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800페이지가 넘는 대장정을 오늘 아침에야 끝냈다.
너무 오랜 시일에 걸쳐 읽어서 일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까지 뭘 본 거지?"
다행히 책 말미에 페르낭 브로델이 아주 짧게 덧붙여 놓은 결론을 읽은 후에야 비로소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대강이나마 파악할 수 있었다.
내가 이해한 바에 따르면 브로델은 경제를 세 부분으로 나눈 것 같다.
1. 자급자족과 소규모위 물물교환이 이뤄지는 일상생활
2. 화폐로 필요한 상품을 사고파는 시장경제
3. 원거리 무역과 복잡한 금융이 어우러지는 자본주의
이제야 드는 생각이지만, 이 책 1권은 물물교환과 일상생활에 많은 부분을 할애한 것 같고, 2권에서는 시장경제에 대해 아주 자세하게 묘사해 놓은 것 같다.
특히 보부상, 행상, 상점, 상설시장, 정기시 등을 전유럽에 걸쳐 자세히 이야기한다.
우리는 흔히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을 중심으로 세계를 이해하기 마련이다.
예컨데, ㅇㅇ년에 어떤 왕이 즉위해 무슨 정책을 펼쳤으며, ㅇㅇ년에는 ㅁㅁ전쟁으로 ♡♡조약이 맺어져 사회에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브로델은 자본주의의 발달을 특별한 인물이나 사건 중심으로 바라보는 것을 경계한다.
왜냐하면 그 바탕에는 장기간에 걸쳐 이어진 일상생활,
즉 교과서엔 실리지 않지만 세상의 99%를 차지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적 삶의 구조가 아주 공공하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