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하다못해 마라탕과 양꼬치도 한국에서 정착을 했는데 우린 이게 뭐니."
'야버즈'는 조선족 작가 전춘화가 지금까지 쓴 소설들을 모은 첫 소설집이다.
'야버즈'가 뭔가 해서 찾아봤더니, '鸭脖子yā bó‧zi'(근데 야쁘오즈 아닌가?^^; 왕년의 중국어과 출신의 허접한 발음ㅎㅎㅎ)였다. 즉, 야버즈는 오리 목에 붙어 있는 고기로 중국에서는 유명한 음식이지만 한국에서는 차이나타운에 가야지만 겨우 맛볼 수 있는 무명에 가까운 음식이다. 분명 가까이에서 존재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맛보기도 전에 선입견을 가진 쉬운 야버즈 요리는 조선족과 닮은 구석이 있다.
사실 조선족은 우리나라에서 인식이 그다지 좋지 않다. 나야 뭐 10년 넘게 중국어 예배부에서 봉사하면서 조선족들을 많이 만나봤기 때문에 편견이 없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매스컴이나 언론에서 떠드는 조선족들의 이미지가 전부이기에 편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 실려 있는 5편의 소설 모두 그런 편견 속에서 싸우고 있는 이야기들이다.
분명 우리말로 쓰여 있지만, '룡' 등 한국에서는 잘 쓰지 않는 표현이나 어휘들이 나오다 보니, '중국 소설'이라고도 할 수 없고, '한국 소설'이라고도 할 수 없는, 어느 범주에 속하지 못하는 겉도는 소설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 소설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독보적이고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영화로 예를 들자면 '미나리' 느낌이라고나 할까?
조선족 작가가 정답게 제안하는 더불어 살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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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과 공존하기 위해선 나다움을 포기해야 할까?
인간 진화의 문화적 소산물인 공감을 꺼내쓰도록
작가는 한국인이라면 즐겁게 읽어내려갈 정서에 꼭 낯선 민족 고유어를 사용해 부드럽게 그리고 매력적으로 우리를 설득한다
다섯 편에 걸친 서사는 짙은 향취를 남기며 마무리됐지만 이야기꾼의 입담을 타고난 작가의 다음을 자꾸만 바라게 된다
다 읽은 지금도 가방에 지니고 다니는 중인데 쉬이 헤어짐을 고하기 어려운 책이다
어린 시절 국어 교과서를 이리저리 넘겨보며 내 입맛에 제격인 이야기를 발견하면 읽고 또 읽던 기억이 문득 떠오른다
오래도록 꺼내 보고 싶은 책이다
한국어를 가르치며 다양한 모어와 국적을 가진 학생들을 만나게 되는데, 이 직업을 가진 이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가르친 학생들을 통해 그 모어나 국적을 가진 사람들을 일반화하는 우를 종종 범하곤 한다. 나부터도 ‘OO 사람들은…, XXX 사람들은 …’으로 시작하는 말들을
너무 쉽게 내뱉기도 한다. 한 사람이 살아온 문화적 배경은 분명 그 사람의 가치관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결국은 개개인마다 다른 것임에도 말이다.
이 책의 작가는 내가 그동안 만나온 그 어떤 학생들 혹은 학부모들과 같은 중국동포이다. 학생들을 좀 더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 읽게 되었지만, 책을 읽으며 이따금씩 모래가 섞인 밥을 씹어 넘기는 듯한 까끌까끌함을 느꼈다. 하지만 그 까끌함은 내 안의 선입관 혹은 민족성에 기인한 것일 터였다.
그럼에도 쉬이 몰입해서 읽었던 것은 작가가 엄청난 스토리 텔러인 덕분이다. 그 많은 마음의 이야기들을 각 단편에서 인물들과 상황을 통해 매끄럽게 풀어내고 있었다. 작가는 등장인물들을 빌려 더없이 담백하게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오히려 나의 심경이 복잡해지고 책을 덮은 후에도 깊은 여운이 남았다. 중국에도, 한국에도 속하지 못하는 ’작은 물줄기(31쪽)‘를, 하지만 결국 바다에서 만나게 될, 그렇게 얽혀 있는 그들을 조금은 깊게 들여다볼 수 있던 시간이었다. 가끔씩 이해되지 않던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의 언행과 태도를 이해할 수 있는 약간의 실마리를 찾은 것 같다.
또한, 재한 중국동포와 대화하다 보면 발음적 측면은 차치하더라도 특정 어휘나 문법적 표현에 있어 언어적 차이를 느끼고는 하는데 그런 차이가 느껴지지 않은 것도 쉽게 읽히는 데 큰 몫을 했던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