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 중독

녜룽칭 지음 | 글항아리 펴냄

버섯 중독 (한 버섯 중독자가 쓴 윈난의 미시생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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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5.3.4

페이지

3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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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의 생장은 경이로움의 연속이다. 땅속을 수놓는 공생의 그물은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한 때에도 생을 이어나가느라 여념 없다. 그러다 땅 위로 솟아올라 뜻밖의 기쁨을 안긴다. 그 기쁨은 놀라움, 환희 그리고 상상력이다. 언제부터 발밑의 생이 시작됐을까?

탄생의 조력자인 삼림은 언제부터 그 비밀에 공모했을까? 버섯은 창발하는 생명이며 무수한 질문을 배양하는 존재다. 버섯을 보고 삶의 삽화와 얼굴들이 우후죽순 떠오르는 것도 감각적으로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하물며 매년 5월이면 버섯으로 뒤덮이는 중국 윈난에서, 사람들의 몸과 마음 구석구석까지 버섯이 스미는 건 자연의 이치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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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 중독

녜룽칭 지음
글항아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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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의 생장은 경이로움의 연속이다. 땅속을 수놓는 공생의 그물은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한 때에도 생을 이어나가느라 여념 없다. 그러다 땅 위로 솟아올라 뜻밖의 기쁨을 안긴다. 그 기쁨은 놀라움, 환희 그리고 상상력이다. 언제부터 발밑의 생이 시작됐을까?

탄생의 조력자인 삼림은 언제부터 그 비밀에 공모했을까? 버섯은 창발하는 생명이며 무수한 질문을 배양하는 존재다. 버섯을 보고 삶의 삽화와 얼굴들이 우후죽순 떠오르는 것도 감각적으로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하물며 매년 5월이면 버섯으로 뒤덮이는 중국 윈난에서, 사람들의 몸과 마음 구석구석까지 버섯이 스미는 건 자연의 이치 아닐까.

출판사 책 소개

사계절 내내 버섯과 긴밀히 얽히는 윈난
버섯은 회고의 촉매가 되어 역사를 쓰게 한다

“버섯을 몇 끼 연달아 먹고
손발을 몇 번 덩실덩실할 수 있다면 충분하지 않을까.”
위화 (『허삼관 매혈기』 저자) 추천

숭배, 감격, 회상으로 쓴 버섯 세계관 독본

버섯 철이던 어느 날, 저자 녜룽칭은 차를 몰고 집에 가는 길에 라디오를 틀었다. 그런데 듣다보니 뭔가 이상했다. 프로그램 진행자가 평소와 달리 표준어가 아닌 쿤밍 사투리를 쓰질 않나 감정도 점차 고조되어갔다. 이내 급히 노래 한 곡이 나왔고 노래가 끝날 즈음 진행자는 다른 사람으로 교체됐다. 나중에 방송국에서 일하는 친구가 일러주길, 그 진행자가 점심으로 견수청(독성이 있으나, 조리법에 따라 안전하게 먹을 수 있다. 손을 대면 파랗게 변한다고 해서 이 이름이 붙었다)을 먹고는 프로그램 도중에 흥이 나버린 것이었다. 방송국은 이날부터 근무 시간에 버섯을 먹은 사람은 생방송을 진행하지 못하도록 매우 주의하고 있다고 한다. 단오가 지나면 버섯에 중독된 환자들이 속출한다. 저자의 아내도 버섯에 중독돼 허공에 떠오른 그림들을 잡겠다고 허우적거린 적이 여러 번이다. 윈난 사람이라면 누구나 버섯 중독과 관련된 일화 몇 가지를 알게 마련이고, 전해오는 이야기들로 마음은 복잡해진다. 행여나 탈이 날까 염려되지만, 일단 버섯이 눈에 들어오면 호기심과 식탐이 번번이 이긴다. 버섯의 마력이란 쉽사리 거부할 수 없는 것이다.
그 힘은 인력이다. 인력引力(끌어당기는 힘) 또는 인력因力(만물의 기원이 되는 힘)으로 쓸 수 있다. 올가 토카르추크는 버섯균을 “지하의 정교한 레이스 자락, 헴스티치가 된 축축한 균사, 세상의 미끄러운 탯줄”이라고 묘사했다. 조밀하게 형성된 균사체의 세계는 땅속 양분과 생의 가능성을 그러모아 한 송이 버섯으로 피어나고, 동시에 지면 위로도 그물을 치듯 사람들을 사로잡는다. 버섯에 홀린 이들은 버섯을 모조리 먹어치울 자세로 덤벼들 뿐만 아니라 버섯의 신비로움을 상징화하여 창작의 소재로 되풀이하고, 버섯의 독성마저 ‘신의 선물’이라 떠받치며 독버섯을 따다 제전祭典 활동에 쓴다. 이 책 역시 버섯의 인력으로 쓰였다. 저자는 펜을 놀릴 때마다 버섯을 먹고 중독된 친구들의 일화가 떠올랐고, 왠지 모르게 신바람이 나 마음껏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한다. 버섯이 이끄는 대로 거닐며 버섯을 향한 숭배와 감격, 회상을 기록한 이 책은 마치 설화 같기도 하다. 버섯 세계관을 이해하고 싶다면 버섯의 인력에 몸을 맡기는 편이 좋다. 그로써 당신과 버섯을 잇는 가느다란 실 역시 막힘없이 뻗어나가며 기억 저편의 감각을 두드릴 것이다.
버섯의 생장은 경이로움의 연속이다. 땅속을 수놓는 공생의 그물은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한 때에도 생을 이어나가느라 여념 없다. 그러다 땅 위로 솟아올라 뜻밖의 기쁨을 안긴다. 그 기쁨은 놀라움, 환희 그리고 상상력이다. 언제부터 발밑의 생이 시작됐을까? 탄생의 조력자인 삼림은 언제부터 그 비밀에 공모했을까? 버섯은 창발하는 생명이며 무수한 질문을 배양하는 존재다. 버섯을 보고 삶의 삽화와 얼굴들이 우후죽순 떠오르는 것도 감각적으로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하물며 매년 5월이면 버섯으로 뒤덮이는 중국 윈난에서, 사람들의 몸과 마음 구석구석까지 버섯이 스미는 건 자연의 이치 아닐까.

버섯이 쓰는 미시생활사, 창조성의 지도
형이상과 형이하 사이의 파란 버섯

중국 서남부에 위치한 윈난은 버섯 산지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송이버섯으로 유명하며, 한국에서 5시간이면 갈 수 있다. 버섯 철마다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던 윈난 사람들은 버섯 미식에 대한 열망으로 “버섯이 너무 먹고 싶어”라고 외친다. 이 열망은 단지 버섯의 맛과 향을 기억해내는 것을 뛰어넘어 버섯에 얽힌 얼굴과 장소들에 대한 향수로 채워진다. 가령 송이버섯 하면 전통 버섯 조리법에 능했던 친구부터 떠오르는 식이다. 그가 알려준 대로 토종닭을 푹 곤 육수에 송이를 얇게 썰어 넣는다. 현지 고추를 화로에 굽고 손으로 으깬 뒤 육수 한 국자에 소금, 후추로 간을 해서 소스를 만든다. 야들야들하게 데친 송이를 소스에 찍어 먹으면 진한 열기가 몸 안에서부터 차오르며, 삶의 감각이 곤두선다. 요리의 근원과 관계의 역사는 뒤섞이고, 마치 균사체의 실타래처럼 버섯-사람-장소는 긴밀히 엮여 그 자체로 생활사의 틀을 닦는다.
쿤밍현대미술관 관장이자 예술기획자인 저자는 색부터 형태까지 천차만별인 버섯들에서 삶의 창조성을 실현하는 윈난 출신의 예술가들을 발견한다. 가령 중국 현대 무용의 판도를 바꾼 무용가 양리핑, 2000여 권의 책에 세밀화를 그려 넣은 연구자 쩡샤오롄, 말 그대로 온몸을 바쳐 현대 예술계를 충격에 빠트린 행위예술가 아창 등 그들의 혁신은 불현듯 피어나는 버섯의 창조성을 닮았다. 저자는 버섯꾼이 긴 막대기로 낙엽 위를 훑으며 송이버섯의 기운을 감지하듯, 자신을 포함해 사람들의 삶에서 우연성과 합리성을 포착한다. 버섯은 기억의 촉매이자 기록의 동력으로 작동하고, 그가 더듬어 도착한 곳에는 엉터리 버섯 요리로 가족들의 빈축을 샀던 아버지의 유머가 있으며, 손자의 얼굴을 한 번 더 보려고 맛있는 버섯 요리를 해주겠다며 꾀던 할머니의 돌봄이 있다. 다시 만날 수 없는 이들에 대한 추억과 희미했던 과거의 감각마저 버섯의 인력에 힘입어 되살아난다.
버섯의 신비로움은 그 중독성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윈난 산지의 버섯 중에는 흑우간균, 황우간균, 대홍균, 피조균 등 섭취해도 될 만큼의 약한 독성을 띤 버섯들이 더러 있다. 윈난에서 ‘버섯을 먹고 맛이 갔다’는 말은 조롱이 아니다. 그 이면에는 버섯이 지닌 매력을 삶에서 자아내는 이들을 향한 존경과 부러움이 묻어 있다. 버섯의 독성으로 인해 버섯 미식은 일종의 모험이자 실험이 된다. ‘먹느냐 마느냐’라는 질문은 ‘죽느냐 사느냐’라는 심부의 질문을 건드린다. “윈난 사람 대부분은 설사 죽는다고 해도 먹겠다는 태도다. 까짓것 먹고 죽으면 그만이지, 생명이란 기껏해야 하늘을 가로지르는 유성 같은 게 아니던가. 그들에게 중요한 건 지금의 아름다움을 체험하고 감각하는 것이다.” 시인 위젠이 말했듯 버섯은 모종의 형이하에서 형이상을 이끌어낸다. 즉 버섯 미식은 단지 식문화로서의 지위를 웃돌며 그보다 더 본질적이고 정신적인 매개로서 작용한다. 가령 견수청의 푸른색은 의미심장하다. 예술작품에서 아득한 지평선을 채우는 파랑을 떠올려보면, 그건 손에 잡히지 않는 갈망을 덧칠하는 색, 멜랑콜리의 색이다. 버섯을 먹는 복이란 “대지가 응원하는 신체의 모험이자 부정확한 정신적 사건”이며, 다시 말해 중독에 빠질 수밖에 없는 황홀경이다.

**

기와무늬무당버섯, 송이, 송로, 싸리버섯, 곰보버섯, 꾀꼬리버섯, 망태버섯, 영지, 충초, 백 삼……. 어떤 버섯은 오늘 저녁 식탁에 오를지 모르고, 어떤 버섯은 지난 산행에서 나도 모르는 새 스쳐 지났을지 모른다. 윈난 사람들은 버섯을 볶고 데치고 끓이고 튀기며 갖은 방법을 동원해 최적의 조리법을 연구한다. 미식의 길은 열려 있고 어느 길도 틀리지 않다. 이 책을 읽는 데에도 정해진 방법은 없다. 버섯은 커다란 비유다. 창발하는 생명력, 신비로운 우연, 기분과 맛을 돋우는 감각, 과거를 불러오는 향수. 문득 이 같은 존재가 삶에 출현할 때, 그 모두를 버섯 같은 일이라고 말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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