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가 되어가는 시간

에이미 엘리스 넛 지음 | 돌고래 펴냄

소녀가 되어가는 시간 (트랜스젠더 어린이가 가족과 공동체와 함께 성장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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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4.5.1

페이지

424쪽

상세 정보

남자로 태어났으나 2세부터 여성의 자의식을 확고히 내보인 한 어린이와 그 가족의 실화로, 주인공 니콜이 가족과 공동체의 지지와 조력 속에 트랜스젠더 여성으로 거듭나는 20여 년의 극적이고도 감동적인 여정을 다룬다.

퓰리처상 수상 이력을 보유한 저자는 치밀하고도 오랜 취재를 통해 니콜과 그의 일란성쌍둥이 남동생 조너스가 출생부터 고등학교 졸업까지 겪어온 수많은 사건을 정교하고도 흡인력 있게 재현한다. 특히 초등학교 입학 후 니콜의 교내 여자 화장실 사용을 두고 한 학부모의 거센 항의와 소동, 교육 당국의 차별적 조치가 일어나며 메인스 가족은 미국 내 트랜스젠더 권리의 향방을 결정하는 중차대한 소송에 나서게 된다.

『소녀가 되어가는 시간』은 트랜스젠더 아동 당사자인 니콜의 이야기지만, 니콜의 이야기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유명한 아프리카 속담처럼 니콜이 자아감에 맞게 트랜지션을 해나가고 트랜스젠더 권리를 지켜내기까지는 부모와 남동생의 온 삶을 건 사랑과 지지, 유치원과 학교에서 쌍둥이를 세심하게 관찰하며 고유한 개인으로서의 성장을 기원한 선생님들, 특수한 사례인 니콜에게 적절한 반응과 대응을 보여준 상담교사와 아동심리학자, 한층 유연하고 자유로운 사고로 니콜의 존재를 받아들인 친구와 학부모들, 의료적 트랜지션을 담당한 젠더클리닉 의사, 소송 절차를 도운 성소수자 인권 단체와 변호사 등 무수히 많은 주체의 호의와 협력이 뒷받침돼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들 모두는 니콜만큼 많이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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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하영

@sola

📕24#16 소녀가 되어가는 시간

2024.07.06~07.15
⏩️혼란하다 혼란해...

이런 진보적인 책을 읽을 일이 없는데, 왜인지 스펙트럼을 넓혀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아주 어릴 때부터 젠더위화감을 느끼고 결국 트랜지션의 과정을 겪는 와이엇, 그러나 지금은 니콜이 된 아이다. 온유만할 때부터 드레스나 엄마 물건에 관심이 많고, 자신의 자화상을 인어공주 에리얼로 표현하던 소녀.

1. 아주 어릴 때부터 이렇게 강한 젠더 정체성을 지속적으로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고, 특히 자신의 아들이 이상함을 받아들이지 못해 애써 외면하는 아빠 웨인의 모습은 너무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은 너무나 남성적으로 살아왔기에 공감하고 받아들일 수 없는... 그러나 아빠이기에 자녀의 행복을 위해 살아가려 자신의 로망과 현실을 포기하는 모습이 감동적이기도 했다. 이젠 나도 부모이기때문에 내 자녀가 꼭 젠더 정체성에 혼란이 오지 않는다고 해도, 보통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만으로도,, 내가 그런 가족을 둔 사람이 된다는 것만으로 멘탈이 흔들릴 것 같은데,, 또 부모이기때문에 켈리와 같이 헌신하는 삶을 살아야겠지?ㅠㅠ

2. 책의 첫 챕터를 시작하며 사무엘상 16장의 '하나님이 사람의 용모가 아니라 마음, 중심을 보신다'는 말씀을 인용했는데, 이건 사무엘이 이새의 집에 가서 장차 왕이 될 사람에게 기름을 부어야 했던 상황에서 아직 어린 목동이었던 다윗을 보았을 때 하나님께서 아마도 당황했을 사무엘에게 해주신 말씀이다. 그런데 이 말씀을 이렇게 은근슬쩍 인용하는 건 바른 해석도 인용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3. 웨인은 책에서 "사람들이 불만을 쏟아낼 대상을 원하기 때문에 소수자들을 표적으로 삼는다"고 생각한다. 피해의식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소수자 입장에서는 다분히 이렇게 생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전 동의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만큼 쉽게 우리는 약자를 홀대하고, 소수의 입장에서는 어떤 말도 더 예민하고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에 다수의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배려하고 조심해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4. 삶을 위해 분투하는 니콜의 형제 조너스의 고민도 이해가 되었다. 그는 가족이 니콜과 관련한 이슈로 돌아가게 되면서 자신의 인생 자체를 조연과도 같은 삶으로 느낀다. 우리 모두 누군가를 동경하면서 좌절하거나 모방하면서 자라왔을텐데 조너스 입장에서 니콜 인생은 너무나 스펙타클한 영화같고, 흉내낼 수도 없는 것이다. 그의 삶에 대한 자세한 서사는 나와있지 않지만 홀로 그 시간들을 잘 이겨내고 누나와 가족을 존중하면서 바르게 성장한 것이 참 기특했다.

5. "우리가 누구인지 경험하는 일은 그 자체로 우리를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축복이다. 우리는 남자 또는 여자, 혹은 그 사이의 어떤 존재가 됨으로써 이 같은 경험을 할 수도 있다."
👀띠용~ 준용이오빠가 미국에 인턴생활을 같이 했던 한 사람이 있는데, 그 분은 지금 미국에서 계속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분이 최근 한국에 잠시 들어와 함께 인턴했던 사람들과 저녁을 먹었었는데, 자신이 있는 지역에서는 성별에 대해 물어보는 것도 실례가 되고 남자와 여자 두 개의 성으로 구분 짓는 것도 아주 옛날 옛적의 일인양 이야기했다고 한다. 화장실 이용도 마찬가지로 두 종류의 화장실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자신도 처음에는 이런 게 어색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한국의 문화가 더 이상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이렇게 경계 없는 상황에서 이제는 또 어떤 허들이 무너질까?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올라온다. 물론 그 누구도 차별을 받거나 학대가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니콜처럼 순수하고 열정있는 착한 아이 말고 또 다른 누군가는 얼마든지 이런 구멍을 악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점차 만연해지는 PC주의가 정말로 공평함과 공정함을 보장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재전유: 사회적 문맥이나 맥락을 가진 기호를 변경해서 다른 의미를 갖도록 하는 행위
*아트리움: 고대 로마 건축에서 설치된 넓은 마당
*분수령: 분수계가 되는 산마루나 산맥 / 어떤 사실이나 사태가 발전하는 전환점 또는 어떤 일이 한 단계에서 전혀 다른 단계로 넘어가는 전환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우듬지: 나무의 꼭대기 줄기
*낭보: 기쁜 기별이나 소식

소녀가 되어가는 시간

에이미 엘리스 넛 지음
돌고래 펴냄

1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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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남자로 태어났으나 2세부터 여성의 자의식을 확고히 내보인 한 어린이와 그 가족의 실화로, 주인공 니콜이 가족과 공동체의 지지와 조력 속에 트랜스젠더 여성으로 거듭나는 20여 년의 극적이고도 감동적인 여정을 다룬다.

퓰리처상 수상 이력을 보유한 저자는 치밀하고도 오랜 취재를 통해 니콜과 그의 일란성쌍둥이 남동생 조너스가 출생부터 고등학교 졸업까지 겪어온 수많은 사건을 정교하고도 흡인력 있게 재현한다. 특히 초등학교 입학 후 니콜의 교내 여자 화장실 사용을 두고 한 학부모의 거센 항의와 소동, 교육 당국의 차별적 조치가 일어나며 메인스 가족은 미국 내 트랜스젠더 권리의 향방을 결정하는 중차대한 소송에 나서게 된다.

『소녀가 되어가는 시간』은 트랜스젠더 아동 당사자인 니콜의 이야기지만, 니콜의 이야기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유명한 아프리카 속담처럼 니콜이 자아감에 맞게 트랜지션을 해나가고 트랜스젠더 권리를 지켜내기까지는 부모와 남동생의 온 삶을 건 사랑과 지지, 유치원과 학교에서 쌍둥이를 세심하게 관찰하며 고유한 개인으로서의 성장을 기원한 선생님들, 특수한 사례인 니콜에게 적절한 반응과 대응을 보여준 상담교사와 아동심리학자, 한층 유연하고 자유로운 사고로 니콜의 존재를 받아들인 친구와 학부모들, 의료적 트랜지션을 담당한 젠더클리닉 의사, 소송 절차를 도운 성소수자 인권 단체와 변호사 등 무수히 많은 주체의 호의와 협력이 뒷받침돼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들 모두는 니콜만큼 많이 성장한다.

출판사 책 소개

사랑과 지지로 이끌어낸
험난하지만 찬란한 변화의 이야기


『소녀가 되어가는 시간』은 남자로 태어났으나 2세부터 여성의 자의식을 확고히 내보인 한 어린이와 그 가족의 실화로, 주인공 니콜이 가족과 공동체의 지지와 조력 속에 트랜스젠더 여성으로 거듭나는 20여 년의 극적이고도 감동적인 여정을 다룬다. 퓰리처상 수상 이력을 보유한 저자는 치밀하고도 오랜 취재를 통해 니콜과 그의 일란성쌍둥이 남동생 조너스가 출생부터 고등학교 졸업까지 겪어온 수많은 사건을 정교하고도 흡인력 있게 재현한다. 특히 초등학교 입학 후 니콜의 교내 여자 화장실 사용을 두고 한 학부모의 거센 항의와 소동, 교육 당국의 차별적 조치가 일어나며 메인스 가족은 미국 내 트랜스젠더 권리의 향방을 결정하는 중차대한 소송에 나서게 된다.
『소녀가 되어가는 시간』은 트랜스젠더 아동 당사자인 니콜의 이야기지만, 니콜의 이야기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유명한 아프리카 속담처럼 니콜이 자아감에 맞게 트랜지션을 해나가고 트랜스젠더 권리를 지켜내기까지는 부모와 남동생의 온 삶을 건 사랑과 지지, 유치원과 학교에서 쌍둥이를 세심하게 관찰하며 고유한 개인으로서의 성장을 기원한 선생님들, 특수한 사례인 니콜에게 적절한 반응과 대응을 보여준 상담교사와 아동심리학자, 한층 유연하고 자유로운 사고로 니콜의 존재를 받아들인 친구와 학부모들, 의료적 트랜지션을 담당한 젠더클리닉 의사, 소송 절차를 도운 성소수자 인권 단체와 변호사 등 무수히 많은 주체의 호의와 협력이 뒷받침돼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들 모두는 니콜만큼 많이 성장한다.
저자는 메인스 가족, 의사, 변호사, 친지, 상담교사 등을 인터뷰한 수백 시간의 기록, 일기, 의료 기록, 법정 증언 녹취록, 사진, 영상 등을 성실히 살펴보며 4년간 취재와 집필을 이어온 끝에 『소녀가 되어가는 시간』을 완성했다. 한편 저자는 법·제도·문화·생리학·의학·심리학 등 트랜스젠더 문제에 관한 실로 종합적인 접근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트랜스젠더 문제에 관해 알아야 할 일반상식의 새로운 기준선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 덕분에 독자들은 한 편의 소설을 읽듯 주인공 가족의 비범한 여정을 흥미롭게 뒤따르며 트랜스젠더 문제에 관한 다방면의 배경지식도 자연스레 습득하게 된다.

트랜스젠더 어린이는 어떻게
행복한 어른으로 자랄 수 있을까?


『소녀가 되어가는 시간』은 무엇보다 트랜스젠더가 된다는 것, 트랜스젠더가 살아가는 삶의 실상을 생생히 체험케 한다. 해부학적 성과 젠더정체성이 일치하지 않는 영유아는 제 몸과 마음, 주변 세상을 어떻게 감각할까? 저자는 트랜스젠더 아동의 심리 상태를 온전히 당사자의 시선에서 핍진하게 보여준다. 특히 주인공 자녀들의 갓난아이 시절을 촬영한 가정용 비디오, 자녀의 어릴 적 발언에 관한 부모의 증언 등에서 젠더위화감의 징후를 예리하게 포착해 독자들의 눈앞에 펼쳐내 보이는데, 트랜스젠더 어린이가 느끼는 감정을 추체험하기 충분한 일화들이 가득하다. “와이엇은 대뜸 켈리에게 묻곧 했다. ”나는 언제 여자가 되는 거예요?” [……] 아이는 애벌레가 나비가 되듯 자신이 여자가 되는 걸 자명하게 여겼고, 그랬기에 하루빨리 변화에 돌입하길 갈망했다.”(61~72쪽)
『소녀가 되어가는 시간』에는 트랜스젠더 아동·청소년이 사회화를 시작하며 일상에서 겪게 되는 고초도 가감 없이 나타난다. 저자는 니콜이 소아·청소년기에 접어들며 세상 사람들로부터 어떤 반응과 대우를 받는지, 어떤 역경과 폭력에 마주하는지를 낱낱이 전한다. 정체성을 숨기지 않고 지냈더니 괴롭힘에 노출돼 괴로워지고, 정체성을 숨긴 채 새로운 동네와 학교에서 생활해보려 해도 억압과 불안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니콜이 겪는 곤경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증언하지만, 어떻게 니콜이 가족과 공동체의 도움으로 이 같은 어려움을 벗어나게 되는지도 소상히 서술한다. 그러면서도 세상의 모든 트랜스젠더에게 그토록 우호적인 부모와 공동체가 주어지진 않는다는 현실을 결코 간과하지 않는다. 저자는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차별과 괴롭힘을 당한 이들의 이야기도 소개하는데, 이는 여전히 실재하는 트랜스젠더 혐오의 현실을 일깨우는 한편 트랜스젠더 어린이가 (삶을 비극적으로 마감하는 법 없이) 행복한 성인으로 자라나는 이야기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한다.

트랜스젠더 어린이의 존재로 말미암아
더불어 성장하고 발돋움하는 가족과 공동체


『소녀가 되어가는 시간』은 양육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특히 오늘날처럼 다양한 기준이 경합하는 사회에서 부모는 자신들의 경험과 지식을 훌쩍 뛰어넘는 아이를 키우면서 사회적·문화적·의료적으로 어디까지 훈육하고 가르쳐야 할지, 어디서부터 자녀의 고유한 특성을 지지하고 수용해야 할지 치열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다. 메인스 가족은 자신들의 한계와 끝없이 싸우고 주변의 친지와 전문가들의 도움을 적절히 받으면서, 무엇보다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사랑으로 바라보면서 주어진 정답이 아닌 자신들만의 답을 써 내려간다.
자녀를 함부로 판단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한결같이 이해의 노력을 기울인 엄마 켈리, 기나긴 혼란, 유보, 회피 끝에 마침내 자녀를 포용하고 딸을 지키기 위해 세상 앞에 나선 아빠 웨인, 어릴 적부터 조숙하고 용감한 태도로 누나를 보호하는 데 앞장선 남동생 조너스까지…… 『소녀가 되어가는 시간』에는 메인스 가족 구성원 각각의 고유한 인격과 서사가 비중 있게 등장하는데, 특히 두 부모가 처음 취하는 태도가 현격히 대조적이라는 점에서 자녀가 트랜스젠더임을 처음 알게 된 부모의 감정과 태도, 이들 사이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갈등을 다각도에서 살펴보기에 충분하다. 특히 전직 군인이자 보수적 성향의 아빠 웨인이 겪는 변화는 트랜스젠더 문제를 소상히 알지 못한 채로 불편감을 먼저 느끼는 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조너스의 존재도 켈리와 웨인 못지않게 흥미롭다. 니콜은 어릴 적 자신과 꼭 닮은 외모를 가진 조너스를 일종의 거울상처럼 바라본다. 하지만 자신과 달리 본인의 존재를 전혀 의심하지 않는 조너스를 보며 니콜은 젠더위화감에 더더욱 휩싸이는데, 저자는 일란성쌍둥이임에도 성격과 젠더정체성 등 수많은 면에서 두 아이가 내보이는 차이에 관해 후성유전학에 근거한 설명을 제시하기도 한다. 또 현실적으로 트랜스젠더 자녀에게 주의 깊은 돌봄이 부득이 요구되는 만큼 조너스는 부모의 보살핌에서 의도치 않게 후순위로 밀리는 경험을 하기도 하는데, 이로써 독자들은 트랜스젠더 자녀를 둔 가족이 현실에서 마주할 여러 잠재적 문제를 심도 있게 고찰해보게 되기도 한다.
『소녀가 되어가는 시간』이 니콜만의 이야기가 아니듯 니콜과 메인스 가족의 투쟁도 이들만의 투쟁이 아니다. 주변의 많은 이들이 저마다의 위치에서 최선의 선택지와 실천을 함께 고민하며 머리를 맞댔기 때문이다. 이들 덕분에 메인스 가족의 투쟁은 성공적일 수 있었고, 주변인들과 공동체도 그만큼 함께 성장할 수 있었다. 학교 측에 맞선 소송은 분명 메인스 가족에게 고통스러운 과정이었지만, 사회와 공동체에 반드시 필요한 논의를 촉발했다는 점에서 한결 유의미한 변화를 불러왔다. 한편 저자는 메인스 가족이 의료적 트랜지션과 법정투쟁 과정에서 전문가들에게 받은 도움이 기존의 유사 사례와 시행착오를 거쳐 축적된 노하우 덕분에 가능한 결과였음을 잘 밝히고 있는데, 그중 한 사례로 히트곡 「언홀리(Unholy)」로 유명한 트랜스젠더 팝 스타 킴 페트라스의 성별확정수술 과정이 소개되기도 한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혐오와 배제가 치솟는 오늘날,
우리가 알아야 할 트랜스젠더의 거의 모든 것


『소녀가 되어가는 시간』은 트랜스젠더(그리고 간성 등)에 관한 최신 과학의 탐구 내용도 일목요연하게 소개한다. 이를테면 뇌의 특정 부위의 길이가 젠더정체성 발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전형적이지 않은 염색체 구성이나 생식기가 어떻게 생겨나며 이것이 태아의 성적 발달과 어떻게 무관할 수 있는지, DNA 구성이 동일한 쌍둥이일지라도 어떻게 태내 위치에 따라 산모로부터 호르몬의 영향을 달리 받는지, 임신 초기 산모가 받은 스트레스가 자녀의 성적 지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등이 알기 쉽게 설명된다. 곳곳에 이런 과학적 설명이 포진해 있다는 점은 이 책의 탁월함 가운데 하나인데, 특히 최근 들어 국내외에서 나날이 심해지는 트랜스젠더 배제와 혐오를 고려하면 이 책이 소개하는 과학 지식은 더더욱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식의 혐오는 많은 경우 무지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또 저자는 이분법적이고 규범적인 젠더정체성을 강요하지 않았던 사회와 자연의 유연한 사례들(파푸아뉴기니의 퀄루아트몰, 도미니카공화국의 게베도세, 인도 문화권에서 4000년 넘게 이어지는 히즈라 전통, 이미 잘 알려진 흰동가리, 하이에나, 턱수염도마뱀 등)을 역사적·과학적으로 제시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사회에서는 젠더 의식 전반에서 퇴행적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 많은 이의 노력으로 어떤 문제는 개선되고 있으나 이 책의 주요 사건이기도 한 화장실 사용 문제 등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혹은 오히려 더욱 악화된) 채 남아 있다. 하지만 앞서 거론했듯 해부학적 성과 젠더정체성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며 외음부, 신체 내부의 재생산 구조, 염색체 배열도 얼마든지 다양한 조합으로 존재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소녀가 되어가는 시간』은 많은 트랜스젠더 혐오가 얼마나 허무맹랑하고 그릇된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지를 지극히 과학적인 근거를 통해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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