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과학 문학상 장편 부분 대상,
SF어워드 장편 부문 우수상 수상 작가
천선란 연작 소설 『이끼숲』.
"슬픔이 유별나도 되는 곳으로 가고 싶다"
슬픔을 향한 가장 강력한 옹호, 마침내 닫힌 세계를 뚫고 나가는 지극한 슬픔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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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이끼숲 내용 요약
천선란의 이끼숲은 2023년 자이언트북스에서 출간된 연작소설집으로, ISBN 9791191824216을 통해 독자들에게 소개되었다. 📖 이 책은 세 편의 단편—“바다눈”, “우주늪”, “이끼숲”—으로 구성되며,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과 SF어워드 장편 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작가의 독창적인 SF 세계관을 보여준다. 천선란은 “구하는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 작품에서 지구의 멸망 이후 지하 도시로 추방된 인류를 배경으로, 구원과 사랑, 그리고 슬픔의 힘을 탐구한다. 각
"태어나보니 이곳이었다. 마르코가 삶 전체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모든 선택권이 결여된 순간이 그때일 것이다. 탄생. 그것만큼은 마르코가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이번에도 역시 이끼숲에 대한 사전적 배경 없이 글을 잃었다. 이것도 포스트아포칼립스물에 가깝나. 지하세계에서 삶을 꾸리며 살아가는 지구인들의 이야기로, ‘바다눈’, ‘우주늪’, ‘이끼숲’ 세 가지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을 따로 읽기도 하지만, 나는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서 읽었다. 연작이기도 하고...
메인 제목답게 마지막에 등장하는 ‘이끼숲’ 이야기도 인상 깊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큰 울림을 준 것은 ‘우주늪’이었다.
우주늪은 태어났지만 존재하지 않는 아이가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존재하지 않는 채로 살아가던 아이는, 어느 순간 스스로를 자각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 또한 누군가에게 ‘인식되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더 이상 혼자 기어다니는 삶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그때 터뜨린 울음이 특히 기억에 남았다. 그 울음은 단순한 슬픔이 아니라, ‘나는 여기 있다’는 선언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한편 ‘바다눈’에서는 “어떤 순간은 마르코를 살고 싶게 했고, 어떤 순간은 마르코를 죽고 싶게 했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이 문장이 마음에 남았던 이유는, 사람이 결국 행복과 불행을 모두 느끼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점을 드러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늘 그 갈림길 위에서 위태롭게 균형을 잡으며 살아가고 있으니까.
이 문장을 읽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왜 행복과 불행을 모두 느끼도록 되어 있을까. 행복하기만 하면서 살 수는 없는 걸까, 불행 없이 살아갈 수는 없는 걸까. 하지만 그럼에도 인간은 불행 속에서 작은 희망을 사랑하는 존재다. 어쩌면 그 작은 희망만이 삶을 지속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이끼숲’은 그런 희망에 대한 이야기다.
이끼숲을 읽으며 떠오른 작품은 1984였다. 감시와 통제 속에서 유지되는 폐쇄된 세계라는 점에서 유사한 느낌을 받았다. 그런 세계 속에서도 인물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저항하고, 자신의 삶을 향해 나아간다. 유오의 말처럼, 살아 있는 모든 작은 것들은 강하다. 그리고 그 말대로, 아이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살아간다.
유별난 슬픔을 간직한 소마가 다시 집 밖으로 나오게 된 것도 유오의 영향이었다. 소마는 유오가 간직했던 꿈을 이어가기 위해, 설령 그것이 허울뿐인 약속일지라도 지키기 위해 집 밖으로 나선다. 그리고 결국 체제에 저항하고, 자신의 삶을 선택한다.
마침내 소마는 유오와 함께 지상의 숲을 보게 된다.
읽는 내내 지하 세계가 붕괴로 끝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지만, 결국 세계는 무너지지 않는다.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여전히 그곳은 아슬아슬한 긴장 속에 유지된다.
그러나 개인의 삶으로 시선을 옮기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마르코의 첫사랑은 끝이 났고, 의조는 좁은 세계를 벗어나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난다. 소마는 지상에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미래 속에서 유오의 클론과 함께 밤하늘을 바라본다.
세계는 그대로지만, 사람은 변한다.
제각각의 이야기처럼 보였지만, 결국 하나로 이어진 이야기였다는 감상을 남기며... 괜찮게 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