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로 만든 집

윤성희 지음 | 민음사 펴냄

레고로 만든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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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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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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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yeon Park

@jiyeonpark

p.29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어서 환대보다 적대를, 다정함보다 공격성을 더 오래 마음에 두고 기억한다. 어떤 환대는 무뚝뚝하고, 어떤 적대는 상냥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그게 환대였는지 적대였는지 누구나 알게 된다.

p.61 인간과 인간의 관계는 기대와 실망이 뱅글뱅글 돌며 함께 추는 왈츠와 닮았다. 기대가 한 발 앞으로 나오면 실망이 한 발 뒤로 물러나고 실망이 오른쪽으로 돌면 기대도 함께 돈다. 기대의 동작이 크면 실망의 동작도 커지고 기대의 스텝이 작으면 실망의 스텝도 작다.

p.102 천 개의 강에 비치는 천 개의 달처럼, 나라고 하는 것은 수많은 타인의 마음에 비친 감각들의 총합이었고, 스스로에 대해 안다고 믿었던 많은 것들은 말 그대로 믿음에 불과했다.

p.187 지금 이 생은 태어나면서부터 주어진 것과 스스로 결정한 것들이 뒤섞여 만들어진 유일무이한 칵테일이며 내가 바로 이 인생 칵테일의 제조자다. 그리고 나에게는 이 삶을 잘 완성할 책임이 있다.

단 한 번의 삶

김영하 지음
복복서가 펴냄

읽었어요
25분 전
0
Jiyeon Park님의 프로필 이미지

Jiyeon Park

@jiyeonpark

p.5 저마다 이기적인 감성으로 말을 남용하고 날조하고 확대하고 배제한, 그 당연한 귀결로 서로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것이다. 입에서 나온 모든 말은 타인이 이해할 수 없는 독백이 된다. 독백이 세상을 장악한다. 대 독백의 시대가 도래했다.

p.16 나는 나약한 인간입니다. 나는 나의 나약함을 알고 있습니다. 나를 움직이는 것은 언제나 내 의지이며, 나는 나의 모든 말과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p.24 묻지도 않는 것을 멋대로 설명하기 시작하는 맨스플레인 기질이 AI-built의 싫은 점이다. 똑똑하고 공손한 양식을 잘 꾸미는 건 실제로는 치명적인 문맹이라는 결점을 감추기 위함이다. 아무리 학습 능력이 뛰어나도 AI는 자신의 약점을 직시할 힘이 없다. 언어를 무상으로 훔치는 것에 익숙해져 그 무지를 의심하지도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인간이 ‘차별’이라는 단어를 구사하기까지 어디에 사는 누가 어떤 종류의 고통을 겪어왔는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호기심을 가질 수 없다. ‘알고 싶다’라는 욕망을 품지 않는다.

p.51 이미 여러 번 말씀드렸지만, 저나 여러분이 지금까지 ‘범죄자’가 되지 않았던 건 훌륭한 인격을 지니고 태어났기 때문이 아닙니다. 당신이 태어난 곳이 마침 훌륭한 인격을 기를 수 있는 환경이었기 때문입니다. 범죄와 엮이지 않고도 행복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고 믿게 해준 어른이 주위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좋은 일을 하거나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을 어른들이 칭찬해주고 장려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당신에게 “다음에도 좋은 일을 해야겠다”라는 동기를 부여해줬기 때문입니다. 좋은 일을 반복하는 동안 눈앞에 험난한 벽이 가로 놓여도, 형편없는 실수를 해도, 앞을 바라보고 미래에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길러졌기 때문입니다. 행복한 미래에 대한 의식이 작동하면 죄를 저지를 때 어떻게 되는지 예측할 수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상상력은 도에 어긋난 행위를 저지를 것 같은 순간에 강력한 자제력으로 이어집니다. 당신이 지금까지 죄를 짓지 않고 깨끗하게 살아올 수 있었던 건 다름 아닌 당신의 행복한 특권 덕분입니다.

p.55 당시 그녀에게는 자신이 처한 가혹한 상황을 의사에게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현실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말을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p.56 이런 얘기를 하면 비웃을지 모르겠지만, ‘범죄자’라고 불릴 때마다 한 인간으로서 상처받아요. 말과 현실이 동등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느낄 수가 없습니다.

p.59 그러나 아무리 머릿속에 훌륭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해서 그것을 현실적인 형태로 구현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범죄자’에 대한 이제까지의 편견과 차별 가운데 먼저 말부터 바꿔나간다. 이 엄청난 아이디어를 실제 눈에 보이는 형태로 만들어 세상에 제시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장애물을 넘어야 합니다.

p.68 보통은 결혼하거나 이직하거나 건강이 나빠지거나 큰 좌절?을 경험하는 타이밍에 ‘자신과 마주하는’ 순간이 자연스럽게 찾아올 것 같지만, 나는 그런 시간을 가질 필요 없이 여기까지 순조롭게 해온 여자야.

P.74 어른들을 설득하기 위해선 수학 공식보다 먼저 언어를 잘 구사해야 했어. 남자에게는 남자용 언어를, 여자에게는 여자용 언어를.

p.76 질문하면 뭐든 답이 나올 거라고 생각하는 게 AI의 싫은 점이야. 나는 AI가 아니야. 우선 스스로 추측하거나 해석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겠어.

p.84 이름은 물질이 아니지만, 이름은 언어이고 현실은 언제나 언어로 시작돼. 정말이야. 이 육상 세계를 움직이는 건 수학이나 물리를 잘하는 인간이 아니라 말을 잘하는 인간이라고.

p.109 그리고 왠지 나는 문장생성형 AI에게 연민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의 말을 조각조각 이어붙여 만든 문장이 무엇을 의미하고 누구에게 전달되는지 알지도 못한 채, 그저 주어진 글자를 계속 나열해야 하는 삶이란 무척이나 공허하고 괴롭지 않을까. 그렇게 동정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다. 그러나 물론 AI에게는 고통도 기쁨도 인생도 없고 상처받을 일도 없으니 이건 별 의미 없는 동정이다. 인간이라고 해서 누구나 쉽게 말을 다룰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인간은 말하고 싶지 않을 때 침묵할 수 있다.

p.148 말다툼이라지만 각자 혼잣말을 외치는것 같았어요. 나는 마지막까지 그가 하는 말을 하나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같은 일본어를 사용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째서 저 사람은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얘기하지 않는 거지?

p.152 자기 존재를 의심하지 않고 인간이 어떻게 진화할 수 있어?
무비판적인 자기 긍정은 인간의 잠재능력을 과소평가하는 일이 아닐까?

AI의 언어를 이용해서 쓴 소설이라 그런지 말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생각을 담고 있다. 사람이 쓰는 말이 현실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있는지, 말과 현실이 동등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그 말 너머에 사람들이 어떤 고통을 갖고 있는지를 들여다 보는지,

말을 바꾸면 편견과 차별도 바꿀 수 있고, 말을 바꾸면 좀 더 현실과 연결된 눈에 보이는 상태로 세상에 제시할 수 있다.

도쿄도 동정탑

구단 리에 지음
문학동네 펴냄

읽었어요
27분 전
0
미리님의 프로필 이미지

미리

@miriju4k

170. "소리는 파동이라 사라지지 않는대."
🌱그는 그 앎에 의지하는 듯했다.

우리는 학교 운동장에 도착해 연두색 펜스에 등을 기댄 채 동이 틀 때까지 더 이야기했다. 그는 나와 계속 만나고 싶다고 했다. 🌱내가 그에게서 듣고 싶은 말이 뭔지를 그가 이미 다 알고 있어서 나는 불안해졌다.

171. 사람이 저렇게나 많은데 나는 한 사람과 만났고 오래 이 야기했고 그럴 수 있어 기뻤다. 🌱동시에 두려웠다. 살아가는 데에 특별히 필요한 게 없는 사람이 되려 했는데 꼭 필요한 뭔가가 생길 것 같았다. 꼭 필요한 뭔가가 생긴 삶은 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지? 그런 고민을 하며 경기가 끝날 때까지 소리를 엿들었다.

꽤 낙천적인 아이

원소윤 지음
민음사 펴냄

54분 전
0

이런 모임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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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책 소개

현대문학상, 올해의 예술상, 이수문학상 등 주요 문학상을 휩쓴
작가 윤성희의 첫 소설집, 그 원점의 재발견


소설가 윤성희의 첫 작품집 <레고로 만든 집>의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저자의 재교정과 재편집을 거쳐 새로운 디자인으로 출간된 이번 개정판은, '어제의 윤성희'가 바라본 '오늘의 윤성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윤성희는 199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레고로 만든 집」이 당선되어 등단한 이후, 꾸준한 활동으로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김윤식 교수가 꼽은 역량 있는 작가 윤성희의 작품들은 현대문학상, 올해의 예술상, 이수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데뷔작 「레고로 만든 집」은 지진아인 오빠와 칩거하는 아버지를 부양하는 젊은 여자의 희망 없는 삶을 섬세한 필치로 군더더기 없이 그려 내었다는 평가를 받은 작품이다. 이후 작가는 고단한 삶을 외롭게 버텨 나가는 이들의 모습을 지속적으로 그려내고 있는데, 소설집에 수록된 여타의 작품들은 그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평론가 황종연은, 윤성희가 동시대의 자잘한 삶의 체험을 거울처럼 세세하게 묘사하는 데 능숙하다며 천운영과 함께 "현대 일상을 탐구하는 미시적 리얼리즘"에 천착하는 작가군으로 묶은 바 있다. 작가는 가령, 등장인물이 9자를 알파벳 g와 비슷하게 쓴다거나(「레고로 만든 집」), 3자를 8자와 비슷하게 쓰는(「서른세 개의 단추가 달린 코트」) 것까지 보여 준다.
사소한 것 하나도 스쳐 보내지 않고 마치 대상이 눈앞에 있는 것처럼 그려 내는 데 치중하는 작가의 모습은, 「레고로 만든 집」에서 대학 휴학생인 척하며 학교 앞 복사 가게에서 일하는 주인공의 행위에서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주인공은 복사기에 얼굴을 대고 눈을 뜬 채 자기를 복사한다. 복사기에서 쏘아져 나오는 빛에 온몸이 저절로 움찔거리고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는데도 눈을 감지 않는다. 이러한 주인공의 모습은, 초라하고 외로운 젊은이들의 모습을 외면하지 않고 끊임없이 응시하는 작가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작품 속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안정된 직업을 갖지 못한 채 아르바이트 등으로 간신히 생을 이어 나간다. 벌어진 이빨을 보이기 싫어 사람들과 직접 대면할 필요 없는 '기념일 서비스'라는 일을 택하거나(「당신의 수첩에 적혀 있는 기념일」), 방송국에서 탄 경품을 팔아 돈을 벌거나(「악수」), 빌린 돈을 갚을 방도가 없어 스턴트맨이 되는(「모자」) 등 세상의 주변부에 위치한 이들이 주류를 이룬다.

한편 주인공들은 대개 평범한 가족 관계에서도 벗어나 있다. 엄마는 집을 나가고 생활력 없는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여자(「레고로 만든 집」), 아기 때 사과상자에 담겨 버려진 여자(「이 방에 살던 여자는 누구였을까?」), 매주 고향 근처에서 맴돌기만 할 뿐 집으로는 돌아가지 않는 남자와 화재로 어머니를 잃고 보험금으로 살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 여자(「그림자들」), 형과 어머니를 잃은 남자와 아내에게서 버림받은 남자(「계단」) 등 기댈 곳 없는 혹은 기대지 않는 이들이 그려져 있다.

윤성희는 이렇게 활력 없는, 마치 '그림자'처럼 뚜렷한 형상으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의 삶을 그려 내면서도, 다른 여성 작가들과 달리 과도한 감상에 빠져들지 않는다는 강점을 갖추고 있다. 평론가 황종연이 「모자」를 다룬 글에서 "윤성희는 자칫 초라한 앙심의 문학으로 떨어질 소지가 많은 스토리를 가지고 시장의 그늘 속에 주눅 들어 서식하는 젊음의 초상을 이뤄 냈다. 윤성희 소설은 낙백한 젊은이의 영혼 앞에 사랑의 맑은 렌즈를 반짝이는 성능 좋은 캠코더이다."라고 말했듯,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있되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여 읽는 이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면서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현대문학상, 올해의 예술상, 이수문학상 수상 작가. 오늘의 한국 단편 문학을 대표하는 윤성희의 첫 소설집. 고독한 일상을 레고처럼 해체하고 조립해서 만든 희망의 공간 속에서 지금, 다시 한 번 '그녀들'의 작고 낯선 희망과 조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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