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 속에서 자기 검열은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가끔은 그것이 자신도 모르게 강화되고, 남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각박해진다. 자신만의 ‘정의’를 내세우며 그것이 ‘선’이라 고집하는 이들에게 작가는 말한다. “너무 단편적으로만 생각하는 거 아닐까?” 이 생각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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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와 빵칼 내용 요약
청예의 『오렌지와 빵칼』은 2024년 허블에서 출간된 장편소설로, SF, 미스터리, 리얼리즘이 결합된 독특한 서사로 현대인의 억눌린 감정과 자유에 대한 갈망을 그려낸다. 🌌 주인공 오영아는 30대 초반의 평범한 직장인으로, 사회적 기대와 자기 검열 속에서 점점 감정을 잃어간다. 그녀는 직장에서 폭력적인 원생 은우에게 시달리고, 남자친구 수원과의 관계는 안정적이지만 따분하다. 영아는 정치인의 비리, 기업의 부패, 연예인의 잘못된 발언 등 세상의 부조리에 분노하며, 정의를 내세우지만 그 과정에
오늘보다 내일이 나아진다는 믿음으로 우리는 살아간다. 하지만 제법 많은 인간이 과거를 동경하게끔 설계되었다는 걸 은주와 수원은 알고 있을까.(18)
고맙다는 말만큼 무고한 거짓이 또 있을까.(48)
은주는 사소한 것들을 모조리 지켜내지 않으면 그 어떤 신념도 무결해질 수 없다고 했다. 나는 그녀의 말을 반박하지 못했다. 그 말은 완전했고, 그야말로 무결했으니까.(65)
모서리가 팬 정신을 방치한 채로 살고 싶지 않어 이렇게까지 노력하고 있으니, 아직 나에게는 갱생의 여지가 있을 것이다. 이 마음가짐만으로도 나는 ‘정상’의 범주에 속하지 않나?(90)
이제껏 나는 머릿속에서 둥둥 떠다니는 글자들이 정확히 어떤 획을 갖고 있는지 들여다보지 않았다. 그저 ‘싫다’라고 두루뭉술하게 뭉갰을 뿐이다. 정확히 내 안에 어떤 내가 사는지, 그냐가 무엇을 싫다고 외치는지 집중하지 않았다. 왜였지? 혹은 아마도 나는 무서웠던 것이다. 부정적인 외침에 확성기를 다는 순간, 내가 무언가를 경멸하고 있다는 걸 인정해 버리는 바로 그 순간, 내가 악인이라는 사실도 자명해질 테니까. 뒤꿈치에 붙은 그림자에게 이름만 붙이지 않으면 내 것이 아닌 척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93)
사랑만 봐서눈 사랑울 모른다는 점을. 진정으로 사랑을 논하고 싶다면 은주는 지금 여기에 있는 나를 조금이라도 더 봐야 마땅했다. 구정물이 존재해야만 호숫물이 맑다는 걸 알게 되듯 혐오가 이 세상에서 맡은 역할은 절대 소멸하지 않는다. 그녀의 사랑은 더러운 것들을 비난하면서 완성되니까.(136)
당신이 통제해 온 것들은 추상적이고 광활한 정서의 영역. 좋은 일을 하고, 좋은 말을 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사회적으로 용인된 가치만 추구하는 것들입니다. 당신은 그걸 지키기 위해 스스로를 부단히 통제했고, 그 기능이 무척 발달한 여자였습니다.(146)
과장된 불편함으로 스위치를 올리는 책.
글은 시작부터 내내 불편하다. 초반부에는 과하게 억눌리고 통제된 주인공 삶과 그녀의 다소 위선적인 생각들이 펼쳐진다. 주인공의 시술 기점으로는 지나치게 본능적이고 공격적인, 이른바 사회성이 결여된 모습들이 펼쳐진다.
두 흐름 모두 불쾌하다. 왜냐면 그게 어떤 생각이고 행동인지 알고 있음을 넘어서 때로는 내가 행하는 모습이기에 그렇다. 본편의 가장 마지막 문장은 “부끄러워졌다”(176)이다. 이 책을 다 읽은 내 감상이 그렇다.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이 글에 대해 사과하고 비난을 예상했다고 한다. 물론 이 글은 불편하고 자극적이고 불쾌하다. 근데 그런 감정을 주기 위한 책이라 생각된다. 그 지점에서 출발하여 몇 가지의 기준점을 생각해 보게 된다. 도덕성, 사회성, 이타성, 이해심, 존중 등. 인간이 태어나 죽을 때까지 중요하다고 교육받고 강조되는 것들이다. 그러나 이것들은 어디까지 허용되는 것인가. 정말 이것들이 언제나 이변없이 개인 위에 있어야 함이 당연시되는 것인가?
우리는 그 지점을 생각해봐야 한다. 나와 너, 우리를 모두 지킬 각자만의 그 지점. 또한 서로가 그 지점을 존중해야 할 것이다. 물론 그 지점은 매번 다를 것이고 때로는 복수로 존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간의 감정은 칼로 무 자르듯 분할되는 것도 아니고, 고체로 존재하지도 않으니.(152)
세상에, 읽다가 “정말 피곤하다”를 육성으로 뱉자마자 다가오는 문장이 ‘넘어져도 다치지 않을 비단 카펫을 세상에 깔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동분서주하는 여자를 향해 피곤을 호소하다니 얼마나 건방진 태도인가.’...?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이 책 맵다 매워(p). 몰입감이 굉장해서 쉬지 않고 읽었다. 꾸역꾸역 답답하다가 주인공의 폭주가 어느 정도는 시원하기도 한데, 전반적으로 나오는 인물들이 다 별로다. 『데미안』도 생각난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철학적인 책일 수도 있겠지만 단도직입적이라 일단 재미있었다.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