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숍 연구 잡지 브로드컬리 2호. 기어이 책을 팔겠다고 문을 여는 서울의 오픈 3년 이하 소규모 서점들과 인터뷰했다. 인터넷 서점과 대형 서점이 각축을 벌이는 각박한 환경 속에 그들이 직면한 현실을 묻는다. 서점의 당위나 명분을 넘어, 매월 임차료를 감당하는 상가 세입자로서, 책이라는 상품을 소개하는 상업 공간의 운영자로서 경험과 고민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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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책 팔아서 먹고살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내용 요약 📚
이 책은 단순히 예쁘고 감성적인 동네 서점을 소개하는 가이드북이 아닙니다. 대신, ‘책방을 열면 정말 먹고살 수 있을까?’라는 누구나 한 번쯤 품었을 법한 아주 현실적이고 본질적인 질문을 정면으로 돌파합니다. 2010년대 중반, 서울 곳곳에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한 독립 서점들 중 3년 차 이하의 서점들을 직접 찾아가 그들의 운영 실태와 속사정을 낱낱이 기록했습니다. 🧐
알지 못했던 서점, 책방 운영의 현실을 알게 해준 책.
뿐만 아니라 책방 운영자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하는지, 어떤 생각으로 공간을 꾸미고 책을 진열하는지, 그들의 바람은 무엇인지 알 수 있어서 내가 손니으로서 책방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었다.
공통적인 의견
1. 도서정가제 자체는 소규모 서점에게 도움이 되는 제도지만 현 도서정가제는 10%의 할인율과 5%의 적립을 허용하는 불완전한 제도다.
2. 총판과 출판사는 인터넷서점에겐 유리한 공급률을 적용하고 그외의 중견•소규모 서점에겐 불리한 공급률을 적용함으로서 이익을 얻는다. 한마디로 인터넷서점>출판사>소규모서점 순으로 아래를 향해 착취하는 구조다.
3. 소규모서점에 있어서 대형서점은 경쟁의 대상이 아니다.
4. 미디어는 동네서점의 표면, 주로 낭만에 대해서만 취재하고 현실적인 문제는 다루지 않는다.
5. 책보다는 서점의 공간이 이미지로 소비되는 경향이 있다.
6. 재정적인 한계로 홍보는 인스타그램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5번으로 이어진다.
7. 소비자의 인식 변화가 이루어져야 도서시장의 상황이 개선될 것이다. 가령, 음원서비스가 무료에서 유료로 전환됨으로써 음악을 돈 주고 들어야 한다는 인식이 생긴 것처럼 도서정가제도 당연해지고 완전 도서정가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동네서점의 서가구성은 서점주인의 노고가 담겨있다는 인식이 생겨야 한다.
8. 생각 이상으로 인테리어에 많은 정성을 투자해야 한다. 동네서점은 인테리어와 입고된 서적이 대부분 비슷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기 위해선 개성있는 인테리어가 필요하다.
9.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읽을 필요가 있는 책을 판매한다.
대립되는 의견
1. 서점과 카페 혹은 술집을 겸하는 것
A. 서점의 본질을 잃은 것이다.
B. 책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현실에서 서점의 살 길을 모색하는 또 다른 방법이다. 그러나 술도 있는 책방인지 책도 조금 있는 술집인지 그 경계를 확실히 해야 한다.
2. 서점의 증가가 독서인구의 증가로 이어질까?
A. 서점이 증가하면 자연스레 방문객도 늘어날 것이고 언젠가는 독서인구의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B. 독서인구가 100에서 105 정도로 증가했다면 서점은 200 정도로 증가하고 있다. 수요가 공급에 한참 못미칠 뿐더러 독서인구가 증가하더라도 그 사람들이 대형서점이 아닌 동네서점으로 향할 거란 보장은 없다.
3. 책 팔아서 먹고 살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A. 월세 내고 생활을 유지할 정도는 된다.
B. 할 수록 적자다. 서점을 차리기 위해선 수익이 얼마나 날 지가 아니라 어느 정도의 적자까지 감당할 수 있을 지를 계산해야 한다.
4. 서점 내 워크숍과 행사가 늘어나는 추세
A. 책을 위한 서점인지, 행사를 위한 서점인지 정체성에 혼란이 올 수 있다.
B. 같은 관심사를 공유한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좋은 자리다.
결론: 책에 대한 이해도와 애정이 반드시 필요하고, 두 조건을 충족하더라도 서점운영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잘 돼야 본전이고 책만으로는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애초에 돈에 대한 욕심이 없어야 그나마 만족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을 뒤적뒤적하다 보면 책/서점과 관련된 포스팅들에 자주 노출당하곤 한다. 한국에 독특하고 흥미로운 서점이 무척 많고, 신기하게도 점점 많아지는 추세인듯한데 그런 서점들 근처도 가보지 못하고 출국하게 되어 내심 아쉬운 기분이 들곤 한다. 사실 책을 좋아하는 건 둘째 치고 ‘Instagram-worthy’한 장소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에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예쁜 장소. 사진 잘 나오는 곳. ‘나 책 좋아해서 이런 곳에도 다녀왔다!’ 라고 자랑하고 싶은 곳. 그래서 나의 이런 생각이 옳은 거겠냐는 고민도 생긴다. 과연 내가 블로그를 하지 않았더라도 가고 싶었을까?
그런 와중에 이 책을 발견했다. 로컬숍 연구 잡지 브로드컬리라는 편집부가 독립적인 관점에서 자영업 공간들을 연구한 결과물을 잡지의 형태로 담아낸 시리즈 중 독립 서점 주인들을 인터뷰한 기사를 모아둔 책이다. 여타 독립 서점 인터뷰 기사들이나 인스타그램, 블로그 포스팅과는 다르게 정말 솔직하고 정말 적나라한 언어 선택 그대로 옮겨져 있어 직접 이야기를 듣는 듯한 느낌 속에서 읽을 수 있었다. 아무래도 같은 시리즈의 나머지 세 권도 조만간 읽게 될 것 같다.
독립 서점. 낭만적이다. 내가 사랑하는 것만으로 채워 넣은 아늑한 서재를 공개해놓고 판매까지 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역시나 사람 사는 곳에서 사람을 상대로 하는 일은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비즈니스인 만큼 대형 프랜차이즈와 여러 방면에서 경쟁을 해야 한다. 확실한 건 독립서점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욕심 없이 돈을 바라지 않고 임해야 하는 것 같다. 괜히 책도 팔고 커피도 파는 게 아니겠지. 아무런 이유 없이 책과 술을 함께 판매하는 게 아니겠지. 여러 장르를 복합적으로 판매하는 ‘서점’이란 이름의 가게들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도 알 수 있었다. 힘들게 참여한 책 박람회에서 책보다 문구류 판매수익이 세 배 이상 차이가 났다는 등의 에피소드를 보니 말이다. 실상은 씁쓸하고 현실적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좋아하는 일을 꼭 해보고야 말겠다는 책방 주인들의 도전이 정말 멋있다.
조금 찔리는 점도 있었다. 블로그에 이렇게 ‘서평’이란 말머리를 달고 독후감상문을 올리는 나로서는 사실 내가 좋았던 문구를 쉽게 다시 찾아볼 수 있게끔 사진을 찍어 올리는 행위가 나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말이 기록이지 솔직히 남들도 찾아보고 같은 책을 읽은 사람들과는 공감을 주거나 토론할 기회가 되길 바랐고, 읽어볼까 말까 고민 중인 사람들에게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수단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기 때문이다. 애써 만들어낸 책의 내용을 멋대로 공개해버리는 것이 창작자에게 해가 될 수 있다는 부분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그 파트에서 마무리로는 ‘구매도 하지 않고 사진만 찍어 올리는 인스타그램 유저’에 대한 이야기라 적혀있었지만, 솔직히 찔린 건 사실이다. 이대로 기록을 남겨도 좋을까. 창작자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은 아닐까. (그래도 일단은 남겨본다)
한국에서 책이 만들어지고 유통되는 과정에 문제가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나만 해도 처음 도서정가제가 시행될 때 엄청나게 싫어했다. 어릴 땐 5천원이면 책 한 권 사서 읽을 수 있게 되었는데, 책들이 불필요하게 무거워지고 비싸지는 바람에 책에서 멀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왜 그런 정책이 실시되었는지는 생각도 못 했다. 교보문고나 영풍문고, 반디앤루니스, 예스24, 알라딘 등과 같은 대형 서점이 도서판매에 큰 파이를 먹게 되면서 그들은 출판사로부터 좋은 매입가로 다량 구매하여 싸게 판매할 수 있지만, 동네 서점이나 독립 서점들은 대량 판매도 못 하는데 매입가까지 비싸서 할인하지 않아도 남는 게 없는 실상이라 생긴 정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매입률 차이와 최대 할인율 10% + 적립 5%로 인해 작은 서점들은 문을 닫아간다. 심지어 이 책이 출간된 지 아직 1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일곱 개 독립서점 중 세 곳이 문을 닫았다. 세상에. 사실 나도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 독립 온라인 서점에서 보고 흥미를 느낀 책을 예스24에서 구매한 경험이 있다. 출국을 준비하며 최대한 편하게 오래 서적을 내 곁에 보관하고자 이북으로 책을 구매하려던 이유도 있지만, 나쁘다. 생각해보니 정말 나 나쁘다. 큐레이팅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화장품 브랜드 큐레이팅을 해봐서 알면서도 책 큐레이팅에 대한 존중이 전혀 없었다. 내가 어떠한 책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면 내 감정을 유도한 큐레이터의 노력의 결실인 것을, 대형 서점에게 돈을 쥐여주고야 말았다.
이 책을 읽길 잘했다. 책을 그저 읽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독서를 할 수 있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되었다. 영화관에 만 원씩 주고 가서 비싼 팝콘과 콜라까지 마시고 두세 시간 영화를 즐기는 행위는 밥 먹듯 하면서, 오래오래 보관하고 길게 즐길 수 있는 책은 천 원 이천 원 더 싸게 사려던 내 심리가 괘씸하다. 오늘도 이렇게 반성하고 한 뼘 더 옳은 길로 방향을 틀어본다.
p.155
책을 둘러싸고 발생하는 다양한 관계의 중심에서 서점의 역할이 필요하다. 독자와 독자의 관계, 독자와 저자의 관계, 그리고 독자와 책의 관계. 책으로부터 파생되는 수많은 이벤트의 중심에서 서점의 존재는 필수적이다. 저자와의 만남을 어디서 할 것인가? 인터넷 서점 댓글 게시판?
p.183~184
책을 반드시 읽어야만 책을 사랑하는게 아니다. 책이가진 물성만으로도 충분히 책을 사랑할 수 있다. 백석시인의 시집을 소유하는 즐거움, 시를 한 편도 읽지 않더라도 충분히 가치있다고 생각한다.
p.289
사람은 불완전한 존재이고 완전해질 수도 없겠지만, 조금씩이나마 간극을 줄여나가기 위해 우리에겐 책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책을 좀 더 읽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