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과 동시에 수많은 독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단숨에 베스트셀러 자리에 오른 <냉정과 열정 사이>가 출간 24주년 기념 특별 리커버로 독자들을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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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냉정과 열정사이 Rosso & Blu 세트 내용 요약
『냉정과 열정사이』는 일본의 작가 츠지 히토나리와 에쿠니 가오리가 공동으로 집필한 연애 소설로, 한 명의 남녀가 1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겪는 사랑과 이별, 그리고 재회를 각자의 시점에서 서술한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남자 주인공 쥰세이의 시점에서 서술된 『Rosso』와 여자 주인공 아오이의 시점에서 쓰인 『Blu』로 구성되어 있어, 독자는 두 사람의 서로 다른 감정선과 기억의 파편을 맞춰 나가는 독특한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
냉정과 열정 사이, 처음 이 제목을 봤을 때부터 한 눈에 이끌렸던 거 같다. 냉정과 열정은 보통 정반대의 감정으로 여겨지는데, 이 둘을 나란히 놓고 그 사이라는 공간을 짚어낸 제목이 인상적이었다. 읽어가면서 그 제목이 이 소설이 하려는 이야기 자체라는 걸 알게 됐다.
준세이는 미술품 복원가가 되기 위해 피렌체에서 유학 중이고, 아오이는 헤어진 뒤 밀라노에서 완벽해 보이는 미국인 애인과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다. 두 사람은 대학 시절 서로에게 세상의 전부 같은 존재였지만, 준세이의 아버지가 저지른 일로 생긴 오해 때문에 헤어지게 된다. 준세이는 자기 아버지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도 모른 채, 그저 아오이가 자신을 떠났다고만 생각하며 서글퍼한다. 오해 하나가 두 사람의 인생 전체를 완전히 다른 궤도로 흩어놓았다는 게 이 소설의 출발점이었다.
에쿠니 가오리가 아오이의 시점에서 쓴 로쏘, 츠지 히토나리가 준세이의 시점에서 쓴 블루, 같은 사건을 두 작가가 번갈아 쓴 구성인데, 이 방식 자체가 제목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준세이의 파트는 상대적으로 사건 중심적이고 감정이 겉으로 튀어나오는 느낌이라면, 아오이의 파트는 훨씬 절제되고 간결한 문체로 감정을 안으로 눌러 담는다. 두 시점을 번갈아 읽다 보면, 결국 사랑이라는 감정이 한 사람 안에서도 냉정과 열정 그 사이 어딘가를 계속 오간다는 걸 체감하게 된다. 겉으로 담담해 보이는 사람이 사실은 누구보다 뜨겁게 사랑하고 있었을 수도 있고, 열정적으로 굴던 사람이 실은 그 안에서 계속 스스로를 다잡고 있었을 수도 있다는 것. 문득 영화 엘리멘탈이 떠올랐다. 불과 물이라는 정반대의 속성을 가진 두 존재가 서로에게 이끌리면서도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하고, 그렇다고 완전히 분리되지도 않은 채 그 경계에서 계속 부딪히고 스며드는 모습. 준세이와 아오이도 그렇게 냉정과 열정이라는 서로 다른 온도를 가진 채, 그 사이 어딘가에서 계속 서로를 향해 흔들리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두 사람 다 새로운 사람, 아오이의 마빈이나 준세이의 메미처럼 자신을 열렬히 사랑해주는 상대가 곁에 있는데도, 마음 한구석은 계속 서로를 향해 있다. 그리고 마침내 아오이의 서른 살 생일, 5월 25일에 피렌체 두오모에서 만나자던 스무 살 때의 약속이 다가온다. 10년이라는 시간과 오해, 각자의 새로운 삶까지 다 지나온 뒤에도 그 약속 하나만은 마음 어딘가에 남아있었다는 게, 사랑이라는 감정의 질긴 생명력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결국 두오모에서 재회한 두 사람은 오해를 풀고 서로를 다시 확인하지만, 소설은 그걸 곧바로 재결합이라는 결말로 밀어붙이지 않는다. 아오이는 그 순간, 사람이 있을 곳은 결국 자기 자신의 가슴뿐이라는 걸 깨달으며 발걸음을 돌린다. 나는 이 결말이 오히려 더 마음에 들었다. 사랑이 이루어졌는지 아닌지보다, 그 오랜 시간 동안 각자가 서로를 향한 마음을 놓지 않고 살아왔다는 사실, 그리고 그 마음을 마침내 확인한 순간 오히려 자기 자신으로 돌아갈 힘을 얻었다는 게 훨씬 성숙한 사랑의 결말처럼 느껴졌다. 냉정과 열정, 그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그 사이 어딘가에서 계속 흔들리고 균형을 잡아가는 것. 그게 결국 이 소설의 제목이 말하고 싶었던 사랑의 진짜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