶ ‘독일 최고의 영화’라는 찬사를 받으며 흥행 기록
* 2010년 할리우드 리메이크
¶ ‘프리즌 브레이크’의 천재적 각본가이자 총제작자 폴 쉐어링의 장편 감독 데뷔작
¶ 제1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
¶ 2010년 8월 11일 전 세계 최초 개봉


“인간이 극한 상황에 놓이면, 강자와 약자가 명확해지지”

감옥이라는 극한의 공간에서 변화하는 인물 심리를 통해
인간의 본성을 통찰하는 스릴러!


단지 게임이라 여겼던 14일간의 감옥 체험
가상의 역할에 충실할수록 감춰진 본성이 깨어난다

> 무슨 실험을 하려는 걸까? 무슨 일이 벌어질까?

“그걸 왜 해?”
지나가 소리쳤다. 누나의 격렬한 반응에 타렉은 깜짝 놀랐다. 랄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타렉을 빤히 보았다.
“자자, 진정들 하라고!” 타렉은 설득을 시작했다. “왜들 그런 눈으로 보는 거야? 뭐가 어때서?”
“이유가 뭐야?”
“난 기자야. 기자는 그런 것도 하는 거야.”
“그건 이유가 못 돼, 타렉! 하필이면 그런 실험을!”
“충분히 되지. 다시 기사를 쓰고 싶어, 누나. 그리고 분명히 아주 멋진 기사가 될 거라고. 학생들에게도 두루 물었는데, 실험에 대해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그런데도 소문은 무성했다고. 들리는 말에 의하면 국방부도 관여되었대!”
“완전 미친 짓이야!”
“1년 동안이나 허가를 못 받은 실험인데, 국방부에서 관여하면서 갑자기 허가가 나왔다는 거야. 뭔가 이상하지 않아? 무슨 실험을 하려는 걸까? 무슨 일이 벌어질까?” _본문 72~73

‘파파라치, 사냥개, 도둑고양이……’ 한번 잡은 특종은 절대 놓치지 않는 프리랜서 기자 타렉 파트의 별명이다. 아니, 한때의 별명이었다. 28세의 청년 타렉은 쾰른과 인근의 뒤셀도르프를 오가며 택시 운전을 하고 있다. 신생 매체 《아벤트 포스트》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던 타렉이 더 이상 글을 쓰지 못하게 된 것은 바로 1년 전의 살인 사건 때문이다.
1년 전 어느 날 타렉은 납치 사건에 대한 정보를 무심코 흘려들었다가, 뒤늦게 찾아온 이상한 예감에 정보원 드레제와 함께 부랴부랴 현장을 찾는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네덜란드 기업가의 아들 미하엘 반 혼데벨트는 루마니아 마피아에게 납치되어 몸값 협상의 제물로 싸늘한 주검이 되어 있었다. 손가락 두 개가 잘려 나가는 등 주검에는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극심한 고문의 흔적이 가득했다.
정보원 드레제의 이야기에 조금만 귀를 기울였어도 누군가의 억울한 죽음을 막을 수 있었다는 자책, 사체에 남겨진 고문의 흔적에서 떠오르는 인간의 폭력에 대한 혐오로 타렉은 1년 넘게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애써 과거를 잊으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손님을 기다리며 석간신문을 뒤적이던 타렉은 흥미로운 광고를 발견한다. 대학의 심리학연구소에서 ‘교도소 실험’에 참여할 피험자를 모집한다는 것으로, 피험자들은 ‘간수’와 ‘죄수’ 집단으로 나뉘어 14일 동안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며, 피험자 전원에게 하루 200유로의 보수가 지불된다는 내용이었다. 전직 기자 특유의 직관에 단순한 호기심이 더해져 타렉은 연구소를 향해 택시를 몰고, 343개의 질문으로 이루어진 성격검사와 각종 의학적 검사 등 사전검사를 거쳐 127명의 지원자 중 최종 21명 피험자에 선발된다.


> 기질 가설 vs. 상황 가설 vs. 수면자 효과
― 무엇이 인간을 폭력적으로 만드는가?


“러시아의 위대한 작가 도스토예프스키는 4년간의 시베리아 수용소 생활에 대해 말하기를, 감옥살이 덕분에 인간의 미래를 낙관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감금의 공포를 이겨낸 사람이라면 앞으로 어떤 공포가 닥치더라도 모두 이겨낼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말입니다.
물론 오늘날의 감옥은 도스토예프스키가 경험한 감옥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풍자는 여전히 일리가 있습니다. 처벌 형식이 수차례 개혁되었지만 감옥은 여전히 실패한 사회기관임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선진국을 포함한 세계 어떤 나라의 감옥도 수감자들을 제대로 ‘교화’하지 못하고 추가 범죄 방지는 더더욱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범죄와 감옥에서의 폭력이 극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처벌 비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동시에 감옥이 주는 공포감은 사라졌습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톤 교수는 대답할 틈을 주지 않고 바로 말을 이었다.
“이제 감옥에서의 폭력이 증가하는 원인에 대해 살펴볼까요? 여러 가설들이 있는데, 가장 인기 있는 것이 기질 가설입니다.”
톤 교수는 칠판에 또박또박 ‘기질 가설’이라고 적었다.
“간단히 말해 감옥에서의 폭력은 수감자와 교도관의 기질 때문이라는 말입니다. 말하자면, 폭력과 폭력이 마주친 상황인 거죠. 정말 그럴듯하지 않습니까? 두 번째 가설은, 감옥을 공격성과 폭력을 부르는 병리학적 상황으로 묘사합니다.”
톤 교수는 칠판에 ‘상황 가설’이라고 적었다.
“자유 박탈과 사회적 감시라는 소외된 상황에서 수감자들은 이른바 당연한 반응으로 공격성을 발전시킵니다. 게다가 ‘수면자 효과’도 추가되는데, 말하자면 잠들어 있던 공격성이 이런 상황에 처했을 때 바로 깨어난다는 말입니다. 이것 역시 아주 그럴듯하게 들리죠?”
톤 교수는 목소리를 높여 호소하듯 말했다.
“애석하게도 이 모든 가설들은 실험으로 검증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학술적 검증 역시 쉬운 일은 아닌데, 실제 교도소를 관찰할 경우 주변효과, 장기효과, 교도관의 간여 등등 때문에 믿을 만한 수치를 얻기가 힘듭니다. 정확한 검증을 위해서는 여러 간섭 요소들을 제거한 순수한 교도소 환경을 만드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변수를 최대한 통제한 순수 실험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죠. 이런 상황에서 인간의 본성이 어떻게 드러나는지 관찰하는 일은 특히 흥미로울 것입니다.” _본문16~17

외모로만 보면 펀드매니저나 광고기획자라 해도 잘 어울릴 법한 클라우스 톤 교수. 훤칠한 키에 돋보이는 패션 감각. 열여덟 살에 대학에 진학해 스물셋에 석사를 마쳤고 3년 만에 스탠포드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4년 후에 독일에서 교수로 강단에 서기 시작해 어느새 5년째다. 그의 강의는 늘 인기가 좋아 자리가 부족하다. 40대 초반인 그는 5개국어로 강의를 하고 하루 200쪽씩 논문을 읽으며 1년에 한 번씩 마라톤을 한다. 결혼을 했고 어린 애인들과의 밀회와 요트를 즐기며 잠은 하루 여섯 시간만 잔다.
인정받는 심리학자인 동시에 의욕적인 야심가인 클라우스 톤 교수는 몇 달 앞으로 다가온 스탠포드 대학에서의 국제학술대회를 염두에 두고 새로운 실험을 기획한다. 위험과 매력을 동시에 지닌 이 실험은 국가 윤리위원회의 엄격한 기준 앞에서 재정 지원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기도 하지만, 톤 교수는 군 인맥을 동원해 위기를 모면하고 실험에 착수한다.
행동심리학자 톤 교수의 대전제는 ‘모든 인간은 동물’이라는 것, 그리고 동시에 ‘기계’라는 것. 그는 인간에게서 문화와 도덕의 얇은 표피를 걷어내면 그 아래에는 태초부터 존재했던 인간의 본성과 유전적 조합만이 남는다고 믿는다. 우리가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으로 여기는 문화, 기술, 철학 등 모든 것이 사실은 내장된 여러 ‘기능’ 중 하나일 뿐이라는 얘기다. 한마디로 투철한 행동심리학자인 그는 ‘교도소’라는 특수 상황을 설정하여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인간 본성의 근원을 파헤쳐보기로 한다.

“보통사람이 간수나 죄수가 되어 교도소 생활을 한다면, 이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라는 질문을 기반으로 우리는 다음과 같은 가설을 세웠다. “교도소 상황에서 비록 스트레스와 무력감을 느끼겠지만 극단적인 공격성을 보이기보다 평정심을 유지하고 끝까지 상황을 견딜 것이다.”
실험 설계는 비교적 단순했다. 피험자들을 무작위로 간수 집단과 죄수 집단으로 분류하고 교도소와 똑같은 환경에서 14일 동안 각자의 역할을 수행케 했다. 이때 피험자들은 맡은 역할의 의무와 요구조건에 대해 소속 집단에 따라 매우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하루 200유로를 받고 사회심리학 실험에 참여할 피험자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냈고 여기에 127명이 응모했다. 총 127명 중에서 질문지, 뇌파 검사, 근전도 검사, 심전도 검사, 이원 청취 검사, 신경계 검사, 가족 유전, 신체적 정신적 상태, 정신병력, 전과, 반사회적 태도나 마약 남용 등 폭넓은 사전검사를 거쳐 최종 21명을 선발하였다.
최종 선정된 21명은 성격검사에서 정확히 전체 인구의 평균 결과를 냈고 신체적으로 건강하며 특히 감정적으로 안정된 사람들이었다. (성적 영향을 줄이기 위해) 피험자들은 모두 남성으로 했고 23세에서 43세 사이의 중간 계층 출신으로 상호 친분이 없는 사람들로만 선정했다. 무작위로 간수 9명과 죄수 12명을 나누었다. _본문 115~116

대학 연구소 지하에 설치된 실험용 교도소는 실제와 거의 일치하고, 곳곳의 감시카메라를 통해 피험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연구진들에게 실시간 중계된다. “교도소 상황에서 비록 스트레스와 무력감을 느끼겠지만 극단적인 공격성을 보이기보다 평정심을 유지하고 끝까지 상황을 견딜 것”이라는 톤 교수의 가설은 과연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 ‘악의 평범성’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장담할 수 있을까?

실험 참가자들의 면면은 다양한 듯하면서도 평범하다. 시내 사거리에서 ‘고요의 샘’이라는 매점을 운영하는 순박한 중년 해리 쉬테, 땀 냄새가 심하다는 이유로 동료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면서도 지각 한 번 한 적이 없는 항공사 직원 베루스, 군 차원에서 위장 파견된 전투기 조종사 슈타인호프, 엘비스를 흉내 내는 연예인 지망생 에케르트, 일거리가 없는 사이 참여하게 된 전기 기술자 요아힘 등. 21명의 피험자들은 12명의 죄수와 9명의 간수로 나뉘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죄수’들은 이름 대신 번호로만 호명되고 ‘간수’들은 10가지 규칙과 곤봉으로 무장한 채 이들을 통제한다.

죄수들은 줄줄이 화장실로 인도되었다. 타렉이 여섯 번째로 좁은 화장실에 들어섰을 때, 벌써 지린내가 났다. 그러나 구역질을 일으키는 것은 지린내가 아니라 비좁음이었다. 타렉은 눈을 감고 숨을 참은 채 서둘러 볼일을 봤다. 화장실 시간이 끝나고 죄수들은 다시 줄을 맞춰 섰다. 간수들은 아까보다 더 당당해졌고 훨씬 안정되어 보였다. _본문104~105

“아니야.” 베루스가 반대했다. “블랙박스에 들어가면 보이지가 않잖아. 한 놈에게 겁을 줄 수는 있겠지만 다른 놈들은 그대로라고. 내 생각에는 말이야, 보이는 데서 예방 차원에서 한 놈을 골라 벌을 주어야 해. 그래야 딴 놈들도 허튼 생각을 못한다고.”
“대단한데!” 토데가 놀라며 말했다. _본문 109

53번은 꼼짝하지 않고 간수를 빤히 보기만 했다. 아무도 82번을 돕기 위해 나서지 않았다. 주저앉은 채 블랙박스로 질질 끌려가는 모습을 그냥 보고만 있었다. 에케르트가 블랙박스의 육중한 문을 열었을 때, 타렉은 그 안의 암흑을 보았다. 침묵과 두려움. 갑자기 속이 울렁거렸다. _본문 131

베루스는 오전 내내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었다. 아침 뉴스, 토크쇼, 광고, 만화, 스포츠 뉴스, 날씨 뉴스를 돌려가며 보았다. 청소를 했고, 끓는 물에 넣기만 하면 되는 3분 요리로 식사를 마치고 두 번째 근무를 위해 제복 셔츠를 다렸다. 파랗고 촌스러운 항공사 제복과는 비교도 안 되게 멋졌다. 게다가 카키색은 그가 제일 좋아하는 색이었다. 베루스는 옷을 갖춰 입고 거울 앞에서 여러 포즈를 취해보았다. 장화를 신고 위풍당당하게 거실을 걸어보았다. 조심조심 소리 나지 않게 걷던 평소와는 달리 일부러 탕탕 소리가 나도록 걸었고 아랫집 반응을 기다렸다. 조용했다. 베루스는 행복했다. 기분 좋은 날! 교대 시간보다 한 시간 빠른 12시쯤에 벌써 제복을 입고 대학으로 향했다. 카니발 기간이라 그런 차림으로 길을 활보해도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_본문 131~132

저항기를 가장 많이 분류한 상으로 21번은 초코바를 얻었다. 누가 빼앗아 먹기라도 할까 봐 받자마자 한입에 넣고 꿀꺽 삼켰다. 69번이 그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왜, 69번? 너도 하나 먹고 싶은 거야, 그래?”
69번의 얼굴이 밝아졌다. “네, 교도관님.” _본문 163


실험 1일째, 시작은 게임처럼 가벼운 마음이었다. 실험 2일째, 한 잔의 우유를 둘러싼 소동, 그리고 짓궂은 장난들, ‘블랙박스’라 불리는 독방행.

처음엔 정해진 규칙을 따라 실험을 무사히 끝내고 돈을 받기만 바랐던 이들은 점차 ‘간수’와 ‘죄수’라는 자신들의 가상의 역할에 몰입하게 되면서 실험은 점점 미궁으로 빠져들고, 여기에 1년 전 살인 사건의 피해자 미하엘의 누나 도라와 타렉의 우연한 만남이 더해지면서 이 극한의 실험 스릴러는 반전을 맞게 되는데…….


> 빠른 장면 전환, 입체적 플롯 ― 영화적 서술의 흡인력

TV 시리즈와 극영화 20여 편의 시나리오를 작업한 마리오 지오다노는 《엑스페리먼트》에서 빠른 장면 전환과 입체적 플롯 등 영화적 서술의 장기를 유감없이 선보이며 흡인력 있는 소설을 탄생시켰다.

127명 피험자 중 최종 선정된 21명의 인물 가운데 매점 주인 쉬테, 항공사 직원 베루스, 연예인 지망생 에케하르트, 과묵한 교사 렌첼 등은 주인공 타렉 파트의 택시에 한 번씩 탑승했던 승객들이며, 실험을 위해 한자리에 모인 등장인물들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서로를 스쳐가기도 했다.

주인공 타렉 파트로 하여금 펜을 꺾게 만들었던 끔찍한 납치 살인 사건의 피해자인 네덜란드 청년 미하엘 반 혼데벨트는 ‘폭력의 피해자’라는 점에서 중요한 상징성을 갖고 있다. 타렉이 실험에 참가하기 전 우연히 여성 승객들을 태워다준 바로크 풍 성에서는 마침 그가 한때 몸담았던 매체 《아벤트 포스트》의 프레스 파티가 열리고 있었고 그곳에서 타렉은 독일로 여행을 온 네덜란드 여인 도라와 우연히 만나 사랑을 나눈다. 이제까지 타렉이 만났던 여자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도라, 에메랄드빛 그윽한 눈동자가 매력적인 도라. 하지만 하룻밤의 만남 이후 타렉은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실험에 참가하게 되느라 도라와의 연락이 갑자기 끊어지고, 마찬가지로 갑자기 연락이 끊어진 타렉을 찾아 나서는 도라의 탐색 과정이 톤 교수의 실험일지와 구별되는 또 하나의 축을 이루며 소설은 점차 절정을 향해 치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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