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좋아하는 사람의 앞에는 두 갈래 길이 놓여 있다. 행복한 독자로 사는 길과 책을 업으로 삼는 길이다. 책에 푹 빠진 채 주변을 둘러볼 겨를도 없이 걷다보면 어느새 책이 업이 돼 있다. 이때부터는 재밌는 책을 읽어도 이전만큼 순수하게 즐길 수 없다. 당연한 수순인 듯 책을 만들게 된 저자는 애서가와 편집자의 삶에서 오는 괴리에 방황하며 고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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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편집 후기 (결국 책을 사랑하는 일) 내용 요약
이 책은 오랫동안 출판 현장에서 책을 만들어온 편집자 오경철이 자신의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써 내려간 기록입니다. 단순히 책이 만들어지는 기술적인 과정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편집자가 겪는 고뇌와 기쁨, 그리고 책이라는 물성을 사랑하는 한 사람의 진솔한 내면을 담고 있습니다. 저자는 편집자로서 마주했던 수많은 원고와 저자들, 그리고 그 결과물인 책을 대하는 태도를 통해 '편집'이라는 행위가 단순한 업무가 아니라 삶을 대하는 방식임을 보여줍니
'결국 책을 사랑하는 일'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편집자의 직업 에세이라고 분류해 본다.
출산과 더불어 일을 그만둔 출판계는, 그 시절 일했던 출판계의 모습이 지금에 들여다보아도 크게 바뀐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이다.
좀 다른 면을 찾자면 더 젊어진 세대들의 일하는 방식의 적극성이라든지 sns가 더 중요한 홍보와 매체적 특성이 강화되었다는 점이 보인다. 출판사나 온라인 서점에서 운영하는 팟캐스트나 출판 관련 스트리밍들이 많아져서 구독으로 라디오처럼 듣게 된 점이 관심 분야이고 독자로서의 입장에서는 좋아진 점이라고 느낀다.
저자는 출판계에 편집자로서 시작하면서 느낀 '편집자'로서의 정체성과 직업적 고민을 풀어쓴 전형적인 내향인의 직업 에세이를 차분하게 읽게 해 준다.
책을 읽는 독자에서 책을 저자와 함께 만드는 이가 되는 편집자로서의 자기 역할과 위치에 대해서 읽고 쓰고 생각하는 직업이라는 추천의 글이 편집자의 정체성을 정의해 준다.
출판가의 이야기를 마치 연예가 중계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한 권의 책에 담긴 텍스트로서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독자에게 상품으로 만들어져 선택택되는 과정들 속의 흥미 혹은 재미있는 뒷 이야기는 책의 상품으로서의 스토리텔링이 덧붙여져 더 기억에 남기도 한다.
자신의 일화와 제목을 연결한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읽는 맛이 있고, 저자의 성향이 확연히 드러난다. 그럼에도 성향에 대한 이해나 해설 대신 그런 성향에서 이루어 나가는 직업적 태도와 연결성을 말하는 이야기들이 나름의 설득력이 있다.
특히 4부는 편집이라는 분야에 대한 관심과 영역, 실제적으로 하는 일의 특성이나 소양 등에 대해서 다른 장보다 세밀하게 실려 있어서 참고하기에 좋다.
'자유로운 전기수'편에서 카버의 대성당을 낭독하면서 불편한 상사와의 동행을 이야기에서는 낭독이라는 키워드가 부쩍 들어왔다. 그 작품의 번역자가 김연수 작가라는 것과 출간 출판사가 어딘지 알 수 있었고, 아직 읽지 않은 이 작품을 읽어봐야지 싶은 경험에 대한 욕구도 덩달아 일어나가게 하했다.
'편집 후기'편은 저자가 자신의 출판사를 설립했다가 망한 실패의 이야기이다.
담담하게 출간했던 책들과 첫 책이었던 카프카의 책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4년간의 출판사의 여정을 막을 내린 이야기이다.
실패한 경험이 그가 편집자로서의 정체성에 어떤 변화를 주었을지 의문이다. 다만 그가 다시 재취업을 하게 된 배경에는 사업으로 인한 빚 때문의 압박도 있었지만, 출판사를 운영해 본 경험이 대표와 편집자의 역할에 대한 인지, 자신이 어느 쪽에 더 가까운 사람인지 알 수 있게 해 준 경험이 아닐까 싶다.
'자기라는 이름의 희망'편에서 자기소개서에 대한 생각에 취업하는 입장에서 써야 할 때의 그 불편했던 마음과 직업인으로서 어필해야 하는 간극이 같이 보였다. 자기소개서를 희망소개서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희망소개서가 채택되어 지금 책을 만드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고 말하는 모습에서는 냉소적인듯하다가도 사뭇 다른 모습이 느껴졌다.
'나는 언제나 그 책들 사이에 있다'편은 문학, 인문책의 편집자로서의 정체성은 자기 계발서를 진행하면서 맡지 않은 옷을 입고, 어떻게 옷맵시를 내야 할지 몰랐고 맵시가 나지 않는지 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저자에게 편집자 교체자로 지목된 일화는 읽으면서 그럼에도 자신이 좋아하고 관심 있는 분야의 편집자로서 나아갈 수 있음이 그가 계속해서 책을 사랑하는 일이라는 이 일을 할 수 있는 바탕이라고 보인다.
'주인 없는 글'편에서는 보도자료를 쓰기 싫은 이유와 그렇 지만 또 그 글을 어떻게 잘 써야 하는가를 말한다. 제목처럼 주인 없는 글이지만, 절판된 책일지라도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하면 여전히 남아 있는 그 책의 보도자료를 쓴 편집자는 세상 모두가 몰라도 자신은 안다는 그 점 때문에 싫기도 하고 그래서 잘 쓰고자 하는 양가의 감정이 드는 것이 아닌가!
'언어, 문자, 다름, 틀림'편에서는 언어와 문자 차이에 정확하게 지적한다. 한글과 한국어, 한자와 한문에 대한 의미를 설명하면서, 한글 문장이 아닌 한국어 문장을. 한글 완역본이 아니라 한국어 완역본이라고 해야 맞는다는 소리! 한문과 한자의 예 역시 한문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한자를 모른다고 하는 것이 맞는 표현이라는 말에 정확함을 짚어주는 올곧음이 느껴진다. 다름과 틀림에서도 구분 짓지 못해서 혼동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의 문화적 습관이라면서 그 유래를 일제 강점기 시대에서 시작되었을 거라는 신문의 칼럼을 바탕으로 제시한다. 이것 역시 설득력과 함께 정확히 짚고 가는 면이 보인다.
실생활에서는 사소해 보일 수도 있지만, 편집자라면 기본적인 실무적 능력으로 갖추어야 할 소양이면, 이런 소양이 없다 문장 감각 역시 갖고 있지 않을 거라는 저자의 말에서는 편집자의 기본기에 대한 일침을 본다.
'문학책을 만든다는 것'편에서는 많은 글이 유통되는 시대임에도 문학책을 문학작품을 만드는 문학 편집자와 작가가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서 말한다. 그들이 그런 일을 하는 것은 아직 존재한 적 없는 세계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구축하는 것이라는 말이 들어온다. 모든 창작이라는 분야의 공통점일 것이다. 그 구축하는 작업과 작업의 가능성과 전망을 함께 하는 이들이 작가와 편집자의 관계라는 걸로 말을 맺는다.
'실패한 기획자의 당부'편에서는 팔리는 책과 읽히는 책에 대한 고민, 기획자로서의 자세와 안목에 대한 후임자들에 대한 당부로 읽었다. 관심 있는 이라면 이 부분이 더 와닿지 않을까 싶다.
책 속의 문장
1부
좋아하지 않은 적은 없어도 31쪽
_책을 만드는 일을 책을 좋아하는 일과 다르지만, 책을 좋아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책을 좋아하지 않은 적은 없다는 것이 고단한 날 나의 위안이라면 위안이었다.
어른의 문장 48쪽
_가끔 나는 내가 무척 이상한 일을 하면서 먹고산다는 생각을 한다. 남이 쓴 글을 읽는 일, 그것이 내 직업인 것이다. 어쩌다 이런 일을 하게 되었나 싶다. 때로는 글을 쓰기도 한다. 그것도 엄연히 내 일이다. 읽기와 쓰기는 다르다. 오랫동안 편집자로 살아왔지만 책을 알리고 팔기 위한 글을 써야 할 때면 여전히 애면글면한다. 그럴듯한 글을 써내지 못할까 봐 두렵다. 그럴 때면 그게 다 원고를 제대로 읽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탄할 때가 많다. 잘 쓰려면 잘 읽어야 한다. 편집자는 잘 읽어야 하는 사람이다.
2부
나는 언제나 그 책들 사이에 있다 134쪽
_살아가는 일에서 그러하듯이 책을 만들면서도 걸핏하면 헤매고 길을 잃는다. 가늠할 수 없는 인생처럼 이 일도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가 많은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내가 결국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그동안 읽어온 책들과 앞으로 읽어갈 책들이다. 그 책들이야말로 편집자인 내게 변함없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편집자로서 나는 언제나 그 책들 사이에 있다. 나는 책을 만드는 사람이다. 직업으로서 나에 대해 이렇게 말할 때가 많지만 이 말은 애매모호하다. 사실 나는 내가 읽은 책을 거울삼아 내가 읽을 책을 만드는 사람이다.
3부
때로는 보이는 것이 전부 같아서 158쪽, 159쪽
_정도에 차이는 있을지 몰라고 추천사는 대부분 책의 실제 가치보다 부풀려질 때가 많다. 그러므로 걸러서 봐야지 곧이곧대로 믿으면 곤란하다. 간혼 책 추천사가 더 돋보일 때도 있다.
_추천사는 으레 인간관계와 이해관계에 따라 쓰이곤 하는 글이다.
우리말은 아름답지 않다 191쪽
_아름다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언어가 아니라 문장이다. 오로지 사람의 감정과 생각이다. 언어는 그러한 감정과 생각을 담는 그릇일 뿐이다. 한국어는 아름답지 않다. 하지만 한국어로 쓰인 이러한 시는 눈물겹도록 아름답다. '너도 아니고 그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라는데.....꽃인 듯 눈물인 듯 어쩌면 이야기인 듯 누가 그런 얼굴을 하고' (김춘수 시 서풍부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