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LIM 젊은 작가 단편집은 지금 여기, 젊은 작가들의 신작을 모아 일 년에 두 권 선보인다. ‘-림LIM’은 ‘숲’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이자 이전에 없던 명사다. 두 번째인 『림: 초 단위의 동물』은 김병운, 서이제, 성수나, 아밀, 안윤, 이유리, 최추영 작가와 민가경 문학평론가가 함께한다.
이 책 어때요?
Q&A
이 책의 한줄평
0
아직 등록된 한줄평이 없습니다.
게시물
14
이 책이 담긴 책장
요약
림: 초 단위의 동물 (림 LIM 젊은 작가 단편집 2) 내용 요약
『림: 초 단위의 동물』은 일곱 명의 젊은 작가가 각자의 시선으로 포착해 낸 찰나의 시간과 그 속에 담긴 인간의 감정을 다룬 단편 소설집입니다. 제목인 ‘림(LIM)’은 경계나 한계선을 의미하는 동시에,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찰나의 순간들을 상징합니다. 이 책은 거창한 서사보다는 우리의 일상 속에 스며들어 있는 미세한 균열, 그리고 그 틈새에서 피어나는 불안과 희망을 예리하게 파고듭니다. 🕰️
패션에도 트렌드가 있듯, 소설에도 트렌드가 있나 보다. 이번에 읽은 '젊은 작가 단편집 2 - 림'을 읽고 나서 든 생각이다. 요즘 나온 소설들 대부분의 소재가 페미니즘, 동성애, 휴머니즘 등인데, 아니나 다를까 이 책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네.
단편소설이라도 '결'이 비슷하면 내용이 달라도 이어지는 맛이 있어서 재미난데, 이 단편집은 작가의 성격도, 성별도, 나이도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일까? 중구난방이 따로 없다. 그래도 한 권으로 엮인 단편집인데, 통일성이라고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각 소설들이 제각기 논다.
그런데 신기한 건, 이게 굉장히 번잡스러운 느낌이 들면서도 굉장히 신선하다. 마치, 소중한 물건을 찾기 위해 온 집안을 휘저은 느낌이랄까? 집안은 엉망진창이 되었지만, 물건을 찾은 기쁨이 더 소중한 그 기분 말이다.
일곱 작가의 단편소설이 담긴 림 초 단위의 동물.
소설 속에서는 LGBT, 복잡한 가족 관계, 어른과 아이, 인간과 동물의 시각 등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당연하게 생각해 놓치거나, 잘 알지 못했던 우리의 사고를 마구 헤집는다. 소설을 읽으며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사회적 소수자들 혹은 우리가 알지 못했던 어떤 이들의 삶이 쉽게 재연되거나 소비되지 않도록 애썼다는 점이다.
우리가 보는 미디어 속 사람들은 사회의 정형화된 기준에 맞춰져 있다. 번듯한 직장과 배우자, 부모님, 자녀, 온전한 몸을 가지고 있지만 어딘가 엉뚱한 사람이 대표적인 클리셰다.
그렇기에 우리는 사회 속에 얼마나 다양한 사랑의 형태와 가족들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 더불어 우리는 ‘인간’이라는 동물이기에 오로지 인간의 시각으로서 세상을 바라보며 자연을 해석한다.
책의 제목이자 가장 흥미롭게 보았던 챕터2 초 단위의 동물에서는 ‘동물로서의 인간을 생각하기’를 보여준다. 동물에게 인간의 시간을 기대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각각의 동물은 동물만의 속도가 있음을 알려주면서 인간 또한 초 단위의 시간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주인공 에바는 번듯한 회사원이지만 노동을 위해 발명된 인간의 시간에 맞춰 살기에 지각을 한 자신에게 언제나 실망하고, 의심하고, 자책한다. 그러나 그것이 인간의 유일한 시간이 될 수 없다고 작가는 말한다.
에바는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으려다 상추에서 나온 달팽이 ‘구식이’를 차마 버리지 못하고 키운다. 후에 에바는 달팽이가 되고, 구식이는 이런 에바를 대신해 회사에 나간다. 에바는 달팽이로서의 할 일을 한다. 너무나 느릿느릿한 달팽이가 부러웠던 에바는 달팽이로 살게 되면서 굉장히 수많은 일을 달팽이가 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인간의 속도가 아닐지라도 달팽이는 본인만의 시간에 맞춰 열심히 일하며 살아간다. 다른 달팽이가 더 빠를지언정 신경 쓰지 않는다. 비로소 그때야 에바는 다가올 내일을 기대한다.
인간으로서의 동물을 생각했기 때문에.
본인만의 속도를 찾아 나가면 된다는 생각 하나 덕분에.
챕터4에서는 섹스 로봇 ‘리아’를 통해 성의 수사학을 폭로하고 있다. 인간의 외관과 다름없는 섹스 로봇 ‘리아’는 ‘인간-여성’과의 차별화를 두는 이분법의 경계선 위에 서 있는 존재다. 리아는 다른 로봇과는 달리 뛰어난 표현 능력을 갖추고 있고 상대방이 성적으로 더 잘 행동할 수 있도록 이끎으로써 성취감을 선사한다.
리아는 사용자가 폭력적인 행동을 할 시 거부하게 되었으나 섹스 명령에는 언제든 복종하도록 하는 비현실적 설정이 되어 있다. 남성 사용자들은 리아를 사용한 후 여자를 ‘정복’했다는 만족감을 느낀다. 하지만 로봇을 통해 얻는 정복감은 상대의 조작된 순응을 통해서만 획득할 수 있고, 이러한 방식으로 획득한 만족감이 얼마나 허상에 불과한지를 보여준다.
레즈비언 영민이 리아를 구매하여 이용하는 것은 남성 사용자들과의 목적과 같지만, 결과는 다르다.
연애에 능숙하기를 바랐던 영민이 리아와 계속 만나며 연애의 실패를 막기 위해서는 상대가 하는 말을 잘 듣고, 그 행간에 숨은 마음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후 리아를 대여하는 것이 아닌 평생 구매로 전환하고, 기계인 리아와의 진지한 만남을 시작하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여성 교환 경제의 이해에서 측정되는 여성들 간의 등가성을 거부하고 여성 스스로 실존과 개별성을 보여주는 시도가 된다.
작은 흐름의 이행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흘러가야 할까.
정형화될 수 없는 사이의 몸과 너머의 존재들을 떠올리며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