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막 난 우주를 안고서 - 한국과학문학상 대표작가 앤솔러지

김초엽 외 4명 지음 | 허블 펴냄

토막 난 우주를 안고서 - 한국과학문학상 대표작가 앤솔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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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5.6.18

페이지

340쪽

상세 정보

SF 전문 출판사 허블에서 한국과학문학상 10주년을 기념하여 수상 작가 다섯 명과 함께 SF 앤솔러지 『토막 난 우주를 안고서』를 선보인다. 허블 편집부는 다섯 작가에게 주제를 제시하지 않은 채 “지금 가장 쓰고 싶은 이야기” “솔직하게 마음이 가는 이야기”를 써달라 부탁했고, 작가들은 “죽음 너머의 세계”와 “그곳에 남은 사랑”이라는 공통된 응답을 내놓았다. 서로 의견을 나누지 않았음에도, 작가들이 죽음을 공통된 주제로 쓰게 된 이유는 작가노트에서 엿볼 수 있다.

죽음과 멸망의 징후가 일상이 된 세계에서 작가들은 죽음 너머의 이야기를 꺼내들었으며, 죽음 이후의 세계에는 그리고 우리의 마음에는 무엇이 어떻게 남는지를 질문하며, 사라진 존재와 남겨진 존재 사이의 관계를 그려낸다. 이러한 상상은 인간의 종에 국한되지 않고, 동물, 외계인, 복제인간, 로봇, 심지어 좀비와 지구라는 행성으로까지 확장하면서, 단절 그 너머의 연결에 대해 탐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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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hyo

이런 형태의 사랑과 낭만은 SF소설에서만 볼 수 있는 것 같다.
존재하지 않을 세계같지만 어딘가 존재할 것 같고
이런 관계가 가능하지 않을 것 같지만 어딘가 존재할 것 같고
이런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계속 나오니까 읽고 또 읽는게 아닐까.
오랜만에 SF소설을, 심지어 좋아하는 작가들 단편이 가득 있어서
주말 내내 즐겁게 읽었다.👍

토막 난 우주를 안고서 - 한국과학문학상 대표작가 앤솔러지

김초엽 외 4명 지음
허블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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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전문 출판사 허블에서 한국과학문학상 10주년을 기념하여 수상 작가 다섯 명과 함께 SF 앤솔러지 『토막 난 우주를 안고서』를 선보인다. 허블 편집부는 다섯 작가에게 주제를 제시하지 않은 채 “지금 가장 쓰고 싶은 이야기” “솔직하게 마음이 가는 이야기”를 써달라 부탁했고, 작가들은 “죽음 너머의 세계”와 “그곳에 남은 사랑”이라는 공통된 응답을 내놓았다. 서로 의견을 나누지 않았음에도, 작가들이 죽음을 공통된 주제로 쓰게 된 이유는 작가노트에서 엿볼 수 있다.

죽음과 멸망의 징후가 일상이 된 세계에서 작가들은 죽음 너머의 이야기를 꺼내들었으며, 죽음 이후의 세계에는 그리고 우리의 마음에는 무엇이 어떻게 남는지를 질문하며, 사라진 존재와 남겨진 존재 사이의 관계를 그려낸다. 이러한 상상은 인간의 종에 국한되지 않고, 동물, 외계인, 복제인간, 로봇, 심지어 좀비와 지구라는 행성으로까지 확장하면서, 단절 그 너머의 연결에 대해 탐구한다.

출판사 책 소개

우리의 낙원은 늘 폐허 위에서 시작되었다
김초엽, 천선란, 김혜윤, 청예, 조서월
한국과학문학상 10주년 대표작가 앤솔러지

“지금 가장 쓰고 싶은 이야기를 써볼까요?”
이에 대한 다섯 작가의 공통된 응답, “죽음 너머, 그리고 사랑”


SF 전문 출판사 허블에서 한국과학문학상 10주년을 기념하여 수상 작가 다섯 명과 함께 SF 앤솔러지 『토막 난 우주를 안고서』를 선보인다. 허블 편집부는 다섯 작가에게 주제를 제시하지 않은 채 “지금 가장 쓰고 싶은 이야기” “솔직하게 마음이 가는 이야기”를 써달라 부탁했고, 작가들은 “죽음 너머의 세계”와 “그곳에 남은 사랑”이라는 공통된 응답을 내놓았다. 서로 의견을 나누지 않았음에도, 작가들이 죽음을 공통된 주제로 쓰게 된 이유는 작가노트에서 엿볼 수 있다.

“이 소설은 작업하는 데 무척 오래 걸렸다. (…) 일상이 그럭저럭 이어질 거라는 믿음이 통째로 흔들리는 일련의 사건들(내란을 비롯한 이후의 여러 사태들).”
_김초엽, 작가노트 중에서

“소설을 쓰는 내내 가장 마음을 떠나지 않았던 싸움이 두 개 있었다. …)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지회장의 고공 농성. 그리고 파주시 용주골 시위”
_김혜윤, 작가노트 중에서

이렇듯 죽음과 멸망의 징후가 일상이 된 세계에서 작가들은 죽음 너머의 이야기를 꺼내들었으며, 죽음 이후의 세계에는 그리고 우리의 마음에는 무엇이 어떻게 남는지를 질문하며, 사라진 존재와 남겨진 존재 사이의 관계를 그려낸다. 이러한 상상은 인간의 종에 국한되지 않고, 동물, 외계인, 복제인간, 로봇, 심지어 좀비와 지구라는 행성으로까지 확장하면서, 단절 그 너머의 연결에 대해 탐구한다.
첫 번째 작품 김초엽의 「비구름을 따라서」는 죽은 룸메이트가 보내온 추모식 초대장에서 시작된다. 오직 죽은 이에 대한 소중한 기억과 마음 때문에 초대장을 따라간 이들은, 현실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물건들과 단서들을 통해 그가 죽은 것이 아니라 다른 세계로 건너갔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상상하고 추론한다. 초대장의 진위를 파악하려는 과정에서 각자 죽은 이와 함께한 기억이 드러나고, 그 기억들이 재조립되면서 남겨진 이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진실과 마음에 도달하게 된다.
두 번째 작품 천선란의 「우리를 아십니까」는 존엄사를 택할 만큼 고통스러운 병에 걸렸지만, 좀비에게 물리는 바람에 인간도 좀비도 아닌 존재가 되어버린 화자의 이야기다. 좀비 사태 이후의 세계에서 화자는 정신을 간신히 붙든 채, 좀비가 되어버린 아내와 함께 떠돌며 ‘인간 이후’에도 지속되는 사랑과 책임에 대해 생각한다. 좀비의 뇌에서 발생하는 훼손된 과거의 기억과 좀비의 몸에서 받아들이는 모호한 감각이 뒤섞인 상황 속에서도, 화자는 아내의 손을 놓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세 번째 작품 김혜윤의 「오름의 말들」은 낯선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외계 생명체 ‘오름’들과의 소통을 시도하는 연구자들의 이야기다. 오름을 이용하려는 세력의 총구가 밀어닥치는 상황에서도, 이 낯선 존재들에게 끝내 경고 메시지를 전하려는 그들의 사투는 오름과의 마지막 소통으로 이어진다. 같은 언어로 소통하면서도 결국 총부리를 겨누게 되는 인간들 간의 관계와, 오직 전기 자극으로만 소통하면서도 목숨을 함께할 만큼 깊은 유대를 맺게 된 오름과 인간 간 관계가 대조되며, 진정한 마음의 연결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네 번째 작품 청예의 「아모 에르고 숨」은 자신을 남겨두고 떠나간 연인이 남긴 복제체와 사랑을 나누던 인물이, 그 사랑의 결핍과 의심 끝에 결국 자신을 복제해 궁극적 사랑의 실험을 진행하게 되는 이야기다. 진짜와 복제에 대한 의심, 진실된 사랑과 그렇지 않은 사랑에 대한 탐구는 윤리의 제동 없이 계속되며, 끝내 극단적으로 달려가는 주인공의 선택을 통해 주인공이 추구하는 진정한 사랑의 모습으로 다가간다.
마지막 작품 조서월의 「I'm Not a Robot」은 광활한 사막 외곽에 홀로 남은 노인과 로봇이 서로를 보살피며,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란 무엇이었는지를 끊임없이 질문하는 이야기다. 노인은 어느 누구에게도 읽히지 못할 소설을 쓰고, 로봇은 그 글을 어떻게든 다른 인간들에게 전하려 애쓴다. 끝내 죽음을 맞이한 노인을 향한 로봇의 감정과 애도를 통해, 인간과 로봇이라는 종의 차이를 넘어 서로의 마음이 연결되는 방식에 대해 질문한다.
이처럼 『토막 난 우주를 안고서』에 실린 다섯 편의 소설은, 죽음 이후에도 남은 이들 사이에 지속되는 기억과 마음, 그리고 끝내 사랑에 이르게 되는 감정을 이야기한다. 각 작품은 죽음을 통과한 관계가 어떻게 이어질 수 있는지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그려내며, 죽음과 멸망 앞에서 사랑을 의심하고 불안한 시선으로 ‘죽음 너머’를 바라보는 작가들의 시선을 담아낸다. 그렇게 작가들은 스스로가 만든 폐허 위에, 불온하면서도 낭만적인 영혼들의 낙원을 다시 세운다.

“그럼에도 저 너머 세계의 이연이 보민을 이곳으로 초대했다. 보여주고 싶어. 이연을 붙들어 주었던, 이연을 살게 했던 그 세계들을 보여주고 싶어서.”
―김초엽, 「비구름을 따라서」


김초엽의 「비구름을 따라서」는 죽은 룸메이트 최이연의 이름으로 도착한 추도식 초대장으로부터 시작된다. 보민은 장난이라 여기고 무시하지만, 초대장이 집 안 곳곳에서 발견되고 날짜와 표기가 달라지는 등 이상한 점들에 점차 사로잡힌다. 과거 보민과 이연은 ‘노바 파우치’라는 보드게임을 통해 현실에 없는 물건들로 가상의 세계를 상상하며 가까워졌지만, 이후 기약 없이 헤어진다. 그러다 폐품 처리장에서 우연히 재회하고, 이후 룸메이트가 될 만큼 친밀한 사이가 된다. 초대장이 알려준 추모장에는 보민뿐 아니라 ‘정 실장’과 ‘승희’도 도착한다. 정 실장은 노바 파우치의 제작자로, 이연에게 받은 기묘한 토큰 때문에 이 자리에 왔다고 말한다. 이연은 정 실장이 만든 게임을 거의 유일하게 좋아해 준 사람이었으며, 그 이유로 ‘반투막 너머의 세계’를 언급한 적이 있다. 그것은 인간이 감각할 수 없는 세계로, 사소한 물건이 막을 통과해 이쪽 세계로 흘러들어온다는 개념이었다. 이 구조는 노바 파우치의 룰과 닮아 있었고, 정 실장은 이연의 말을 믿지는 않았지만 그녀가 마지막에 건넨 토큰들이 아직 제작되지 않은, 자신의 작업 노트에만 존재하던 것들이었다는 점에 혼란을 느낀다. 승희 역시 과거 이연과 함께 분실물 속에서 반투막 너머 세계의 흔적을 찾던 기억을 떠올린다. 이연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사물들과 그 세계에 대해 말했고, 지금의 삶에서 벗어나고 싶던 승희는 이를 곧이곧대로 믿게 된다. 두 사람은 함께 반투막을 통과한 물건들을 찾아다니며 그 세계를 탐구하지만, 인간은 그 막을 넘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승희는 충격을 받고 이후 자연스레 이연과 멀어진다. 보민은 이연의 말이 장난처럼 느껴졌지만, 정 실장과 승희의 이야기를 통해 이연이 말한 ‘반투막 너머의 세계’, 특히 ‘녹색 세계’가 실재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연이 죽은 것이 아니라 다른 세계로 건너갔을 가능성을 상상하며, 세 사람이 받았던 수많은 초대장은 또 다른 평행 세계의 이연이 보낸 것일 수 있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그리고 초대장이 가리킨 장소인 창고에서 이연의 흔적과 그녀가 모은 사소한 물건들이 하나의 세계처럼 조합된 광경을 마주한 보민은, 그 세계가 실재하는지보다 그런 세계를 보여주려 했던 이연의 마음을 떠올리며, 비구름과 햇볕이 공존하는 하늘을 올려다본다.

“천국은 바라지도 않아. 어디든 저승의 남은 땅에 같이 있게만 해줬으면 좋겠다. 그럼 우리가 그곳을 천국으로 만들 수 있는데.“
―천선란, 「우리를 아십니까」


고통스러운 병에 걸려 존엄사를 준비하던 화자는 간호사에게 물려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긴 혼수 끝에 깨어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간호사였던 화자는 병원에서 검진표를 읊조리던 기억, 연극을 보며 아내와 손을 잡았던 순간을 떠올린다. 좀비가 되어버린 화자의 기억은 어지럽게 훼손돼 있으며, 조명 무대처럼 연출되어 자기 자신을 제3자처럼 바라볼 수 있다. 이어서 아내와 함께 모텔에서 겪었던 이야기, 당시 자신의 예민한 감각에 대해 아내가 해주었던 위로, 다양한 정체성 속에서의 불안 등이 화자의 머릿속을 뒤섞는다. 좀비가 되면서 하얘진 시야는 병원의 현수막과 파업 준비에 대한 기억으로 이어지고, 이처럼 죽음과 삶의 경계가 흐려진 현실 속에서 그는 가까스로 몸을 일으킨다. 그러고선 좀비가 되어버린 아내와, 아내가 남긴 녹음기를 다시 듣는다. 녹음기 속 아내는 좀비 사태로 인해 세상이 멸망했음을 화자에게 설명하고, 녹음기 내용 뒤쪽에는 혼수 상태였던 화자를 지키며 고군분투했던 아내의 일상이 기록돼 있다. 길거리에 배회하던 아이 좀비에게 다가갔다가 물린 아내는, 화자와 함께 죽음을 맞이하고자 존엄사 주사기를 나눠 사용했음을 밝힌다. 그러고선 화자가 생전에 좋아했던 ‘장풍’이라는 거북이를 병실 화장실로 옮겨두었다고 말한다. 기묘하게도 좀비가 된 화자는 장풍이와 소통할 수 있게 되었고, 바다로 돌려보내 달라는 장풍이의 말에 따라 바다로 향한다. 그 길에 감염된 아내를 데리고 함께 떠난다. 화자는 아내를 카트에 싣고 녹음기를 반복해 들으며 바다로 향하고, 녹음기 속 아내의 목소리를 통해 존엄사 센터에서 만났던 노견 초롱초롱과의 만남, 아내가 마주했던 군인, 과거 아내와 함께 가서 프러포즈를 받았던 떡볶이집 이야기, 생존에 도움을 주었던 한 모녀와 “살아남으세요”라는 수어를 나눴던 일들을 알게 된다. 바다에 도착한 화자 일행. 장풍이는 다른 인사도 없이 바다로 향하고, 두 사람은 해변에 나란히 앉는다. 이제는 모두가 떠나버린 지구에 홀로 남은 존재로서, 언젠가 다시 돌아올 인간들에게 돌아오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로 이야기는 끝난다.

“첫 발화 이후 희정은 새로운 단어를 내뱉을 때마다 놀라워했고 그 감각을 소중히 여겼다. (…) 오름과의 대화는 지금껏 익힌 어떤 언어보다도 편안하게 느껴졌다.”―김혜윤, 「오름의 말들」

2년 전 지구에 나타난 외계 생명체 ‘오름’은 8~20미터 크기의 달팽이형 생물로, 전기적 돌기로만 소통하며 인간과의 접촉에는 무반응이었다. 언어학자 정희정은 이진법과 스포츠 클라이밍을 활용해 최초로 소통에 성공하고 ‘오름’이라 이름 붙인다. 시간이 흐르며 연구는 지지부진해지고, 센터에는 생물팀, 언어팀, 군인 등 20명 남짓만 남는다. 해독되지 않는 패턴 분석을 위해 암호학자 이류가 합류하고, 첫날 희정이 오름과 대화하는 장면을 본 그는 깊은 인상을 받는다. 직접 접촉을 시도한 류는 충격을 받고 실패하지만, 이후 감정 기반의 문법을 고안해 오름 ‘두리’와 소통에 성공하고 “반했다”는 말을 듣는다. 희정과 호흡을 맞추며 오름과 교류하던 중 정권 교체로 오름이 상품화와 실험 위기에 처하고, 정부 개입이 거세지자 오름은 교류를 끊는다. 연구원들이 이탈하고, 남은 회의에서는 협상 의견도 나오지만 희정은 타협을 거부한다. 결국 류만이 남고, 두 사람은 오름에게 떠나라고 경고하지만 반응은 없다. 과부하로 쓰러진 희정을 류가 구하고, 깨어난 희정은 모스 부호로 “위험하지만 함께하겠다”는 뜻을 전한다. 그날 밤 두 사람은 서로의 과거와 감각을 나누며 오름의 언어를 가장 편안하고 아름다운 소통으로 느꼈음을 공유한다. 희정은 오름 꼭대기에 올라 마지막 메시지를 전하려 하고, 류는 끝까지 곁을 지키기로 결심한다.

“한 번쯤은 사랑에 대한 모든 개념을 전복시키고,
모조리 불태운 다음, 완전한 무의 상태에서 숙고해 볼 필요가 있었다.”―청예, 「아모 에르고 숨(Amo Ergo Sum)」


오필리아는 사랑에 대한 불신과 집착이 강한 인물로, 연인 ‘후디니’와의 사랑이 진실한지 끊임없이 의심한다. 그녀는 자신과 후디니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자신의 복제체 ‘실비아’를 불법적으로 만들어 잠자리를 가진다. 오필리아는 자신의 사랑이 진심임을 깨닫고 이 사실을 후디니에게 밝히지만, 후디니는 사랑을 구걸하기 위해 무고한 실비아를 희생시킨 오필리아에게 혐오감을 느끼며 떠난다. 이후 오필리아는 후디니가 질투심에 돌아오기를 바라며, 불법 복제체 폐기 기한인 30일 동안 실비아와 함께 일상을 보낸다. 복제체는 인간과 유사하지만 삽입된 개의 복종 유전자로 인해 주인에게 절대적으로 순종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오필리아는 자신의 얼굴을 한 실비아가 애정 어린 돌봄과 순종을 보일수록 그것을 위선처럼 느끼며, 그녀를 실패한 실험의 결과물로 여긴다. 실비아는 굽힘 없이 오필리아를 위로하려 애쓰지만, 오필리아는 끝내 그녀를 모욕하고 과거 자신이 겪었던 신체적·정신적 학대를 실비아에게 되풀이한다. 그 와중에도 실비아는 자신을 지키려 하고, 그 모습은 오필리아로 하여금 과거 연인 ‘와이즈’에게 받았던 무조건적 사랑을 떠올리게 한다. 결국 오필리아는 실비아에게 가한 폭력을 멈추고, 그녀가 단순한 복제체가 아니라 또 하나의 인격체일 수 있음을 인정하게 된다. 폐기 기한을 하루 앞둔 실비아는 오필리아에게 선물과 작별 인사를 남기고, 그 모습을 본 오필리아는 복제체 폐기 이행서를 위조해 실비아에게 자유를 준다. 실비아는 감격하며 오필리아와 함께할 미래를 꿈꾸지만, 오필리아는 실비아에게 비밀로 하고선 소각로로 향한다. 그녀는 불 속에 들어가기 전, 와이즈가 왜 극단적 선택을 택했는지, 왜 와이즈 본인의 복제체인 후디니를 만들어 자신에게 남겼는지를 되새긴다. 그리고 마침내 와이즈와의 이별과 죽음, 사랑을 직면하며 자신의 여정을 마무리한다.

“…무서워.”
“뭐가 말인가요.”
“사람들을 또 무서워하게 될까 봐 무서워…. 그래서 이번에도 사람의 일을 찾아내지 못할까 봐 무서워….” ―조서월, 「I‘m Not a Robot」


로봇 ‘랜슬롯’은 오래전 임무를 마친 뒤 파손된 발목을 수리하기 위해 광막한 사막을 지나 정비공 ‘프랭크’의 외딴집을 찾는다. 프랭크는 홀로 남아 로봇을 정비하며 만년필로 소설을 쓰는 노인이며, 수많은 로봇 중 마지막으로 남은 랜슬롯을 맞이한다. 수리를 받으며 랜슬롯은 그의 삶과 글쓰기에 흥미를 느끼고, 프랭크는 사막에 오게 된 사연과 멕시코인 부부와의 인연, 글을 쓰게 된 계기를 들려준다. 수리가 끝난 후 프랭크는 소설을 낭독하지만 감정을 표현할 수 없는 랜슬롯은 고개만 끄덕이고, 다시 쓰기 방식에 대한 질문을 이어간다. 프랭크는 머릿속 목소리를 따라 글을 쓴다고 말하고, 랜슬롯은 자신도 명령을 따른다고 답하자 프랭크는 그도 소설을 쓸 수 있다며 웃고는 침실로 향하다 넘어진다. 피 섞인 가래침을 토하는 프랭크에게 랜슬롯은 병원을 권하지만 그는 사막을 건너갈 수 없다며 거부하고, 프랭크는 매일 온라인에 소설을 올리려 하나 구급차와 소방차를 구분하는 캡챠 인증에 실패한다. 도시 기준의 문제에 적응하지 못하는 프랭크를 본 랜슬롯은 함께 사막을 건너자고 제안하고, 그의 글이 인간을 연결할 수 있다며 설득해 출발을 약속받는다. 그러나 다음 날 프랭크는 모든 원고와 장비를 불태우고, 불길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가 하늘 너머에 닿는다고 외친다. 이후 그는 점차 생기를 잃고 침상에 누워 지내며, 랜슬롯은 그에게 자신의 일을 보여주려다 대신 프랭크의 소설을 낭독한다. 과거 자살을 시도했던 프랭크는 랜슬롯의 개입으로 살아났고, 두 사람은 농담과 의식을 나누며 서로에게 이름을 붙이며 관계를 맺었다. 공포에 떨던 프랭크에게 랜슬롯은 글쓰기를 권하고, 자신은 언젠가 사람의 일을 하고 싶다며 새 임무를 부탁했고, 그 기억이 회상을 닫는다. 프랭크가 죽자 랜슬롯은 그를 묻고 마지막 원고를 낭독한 뒤, 아무도 지켜보지 않는 사막의 버려진 도로 위에서 주어진 해체 작업을 묵묵히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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