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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
보통인 책
출간일
2008.1.18
페이지
352쪽
상세 정보
조선시대 테마사 중 여성 인물 이야기류에 해당하는 책. 조선왕조실록 세종~성종 연간(조선전기)의 기록에 등장하는 33명의 하층민 여성들이 연루된 사건과 그들의 삶을 재구성했다. 한 인물에 한 장을 할애해 총 33장으로 이뤄져 있으며 장의 중간 중간 당시의 시대상을 예리하게 짚어내는 <깊이읽기> 8꼭지를 삽입했다.
조선시대 여성사와 관련된 책들은 대개 왕비와 후궁을 다루는 ‘왕실 엿보기’와 일탈적 삶의 표상으로 분류되는 ‘기생 이야기’로 양분되는 양상을 보인다. 이런 두 흐름 뒤에 신사임당이나 허난설헌 같은 현모양처 이야기들이 뒤따른다. 이런 책들의 공통점은 사회의 상층부에 위치한, 관련 기록이 풍부한 여성들을 다뤘다는 점이다.
반면 사회의 밑바닥에서 힘들게 살아간 여성들에 대한 책은 흔치 않다. 계집종, 천첩, 무녀, 비구니 등으로 나뉘는 하층민 여성들의 일반적인 삶의 형태를 우리가 모르지는 않지만 그들 개개인이 사회와 갈등하고 타협하면서 살아가는 내밀한 개인사에 대한 지식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지은이 손경희는 이 책에서 과감하게 하층민 개개인에게 초점을 맞추어 조선이 버린 여인들의 삶을, 주류에 의해 배제된 소수의 잔재를 되살려내고 있다.
상세정보
조선시대 테마사 중 여성 인물 이야기류에 해당하는 책. 조선왕조실록 세종~성종 연간(조선전기)의 기록에 등장하는 33명의 하층민 여성들이 연루된 사건과 그들의 삶을 재구성했다. 한 인물에 한 장을 할애해 총 33장으로 이뤄져 있으며 장의 중간 중간 당시의 시대상을 예리하게 짚어내는 <깊이읽기> 8꼭지를 삽입했다.
조선시대 여성사와 관련된 책들은 대개 왕비와 후궁을 다루는 ‘왕실 엿보기’와 일탈적 삶의 표상으로 분류되는 ‘기생 이야기’로 양분되는 양상을 보인다. 이런 두 흐름 뒤에 신사임당이나 허난설헌 같은 현모양처 이야기들이 뒤따른다. 이런 책들의 공통점은 사회의 상층부에 위치한, 관련 기록이 풍부한 여성들을 다뤘다는 점이다.
반면 사회의 밑바닥에서 힘들게 살아간 여성들에 대한 책은 흔치 않다. 계집종, 천첩, 무녀, 비구니 등으로 나뉘는 하층민 여성들의 일반적인 삶의 형태를 우리가 모르지는 않지만 그들 개개인이 사회와 갈등하고 타협하면서 살아가는 내밀한 개인사에 대한 지식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지은이 손경희는 이 책에서 과감하게 하층민 개개인에게 초점을 맞추어 조선이 버린 여인들의 삶을, 주류에 의해 배제된 소수의 잔재를 되살려내고 있다.
출판사 책 소개
조선 하층민 여성군상에 대한 최초의 주목
이 책은 조선시대 테마사 중 여성 인물 이야기류에 해당한다. 조선왕조실록 세종~성종 연간(조선전기)의 기록에 등장하는 33명의 하층민 여성들이 연루된 사건과 그들의 삶을 재구성했다. 한 인물에 한 장을 할애해 총 33장으로 이뤄져 있으며 장의 중간 중간 당시의 시대상을 예리하게 짚어내는 <깊이읽기> 8꼭지를 삽입했다.
조선시대 여성사와 관련된 책들은 대개 왕비와 후궁을 다루는 ‘왕실 엿보기’와 일탈적 삶의 표상으로 분류되는 ‘기생 이야기’로 양분되는 양상을 보인다. 이런 두 흐름 뒤에 신사임당이나 허난설헌 같은 현모양처 이야기들이 뒤따른다. 이런 책들의 공통점은 사회의 상층부에 위치한, 관련 기록이 풍부한 여성들을 다뤘다는 점이다.
반면 사회의 밑바닥에서 힘들게 살아간 여성들에 대한 책은 거의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계집종, 천첩, 무녀, 비구니 등으로 나뉘는 하층민 여성들의 일반적인 삶의 형태를 우리가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그들 개개인이 사회와 갈등하고 타협하면서 살아가는 내밀한 개인사에 대한 지식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즉, 오늘날의 한국인들은 모두 한 번씩 왕의 입장에서, 양반의 입장에서, 그도 아니면 남성의 입장에서 역사를 생각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같은 여성들에게조차 핍박받아야 했던 천한 여성의 자리에서 역사를 생각하고 조선시대를 느껴본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조선이 버린 여인들』은 하층민 여성들 개개인에 초점을 맞췄다. 그들이 각자 주인공이 되어 33건의 흥미로운 사건이 재구성되어 펼쳐지는 최초의 단행본 교양서라고 할 수 있다.
실록이 말하기를 멈춘 자리에서 시작된 글쓰기
이 책에는 기존 책들에 소개된 인물들도 간혹 있지만(4~5명) 대부분은 이 책을 통해 처음 그 존재가 알려지는 이들(20~21명)이다. 또한 조선시대 생활사나 야사류에서 지나치듯 언급된 여인들(7~8명)이 이 책에서는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또한 잘 알려진 어을우동을 다루기보다는 그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동시대 기생 연경비를 다뤘고(9장), 세조 때 양성인간으로 조정을 발칵 뒤집어놓은 사방지 대신 사방지에게 몸과 마음을 바친 여승 중비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7장).
하층민 여성들이 실록에 등장하는 이유는 딱 한 가지다. 왕과 함께 의논해야 할 심각한 사건에 연루되었기 때문이다. 판관 3명에게 동시에 강간당한 무심無心(1장), 백주대낮 칼에 목 찔려 죽은 백이栢伊(2장), 꿈에 남자를 봤다는 이유로 살해당한 고읍지古邑之(3장), 아들에게 간통 현장이 발각된 강덕姜德(24장), 아들에게 청부살인을 시킨 흔비欣非(15장), 배다른 남매를 결혼시키려 한 소근小斤(5장) 등 큼지막한 사건들 속에서 그녀들의 이름이 등장한다.
하지만 실록은 그녀들의 신상 정보에 대해 기본적인 것을 알려줄 뿐 깊이 들어가는 세세한 이야기를 다 들려주지 않는다. 지금까지 하층민 여성들의 역사가 제대로 다뤄지지 못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저자는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관련 시대자료를 찾아보고 사건의 전후 과정을 세밀하게 추적하여 하층민 여성들의 삶과 내면세계를 유추하고 복원했다.
왜 왕은 그녀들을 버렸는가 - 재판과정 비판적으로 재해석
조선전기는 고려시대의 유산을 정리하고 성리학적 사회질서를 세워나가던 시기였다. 고려의 종교인 불교는 유교로 대체되었고, 느슨한 신분관계는 엄격한 상하관계로 다시 조여졌다. 남편이 처가살이하던 관행은 며느리가 시댁살이하는 전통으로 역전되었다. 조선은 고려의 모든 유산에 불량품의 딱지를 붙이며 사회 정화의 기세를 올렸다. 그래야 왕조를 뒤엎은 역성혁명의 논리가 설 수 있었다.
그런데 묘한 것은 성리학적 논리의 사회적 관철 과정이다. 성리학이라는 것이 달리 말하면 일종의 금욕주의인데 이걸 너무 내세우다 보니 인간의 욕망 같은 것은 음지로 내려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조선시대는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이 뚜렷이 구분되었고, 공영역에서는 엄격한 윤리가 요구되었지만 사영역에서는 노비를 마음대로 두들겨 패거나, 종을 간음하고 재산을 빼앗아도 모르는 척 눈감아주는 일이 많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내용들은 주로 조선 양반들과 하층민 여성들이 사적 영역에서 교환했던 관계, 때로는 참혹하기까지 한 일방적인 관계를 다루고 있다.
그 극명한 예는 세종의 서자인 창원군昌原君 이성李晟이, 데리고 있던 계집종 고읍지가 꿈에 남자를 봤다는 이유로 칼로 찔러 죽이고 절벽에서 밀어 시체를 산산조각낸 사건이다(3장). 이 사건은 조정에 투서가 들어가서 지난한 수사 과정을 거쳐 범인을 밝혀내지만 창원군은 지방에 잠깐 쫓겨갔다가 다시 복귀하는 가벼운 벌을 받을 뿐이다. 또 이런 얘기도 있다. 성종 대 20세의 예쁜 계집종 근비는 두 남자에게 동시에 추근덕거림을 당했다. 그런데 하루는 그중 한 사람인 차경남과 잠을 자고 있는데 다른 한 남자인 박종손이 들어와 간부를 목 졸라 죽였다. 근비는 창졸간에 당하는 일이라 정신이 없었지만 사건을 은폐하는 일에 동참했다. 조정에서 아주 긴 논의가 이뤄졌다.
수사 과정에서 근비가 함께 모의하여 죽인 것이 아니라 박종손의 단독 범행임이 드러났다. 그렇지만 성종은 연적과 모의하여 지아비를 죽은 율을 근비에게 적용시켰다. 먼저 잠을 잔 이가 차경남이고, 한번 잠을 자면 지아비와 마찬가지라는 논리였다. 백관이 반대했지만 왕의 고집으로 근비는 결국 참형을 당했다(8장). 경국대전을 편찬한 성종은 강상윤리를 엄격히 적용하기로 유명한 왕이었고, 사형을 가장 많이 시켰던 왕이기도 하다.
살아남고자 하는 여성들의 몸부림
이 책엔 또한 조선시대 첩과 연루된 사건 사고도 소개된다. 조선시대에 첩은 필수불가결의 존재였다. 항간에는 본부인이 아들을 낳지 못할 때 첩을 들였다는 인식이 통용되고 있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반드시 그렇지도 않았다는 점이 밝혀지고 있다. 첩이 아들을 낳아도 친형제의 아들을 입양해 장자로 삼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첩은 양반들의 사랑과 성욕을 채워주는 존재라는 게 솔직한 판단이다. 집안끼리의 약속으로 혼인이 이뤄졌기 때문에 정을 못 붙인 부부가 많았고, 지방관 부임 시 옆이 허전하다는 등의 이유도 많았다. <배다른 남매를 결혼시키려 한 소근>은 종 출신으로 양반의 선택을 받은 천첩이다. 그래서 신분콤플렉스가 있었다. 남편이 죽자 그녀는 자신의 전남편 사이에서 얻은 아들과 남편의 딸을 결혼시키려 했다. 사실, 자신의 아들이 딸을 임신시키자 이를 결혼으로 무마하려 했다는 게 정확한 말이다. 이것이 들통 나 세 사람은 모두 사형에 처해진다.
<재산 다툼에서 매 맞아 죽인 서가이>에서는 좀 복잡한 관계가 펼쳐진다. 서가이徐加伊는 원래 부령部令 박구朴苟의 아내 이씨의 계집종인데 이씨가 시집올 때 몸종으로 데려왔다. 그런데 서가이의 미모가 뛰어나 박구가 첩으로 삼아버린다. 이씨는 아들을 낳지 못했는데 이는 서가이도 마찬가지였다. 서가이는 딸만 넷을 낳았다. 하지만 박구가 죽자 이씨가 서가이를 다시 종으로 부리려 했다. 남편이 재산을 떼어 주라는 유언까지 남겼는데 이를 무시하고 서가이를 핍박했고, 결국 꼬투리를 잡아 누명을 씌워 때려죽이는 일이 발생한다. 물론 정반대로 첩이 본처를 학대한 사건도 있다. 전 군수 유완柳緩의 첩 경비敬非는 남편의 사랑을 등에 업고 본처 홍씨에게 광의 열쇠를 빼앗았고 식량도 배급제로 줘서 굶기다시피 했다가 조정에 보고되어 작살이 나기도 한다. 물론 이는 본처가 첩을 학대한 사건과는 달리 비교적 드문 경우이다.
첩들의 신분상승 욕구는 끔찍한 살인을 부르기도 한다. 세조 때 사람인 흔비는 첩의 딸이었다가 그 자신도 첩이 된 인물이다. 그런데 집안에서 인심을 얻지 못한 모양이다. 남편이 죽자 종들까지 그녀를 업신여기기 시작했다. 특히 보로미라는 여종이 그녀를 자극한 사건이 있었는데, 흔비는 아들을 시켜 동대문 밖에서 활을 쏘아 보로미를 죽여버린다. 남편이 죽으면 첩의 신분은 불안해지고 심지어 쫓겨나는 일도 많았다. 이 사건은 그런 불안한 삶과 심리적 콤플렉스가 합쳐져서 빚어진 비극이다.
엽기적인 사건과 잔인한 비극
그 외에 이 책엔 수많은 남자들이 거쳐가는 기생들의 고단한 삶이 홍행紅杏, 초요갱礎腰?, 연경비燕輕飛, 재춘再春 등의 사례를 통해 소개된다. 기생들의 삶은 자못 엽기적이기까지 하다. 성종 대 기생인 홍행은 청풍군 이원李源을 거쳐 당대의 풍류남인 김칭金?과 동거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이원이 술이 취해 김칭의 집으로 홍행을 찾아왔고, 집 앞에서 대판 싸움이 벌어졌다. 홍행은 김칭을 도운다고 이원이 꼼짝 못하게 끌어안았고 그사이 김칭은 이원의 손을 물어뜯었다. 이 사건으로 세 사람은 조정에 불려가 벌을 받는다. 문제는 홍행이 오늘날로 따지자면 이 사건의 부장검사쯤 되는 사헌부 대사헌 김승경과 나중에 눈이 맞아 동거하고 애까지 낳았다는 소문이 왕에게 보고되면서 김승경이 곤욕을 치른다는 점이다. 이때 홍행의 아이가 김승경의 아이인지 아닌지를 두고 조정에서 대대적인 논의가 벌어지지만 친자감식을 위한 과학적인 도구가 없었던 당시로서는 판결이 명확하게 나지 않았다.
그 외에 이 책에는 남성적인 외모로 왕비의 사랑을 받아 결국 죽음을 맞아야 했던 여인 소쌍, 결혼 문제로 아들과 다투다 결국 아들의 손에 비참하게 살인되고,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마치 사건의 첫 목격자처럼 관아에 신고한 아들이 결국 범인으로 밝혀지는 아강지 , 내시와 사랑에 빠졌다가 풀려나왔으나 다시 어미와 다퉈 머리채를 잡았다는 이유로 교형에 처해진 강덕, 연적과 모의해 또 다른 연적을 살해했으나, 남자를 감싸고 자신만 능지처참당한 비구니 정인 등 엽기적인 사건들이 잇따른다.
(蛇足: 재미는 있지만 마음 약한 여성독자들은 상처받을 수 있을 것 같다. 편집부에서 미리 몇 명에게 읽혀본 결과 몇몇 여성들은 마음이 쓰라리고 여자로 태어난 게 치욕스럽다는 분도 있었다. 하지만 그게 역사이고 사실인데 어쩌겠는가. 그들의 삶의 자리를 좀더 확실하게 찾아주고 역사적 의미를 좀더 투명하게 추구하는 것이 저자 손경희의 다음 과제라고 한다. )
법보다는 인정과 힘의 논리가 지배한 조선
조선시대 하층민 여성 33인이 보여주는 삶의 풍경은 자못 을씨년스럽다. 실록에 대대적으로 기록된 사건들이라고 해서 비일상적이고 예외적인 모습이라고 보여지지는 않는다. 저자는 실록의 사료가 남성-지배자의 입장에서 기록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사료를 여성-피지배자의 입장에서 읽기 위해 노력했다. 한 사건을 놓고 조선시대 왕은 법을 존중했지만, 왕족(종실)의 사건이나 공신들이 저지른 죄상에 대해서는 법보다는 인정의 논리, 힘의 논리를 따랐다. 저자는 왕의 결정에 어떤 배후가 도사리고 있는지, 그 정치적인 인과관계를 면밀히 따져봄으로써 스스로 입을 열어 말하지 못한 하층민 여성들의 삶을 객관화시키고자 노력한다. 그리하여 조선전기 남녀들이 성적?금전적으로 얽혀 돌아가는 밑바닥 풍속사는 한갓 흥미로 떨어지지 않고 우리에게 사색과 고민의 공간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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