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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
얇은 책
출간일
2024.12.16
페이지
156쪽
상세 정보
삶을 둘러싸는 세계의 외연에 최전선으로 밀착하는 시와 일상의 단면을 정확하게 그리는 산문으로 늘 독자들 곁에 가까이 지낸 이웃, 시인 서효인의 새 산문집 『이웃과 시』가 아침달 일상시화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야구, 인기가요, 그림책 등을 지나 이번에 도착한 키워드는 ‘이웃’이다. 지난 산문집 『좋음과 싫음 사이』에서 자신이 지나온 인생의 궤적을 돌아보면서 온갖 군상들을 깊은 통찰력으로 담아냈다면, 이번 책은 우리가 살면서 흔하게 겪을 법한 이웃 간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시인 특유의 유머러스한 문장은 우리 주변에 이웃하는 존재의 잔상을 떠오르게 할 정도로 하나하나 공감되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이웃과 나누는 시간의 간격은 시인이 성찰하는 새로운 공간으로 자리하게 된다. 주변을 돌보느라 애쓰는 마음들이 곧 새로운 주민이며, 이 책은 바로 이상하지만 때때로 정감이 가는 이웃들이 모여 사는 동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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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과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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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삶을 둘러싸는 세계의 외연에 최전선으로 밀착하는 시와 일상의 단면을 정확하게 그리는 산문으로 늘 독자들 곁에 가까이 지낸 이웃, 시인 서효인의 새 산문집 『이웃과 시』가 아침달 일상시화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야구, 인기가요, 그림책 등을 지나 이번에 도착한 키워드는 ‘이웃’이다. 지난 산문집 『좋음과 싫음 사이』에서 자신이 지나온 인생의 궤적을 돌아보면서 온갖 군상들을 깊은 통찰력으로 담아냈다면, 이번 책은 우리가 살면서 흔하게 겪을 법한 이웃 간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시인 특유의 유머러스한 문장은 우리 주변에 이웃하는 존재의 잔상을 떠오르게 할 정도로 하나하나 공감되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이웃과 나누는 시간의 간격은 시인이 성찰하는 새로운 공간으로 자리하게 된다. 주변을 돌보느라 애쓰는 마음들이 곧 새로운 주민이며, 이 책은 바로 이상하지만 때때로 정감이 가는 이웃들이 모여 사는 동네다.
출판사 책 소개
따뜻한 냉소주의자가 건네는 인사
시인 서효인과 이웃들이 현상된 에피소드 필름
시와 생활이 서로 건너는 방식을 이야기로써 탐구하는 일상시화 시리즈, 올해를 마무리하는 12월에 그 여섯 번째 이야기가 우리 곁에 도착했다. 삶을 둘러싸는 세계의 외연에 최전선으로 밀착한 시적 언어와 일상의 단면을 예리하고 정확하게 그리는 산문으로 늘 독자들 곁에 가까이 지낸 이웃, 시인 서효인의 『이웃과 시』가 아침달 일상시화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이번 산문집 주제는 ‘이웃’이다. 지난 산문집 『좋음과 싫음 사이』에서 자신이 지나온 인생의 궤적을 돌아보면서 마흔이 넘은 나이와 6월이라는 시간 감각을 통해 삶의 절반을 지나가는 과정을 현재에 놓고 회감한다면, 이번 책은 우리 주변과 둘레를 채우는 이웃 간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을 읽다 보면 거두절미하고 웃음과 울음이 보장된 이웃의 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시인 특유의 유머러스한 문장은 시인과 이웃이 펼치는 좌충우돌 에피소드의 재미를 덧대는 물감이다.
이웃에 관한 이야기라고 해서 이웃이 사람으로만 국한되진 않는다. 서효인이 말하는 이웃이란 비단 사람뿐만 아니라 옛 동네에 사라진 아파트, 시인이 떠나보냈던 강아지 요크셔테리어, 다리부터 시작해서 몸을 집어넣는 휴대전화 등 사물이나 현상도 포함된다. 말하자면 서효인에게 이웃의 개념은 나와 세계 사이의 틈에 낸 구멍을 조이거나 풀 수 있는 나사인 셈이다.
책의 구성은 시인이 이웃이라는 키워드를 고른 이유와 글쓰기 태도가 담긴 서문 「우리는 서로를 모르고」를 시작으로, 차례에 적힌 이름을 불러보면서 주변에 있을 법한 이웃들을 떠올릴 수 있는 산문 30편, 중간에 이웃과의 안전거리를 벌려주는 듯한 시 4편, 마지막으로 작가의 말로 매듭짓는다. 이는 마치 암실에서 하나하나 현상되어 선명해지는 36컷의 필름처럼 각 에피소드가 구체적인 형상을 가져 잊지 못할 이웃과의 추억을 선사한다.
“나는 그저 무심해지고 싶었다”
깨진 얼굴로 새롭게 지어보는 표정들
주고받았던 온기로 다시 연결되는 순간
시인 서효인은 책에 들어서자마자 이웃에 대한 기대나 온정 따위는 바라지 않는다. 그는 자기 주변의 이웃을 보고 있으면 참담한 현실을 느끼거나 차라리 서로 적당히 모르는 척 지내기를 바란다. 의심과 비관이 앞서는 냉소주의자에게 믿음이란 내가 문을 두드렸을 때 이웃이 문을 활짝 열며 밝은 표정으로 나를 맞아주는 일만큼 쉽지 않은 것이다.
이처럼 나조차도 조금씩 법을 어기고, 이웃을 환대하지 못하고, 헐뜯고 비난하는데 타인이 좋은 이웃이기를 바라는 마음은 그 자체로 언감생심일지도 모른다. 이를 잘 아는 시인은 책에서 그리 아름답지 못한 이웃들의 군상을 다룬다. 자신을 “깐돌이”라고 부르던 ‘아저씨’가 자기 집으로 불러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이상한 행동을 하고, 초등학교 친구 ‘광석이’는 빌런 같은 옆집 ‘아줌마’가 집이 잠겼다고 베란다 난간을 뛰어넘어 문을 열어달라는 무례한 부탁을 들어주고, ‘집주인’이 도배 값을 반반 내자고 하거나, ‘사촌 형들’ 때문에 목소리가 큰 ‘큰이모’에게 억울하게 맞고, 분리배출을 제대로 안 하고 배출 스티커를 악용하는 ‘남자’를 멀찍이 보기도 한다. 나와 맞지 않는 이웃들이 득실거리는 삶은 어떻게 보면 처음부터 타협되지도 조화로울 수도 없는 세계임을 방증한다.
그렇다고 이웃과 아예 척을 지고 지낼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점 또한 시인은 잘 알고 있다. 그는 인사를 열심히 한다. 그들과 잘 지내보려고 노력한다. 나만 노력한다고 해서 이웃들과 단번에 화합을 이룰 수 있지는 않지만, 시인은 적어도 함께 나누었던 말과 행동이 맺힌 시간을 잊지 않고 쓴다. 시인은 본질적으로 모든 이웃을 유심히 지켜보고 돌보는 자이기 때문이다. 이웃에게서 무심해지고 싶었던 마음은 이웃과 쑥스러운 정을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나아간다.
삶과 글이 인접하는 간격
가장 가까운 존재를 돌보는 글쓰기
이번 책에서 또 한 가지 두드러지는 특징은 시인의 글쓰기 방식과 본문 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밀리의 서재’에 연재했을 당시 그는 산문 말미에 “이 산문은 픽션입니다”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작가 본인의 삶이 완전히 배제되지는 않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인은 나를 온전히 희생시키는 글을 쓰지도 않는다. 적당히 현실과 허구를 넘나드는 그의 글쓰기 방식은 픽션과 에세이가 서로 간의 옆집인 이웃임을 상징한다. “그러니까 이 책의 글은 시도 아니고 소설도 아니고 에세이는 더더욱 아”니므로, 우리는 서로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사이가 되어간다.
산문과 시는 따로 문단이나 연을 나누지 않아 문장끼리 서로 부지런히 호흡을 옮긴다. 세계의 구성이 관계를 통해 연결망을 이루는 것이라면 이웃하는 관계들이 나누고 있는 간격을 최대한 좁혀보려는 의중일까. 매일 출퇴근하는 지하철에서 서로에게 적당한 간격을 내어주지 않아 몸과 표정이 찌그러지는 아침저녁을 그리려는 심정일까. 중간에 있는 시 4편만이 우리가 잠시 다른 호흡으로 쉬어갈 수 있는 유일한 자리다. 네 자리 숫자인 제목이 가지런히 놓여 있어 각 대문이나 공동 현관 비밀번호를 연상케 한다. 네 편의 시 역시 서로 이웃하여 문제의 “휴대전화”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를 펼친다. 이야기에 흥미를 더해주는 이미지들은 이웃들의 움직임에 더욱 강렬한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우리는 이웃과 가까워질 수 있을까. 도심에 살면서 점점 이웃 간의 온정이 사라지면서 이웃이라는 개념 자체가 증발하고 있다. 시인 서효인이 이웃에 관심을 두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사람은 왜 사람을 미워하고 싫어하고 끔찍하게 여기는가. 반대로 사람은 또 왜 사람을 믿고 의지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는가. 시인은 사람을 잘 믿진 않지만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결코 아니다. 이웃을 믿고 사랑하고 싶어서 삶을 견디고 흔적으로 남은 흉터를 글에 적는 자이다. 이번 책에 “분리배출”이라는 행위가 자주 등장하는 이유다. 사람이든 감정이든 적당한 간격을 두고 살펴보아야 한다. 다 끌어안을 필요는 없다. 분류에 맞게 버릴 것은 버리고 남길 것은 남기는 삶, 그것이 이웃과 이웃하는 삶이다. 이웃은 끝내 타자일 수밖에 없는 존재이지만 그러므로 나와 가장 가까운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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