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2쪽 | 2002-11-20
분량 두꺼운책 | 난이도 쉬운책
상세 정보
자동차 운전석에 앉아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던 사내가 갑자기 눈이 먼다. 이것은 시작일 뿐. 원인불명의 실명은 마치 전염병처럼 익명의 도시, 익명의 등장인물들에게 삽시간에 퍼져버린다. 까뮈의 <페스트> 에서처럼, 불가항력의 재난은 인간성의 다양한 국면을 드러내는 우화적 장치로 십분 활용된다. 2008년 개봉한 동명 영화의 원작.<BR>
<BR>
남편 곁에 있기 위해 실명을 가장하고 함께 수용소에 격리된 안과의사의 아내는 익명의 도시가 아수라로 변해가는 과정을 체험적으로 관찰할 뿐 아니라, 모순과 불의에 맞서 스스로의 존귀함을 공격적으로 지켜내는 역할을 한다. 유일하게 눈이 멀지 않은 ‘안과 의사의 아내’는 바로 인간의 선한 면을 상징하고 있다.<BR>
<BR>
이 소설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잃었을 때에야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는 사실을 날카롭게 풍자한다. 또한, 처음으로 눈이 멀어 수용소에 갇히는 인물들은 함께 서로의 고통을 나누고, 의지하며 도와가는 진정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라마구는 이들의 모습에서 인간이 살아가는 본질적인 이유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더보기
저자 정보
주제 사라마구
1922년 포르투갈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용접공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사라마구는 1947년 『죄악의 땅』을 발표하면서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후 19년간 단 한 편의 소설도 쓰지 않고 공산당 활동에만 전념하다가, 1968년 시집 『가능한 시』를 펴낸 후에야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사라마구 문학의 전성기를 연 작품은 1982년 작 『수도원의 비망록』으로, 그는 이 작품으로 유럽 최고의 작가로 떠올랐으며 1998년에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마르케스, 보르헤스와 함께 20세기 세계문학의 거장으로 꼽히는 사라마구는 환상적 리얼리즘 안에서도 개인과 역사, 현실과 허구를 가로지르며 우화적 비유와 신랄한 풍자, 경계 없는 상상력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문학세계를 구축해 왔다. 나이가 무색할 만큼 왕성한 창작 활동으로 세계의 수많은 작가를 고무하고 독자를 매료시키며 작가정신의 살아 있는 표본으로 불리던 작가는 2010년 여든일곱의 나이로 타계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