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

오수완 지음 | 뿔(웅진) 펴냄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 (제2회 중앙 장편문학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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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0.11.29

페이지

360쪽

이럴 때 추천!

일상의 재미를 원할 때 읽으면 좋아요.

#미궁 #상상 #책탐

상세 정보

제2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사라진 책을 찾아 전 세계를 방랑하는 '책 사냥꾼'의 환상적 모험을 그린다. 소설가 이순원, 공지영, 은희경, 정이현 등 7명의 심사위원으로부터 "책으로 이루어진 은하"를 여행하는 설레는 감정을 잘 표현해내는 동시에 "책의 상징적인 의미와 정면으로 대결하는 지적인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헌책방을 운영하던 책 사냥꾼 반디는 어느 날 책 사냥꾼들의 '중앙'인 비밀 조직 미도당의 총수로부터 <베니의 모험>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반디는 <베니의 모험>이 책 사냥꾼의 세계의 전설로 내려오는 단 한 권의 완전한 책인 <세계의 책>과 연결되어 있다는 비밀을 풀고는 묘한 쾌감에 빠져든다. 책 사냥꾼으로서의 동물적인 본능이 되살아난 반디는 책을 좇기 시작하고, 다른 책 사냥꾼은 반디를 쫓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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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y

@lucyuayt

다행히도, 세상에는 밤하늘의 별만큼 많은 책이 있다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

오수완 지음
뿔(웅진) 펴냄

읽었어요
2015년 10월 23일
0
파스텔감성님의 프로필 이미지

파스텔감성

@ugcl9u81ms7u

현학적인 듯, 미스터리인 듯, 독특한 설정이 마음을 끄는 책. 책에 대한 책.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

오수완 지음
뿔(웅진) 펴냄

읽었어요
2015년 10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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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제2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사라진 책을 찾아 전 세계를 방랑하는 '책 사냥꾼'의 환상적 모험을 그린다. 소설가 이순원, 공지영, 은희경, 정이현 등 7명의 심사위원으로부터 "책으로 이루어진 은하"를 여행하는 설레는 감정을 잘 표현해내는 동시에 "책의 상징적인 의미와 정면으로 대결하는 지적인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헌책방을 운영하던 책 사냥꾼 반디는 어느 날 책 사냥꾼들의 '중앙'인 비밀 조직 미도당의 총수로부터 <베니의 모험>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반디는 <베니의 모험>이 책 사냥꾼의 세계의 전설로 내려오는 단 한 권의 완전한 책인 <세계의 책>과 연결되어 있다는 비밀을 풀고는 묘한 쾌감에 빠져든다. 책 사냥꾼으로서의 동물적인 본능이 되살아난 반디는 책을 좇기 시작하고, 다른 책 사냥꾼은 반디를 쫓기 시작하는데…

출판사 책 소개

1억 원 고료, 제2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하루키, 보르헤스, 에코에게 던지는
한 방의 충격 같은 소설

사라진 책을 찾아 세계를 방랑하는
‘책 사냥꾼’의 환상적 모험을 그린 지적 판타지


▣ 책으로 이루어진 은하를 여행하는 ‘책 사냥꾼’의 이야기를 그린 기묘하고 독창적 소설
‘다행히도…… 세상에는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은 책이 있다.’


1억 원 고료, 제2회 중앙장편문학상의 수상작인 오수완 장편소설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가 문학에디션 뿔에서 출간되었다. ‘중앙장편문학상’은 (주)웅진씽크빅과 《중앙일보》가 공동 주최하여 기성과 신인, 순수와 장르의 경계를 뛰어넘어 문학성과 대중성을 아우르는 경쟁력 있는 작품을 선정한다는 취지로 제정된 문학상이다. 2회 공모에 투고된 작품은 총 272편이었으며, 심사위원 7명(이순원ㆍ공지영ㆍ은희경ㆍ김동식ㆍ조연정ㆍ김석희)이 예심과 본심을 통해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오수완)와 『트렁커』(고은규) 두 작품을 공동 수상작으로 결정하였다.
독서량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책과 세계에 대한 지적 탐구가 돋보여 탄성을 자아낸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와 자동차 트렁크에서 자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아픔과 상처를 보듬어주는 『트렁커』는 여러 모로 상반된 특징을 지닌 작품으로 두 작품 모두가 심사위원들의 가슴을 울렁이게 하며, 수상작을 선정하기 위해 토론을 벌인 세 시간 가까운 본심 시간을 즐거운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주었다. 최종적으로 두 작품 중 무엇을 선택해도 만족스럽다는 의견과 한 작품을 배제하는 일이 너무 난감하다는 의견을 종합하여 심사위원들은 두 작품을 제2회 중앙장편문학상 공동수상작으로 결정하는 데 기쁜 마음으로 합의한 것이다.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는 책에 관한 소설, 정확히 말해 ‘책탐’에 관한 소설이다.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의 가장 큰 매력은 이 한 편의 소설이 쓰이기 위해 수많은 가상의 책들이 동원되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저자의 독서량과 상상력을 두루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나, 수많은 책을 동시에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이 책을 읽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 ‘중앙장편문학상’ 선정 경위 중에서

특히, 사라진 책들과 잊어버린 책들, 미움받은 책들과 사랑받은 책들, 버려진 책들과 파괴된 책들, 불탄 책들과 젖은 책들, 도둑맞은 책들과 팔린 책들을 찾아다니는 ‘책 사냥꾼’의 세계를 그린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는 심사워원들로부터 “책의 상징적인 의미와 정면으로 대결하는 지적인 소설”로 읽는 내내 “책으로 이루어진 은하”를 여행하는 듯한 설레는 감정을 느끼게 해준 작품으로 “아무나 쓸 수 있는 작품이 아니다.”라는 찬사를 받았다.


▣ ‘미로의 보물’을 찾아 ‘밤을 걷는 방랑자’, 어느 책 사냥꾼의 회고록

헌책방을 운영하던 ‘나’는 어느 날 책장의 책들을 모조리 도둑맞는다. 그리고 우연처럼 책 사냥꾼들의 비밀 조직 미도당의 총수가 찾아와 ‘검은별’에게 빼앗긴 『베니의 모험』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한다. 미도당은 희귀본 거래업자로서 국립 중앙도서관에 필적할 정도의 희귀본을 소장하고 있으며 정재계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는 의문의 조직인데, 최고의 책 사냥꾼들과만 거래한다는 미도당 총수가 나에게 접근했던 것은 ‘나’ 역시 낮에는 헌책방을 운영하지만 밤에는 사라진 책들을 쫓아다니는 책 사냥꾼 ‘반디’였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책 사냥꾼이 되기로 했다면 그는 쫓는 인생이 아니라 쫓겨 다니는 인생을 선택한 것이다. 책 사냥꾼은 밤에 걷고 낮에 머물며 눈길이 머무는 곳을 피해 다니다 벽 뒤에 이르러 한숨을 쉰다. 도둑과 강도와 칼잡이 들이 책 사냥꾼의 친구이며, 도둑과 강도와 칼잡이 들과, 그리고 책 사냥꾼과 경찰이 책 사냥꾼의 적이다. (중략) 책 사냥꾼 주위에는 또 다른 일곱 명의 책 사냥꾼이 있고 이들 중 셋은 적이고 셋은 친구이며 나머지 하나는 신이다.
훌륭한 책 사냥꾼이 되기 위해서는 잠입과 은밀한 행동은 물론이고 신분을 위장하고 기척을 감추는 따위의 일도 능숙해야 했다. 그들은 달리는 버스에 뛰어오르기도 하고 가시가 돋아난 담을 넘기도 하고 3층 높이의 건물에서 창을 깨고 뛰어내리기도 하고 화장실의 청소함에 숨기도 하고 가스관을 타고 건물을 기어오르기도 하지만 누군가를 해칠 무기 대신 고작해야 노끈을 자르기 위한 주머니 칼 정도를 갖고 있을 뿐이며 싸움보다는 도망을 선택하고 은신처를 만들기 위해 골몰하고 그곳에서도 늘 탈출로를 염두에 두고 어쩔 수 없이 적과 마주하면 은근한 암시와 교묘한 속임수로 따돌리려 한다.
과거에는 책 사냥꾼 주위에 세 명의 친구와 세 명의 적이 있다고 했지만 근대 이후의 책 사냥꾼의 세계는 홉스가 지적한 대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의 장이 되고 말았다. 책 사냥꾼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외로운 불신의 세계에 살고 있어서 자기 주위에 있는 일곱 번째 책 사냥꾼이 정말 신이라고 하더라도 그는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pp.85~87)

책 사냥꾼으로서의 호기심과 의협심이 발동한 나는 폭력집단으로 악명 높은 ‘검은별’과 숙명적 대결을 예감하며 『베니의 모험』을 찾는 일에 뛰어든다. 폐쇄된 연구소의 캐비닛 안에서 타이프라이터로 작성된 작자 미상의 『베니의 모험』을 찾은 나는, 그 책이 ‘끝없는 책’ 중의 첫 번째 책으로 어떤 책이나 전집의 일부일 거라는 단서를 발견하며 묘한 쾌감에 빠져든다. 책 사냥꾼으로서의 동물적인 본능이 되살아난 나는 두 번째 책 『어둠 속의 방랑자』를 찾아내면서, ‘끝없는 책’이란 책 사냥꾼 세계에서 전설로 내려오는 단 한 권의 완전한 책인 『세계의 책』을 가리키는 말이며, 자신이 찾은 책들은 다른 책을 찾게 해주는 단서이자, 최종적으로 『세계의 책』에 이르게 해주는 ‘안내서’라는 사실을 깨달으며 전율한다. 책 사냥꾼 반디가 모든 책 사냥꾼들의 최종 목표이자 수수께끼에 감춰진 『세계의 책』을 찾는 데에 근접하자 다른 책 사냥꾼들과 책 탐정과 책 도둑과 경찰 들이 반디를 쫓기 시작한다.

아주 오래전에 아주 훌륭한 책이 한 권 있었다. 그 책은 『세계의 책』이라고 불렸다. 그 책은 없어졌고 그래서 어떤 사람들이 그 책을 다시 찾기로 했다. 그들은 책 사냥꾼이라고 불렸다. 그들은 『세계의 책』을 찾을 수 없었다. 대신 그들은 세상에 있는 많은 책 중에 『세계의 책』을 찾기 위한 『안내서』를 찾아다니기로 했다.
『세계의 책』은 모든 책의 참고 문헌이었다. 만약 당신이 아주 아름다운 책을 읽었다면 그 책의 모든 것이 『세계의 책』에 있다. 만약 당신이 가장 지극한 비밀을 어딘가에 적었다면 그 모든 것이 『세계의 책』에 적혀 있다. 당신이 이 우주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찾는다면 그 이야기는 『세계의 책』 속에 있다. 당신이 신과 자연과 우주의 비밀에 대해 알고 싶고 당신의 운명과 인간의 본질에 대해 알고 싶다면 그건 『세계의 책』에 나와 있다. 당신은 언젠가 모든 책이 파괴되고 불태워지고 사라져도 단 한 권의 책이 남아 불타 사라진 모든 책들을 다시 부활케 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것이 『세계의 책』이다.(p.36)

『세계의 책』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반디는 아홉 권의 결정적인 ‘안내서’를 찾아낸다. 그 과정에서 반디가 읽었던 책과 알고 있는 책과 누군가로부터 전해 들었던 모든 책들이, 출판된 책과 출판되지 않았지만 책 속에 언급되어 있는 수많은 책들이 ‘안내서’들의 ‘안내서’임을 깨닫게 된다. 결국 반디의 이야기는 『세계의 책』을 찾기 위한 또 다른 ‘안내서’이자, 숨죽이며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는 어린 책 사냥꾼들에게 남기는 선배 책 사냥꾼의 삶을 그린 ‘회고록’이며, 잃어버리고 불타버린 책들을 복원해 낼 책들에 관한 ‘주석서’이며, 책 사냥꾼의 꿈을 좇는 도전과 성배를 찾기 위한 모험과 그 속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한 편의 가슴 뛰는 ‘소설’이다.


▣ 미움받은 책과 사랑받은 책, 버려진 책과 파괴된 책, 숨어 있는 책과 사라진 책
불탄 책과 젖은 책, 도둑맞은 책과 팔린 책 들에 대하여


‘책 사냥꾼’들은 누구보다도 책을 탐닉하는 자들이다. 오래전에 읽은 어떤 한 문장을 떠올릴 때마다 여전히 가슴 설레기도 하고, 책장 가득히 꽂아둔 읽은 책들과 읽어야 할 책, 읽지 못한 책들을 바라보며 도취되기도 하고, 죽을 때까지도 온전히 내 것으로 못할 지식의 보고로써 절망을 맛보기도 하고, 울고 웃고 미워하고 사랑하는 감정을 나누고 배우면서, 어린 시절엔 설명하지 못할 욕망에 휩싸여 처음으로 도둑질을 생각나게 했을 정도로 삶의 순간마다 책과 함께해 왔던 사람들이다.
그들의 책 사냥은 밤하늘의 성좌처럼 펼쳐진 책으로 이루어진 은하를 따라 여행하는 일이기도 하고, 도달하지 못한 별을 찾아 우주를 탐험하는 일이기도 하며, 블랙홀처럼 예측할 수 없는 곳으로 빨려 들어가는 일이기도 하며, 익히 알고 있는 세계와 이름 모를 미지의 세계에 대한 천체 지도를 그려나가며 그 안에서 나만의 보물을 찾아가는 일인 것이다.

난 조각난 문장을, 눈으로, 손으로, 혀로, 더듬으며, 한 줄씩, 읽을 것이다, 울며, 웃으며, 화내며, 소리치며, 기뻐, 날뛰며, 찌푸린 채, 이를 악물고, 머리를 때리고, 가슴을 치며, 마치 태어나서 처음 책을 읽어보는 사람처럼, 한 줄씩, 한 줄씩, 한 단어씩, 한 글자씩. 그리하여 책의 마지막 장, 마지막 한 줄, 마지막 단어에 붙은 마지막 마침표에 이르면 그다음 책으로 이르는 길이 저절로 나타날 것이다. 또 그다음 책이, 또 그다음 책이 이 텅 빈 인생과 책장을 채울 것이다. 나는 여기서 가만히, 책을 읽으며, 기다릴 것이다. 이 서재와 내 인생이 다시 채워지기를. 상처가 낫기를. 허무가 메워지기를. 다행히도, 세상에는 밤하늘의 별만큼 많은 책이 있다.(pp.348~349)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에는 수많은 책들이 등장한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카프카의 『성』,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옌젠의 『그라디바』 등은 우리들에게 사랑받았던 책들의 대표적 목록이다. 그러나 그들 중 일부는 물에 젖고 벌레 먹고 불에 타버리거나 버려진 책들이 되었다.
책 사냥꾼의 덕목과 지침을 적은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찰리 이야기』와 책 사냥꾼의 두 얼굴에 관해 쓴 『거울 속의 얼굴』, 수수께끼처럼 홀연히 사라진 모든 책들에 대해 책 사냥꾼이 품는 의심과 호기심을 써내려가 판금 조치가 내려진 알라 자니위스키의 마지막 저작물 『밤을 걷는 방랑자』, 메멧 블라세프의 『위대한 책 사냥꾼들의 삶과 죽음』, 가와이 쇼고의 『책 사냥꾼으로서의 나의 인생』 등은 책 사냥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거나 소재로 쓰여 파괴되거나 누군가의 비밀스러운 장소에 숨겨져 있는 책들의 목록이다.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된 소설로 주인공인 어빈 그레이 경이 자신의 저택인 오크힐에서 아흐레 동안 맞이하는 손님들에 관한 환상적이고 풍자적인 이야기를 그린 오스틴 맥디그넘의 『방문자들』, 음울하고 탐미적인 문체가 독보적인 수필 「빗소리」가 수록되어 있는 무라타 나오키의 수필집 『어느 비 오는 밤에』, 매력적인 여자 탐정 ‘제시카 본’이 범죄를 해결하는 데브라 심슨의 추리소설 『죽음의 가면무도회』, 살인범의 기록일지라는 논란을 불러일으킨 에밀 에스트번의 문제적 사진집 『얼굴들』, 정적을 무찌르고도 후계자 자리를 거부하고 떠난 방랑하는 영혼 수아레스의 이야기를 쓴 까를로스 까사레스의 『후계자』, 앤드류 허친스의 소설 『도망자』와 에밀리오 과르구에로의 『고문 기술자의 하루』 등은 미움받은 책과 사랑받은 책, 버려진 책과 파괴된 책, 숨어 있는 책과 사라진 책, 불탄 책과 젖은 책, 도둑맞은 책 들 중 일부다.

아름다운 빗소리라는 건 없다. 모든 빗소리는 끔찍하고 괴이하다. 잘 들어보면 그것은 숨이 막혀 내지르는 비명이다. 그 소리가 너무 크고 끔찍해서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귀를 막고 만다. 그래서 빗소리는 등 뒤에서, 문 저편에서 다가오는 소리를 지우고, 그래서 더욱더 불길한 소식을 예감하게 한다. 비 오는 날에 마치 고양이처럼 공연히 문을 열어보는 마음은 그 때문이다. (중략) 비가 내린다. 비가 내리는 것은 소리로 알 수 있다. 눈을 들지 않으면 비는 귀로 내린다. 처마에서 떨어진 비가 귓구멍 속으로 똑똑 떨어진다. 소리는 귓속에 울리고 빗물은 머릿속에서 출렁거린다. 빗소리가 머릿속에 가득 차면 이윽고 파도가 친다. (중략) 빗소리는 다른 소리를 지운다. 종이 위에 펜이 사각거리는 소리도 탁상시계의 딸깍이는 초침 소리도 아이의 기침 소리도 이 밤에는 들리지 않는다. 자연의 백색 소음이란 바로 이것이다. 소리는 모든 걸 지운다. 남는 건 자신뿐이다. 빗소리를 들으며 인간은 비로소 온전하게 자기를 대한다. 그럴 때면 원만하게 해결하지 못한 모든 기억들이 유령처럼 등 뒤에서 둥실둥실 떠다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오늘 밤에도 그런 유령이 몇 명인가 찾아왔다. ― 『어느 비 오는 밤에』에 수록된 「빗소리」 중에서(pp.51~52)

『얼굴들(Faces)』은 평론가들로부터도, 또 대중으로부터도 철저한 외면을 받았다. 그의 사진집은 에밀 에스트번이 책을 낸 이듬해 1월 뉴욕의 뒷골목에서 총에 맞아 살해되자 아주 잠깐 주목받았다가 잊힌 다음 30년 뒤에 화려하게 부활했다. (중략) 책에 실린 200여 명의 인물 중 몇몇은 사진을 찍을 당시 실종 상태였거나 사진을 찍은 직후 실종 처리됐다. 작가의 사후에 시체가 발견된 사람도 두 명 있었다. (중략) 에스트번이 희대의 살인마라는 추측이 퍼졌다. 연고가 없는 희생자를 고르고, 친밀하게 접근해 사진을 찍고, 그러고는 죽인 다음 시체를 처리한다. 사진집의 제일 앞과 제일 뒤에 실린 이름 없는 남자의 사진이 모두 바로 에밀 에스트번 자신이라는 게 알려지면서 ‘살인자의 두 얼굴’이라는 주제가 한동안 학계의 테마가 됐다.(pp.190~191)

37권의 제시카 본 시리즈 중 다섯 번째인 『죽음의 가면무도회』는 1972년에 출간됐다. 한 부호가 가장무도회를 열고 이곳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 피해자는 그 부호의 정부로 알려진 신예 여배우다. 제시카는 피해자를 사이에 두고 부호와 상원 의원이 삼각관계였다는 걸 알아내고 그들을 의심한다. 하지만 일주일 뒤 다른 곳에서 열린 가장무도회에서 또다시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경찰은 살인 사건을 이유로 가장무도회를 금지하려 하지만 퇴폐한 상류사회 인사들은 시장과 경찰서장에게 압력을 행사해 가장무도회를 계속한다. (중략) 대강의 줄거리에서 알 수 있듯 쓰레기를 간신히 면할 정도인 이 소설이 수집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진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청교도적 금욕주의로 온몸을 단단히 무장하고 있는 제시카 본 시리즈 중에서 오직 이 소설에서만 여주인공의 누드 장면이 등장한다. 목욕을 마치고 나온 제시카가 그날의 파티에 입고 나갈 옷을 고르려다 말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알몸을 들여다보며 생각에 잠기는 장면이다. 분량도 열다섯 줄, 200단어 정도에 불과하고 가장 낯간지러운 단어라고 해봐야…… (pp.92~93)

이처럼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는 책 사냥꾼 ‘반디’에게 일어난 현재의 사건들과 과거의 기억들, 한때 읽었던 책들과 찾고 싶은 책들과 찾지 못한 책들, 잃어버린 책들과 발견해 내는 책들의 이야기가 서로 엮이며 교차 서술되는데,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어서며 무한한 상상의 세계에 초대된 ‘방문자/책 사냥꾼/독자’들은 가상의 책과 실재하는 책들이, 허구의 인물과 역사적 인물들이 서로 섞여 들며 이 세상에 무수히 많은 또 다른 ‘이야기/책’들의 존재를 천연덕스럽게 역설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 하루키의 위트, 보르헤스의 자유로운 상상력, 에코의 광대한 지식에 대한 도전
환상과 현실의 복합 세계,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는 신비한 미궁으로의 초대


가상의 책과 환상의 미로 속에서 펼쳐지는 오수완 장편소설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는 우리가 상상하고 꿈꾸는 환상적인 목록들로 가득한 책에 관한 이야기이자, 그 책과 함께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또한 앞으로 출간될 책들과 관한 이야기이자 ‘책의 무덤’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중앙장편문학상 심사에서 소설가 은희경은 “문단의 동료로 삼고 싶은 작가”가 나타났다며 애정을 표했으며, 소설가 정이현은 “굉장히 드문 지적 즐거움”을 느꼈다며 작가적 역량과 성찰이 돋보인다라고 힘을 실었다.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가 그동안의 한국소설의 전통과는 다른 낯설고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전개하고 있다는 점과 필생의 역작이 될까 염려될 정도로 수년간 공들인 광대한 지식이 녹아들어 있으며, 가상의 책들을 진짜처럼 느껴지게 구현해 낸 위트 넘치는 글 솜씨가 독보적이기 때문이다. 마치 에코와 보르헤스, 하루키를 읽는 듯한 지적 즐거움을 선사하고, 자유롭고 아름다운 상상의 세계로 이끌며, 독서에 대한 근원적 충만감을 가져다준다.
오수완은 환상과 현실을 유영하듯 자유롭게 오가면서 우리가 사는 세상은 복잡하고 기묘한 미로가 되기도 하고, 인간은 미궁 속에 놓인 유약한 존재가 되며, 한 권의 책은 진리를 찾는 열쇠가 되었다가 음울한 미래를 암시하는 유령이 되기도 한다는 점, 또한 우리가 사는 곳은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는 가변적 세계이고, 인간은 불굴의 의지를 지닌 탐험가가 되며, 한 권의 책은 모두 허구임에도 과거를 위로하고 현실을 지탱해 주며 미래를 밝혀주는 등불이 되기도 함을 말하려 한 게 아닐까.

총명하고 영민하며 백호(白毫)에 빈디를 가진 듯 심안이 열린 책 사냥꾼이라면 내가 그대들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찾으라고 하는 책이 무엇인지 알 것이다. 보이는 것은 보이는 것과 같지 않다는 것을 그대들은 알고 있을 것이고 말해진 것은 말해진 것과 다르다는 것을 그대들은 알고 있을 것이고 이 일련의 책들이 가리키는 것이 어떤 책인지 그 책들 중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지 무엇이 진짜 손가락이고 무엇이 손가락을 가리키는 손가락이고 무엇이 손가락의 그림자인지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책 사냥꾼의 말을 믿지 말라는 책 사냥꾼들 사이의 오랜 금언은 사실이며 나는 책 사냥꾼이 최대한 진실하게 말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 목록을 작성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나는 진실만을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대들이 내 말을 믿지 않을 것과 그것을 알고 내가 진실을 적어놓았으리라 예상할 것과 그걸 미리 예측하고 내가 위증의 틈에 진실을 배치했을 거라 미리 짐작해 교묘하고 지극한 방식으로 읽을 것을 모두 예상하고 배려해 나 역시 최대한 정중하고 신중하게 사실의 틈에 환상을, 거짓의 틈에 진실을 끼워두었다는 것을 고백하겠다. ‘안내서’를 둘러싼 모든 수수께끼에 나 또한 또 하나의 수수께끼를 더했으며 이는 혼란과 불확실을 가중시키기 위함이 아니라 오히려 수수께끼를 선명하게 하는 일임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pp.204~205)

세상은 지옥. 나는 거미줄에 매달린 도둑. 한줄기의 구원을 바라고 천길 위의 구멍을 향해 기어오르고 있다. 어쩌면 오래전 거미 한 마리를 살려준 적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내게 거미줄이 내려온 것이다. 자비의, 하지만 너무나 가늘어서 치사하기 이를 데 없는 거미줄. 이왕 내려줄 거면 사다리나 동아줄을 내려주시던가. 하지만 이것만 해도 감지덕지할 노릇이지. 그리고 달리 할 수 있는 것도 없잖아. 그러니 눈앞의 거미줄을 기어오를 수밖에. (p.292)

내가 본 것, 내가 찾은 것, 내가 만난 사람들, 그것들은 모두 실재하는 것이었을까. 아니면 그저 어느 책 속에서 읽은 것들의 그림자였던 것일까. 이를테면 그건 이 방에서 사라진 책들에서 쏟아져 나온 유령들이 아니었을까. 어쩌면 내가 겪은 일들, 그것들은 모두 환상에 불과하고, 내가 읽었다 여긴 것들, 내가 찾아 헤맸다 여긴 책들, 그것들이 실제 있었던 일들이 아니었을까. (p.342)

· 책의 상징적인 의미와 정면으로 대결하는 지적인 소설을 만나게 되어 참으로 반갑다. 삶과 책이 빚어내는 중층적인 차원과 복합적인 운동성을, 마치 거미처럼 끌어안고 있는 소설이다. - 김동식(문학평론가)

·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는 아무나 쓸 수 있는 작품은 아니다. 이 한 편의 소설로 우리는 수십 명의 작가를 동시에 얻은 기분이다. 벅찬 일이다. - 조연정(문학평론가)

제2회 중앙장편문학상 심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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