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약간 외국 같다. 한국에 살고 있다는 전제하에 맘만 먹으면 갈 수 있는 곳인데 참 이상하게도 그 마음 먹기가 쉽지가 않다. 최소 3박은 해야지! 부터 시작해서 연휴엔 사람 엄청 많을 거야, 지금 가면 엄청 더울 거야 추울 거야까지, 가지 못하는 이유는 다양하기도 하다. 그렇게 맘먹고 가는 곳인 만큼 휴가지로써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제주도. 길가에 귤나무와 야자수가 줄지어 서 있는 이국적인 풍경과 바다와 숲이 조화를 이루는 자연. 그런데 한식도 먹을 수 있고 한국어까지 통한다. 이 말이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아마 이게 외국이 아닌 제주를 택하는 사람들의 큰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좀만 고개를 돌려보면 제주도와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꼭 주변에 한둘씩 있다. 한 번 여행 다녀오면 그렇게 된다. 제주로 이주를 꿈꾸는 친구도, 준비 중인 친구도, 이주한 지인도 있다. 어릴 때 가족 여행 몇 번, 수학여행 두 번, 한겨울 눈보라 휘몰아칠 때 한 번 가본 게 다인 나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직 사랑에까지 빠지진 않았다. (하지만 캐나다와 사랑에 빠져 더 멀리 와버리고야 말았다) 제주도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나도 스무살엔 잠깐 ‘제주 한 달 살기 해볼까..’라는 생각을 가졌을 만큼 한국인에겐 제주도가 꿈의 지역인 것은 확실하다. 결국 그곳도 사람 사는 곳임을 알기에, 인간은 어딜 가든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나 알기에 쉽기 도전하지는 못한다. 그걸 알면서도 과감하게 제주로 이주해 개인 사업을 시작한 사람들의 진솔한 인터뷰를 책을 통해 읽어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브로드컬리의 ‘3년 이하’시리즈를 읽다 보면 은연중 느끼는 게 있다. 다들 자신의 이상을 좇아 무작정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하는 듯하지만, 알고 보면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다. 여기서도 제주에 이주하여 가게를 오픈한 이유를 물으면 다들 하나같이 “도시 생활이 힘들었다”, “회사 생활이 힘들었다”, “제주가 너무 좋았다”, “이 이상의 이유가 필요한가?” 등 말 그대로 대책 없이 회사를 때려치우고 호로록 도피해서 후루룩 사업을 시작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알고 보면 수년간의 카페 전문가가 카페를 차리고, 푸드 전문가가 푸드트럭을 차리고, 게스트하우스 경력자가 민박을 차리고, 설계사가 서점이라는 공간을 만들어낸다. 전부 다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이 그렇다. 어느 정도 자신의 경력과 기술을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에 시작하는 거다. 그래서 회사에서 3년은 일해보고 사업을 하라는 말이 있나 보다. 일을 해봐서 힘들 것도 예상하고, 예상이 되는 만큼 노력을 하고, 아닌 경우에는 접을 수도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한다. 물론 말만 그런 걸 수도 있지만, 책에서 인터뷰한 사장님들의 이야기만 듣자면 그렇다.
책을 읽다 보면 왠지 내가 제주도에 있는 듯한 기분에 젖는다. 버스 안에서 푹 빠져 읽고 있었는데 갑자기 뒤에서 어떤 사람이 영어로 통화를 해서 깜짝 놀랐다. 순간 ‘제주도에 외국인 정말 많구나!’라고 생각했다. 아, 여기 캐나다지. 내가 외국인이구나. 하며 깨닫고 혼자 얼마나 큭큭 웃었는지 모른다. 캐나다든 제주도든 막막한 현실에서 벗어나 낯선 곳으로 이주한 사람들의 마음은 다 똑같을 것이다. 그래서 더 감정적으로 이입이 되었다. 좋아하는 곳에서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행복만 따라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삶에서 작은 행복을 더 감사하며 살 수 있게 된다. 내 현재가 평화롭길 바라는 만큼 그들의 일과 일상이 평온하길.
3년 시리즈 최근에 하나 더 나왔다던데 빨리 이북으로도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국 책을 한국에서만 읽는 게 아니란 말입니다, 작가님들 편집자님들 출판사님들 서점님들!
“나이를 먹다 보면 자의든 타의든, 모험하지 않게 되는 순간이 올 거다. 그 전에 좀 더 무리를 하자. 준비가 다소 부족하더라도, 설령 실패하게 되더라도, 모험을 통해 마주한 경험과 깨달음이 보상이 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