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화 시인이 공들여 해설을 곁들인 바쇼의 대표 하이쿠 모음집이다. 하이쿠를 소개한 앞선 두 권의 책 <한 줄도 너무 길다>와 <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번에는 하이쿠의 성인이라 일컬어지는 마쓰오 바쇼의 작품만을 깊이 있게 다루었다.
저처럼 아예 처음 읽으시는, 하이쿠에 전혀 아는 바가 없으신 분들이라면 이 책 뒷 부분 저자가 이야기하는 ‘바쇼’에 대해 먼저 읽으시길 추천한다. 바쇼에 대해 먼저 알고, 하이쿠에 대해 간략하게 나마 먼저 알아야 하이쿠를 읽을 때 그나마 덜 고민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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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페이지의 레이아웃이 깔끔하다. 5-7-5의 하이쿠를 그대로 해석하여 옮겨놓았다. 그리고 아래쪽에 안정감 있게 글 박스를 전체를 붙여두었다. 안정감 있는 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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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운율을 살려서 읽어야 하는 하이쿠라 한국말로 쓰여져 있는 해석본은 맛을 살리지 못하다. 밑에 히라가나를 포함하여 하이쿠 원문을 배치해 두긴 했지만, 히라가나를 읽을 수 없는 이들을 위해서 독음까지 써주었어도 좋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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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나의 경우 히라가나는 알고 있어서 읽어 보긴 했지만 운율을.. 느낄 수는…… 바쇼가 인정 받는 것 중 하나는 운율을 살리는 능력이라고 한다. 옮긴이도 그 운율에 감탄하는데 나는 도저히 모르겠다. -_-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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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쿠의 규칙은 설명이 없으면 제대로 알 수 없다. 심지어 3번은 일본어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전혀 알 수 없으니 하이쿠의 위대함을 깨닫기가 어려울 수 밖에. 전체적으로 마음에 쏙 드는, 아, 이런 맛이구나! 하는 하이쿠가 몇 편 있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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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작이라고 손꼽히는 것들 중에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고, 대부분의 작품들도 어디서 감탄해야 할지 그 맥락을 파악하는데 실패했다. 아무래도 낯선 작품에 대한 무지와 일본 문화의 낯섦 때문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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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시인 바쇼. 최고의 자리에 오른 뒤에 홀연히 모든 것을 버리고 파초암으로 들어간다. 그것만으로도 부족하여 간소한 짐만 가지고 여행을 수 차례 한다. 그 동안 선대 시인들이 다녔던 곳이나, 가사로 활용되는 것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자 이동하며 다닌다. 그 모습에서 정말 진정성이 드러나는 시를 쓰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걸었다는 걸 누가 알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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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시 안에서 진정성, 깨달음 그리고 삶을 그대로 녹여내기 위해 단어를 고르고 또 고르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던 시인이다. 시가 삶이 되고, 삶이 시가 되는 인생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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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는 현대의 우리는 제대로 된 노래를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어린 시절만해도 자연을 노래하고, 삶을 노래하는 가수들이 많았다. 그 시절의 노래는 아직도 들으면 마음을 울리는 뭔가가 있는 듯 하다. 지금은 그저 사랑타령인 듯 하다. 혹은 개인과 관련된 글만 가득하다는 느낌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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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이 정말 괜찮을까? 우리가 자연을 잃어가고 있다는 건, 삶을 잃어 간다는 것과 동일해 보인다. 감상하고 감탄할 것들이 줄어들고 노래할 거리가 줄어든다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바쇼는 굳이 자신의 집을 떠나 떠돌고 떠돌면서 노래하고 또 노래했다. 그 시절에는 그나마 움직이면 노래할 거리가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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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적이고 내 일상과 관련된 시가 더 좋다. 노래할 만한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는 기준에 왜 일상이 속할 수 없는지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바쇼는 나이가 들면서 점점 자신만의 시의 방향을 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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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것이 어떤 이들에게는 한낱 일상을 이야기 하는 단순한 글이라고 할지 몰라도, 결국 우리가 살아 있음을 이야기 하기 위해서는 일상을 노래하는 것은 당연하다. 내 주변의 것들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깃들어 있다. 내 주변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바쇼의 사상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