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점기의 조선에서 태어나 일본으로 건너가서 정착하게 되기까지의 3대에 걸친 이야기.
앞부분은 조선인 여성으로서의 이야기를, 뒷부분은 주로 재일교포의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었다.
대학 때 다문화를 부전공했고 정체성에 관한 전공수업도 수강했다. 강의에서 일본 내 부락민과 재일교포의 위치와 차별을 공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소설로 그들의 일상을 읽으면서 그들의 삶을 들여다 보는 것은 또 다른 일이었다. 조선인의 부모이지만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어를 모국어로 쓰는 2세, 3세 교포들에게는 고향이 없다. 일본에서 자라 일본인의 문화를 지녔으나 일본인으로서도 배척 당하고 한국에서도 변절자의 시선을 받는 신세. 한국인으로서 그들은 남한인지 북한인지 선택해야 했다. 재일교포는 생일마다 손가락에 잉크를 묻혀 외국인 허가증을 받아야 일본에서 계속 체류할 수 있다. 일본인들은 끝없이 조선인을 타자화했다. 물론 조선인에게 호의적인 일본인은 많았다. (하루키, 고로, 에쓰코 등등) 그러나 일본 사회는 조선인을 부정했다. 일본 사회에서 최하층민과 같은 취급을 받았다.
"여자의 인생은 고생길이다"가 소설 속 여러 번 나온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펼치지 못하고 그림자 속에 있어야 했던 그 시절 여성들이 애틋하다. 그들이 있어 지금의 우리가 있음이 생각되어 미안하기도 하다.
뉴욕타임즈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책이었고 여성작가이기에 나로선 안 읽어볼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처음 읽을 때 책의 흐름과 분위기 상, 그 시절 여성의 일대기를 끔찍하리만큼 불행하게 그린 그런 이야기들 중 하나일까 걱정스러웠다. 천명관의 <고래>를 읽을 때 쓸 데 없는 성적대상화와 (주체적인 여성상이 그려지기도 했으나) 전반적으로 여성의 불행한 인생을 그려서, 읽고 난 뒤가 불쾌했기에 이 책은 안 그러기를 바랐다. 여성작가이니만큼 작품의 젠더적 감수성은 더더욱 걱정하지 않기를 바라며. 다행히 책은 여성의 서사, 그리고 그 아들들까지 내세우며 다양한 인물의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 그 시절 여성들의 모습과 재일교포들의 정체성이라는 소재를 섬세하게 써주어서 (세상에 알려진 것이) 감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