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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
얇은 책
출간일
2022.5.31
페이지
152쪽
상세 정보
고민형 시인의 첫 시집 『엄청난 속도로 사랑하는』이 24번째 아침달 시집으로 출간되었다. 고민형 시인은 《베개》, 《펄프》 등 독립문예지에 작품을 발표하며 활동해온 신인이다. 총 47편의 시가 담긴 그의 시집은 근현대 사회 속 여러 문물과 인간상이 빚어내는 아이러니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유계영은 추천사를 통해 고민형의 시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줄 것처럼” 굴지만, 이야기 양식을 주저 없이 위반하는 것을 통해 독자를 낯선 곳에 풀어놓는다고 말한다. 전통적 이야기의 굴레에도, 시의 굴레에도 속하지 않고 어디로든 뻗어가려 하는 고민형의 언어를 통해 강렬한 해방감을 맛보기를 바란다.
상세정보
고민형 시인의 첫 시집 『엄청난 속도로 사랑하는』이 24번째 아침달 시집으로 출간되었다. 고민형 시인은 《베개》, 《펄프》 등 독립문예지에 작품을 발표하며 활동해온 신인이다. 총 47편의 시가 담긴 그의 시집은 근현대 사회 속 여러 문물과 인간상이 빚어내는 아이러니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유계영은 추천사를 통해 고민형의 시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줄 것처럼” 굴지만, 이야기 양식을 주저 없이 위반하는 것을 통해 독자를 낯선 곳에 풀어놓는다고 말한다. 전통적 이야기의 굴레에도, 시의 굴레에도 속하지 않고 어디로든 뻗어가려 하는 고민형의 언어를 통해 강렬한 해방감을 맛보기를 바란다.
출판사 책 소개
구부러진 이야기를 통한 시적 모험
『엄청난 속도로 사랑하는』을 펼친 독자는 곧장 활자가 빽빽하게 들어찬 산문시가 만들어내는 풍광과 맞닥뜨리게 된다. 그 빼곡한 산문시에는 저마다 엉뚱하거나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겨 있다. 시 「젊은 신부」는 한 마을에 새로 부임한 신부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그 신부는 이전에는 한 번도 신부였던 적이 없었고, 자신이 믿는 종교와 의식에 관해 아는 것 또한 하나도 없다. 도저히 신부라고 부르기 어려운 신부에 관한 요상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야기는 결말을 향해 흘러가기는 하지만, 그 방향은 예상하기 어렵다.
신부는 술집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 새로 온 이들은 신부가 신부인 줄 몰랐고 신부도 자기가 신부인 줄 몰랐다. 미셸은 그곳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다가 결국 신부와 결혼하기로 했다. 신부는 나에게 들러리가 되어주기를 바랐다.
-「젊은 신부」 부분
이러한 능청스러움이 섞인 이야기 속 혼란은 기승전결이 뚜렷한 이야기 형식만으로는 닿을 수 없는 곳으로 독자를 데려다준다. 「새와」라는 시는 ‘새와 미술관’에 다녀왔다는 친구의 말에서부터 출발한다. ‘나’ 또한 새와 미술관에 가고 싶다며, 그 이유를 길게 주절거린다. 그러나 사실 친구가 다녀온 미술관은 새와 미술관이 아니라 세화 미술관이다. 이런 엉뚱한 순간을 지나가며 이야기는 길을 잃지만, 그 방향 상실은 존재하지 않던 장소를 일순간이나마 상상하게 함으로써 독자를 그곳으로 데려간다. 순간적인 오류 속에서 새와 미술관은 반짝이듯이 나타나고 또 사라지는 것이다. 이는 숨겨져 있던 미지의 장소를 발견해내고야 마는 시적 모험과도 같다.
이렇듯 우리에게 익숙한 사물과 풍경 들로 만들어진 세상 속의 등장 인물들은 우리가 예상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어쩌면 시인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계속해서 움직인다. 다른 시민들이 일반적으로 오가는 대로가 아닌 숨겨진 골목길을 통하는 이 움직임은, 익숙한 세상이 미처 감추지 못한 세상의 난잡함과 엉성함을 들춘다. 독자들은 이러한 풍경을 통해 우리가 사는 세상의 불완전성을 목격하게 된다.
미치겠다. 모든 게 엉망이 됐다. 내 생각에 그 일은 어느 젊은 부부에 의해 일어났다. 아마도 잠깐 아이들이 버튼을 가지고 놀았고 다시 직원들에 의해 제지되었던 모양이다. 오 분 동안 주유소에서는 기름 대신 콜라가 나왔다. 신문에는 낙서가 가득했다.
-「오 분」 부분
「오 분」은 주유소에서 기름 대신에 콜라가 나오고, 신문에는 낙서가 가득하고, 총에서 비눗방울 대신에 총알이 발사되는 기이한 세상을 보여준다. 그러고 한 대권주자가 대통령이 되면 다시 그 오 분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하는 사설이 등장한다. ‘나’는 이에 동의하면서도 그에게 표를 던진다. 온갖 사물과 문화와 풍습이 뒤섞인 세계의 부조리한 단면을 드러내는 이러한 이야기들은, 종종 의도된 바와 관계 없이 그 자체로서 비판적 세계의 형상으로 읽힐 가능성이 된다.
그러나 고민형의 시는 한 가지 의미로 환원되기보다는 다양한 결의 생각과 느낌, 의미 등으로 뻗어나가며 쉽사리 정의되기를 거부한다. 그는 언제나 윤리보다는 유머를 택하는 쪽이다. 시 「우파루파」의 화자는 옆 사람과 대한민국의 전 대통령들 이야기를 하다가 눈물을 흘리는 순간을 상당히 우스꽝스럽게 그려낸다. ‘우파’라는 단어의 말놀음에서 출발했을 듯한 시는 갑자기 시의 제목에 충실해지면서 멕시코도롱뇽 우파루파(아홀로틀)에 관한 이야기로 넘어간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독자는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그 생각의 놓침을 통해 일순간 해방감을 맛볼 수 있게 된다. 그러한 복합성이야말로 문학이 마음껏 자랑할 수 있는 고유한 자유로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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