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함대》는 카와구치 카이지가 1988년부터 1996년까지 일본 코단샤의 《코믹 모닝》에 연재한 밀리터리 만화로, 한국에서는 1996년 서울문화사에서 김기숙 번역으로 정식 출간되었다(ISBN: 2003310009761). 📖 총 32권의 장편으로, 잠수함을 주제로 한 드문 만화로, 일본의 군사적 독립과 세계 평화를 둘러싼 가상 시나리오를 치밀한 군사적 디테일과 정치적 긴장감으로 그린다. 제14회 코단샤 만화상을 수상하며 일본 내 1,500만 부 이상 판매된 이 작품은, 핵잠수함 ‘야마토’의 탈
누군가 내가 본 만화 중 최고의 작품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난 주저없이 <침묵의 함대>라고 답한다. 워낙 재미있기 때문이고, 잊지 못할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며, 시간이 흐르고 유행이 지난다 할지라도 빛이 바래지 않을 만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가짜 신념, 가짜 정의, 가짜 정치, 가짜 경제. 온갖 가짜인 무엇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의연히 진짜를 지켜내고 있는 것들을 발견할 때 나는 어디에도 비할 수 없는 깊은 감격을 맛본다. 그리고 카와구치 카이지의 이 비범한 만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내게 그런 감격을 안겨주었다. 진짜인 것들만 줄 수 있는, 결코 가짜일 수 없는 감격 말이다.
전부를 걸고 진짜들이 벌이는 대결. "혁명가일 뿐이냐!" 하고 부르짖던 베네트의 모습에서, 모차르트를 들으며 심해로 침잠해가던 가이에다의 모습에서, 그의 발자국으로부터 그가 바라보고 있는 것을 찾으려 했던 후카마치에게서 박동하는 생명력을 발견하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작가마저 종잡을 수 없이 진화해나가는 캐릭터들의 모습은 이 만화가 가진 커다란 장점 중 하나다.
비록 시배트의 독립선언과 가이에다가 그린 세상으로부터 평화적인 세계정부가 아닌 로마식 통일이나 패권주의의 단서를 발견하게 될 뿐이라 할지라도 이 만화의 뛰어남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UN군 창설과 핵억제를 통한 군사력감축이란 작가의 상상력은 비록 그것이 가이에다와 그의 함대가 무패의 항해를 벌인 것 만큼이나 비현실적이라 하더라도 그대로 충분히 의미 있는 작업인 것이다. 또한 작금의 국제정세를 감안하면 카이지의 상상이 그리 황당무계한 것도 아니다.
다른 무엇보다 감격적인 건 "독립하라!"는 메시지가 던져준 형용키어려운 감동이었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기억 속에 묻히지 않을 그 비범한 장면이 내게 이 만화를 특별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