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국의 노동자여

백무산 지음 | 실천문학사 펴냄

만국의 노동자여 (백무산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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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4.7.10

페이지

216쪽

상세 정보

'한국대표시집' 2권. 1974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하여 노동자로 일하다가, 1984년 <민중시 1>에 '지옥선' 등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백무산 시인의 첫 시집이자 한국 노동문학의 기념비적 작품집인 <만국의 노동자여>가 출간 26년 만에 실천문학사에서 개정판으로 새로 선보인다.

박노해와 함께 한국 노동문학의 상징인 백무산 시인의 <만국의 노동자여>는 자본의 폭력과 노동의 소외라는 근대의 모순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당시 노동자로서의 정체성과 선명한 대결 의식, 비애를 넘어서는 비장미, 노동 계급의 동지애를 그리며 크나큰 대중적 호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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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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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의 노동의 새벽같은 노동시지만 다른 느낌이라서 흥미로웠던 책이다.

만국의 노동자여

백무산 지음
실천문학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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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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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표시집' 2권. 1974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하여 노동자로 일하다가, 1984년 <민중시 1>에 '지옥선' 등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백무산 시인의 첫 시집이자 한국 노동문학의 기념비적 작품집인 <만국의 노동자여>가 출간 26년 만에 실천문학사에서 개정판으로 새로 선보인다.

박노해와 함께 한국 노동문학의 상징인 백무산 시인의 <만국의 노동자여>는 자본의 폭력과 노동의 소외라는 근대의 모순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당시 노동자로서의 정체성과 선명한 대결 의식, 비애를 넘어서는 비장미, 노동 계급의 동지애를 그리며 크나큰 대중적 호응을 얻었다.

출판사 책 소개

노동자는 다가올 새 세상을 목격하는 눈동자다

1974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하여 노동자로 일하다가, 1984년 『민중시 1』에 「지옥선」 등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백무산 시인의 첫 시집이자 한국 노동문학의 기념비적 작품집인 『만국의 노동자여』가 출간 26년 만에 실천문학사에서 개정판으로 새로 선보인다.
박노해와 함께 한국 노동문학의 상징인 백무산 시인의 『만국의 노동자여』는 자본의 폭력과 노동의 소외라는 근대의 모순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당시 노동자로서의 정체성과 선명한 대결 의식, 비애를 넘어서는 비장미, 노동 계급의 동지애를 그리며 크나큰 대중적 호응을 얻었다.

노동자가 죽어가는 세상, 노동이 죽어버린 시대

시집 『만국의 노동자여』가 이 땅에 첫선을 보인 1988년 이후 2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현실사회주의가 붕괴되고부터 세계 질서는 급격히 신자유주의 체제로 재편되었고, 그 여파는 한국 사회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몇 차례의 선거를 통해 정권이 바뀌기는 했지만 신자유주의의 가치를 공고히 하는 작업에 있어서는 큰 변별점이 없었다. 예나 지금이나 ‘노동자’, ‘노조’라는 말에는 붉은 페인트가 칠해져 있고, 26년 전 윤전기를 돌리던 “일당 4,000원”(「에밀레 종소리」)짜리 노동자는 2014년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로 살아남았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지만 노동자의 시간은 참으로 더디게 흐른다. 세상을 굴러가게 하는 노동자는 거대한 기계 속 부속품처럼 교체되며 쳇바퀴 돌듯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노동자 백무산 시인이 “그대들은 무슨 밥을 먹는가”(「만국의 노동자여」)라고 물은 것이 26년 전이다. “우리에겐 게으른 영혼이 아니라/꿈을 꾸는 몸이 필요하다”(「해방 공단 가는 길 2」)라고 외친 것이 26년 전이다. “가난을 지키며 평생 질병과 싸우다/죽도록 일하다 죽으라 그 말이지”(「戰死」)라고 한탄한 것이 26년 전이다. 그런데 26년이 흐른 지금 무엇이 바뀌었는가. 노동자의 권리는 향상되었는가. 노동의 가치는 그 시절보다 인정받고 있는가. 우리는 ‘무슨 밥을 먹고’, ‘어떤 꿈을 꾸고’, ‘평생 무엇과 싸우며 죽어가고’ 있는가.

피가 도는 밥을 먹으리라
펄펄 살아 튀는 밥을 먹으리라
먹은 대로 깨끗이 목숨 위해 쓰이고
먹은 대로 깨끗이 힘이 되는 밥
쓰일 대로 쓰인 힘은 다시 밥이 되리라
살아 있는 노동의 밥이
_ 시 「노동의 밥」 부분

노동자에게 밥이란 ‘노동’ 그 자체다. “피가 도는 밥”, “펄펄 살아 튀는 밥”은 노동자의 몸에 피가 돌게 하고, 정신이 펄펄 살아 숨 쉬게 하는 노동이다. “살아 있는 노동의 밥”이란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에 대해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다. 남으로부터의 인정, 그리고 스스로의 인정이다.
시인은 “먹은 대로 깨끗이 목숨 위해 쓰이고/먹은 대로 깨끗이 힘이 되는 밥”이 될 것이라 한다. “밥을 분명히 보지 못하면/목숨도 분명히 보지 못한다.”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은 죽은 노동이고, 그런 노동은 결국 노동자를 죽인다.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시대에서 노동자는 죽어갈 수밖에 없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어지럽다 쓰린 배 속 지상 백 미터
밧줄 하나에 건 목숨들
해가 바뀌고 동짓달이 오기 전까지
족히 쉰 명은 넘게 이곳에서 죽었다지만
아무도 정확한 숫자를 모른다
아무도 모를 우리 목숨들이 또 걸렸다
_ 시 「지옥선 7―조선소」 부분

공중에서 사람이 펄럭인다. “시퍼런 하늘”에 매달려 “떼돈도 아니고 영광도 아”닌 “밥줄”에 목이 걸려 있다. “해가 바뀌고 동짓달이 오기 전까지” 이미 “족히 쉰 명은 넘”는 사람들이 죽었지만 “아무도 정확한 숫자를 모른다”. 그는 그런 죽음이 싫다. “뜻도 없는 고독”도 싫다. “깃발 대신 사람”을 매달고 있는 “지상 백 미터” 위의 줄은 노동자의 밥줄이자 목숨줄이다.

어디로 가는 것인가
살자고 하는 짓인데
아름답던 작은 어촌 쇠말뚝을 박고
우리가 쌓은 것이 되레 우리를 짓이기고
가야 할 곳마다 철책을 둘러치고
비켜 비키란 말야!
죽는 꼴들 첨 봐! 일들 하러 가지 못해!
_ 시 「지옥선 2―조선소」 부분

오색 깃발을 매단 고깃배가 들어오고, 꽹과리 소리, 쇳덩이 떨어지는 소리, 현장감독의 악쓰는 소리가 들려온다. “씹새끼 죽고 싶어 떨어져 죽고 싶어!//어디로 가는 것인가/살자고 하는 짓인데.” 언젠가 그곳에서 떨어져 죽은 친구 생각이 나면서 노동자란 죽음의 바다를 항해하는 ‘지옥선’에 탄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명을 지르는 듯한 앰뷸런스 소리, 걸레 조각에 감긴 듯한 팔 한 짝, 끝도 없이 방파제 시멘트 바닥에 와 부딪치는 파도 소리. 지옥과 같은 그곳은 노동자들이 살아가는 세상이었다.

우리는 안다
너희는 조금씩 알지만
우리는 한꺼번에 안다
너희는 우리를 조금씩 갉아먹지만
우리는 한꺼번에 되찾을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전사여야 한다
가난과 수모와 철창과 위선자를
쳐부수는 노동 전사여야 한다
_ 시 「전진하는 노동 전사」 부분

핍박받던 노동자들은 마침내 철문을 부수고 나섰다. “이길 수 있을까/의혹에 찬 핏발 선 눈빛들”(「파업」)도 있었다. “흩어질 것이냐 말 것이냐”(「비」) 두려움에 떨던 시간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노동 전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가난과 수모와 철창과 위선자를/쳐부수”기 위해(「전진하는 노동 전사」) 그들은 “다만 공장을 지켰다/무기도 없이 평화롭게 공장을 지”키기로 했다.(「경찰은 공장 앞에서 데모를 하였다」) 부수는 것은 그들의 일이 아니었다. 파괴가 그들의 이름이 아니었다. 그들의 “망치”질(「공구와 무기 2」)은 세상을 단련시키고, 그들의 “몽키”는(「공구와 무기 3」) 노동의 근육과 사상을 단단히 조이고, 그들의 “지게차”는(「공구와 무기 1」) 구부러진 그들의 어깨를 일으켜 세울 것이다. 노동을 파괴하는 것(직장폐쇄)이 아니라 노동을 지키는 것이야 말로(“기계 세운 공장에 기름 한 번 더 쳐두고”, 「파업」) 노동의 ‘노예’가 아닌 노동의 ‘주인’이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다시 광야에서 길을 찾다

주인이면서도 주인 대접을 받지 못하던 노동자들이 스스로 주인됨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 1987년 여름의 노동자 대투쟁이었다. 노동 관계 서적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보안법에 구속되던 엄혹한 시절, 노동조합은 꿈도 못 꾸던 그 시절에 노동자들은 87년 6월 항쟁을 거치면서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울산에서 타오른 들불은 부산, 마산, 창원을 거쳐 강원과 경북의 탄광 지대까지 번졌다. 그러나 싸움은 녹록치 않았다. 온갖 “조작”과 “기만”과 “학살”과 “은폐”가(「전진하는 노동 전사」) 자행되었다. “숨 쉬는 자들 가운데/죽은 자와 산 자”가 있었고, 그들은 “죽은 목숨도 산 목숨도 분간치” 못했다. 노동자들이 분연히 떨쳐 일어섰지만, 다른 이들은 이미 그들의 함성이 들리지 않는 곳으로 떠나가 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한 시대가 기울던 날”이(「목숨」) 찾아왔다.
백무산 시인은 1988년 『만국의 노동자여』를 발표한 이후 1990년 두 번째 시집 『동트는 미포만의 새벽을 딛고』를 통해 1988년 말부터 1989년 초까지 진행된 울산 현대중공업 대파업 투쟁을 한편의 완결된 장시로 엮어냈다. ‘정치 조직을 통한 노동자 계급의 권력 획득’을 선언하며 노동계급의 투쟁을 직설적으로 노래한 시인은 이후 노동자의 삶의 조건뿐만 아니라 자본의 폭력성, 생태 문제에도 관심을 넓혀가며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고민을 계속해왔다. 그리고 26년이라는 지난한 투쟁의 길을 걸어온 그는 지금도 처음 쓴 시를 읽고 미소를 보이던 친구의 웃음을 찾아, 얼마 후 공장 쇳가루 먼지 바닥에 엎어져 세상을 등진 웃음의 의미를 찾아 길을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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