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같지만 다른 숨, 편지소설 <너는 너로 살고 있니>로 다시 김숨이 찾아왔다.
<너는 너로 살고 있니>는 고대의 능이 삶의 고락을 가로지르는 도시 경주로, 한 번도 주인공이 된 적 없는 무명의 여자 배우가 11년째 식물인간 상태인 한 여자를 돌보기 위해 깃들며 시작되는 소설로, 560여 매가량의 편지...
<9월의 애송이도서>
"너는 너로 살고있니" _ 김숨 / 마음산책
작가 이름 , 정말 특이하다. 본명일까 싶을 정도로.
이 책의 출판사와 이름이 정말 잘 어울리는구나.
무명의 연극 여자배우가,
11년동안 식물인간으로 살아온 여자를
간병하면서 편지형식의 소설로 된 이야기이다.
한번도 누군가를 간병해보지 못한 '나'는
연극무대 위에서의 공포증을 이겨내지 못하고,
도피처로 '그녀'가 있는 한 병원으로 오게 된다.
44살의 동갑내기인 '나'와 '그녀'
그녀의 몸 여기저기를 가제손수건으로
조심스레 닦아주고
옆에서 그녀를 간호하며, 정이 든 것인지,
결국에는 그녀와 자신을
동일한 존재로 바라보고 인식하게 된다.
이 소설에는 별다른 특별한 스토리 전개의 이슈는 없다.
'나'가 '그녀' 옆에서 느끼는 감정들과
생각, 상상, 환상 등이 소설의 전부이다.
내용 전개에서, 중간중간,
'나'와 '그녀' 가 대화를 나누듯
등장하는 문장들이 인상적이다.
한번도 그녀의 목소리를 들어보지 못했지만,
대화를 나누듯 상상하고 '나'의 마음의 투영된
그 대사속에서는
마치 '그녀'의 목소리가 정말 들리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연극무대에서 버려졌다고 생각하는 '나'와
11년동안 손가락하나 움직이지 못하고,
말한마디도 못하며 숨만 쉬고 있어,
남편에게 버려졌다고 생각되는 '그녀'의 현실...
작가는 두 여인을 같은 현실에 놓여졌다고 바라보고
이 이야기를 써 내려간 것 같다.
연극배우가, 무대가 아닌 곳에서,
아예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나'도 나로서 살고 있지 못한 것이고,
한 가정의 엄마이자 아내인 '그녀'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11년째 누워만 있으면서 사는 것도,
'그녀'로서 살고 있지 못한 것.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고,
살고 싶어도 살지 못하는 식물인간으로서의 현실...
같은 병원에 있는 다른 호실의 할아버지 환자가,
간병인에게,
손하나 까닥할 수 없는 자신은,
자살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으니 자신을 죽여달라고 말한다.
그 간병인은, 자신은 사람을 죽일 수 없으니
재활치료를 열심히 해서 손을 움직여서,
스스로 알아서 죽으라고 말을 해 준다.
그 이후로 열심히 재활치료를 받는 할아버지 환자.
아이러니한 상황에, 소설의 이야기지만, 참 씁쓸했다.
'그녀'의 남편도,
얼마전 다른 여자가 생겼다는 고백을 '나'에게 한다.
남편도 얼마나 지쳤을까. 다른 남자들처럼, 남편처럼
그냥 평범하게 사랑받고, 사랑하고 싶었을텐데,
11년 째 누워만 있는 아내를 옆에서 바라보며 얼마나 많이 힘들었을까.
'그녀' 역시, 남편에게 돌아가고 싶은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얼마나 답답할까.
결국 요양병원으로 옮겨지게 된 '그녀'와 '나'는
서로 헤어질 수 밖에 없게 된다.
자신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 같아, 받아들이기 싫은, '나'이지만,
어쩐다. 남편이 그리 결정을 한 것을.
나로서 살지 못하고 있는 그녀들이 나누는
상상속의 대화들이. 계속 마음속에 여운으로 남는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그 대화 중에서 ㅡ
-"나는 아직도 당신에게 가고 있는 중일까요?"
"나도 가고 있는 중이에요"
"당신은 어디로 가고 있는 중인가요"
"나도 나에게로"
-당신과 헤어지고 싶지 않습니다.
아직 당신을 만나지도 않았는데,
당신을 만난 적도 없는데.
-나는 당신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싶어요
당신에 대해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은 마음만큼이나요.
-뭘 찾고 있나요
당신은, 당신을 찾고 있는게 아닐까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렇게 '나'와 '그녀'가 나누는 마음속의 대화로만으로도
충분히 책 한권ㅡ 시집 한권 나와도 되겠다.
내용들이...
꼭 소설이야기가 아니어도, 충분하다. 글의 대화들이.
곱씹고 곱씹어도 될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