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무려 200주 동안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빅 픽처》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의 2024년 신작 장편소설 《원더풀 랜드》가 출간되었다. 《원더풀 랜드》는 2036년에 두 나라로 분리된 미국에서 치열하게 전개되는 첩보전을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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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원더풀 랜드 내용 요약 🕵️♀️🌎
‘원더풀 랜드’는 미국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Douglas Kennedy)가 2024년에 발표한 스릴러 소설로, 2024년 10월 15일 밝은세상에서 조동섭 번역으로 국내 출간되었다(ISBN: 9788984374928). YES24에서 리뷰 평점 9.8, 판매지수 2,724를 기록하며 “악몽처럼 사실적인 근미래 스릴러”로 평가받는다(). 케네디는 2010년 『빅 픽처』(200주 연속 베스트셀러)로 국내 독자들에게 사랑받으며, 프랑스에서 문화공로훈장과 『르 피가로』 그랑프리상(2009)
* 이런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 흥미진진한 첩보극을 읽고 싶은 사람
- 디스토피아물을 좋아하는 사람
- 사회가 개인과 내면을 어떻게 분열시키는지를 느끼고 싶은 사람
* 어쩌다 집어들었나
다른 독서모임에서 더글러스 케네디의 <원더풀 랜드>를 읽기로 했다.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미국의 현재 상황에 읽기 적절한 책이기도 했고 미국인 본인이 생각하는 그들의 미래라는 점에서 대다수 미국인들이 느끼는 현재에 대한 불안감과 우려를 엿볼 수 있다.
* 무슨 얘기를 하는 책인가
미국의 혼란스러운 사회갈등에서 파생된 이 소설은 미합중국이 두 국가로 분열된 가까운 미래를 다루고 있다. 개신교에 기반을 둔 '공화국 연맹'은 종교적 이념과 계율을 어기는 이들을 색출하고 공개처형을 하는 공포정을 펼친다. 한편 공화국 연맹의 억압에 반발한 주들은 기업가를 중심으로 연맹에서 탈퇴하여 자신들만의 '연방 공화국'을 세워 독립한다.
공화국 연맹의 폭력이 강렬하여 연방 공화국이 상대적으로 정상적인 국가처럼 보이지만 이쪽도 뜯어보면 숨 막히기는 마찬가지다. 시민들의 몸에 칩을 심어 전자결제, 의사소통, 정보검색을 몸짓 만으로 편하게 해결할 수 있지만 이동하는 모든 동선과 출입기록이 데이터로 저장된다. 연방 공화국 시민에게는 사생활이 없다. 공화국 연맹의 위협을 탐지한다는 안보와 기술의 편리함이 결합하여 구성원들에게 선택지가 없는 대안을 강요한다.
주인공 '나'는 연방 공화국의 첩보원으로 공화국 연맹의 위협을 막거나 제거하는 것이 임무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직업이 요구하는 '사명'이 본인 인생의 '소명'인지는 확신하지 못한다.
임무를 완수할 때마다 그녀는 자신의 성과와 재능을 상관에게 증명해보이고 그 대가로 더 나은 대접과 승진을 약속받는다. 하지만 완벽한 요원이 되기 위해 노력할수록 '나'는 자신의 감정을 감자 껍질 벗기듯 한 겹씩 도려내야 한다. 변장한 신분을 위해 누군가와 말을 깊게 나눠서는 안 된다. 약점이나 과거사를 들키지 않기 위해 기억 속 장소를 찾아가서는 안 된다. 감정을 누군가에게 말해서도, 주의깊게 들어서도 안 된다.
이 과정에서 '나'는 스스로의 인생보다 변장한 신분인 '에드나'의 삶에 더 집중하기 시작한다. 신분에 어울리는 행동과 생각까지 갖추고 남의 의심을 피한다는 명분으로 요원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금기들을 체험한다. 정보국의 요원으로서의 '나'는 남이 제시하는 길을 따라가야 하지만 '에드나'는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굴고, 필요한 대로 말하고 행동한다.
주인공은 연방 공화국이 공화국 연맹보다는 낫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하지만 그 나은 이유로 공화국 연맹처럼 종교가 정치를 지배하지 않으며, 화형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밖에 대지 못한다. 과연 그녀가 공화국 연맹에서 태어났다면, 미국이 아닌 외부인의 입장이었어도 같은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아니면 누군가에 의해 주입받고 합리화 하려는 생각일 뿐일까?
작중의 미국인들은 선택의 자유가 있다. 연방 공화국과 공화국 연맹 중 어느 한 곳을 선택할 자유다. 하지만 단 두 가지의 대안만을 주는, 이미 제한된 선택지 안에서 고르는 자유가 과연 선택의 자유라고 할 수 있을까? 종교억압국가와 기술감시국가 사이에서 선택할 자유를 줬으니 그에 대한 책임을 감내하라는 말은 또다른 억압처럼 보인다.
양자택일이 강요되는 구도는 '나'의 삶에도 반복된다. '나'는 연인도 가족도 없는 몸이다. 요원의 삶을 시작한 이상 행복이나 사생활, 안락한 가정은 이미 멀어졌다. 타인과의 교류는 차단당했으나 '나'는 아버지가 살아있을 적의 추억이 주는 인간적 접촉을 잊지 못하고 자꾸 되새김질 한다. 그녀 스스로도 자신이 원해서 일에 더 매진하는 건지, 아니면 과거를 어떻게든 지우고자 고민하는 자신의 인간성을 없애는게 편해 더 무정한 인간이 되기를 선택한 건지 확신하지 못한다.
'나'는 임무를 위해 공화국 연맹에 잠입하는데 거기서 그녀가 본 건 체제에 맹목적이고 눈 먼 사람들이 아닌, 자신만의 삶이 있는 개인들이었다. 연맹의 경찰에게 잠시 잡혀 취조를 당하던 중 경찰관이 그녀가 가진 박하사탕을 보며 아버지를 떠올리는 대목이 있다. '나'는 의심을 피하고 상황을 모면하고자 호의의 표시로 사탕을 건네준다. 그 경찰관은 이제는 나라가 갈라져 구할 수 없는 사탕에서 정치와 이념갈등보다는 추억을 먼저 보았고 그 잠깐의 순간 동안 공화국 연맹의 보안경찰은 사탕이 그리운 남자로 바뀐다.
이념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을수록 정치와 국가가 사람을 위해 존재하지 않고, 오히려 개인들이 국가를 위해 존재하게 된다. 그리고 그때부터 다양한 개인들이 가진 사연과 주장과 가치관은 모두 내 편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에 묻혀 사라진다. '나'의 인생이 점점 감정도 기억도 제거하기를 강요받는 요원이 되어가는 것처럼.
'나'는 어떤 외부 요인도 없이, 눈치 볼 필요도 없이 사람들이 교류하며 필요하다면 비밀을 간직할 수 있던 과거의 미국을 떠올리곤 한다. 분열된 미국은 공화국 연맹과 연방 공화국으로 쪼개져 미국의 정신도 둘로 찢어졌듯, 주인공을 포함한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체제의 현실과 인간성이 조화되지 못한 채 분리되어 있다. 그리고 그 분리 때문에 누구에게도 신뢰를 갖지 못하고,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지 못하며, 근원적으로 고독하다고 느낀다.
미국이 갈라서지 않았더라면 아마 '나'는 사탕에 얽힌 경찰관 아버지의 사연을 더 자세히 들을 수 있었을 테고, 그와 서로의 내밀한 인생사를 함께 나눌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그 자리에 남은 건 의심스러운 적대국 여행자를 검문하는 경찰관과 그를 어떻게든 속이고 목숨까지 버려서라도 임무를 완수해야 하는 요원만이 있을 뿐이다.
감정을 섞고 같이 경험하기에는 타인과의 접촉이 부담스럽고 위험한 시대다. 그 결과 사람들은 세포들처럼 쪼개지고 쪼개지고 또 쪼개져 무수하게 분열하다 흩어져버린다. 너무나 파편화되어 다시 뭉치는 법을 잊은 '나'는 이제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확신하지 못한 채 방황한다.
더글라스 케네디를 처음 만난 건, <빅 픽처>를 통해서다. 한창 베스트셀러의 위치에 있다가 조금 시들해진 쯤이었는데, 당시에 워낙 많은 사람들에게고 읽히다 보니 그저 그런 유행을 선도하는 소설인 줄 알았다. 그러다 궁금해서 읽게 된 <빅 픽처>는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 너무 재미있는데, 인물의 심리 묘사가 너무 뛰어나서 정말 숨도 못 쉬고 읽었던 기억이 있다. 거기다 "빅 픽처"가 그 빅 픽처인 것을 알고 뒤늦은 깨달음에 얼마나 웃었던지~!
그 더글라스 케네디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원더풀 랜드>라는 제목이 그동안 더글라스 케네디의 눈에 띄는 제목들보다 조금 평이한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장강명 소설가의 추천 문장에 "2036년, 미국이 두 나라로 분리된다.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마치 악몽을 꾸듯 섬뜩한 미국의 미래 이야기!"라는 문구를 보고 나면 너무나 읽고 싶어질 수밖에~.
진짜다! 책을 펼치면 미국 지도가 한 페이지에 나오는데 연방공화국과 공화국연맹, 거기에 중립지대가 표시되어 있다. 그럼 이제부터 이 지도를 잘 살펴보고 도대체 미래의 미국이 어떻게 됐다는 건지 생각하며 읽기 시작한다. 올해가 2024년, 벌써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으니 사실 2036년은 몇 년 남지도 않았다. 그런데 미국이 둘로 갈라진다고? 이게 가능한가? 싶은데, 읽다 보면 막~ 수긍이 간다.
작가는 현실성을 더하기 위해 미국이 어떤 식으로 흘러왔는지, 흘러가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를 펼쳐낸다. 역사를 기반으로 하고 그 위에 철저하게 현실을 바탕으로 한 미래를 상상한 것이다. 그러니 읽는 독자는 진짜 그럴지도~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정말 놀라웠다.
"트럼프는 상스럽고 거칠고 마구잡이로 떠드는 저질 백인 남성의 언어를 구사했고, '다시 위대한 미국을 만들자'라는 허울뿐인 슬로건을 내걸었다."...49p
그러니까 미국은 모두가 평등하고 미래지향적인 사회를 표방하는 연방공화국(하지만 사생활이 일일이 감시당할 수 있다)과 완전 보수를 꿈꾸는(그들의 정치 체제를 위해서 역사 왜곡도 전혀 게의치 않는) 공화국 연맹으로 나뉜다. 각각의 사회는 장단점을 가지고(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쪽 사회가 좀더 나아보이기는 하지만) 객관적으로 묘사된다.
연방공화국 정보국의 주인공 샘 스텐글을 통해 첩자로서 이 세계를 살아가는 심리 묘사도 아주 뛰어나다. 그 누구 하나 믿을 수 없고 자신의 사생활 따위 까발려지고 깨끗이 포기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샘은 중심을 잡고자 최선을 다한다. 그 모습이 때론 애처롭게, 때론 강인하게 느껴지면서 이 소설에 홀딱 빠져들게 한다.
조지 오웰의 <1984>를 생각나게 하는 소설이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는 한 개인의 이야기를 하던 작가가 좀더 큰 세상 속으로 나온 듯한 느낌이다. 연방공화국과 공화국연맹은 함께 평화를 논할 수가 없다. 서로 원하는 가치가 극명하게 다르기 때문에. 바로 그 모습조차 바로 우리, 이 땅의 모습과 그다지 다르지 않아 공감하며 읽을 수 있다. 진정 우리가 꿈구는 원더풀 랜드는 언제쯤 찾아올 수 있을까?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