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단편소설 〈폴터가이스트〉와 첫 장편소설 《너는 내 목소리를 닮았어》를 통해 타인과의 만남이 빚어내는 관계의 빛깔을 감각적으로 그려온 김서해 작가의 신작 《라비우와 링과》가 위즈덤하우스 단편소설 시리즈 위픽으로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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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비우와 링과 내용 요약
『라비우와 링과』는 김서해가 2024년 8월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한 단편소설로, ISBN 9791171717064를 통해 기록되었다. 📖 약 208페이지 분량의 이 작품은 YES24 리뷰 총점 9.6(10건)을 기록하며, “외로움과 우정을 감각적으로 그린 위즈덤하우스 위픽 시리즈의 보석”으로 평가받는다(). 2023년 단편소설 「폴터가이스트」로 데뷔한 김서해는 첫 장편 『너는 내 목소리를 닮았어』로 타인과의 관계를 섬세히 다루며 주목받았다. 이 소설은 대학교 3학년 주영이 브라질에서 온 교환학생
『라비우와 링과』. 책 제목이 이게 뭔가 싶어서 읽기 전에 고민해봤다. 마법을 부리는 주문인지, ‘라비우’와 ‘링’이라는 두 인물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건지. 일단 들어가 보자 했는데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로 시작해서, 소설 중반쯤 읽을 땐 제목은 이미 멀어진 후였다.
이후에 인물의 입을 빌려 제목을 풀어준다. 포르투갈어로 ‘라비우’는 ‘입술’을, ‘링과’는 ‘혀/언어’를 뜻한다고 한다. 그제야 아차 싶었다. 프랑스어로 ‘lèvre’와 ‘langue’라는 것. 둘 다 라틴어를 뿌리로 둔 언어들이라 바로 이거였구나 싶었다. 이 이야기는 그렇게 나를 2016년 프랑스로 데려간다.
2016년, 프랑스어를 배우려는 전 세계의 학생들과 ‘빙 둘러앉아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상냥하게 대화하는’ 경험이 나에게도 있었다. 이 소설처럼 어느 정도 기간을 함께 보내며 가까워진 브라질 친구도 있었다. 그땐 “두 유 노 강남스타일?”의 시대였으므로 그렇게 아이스브레이킹을 하고 각자의 나라에 대해 이야기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책 속 ‘주영’이 ‘열심히 뭉뚱그려놓고 감히 슬프지 않냐고 투덜’댔던 것처럼 나도 그에게 무지로 실례를 범하진 않았을까 염려가 된다.
그곳에서의 경험은 이후 내 세계를 넓혀준 큰 자산이 되었다. 우리는 다시 만나지 못할 걸 알면서도 더 솔직할 수 있었고, 서로에 대해 털어놓을 수 있었다. 외국인 신분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친절을 기본값으로 둘 수밖에 없었는데, 그 이유를 이 책에서 발견한 것 같아 머리가 띵했다.
외국어를 계속 생각하고 읽어야 하는 내게 이 소설은 「안녕이라그랬어」를 잇는 훌륭한 소설이 된다. 내 부족한 표현력으로는 형용하기 어려운 느낌들을 여기서는 매우 잘 풀어준다.
끝으로, 캠프 선생님을 ‘따뜻하게 보살펴주고,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으로 기억하며, 그 기억으로 ‘그날의 해와 바람, 수면의 반짝이는 빛을 떠올리면서 내가 나로서 잘 존재했다고 믿게 되었다’는 ‘작가의 말’ 부분이 참 좋았다. 나 역시 그때 스쳐갔던 많은 인연들로부터 온정과 친절, 작은 배려들을 배워가며 잘 존재했기 때문일 것이다.
어떠한 부조리나 상황, 감정 등을 개인적 경험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 다정한 방식으로 공감을 불러일으키거나 직시하게 도와주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인종 차별에 대한 것, 현대 사회의 만성적인 외로움, 재정난과 여유의 상실을 조화롭게 풀어낸 이야기. 단편인 게 아쉬웠다. 남은 페이지 수가 줄어들수록 이 이야기의 끝이 나지 않길 바랐다. 라비우와 링과. 입술과 혀, 혹은 입술과 단어. 혀 끝까지는 미끄러지듯 단어가 풍만하게도 넘실대는데. 왜 입술 밖으로 발화되는 순간 갈등의 씨앗이 되기도, 사랑이 싹트기도 하는 것인지. 왜 생각과 (발화 시점, 변질되는 뜻) 같지 않은지. 고질적으로 앓아온 외로움은 어떤 식으로 전개되는지. 김서해만이 도출해낼 수 있는 답을 읽었다.
“나는 가끔 내가 실망으로만 이루어진 사람 같아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15p)” 화자가 나와 참 많이도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나는 그와 같이 궁핍하지 않으나. 내 수많은 후회와 고민, 인연의 누락, 관계로부터의 상처들만이 나를 가득 메우고 있는 것 같으므로. 약간은 무례할 수 있는 동질감. 그리고 (기간제였던) 브라질 친구 이네스. 이들이 일구어내는 관계가 내겐 너무 소중해보였다. 그들의 이야기를 지켜보며 내게 소중한 관계를 잃을까 전전긍긍하던 날들이 생각났고—물론 현재진행형이다—그와 더불어 문제의 해결에 필요할 약간의 실마리를 찾은 기분이었다. 나는 관계에 의존하는 법을 버릴지도 모른다. 그 관계에서 얻어낸 것들은, 관계의 끈이 내게서 떨어져버리더라도 나를 떠나지 않을 것이기에. 내 불안과 함께 내 몸을 이룰 것이기 때문에. 온전히 내게 남겨질 부속물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