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규모의 폭발적인 상상력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스테디셀러 『파피용』이 새로운 모습으로 독자들을 다시 만난다. 『파피용』은 인간들의 반목과 갈등으로 황폐해진 지구를 떠나 새로운 별을 찾아 나서는 이들의 모험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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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독서, 어떻게 시작해 볼까요?
요약
파피용 (베르나르 베르베르 장편소설) 내용 요약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파피용은 2006년에 프랑스에서 출간되고, 열린책들에서 2013년 전미연의 번역으로 한국어판이 나온 장편 SF 소설이다. 📖 이 작품은 지구의 황폐화와 인류의 생존을 주제로, 거대한 우주 범선 ‘파피용’을 타고 우주로 떠나는 14만 4천 명의 마지막 지구인들의 여정을 그린다. 베르베르는 특유의 과학적 상상력과 철학적 질문을 결합해, 인간 문명의 종말과 새로운 시작을 탐구한다. 이야기의 무대는 태양 에너지를 동력으로 삼아 1천 년간 우주를 항해하는 파피
오늘 개기일식과 별똥별 생중계를 보며 《파피용》을 드디어 다 읽었어요. 원래 책은 오래전부터 사두었는데 앞부분은 생각보다 읽는 데 오래 걸렸거든요. 뒷부분을 오늘 이북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너무 재밌어서 그런지 금방 다 읽어버렸네요. 평소 이북을 그렇게 선호하는 편은 아닌데, 이번에는 이북으로 읽는 것도 꽤 재밌었던 것 같아요!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시작’이라는 게 마냥 좋은 결과만을 가져오는 건 아니구나, 인간에게는 결국 한계가 존재하는구나 하는 생각들이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특히 뒤에 창세기와 연결한 부분에서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천재성에 또 한 번 감탄했습니다…
불과 약 2년 전만 해도 베르나르 베르베르라는 작가에 대해 잘 몰랐는데, 종섭이 덕분에 최애 작가가 되었어요 ㅎㅂㅎ 정말 감사합니다 🥹🫰🏻
전 조만간 신간 《영혼의 왈츠》도 읽어보려구요! 좋은 책 덕분에 재밌게 읽고 갑니다. 역시 종섭이 최애책 🫰🏻🫰🏻🫰🏻
파피용은 반목과 갈등으로 황폐해진 지구를 떠나서 새로운 별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발명가 이브가 태양빛을 동력 삼아 움직이는 거대한 우주 범선을 만들고, 그 안에 14만 4천 명의 지구인을 태워 여행을 떠나게 한다는 발상 자체가 워낙 스케일이 커서, 초반부터 확 몰입해서 읽었다. 여행 기간이 무려 1252년, 거리는 20조 킬로미터라는 숫자가 처음엔 잘 와닿지 않았는데, 이게 결국 한 사람의 생애로는 절대 끝나지 않는 여정이라는 뜻이었다. 자기는 도착하지도 못할 여행을 위해 배를 만들고, 후손들에게 그 여정을 이어가게 한다는 설정 자체가 벌써 뭔가 뭉클했다.
이 소설에서 인상 깊었던 건, 지구를 떠나면 새로운 세상, 갈등 없는 이상적인 사회가 펼쳐질 거라 기대했던 이들의 바람이 결국 배신당한다는 점이었다. 우주선 안에서도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계급이 생기고, 권력을 쥔 사람들이 등장하고, 지구에서 벗어나고 싶어 떠나온 그 문제들이 그대로 재현된다. 심지어 세대가 거듭될수록 사람들은 자기들이 왜 이 배를 탔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조차 잊어버리고 그저 우주선이라는 새로운 세계 자체를 자기들의 전부인 줄 알고 살아간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소름이 끼쳤다. 환경을 완전히 바꾼다고 해서 인간이 근본적으로 다른 존재가 되는 게 아니라는 걸, 결국 인간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똑같은 문제가 반복된다는 걸 이렇게 냉정하게 보여주는구나 싶었다.
그런데도 이 소설이 절망적으로만 읽히지 않았던 건, 그 안에서도 계속 다음 세대에게 희망을 걸고 나아가려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들은 결코 도착을 보지 못할 걸 알면서도, 그 여정 자체를 후대에 물려주기 위해 계속 나아가는 태도. 그 부분에서 나는 결국 뭔가를 이뤄낸다는 게 꼭 내 대에서 끝을 봐야만 의미가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하는 일도, 당장 눈앞의 결과로 다 확인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그런데도 그 방향이 맞다고 믿으면 일단 나아가보는 것, 그리고 그 흐름을 다음으로 이어주는 것 자체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걸 이 소설이 말해주는 것 같았다.
또 하나 마음에 남았던 건, 그 오랜 여정 동안 사람들이 자기들의 기원, 그러니까 지구를 조금씩 신화처럼 왜곡해서 기억하게 된다는 설정이었다. 처음엔 명확했던 사실이 세대를 거치며 점점 종교적이고 상징적인 이야기로 변해가는 과정을 보면서, 결국 모든 역사와 신화라는 것도 이렇게 시작된 게 아닐까 싶었다. 사람들은 자기가 겪지 않은 일을 이해하기 위해 결국 이야기를 만들고, 그 이야기가 다시 다음 세대의 현실이 된다는 것. 파피용호 안에서 벌어지는 이 왜곡의 과정이 지구의 역사, 우리가 알고 있는 신화들의 형성 과정을 그대로 압축해서 보여주는 것 같아서 흥미로웠다.
결국 이 소설을 덮고 나서 든 생각은, 새로운 시작이라는 게 그 자체로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는 거였다. 배경이나 환경을 바꾸는 것보다 중요한 건 결국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태도라는 걸, 파피용은 아주 거대한 스케일로 보여준다. 나도 뭔가 막막하고 지칠 때 환경을 바꾸면 다 나아질 거라고 막연히 기대할 때가 있는데, 이 소설을 읽고 나니 결국 어디에 있든 내가 어떤 태도로 그 상황을 마주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걸 다시 생각하게 됐다. 도착이라는 결과보다, 그 여정을 어떻게 살아내는지가 이 소설이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