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킬레우스의 노래

매들린 밀러 지음 | 이봄 펴냄

아킬레우스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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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책

출간일

2018.3.21

페이지

488쪽

상세 정보

미국 작가 매들린 밀러의 첫 소설로,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 등장하는 파트로클로스를 화자로 하여 영웅 아킬레우스와의 사랑과 그들이 참전한 트로이아 전쟁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작가는 브라운대학교에서 고전학 학사.석사학위를 받고 예일연극영화대학원에서 고전을 현대적으로 각색하는 수업을 받았다. 그녀가 10년의 집필 기간을 거쳐 그리스 로마 신화와 로맨스를 결합한 이 작품은 과연 "근래 호메로스의 작품을 각색한 소설 중 최고"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로서는 이례적일 만큼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으며 출간 당시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무엇보다 멜로드라마의 요소가 담긴 것이 뜨거운 호평과 인기의 이유로 꼽히는데, 열광적인 팬덤에 의해 오늘날까지 SNS에서 활발하게 회자될 정도로 그 인기가 이어져오고 있다.

동시에 작품성도 크게 인정받아 2012년에는 영국에서 가장 유수한 문학상 중 하나인 '여성 문학상(Women's Prize for Fiction, 당시 오랜지상, 2014~2017년 베일리스 여성 문학상)'을 수상했다. 여성 문학상은 한 해 동안 영국에서 영어로 출판된 여성 작가의 장편소설을 대상으로 수여하는 상으로, 1996년에 제정되었는데, 앤 패칫, 라이오넬 슈라이버,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바버라 킹솔버, 알리 스미스 등의 걸출한 작가들이 수상한 바 있다.

2018년 현재 <아킬레우스의 노래>는 세계 약 25개 언어로 번역되어 있으며, 2017년 9월에는 영국 블룸스버리 출판사가 현대의 고전 중에서도 특히 사랑받는 책들을 모아 만든 '블룸스버리 모던 클래식' 시리즈 10종에도 포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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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상어

@chaekikneunsangeo

사실 동성애 요소가 있다는 걸 모르고 마냥 주변에서 재밌다고 하길래 가벼운 마음으로 시도했다. 신화 속 인물들 이름 복잡하고 너무 많이 나와서 초반에 그만둘까 생각도 했는데 기왕 책 편거 절반까지만이라도 읽고싶었다. 그렇게 결국 끝까지 다 읽은 뒤... 왜 재밌다고 하는지 그 이유를 알게됐음.

소설 내 여자들은 다 재물로 바쳐지고, 성노예로 다루어지는 점이 보기 너무 불편했으나 이 점은 고전 신화를 각색한 것이다보니 어쩔 수 없었다고 본다... 물론 머리론 이해하지만 가슴은 못 받아들여서 -0.5로...

아킬레우스의 노래를 크게 관통하는 주제는 '사랑'이었지만, 한 편으론 또 다른 철학적인 사색에 잠기게도 한다. 아킬레우스가 케이론과 얘기 하는 대목이 하나 있다.

"어느 나라 출신이건 인간으로서의 가치는 동등하지 않느냐."
"하지만 그 자가 제 친구라면요? 제 형제라면요? 그래도 이방인과 동등하게 대우해야 합니까?"
"너에게는 그자가 더 소중할지 모르지. 하지만 그 이방인도 누군가의 친구이자 형제다. 그러니 누구의 목숨이 더 중요하겠느냐?"

살육병기로 자라기를 기대받던 아킬레우스에게 꼭 필요했던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다. 실제로 아킬레우스는 어느 형제를 죽였고, 그 형제가 헥토르의 가족임을 알게 됐지 않는가. 헥토르는 아킬레우스에게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지만, 그 역은 성립된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는, 그 역의 역도 성립하게 된다. 헥토르가 아킬레우스에게 잘못을 저지르고 만 것이다. 결국 둘은 '이방인'을 죽였고, 각자에게 소중한 사람인 그 이방인은 차가운 시체로 돌아온거다. 내게 소중하지 않다고 남에게 소중하지 않은건 아니다, 이들은 죽일수밖에 없는 환경에 머물긴 했지만 그럼에도 그걸 생각해야만 했다. 특히 아킬레우스. 얘는 자기 자존심 지키느라 남이 소중한 건 신경도 안썼고 그 결과 자신의 소중한 연인을 잃어버렸다.

파트로클로스는 다정했고, 아킬레우스는 살육병기로 자라야했다. 대전도 같이 하지 못하고, 친근한 관계를 쌓을 수 없었던 아킬레우스에게 파트로클로스는 무슨 의미였을까. 모두가 아킬레우스를 우러러보고 숭배하는 상황에서, 자신을 친구로서 대해주고 그 나잇대 소년으로 있게 해주는 파트로클로스를 어떻게 친애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전장을 누비는 사령관으로서의 아킬레우스는 연식이 뛰어나보이는 전쟁터 속의 장군이었지만, 파트로클로스와 있는 그의 모습은 항상 편안하고 안정적이게 보였다. 둘 만이 존재하는 공간에서는 아킬레우스가 정말 성인도 되지 않은 유약한 소년으로 남을 수 있었다.

아킬레우스의 노래

매들린 밀러 지음
이봄 펴냄

2022년 2월 3일
0
이주연님의 프로필 이미지

이주연

@yijuyeonxm0c

키르케를 재미있게 읽어서 작가의 첫 작품인 이 작품을 읽었다.
일리아드 원전을 읽진 않았으나 그리스로마신화로 잘 알려진 신들과 인간의 운명의 굴레가 어떻게 얽혀 굴러가는지 많은 등장인물과 서사의 흐름이 읽으면서 원전과의 다른 현대적 해석과 시선이 흡입력이 좋았다.
제목은 아킬레우스의 노래이지만 이 서사의 화자는 파트로클로스이다. 동성애와 양성애가 함께 등장하지만 화자인 파트로클로스는 인간애가 충만한 섬세한 인물이다.
당대의 사회에서는 남성적, 전쟁, 명성이 주류로 그런 모든 조건에서 밀려난 파트로클로스의 시점에서 아킬레우스와 만나면서 진행되는 인생의 흐름은 뒤로 물러난 자로서 그림자적인 삶으로 비추어지지만 아킬레우스가 가장 자신의 본 모습을 들러내는 때는 그의 죽음 앞에서이다.
지금의 관점에서 보자면 아킬레우스는 전형적인 마초적 남성의 원형이고 파트로클로스는 타인에 대한 배려와 공감, 자신의 감정을 한번 더 새겨보는 모습이 여성적 성향으로 비추어진다. 그러기에 서로가 더 끌리고 상대방을 통해 자신이 부족한 점을 채우려 하는 게 아닐까. 브리세이스와의 만남에서도 파트로클로스의 내적 감정의 변화에 대한 서사가 개인적으로 좋았다.
신화 속 주인공들이 아니라 한줄로 등장했던 파트로클로스를 아킬레우스의 연인으로 설정한 까닭은 그의 죽음으로 트로이와의 전쟁에서 새로운 전환점이었기에 서사의 중심인물로서의 의미부여가 타당하리라고 느껴진다.
신과 인간의 준족인 아킬레우스와 그의 어머니인 테티스와의 관계도 신과 인간의 경계에 있는 모자 사이의 모습에서는 요즘의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처럼 느껴졌다. 자식의 성공이 자식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성취로 이끌려는 모습과 아킬레우스 사후 파트로클로스와의 대화를 통해서 비로소 자식을 그대로 인정하고 그의 사랑과 연인을 존중하는 모습에서 뒷늦게라도 화해와 이해로 마무리 되는 작가의 의도와 관점이 좋았다.

읽는 맛, 화자의 감정의 흐름, 서사 구조의 탄탄함이 화면화가 되어서 외국 원전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었다. 고전의 원전에 대한 거리감을 좁히면서도 현재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도 다가섬이 어색하지 않는 고전개작이다.

아킬레우스의 노래

매들린 밀러 지음
이봄 펴냄

2021년 10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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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

@wkpkskel0mvh

키르케를 읽고 작가님의 문체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전작도 찾아 읽어봤다

현대사회 사람인 나로써는 명예가 목숨과 저울질돼는 그 시대의 영웅들을 이해할순없었지만
전 시대를 통틀어 모든 인류에게 똑같이 주어지는 사랑
두 주인공의 사랑은 절절히 느껴졌다

전쟁으로 척박하고 폭력적인 삶은 산 두 주인공에게
마지막순간에 찾아온 안식이 가슴을 울렸다

성별과 시대를 넘어 깊은 사랑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이 한번 쯤 읽어봤으면 좋겠다

아킬레우스의 노래

매들린 밀러 지음
이봄 펴냄

2021년 8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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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미국 작가 매들린 밀러의 첫 소설로,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 등장하는 파트로클로스를 화자로 하여 영웅 아킬레우스와의 사랑과 그들이 참전한 트로이아 전쟁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작가는 브라운대학교에서 고전학 학사.석사학위를 받고 예일연극영화대학원에서 고전을 현대적으로 각색하는 수업을 받았다. 그녀가 10년의 집필 기간을 거쳐 그리스 로마 신화와 로맨스를 결합한 이 작품은 과연 "근래 호메로스의 작품을 각색한 소설 중 최고"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로서는 이례적일 만큼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으며 출간 당시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무엇보다 멜로드라마의 요소가 담긴 것이 뜨거운 호평과 인기의 이유로 꼽히는데, 열광적인 팬덤에 의해 오늘날까지 SNS에서 활발하게 회자될 정도로 그 인기가 이어져오고 있다.

동시에 작품성도 크게 인정받아 2012년에는 영국에서 가장 유수한 문학상 중 하나인 '여성 문학상(Women's Prize for Fiction, 당시 오랜지상, 2014~2017년 베일리스 여성 문학상)'을 수상했다. 여성 문학상은 한 해 동안 영국에서 영어로 출판된 여성 작가의 장편소설을 대상으로 수여하는 상으로, 1996년에 제정되었는데, 앤 패칫, 라이오넬 슈라이버,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바버라 킹솔버, 알리 스미스 등의 걸출한 작가들이 수상한 바 있다.

2018년 현재 <아킬레우스의 노래>는 세계 약 25개 언어로 번역되어 있으며, 2017년 9월에는 영국 블룸스버리 출판사가 현대의 고전 중에서도 특히 사랑받는 책들을 모아 만든 '블룸스버리 모던 클래식' 시리즈 10종에도 포함되었다.

출판사 책 소개

“트로이아 전쟁의 미친 듯이 로맨틱한 각색.”
_『타임』

★조앤 K. 롤링 추천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2012년 여성 문학상(Women’s Prize for Fiction) 수상

고전 전문가가 10년간 집필에 매달려 완성한
그리스 로마 신화와 로맨스의 현대적 결합


『아킬레우스의 노래』는 미국 작가 매들린 밀러의 첫 소설로,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 등장하는 파트로클로스를 화자로 하여 영웅 아킬레우스와의 사랑과 그들이 참전한 트로이아 전쟁을 섬새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작가는 브라운대학교에서 고전학 학사.석사학위를 받고 예일연극영화대학원에서 고전을 현대적으로 각색하는 수업을 받았다. 그녀가 10년의 집필 기간을 거쳐 그리스 로마 신화와 로맨스를 결합한 이 작품은 과연 “근래 호메로스의 작품을 각색한 소설 중 최고”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 책은 그리스 로마 신화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로서는 이례적일 만큼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으며 출간 당시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무엇보다 멜로드라마의 요소가 담긴 것이 뜨거운 호평과 인기의 이유로 꼽히는데, 열광적인 팬덤에 의해 오늘날까지 SNS에서 활발하게 회자될 정도로 그 인기가 이어져오고 있다.
동시에 작품성도 크게 인정받아 2012년에는 영국에서 가장 유수한 문학상 중 하나인 ‘여성 문학상(Women’s Prize for Fiction, 당시 오랜지상, 2014~2017년 베일리스 여성 문학상)’을 수상했다. 여성 문학상은 한 해 동안 영국에서 영어로 출판된 여성 작가의 장편소설을 대상으로 수여하는 상으로, 1996년에 제정되었는데, 앤 패칫, 라이오넬 슈라이버,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바버라 킹솔버, 알리 스미스 등의 걸출한 작가들이 수상한 바 있다. 『아킬레우스의 노래』가 이 상을 받은 것은 당시 심사위원장이 스스로 고백하듯 “여러 면에서 다소 놀라운” 일이었는데, 신인작가의 데뷔작이자 대중적인?조금은 통속적인 면도 함께 지닌?소설이 앤 엔라이트, 앤 패칫, 신시아 오지크 등의 쟁쟁한 작가들의 작품과 경쟁하여 거둔 뜻밖의 수상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아킬레우스의 노래』는 세계 약 25개 언어로 번역되어 있으며, 2017년 9월에는 영국 블룸스버리 출판사가 현대의 고전 중에서도 특히 사랑받는 책들을 모아 만든 ‘블룸스버리 모던 클래식’ 시리즈 10종에도 포함되었다.

영웅 아킬레우스, 그의 친구이자 연인인 파트로클로스
핏빛 전쟁터 속에서 빛나는 두 연인의 사랑과 비극


이 소설의 화자이자 첫번째 주인공인 파트로클로스는 『일리아스』에 등장하나 찾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비중이 약한 인물이다. 그러나 비중과 별개로 『일리아스』 전체의 경과를 놓고 볼 때 파트로클로스의 역할은 극중에서 지대하다 할 수 있다. 영웅 아킬레우스가 총사령관 아가멤논에게 모욕을 당하고 전투에서 물러난 뒤, 그리스군이 참혹한 인명 손실을 겪는 와중에도 아랑곳 않던 그를 다시 전장으로 불러들인 것은 바로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과 분노였다. 매들린 밀러는 이 이야기와, 이 비중 없는 인물에게 사로잡혔다고 한다. “아킬레우스에게 이토록 소중했던 이 남자는 누구일까? 그리고 아킬레우스는 그를 잃고 왜 그렇게까지 무너졌을까?” 『아킬레우스의 노래』는 이 질문에 대한 그녀 나름의 답이다.
이야기는 트로이아 전쟁이 시작되기 한참 전, 두 주인공이 어린아이였을 때부터 시작된다. 그리스는 바야흐로 영웅의 시대. 왕자로 태어났으나 ‘작고 가냘프고, 빠르지 않고, 튼튼하지 않은’ 파트로클로스는 어린 나이에 이미 아버지의 기대를 무너뜨린 한심한 아들이었다. 그는 자신을 괴롭히던 한 소년을 실수로 죽이면서 열 살의 나이에 외국으로 쫓겨난다. 그리고 도착한 프티아에는 펠레우스 왕의 아들인 반신반인 아킬레우스가 있다.
허약하고 초라한 파트로클로스와 모든 것을 지닌 여신의 아들 아킬레우스. 여러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소년은 끈끈한 친구가 되며, 파트로클로스는 아킬레우스를 향한 애정을 몰래 키워간다. 하나 이 감정은 곧 아킬레우스의 어머니이자 여신인 테티스에 의해 좌절된다. 아들을 애지중지 사랑하며 나머지 모든 인간을 혐오하고, 또 그들이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든지 전부 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테티스는, 애정을 갈구하는 파트로클로스로서는 가장 피하고 싶은 최악의 상대이다. 그리고 두 소년이 켄타우로스 케이론에게 수업을 듣기 위해 펠리온 산으로 향했을 때, 테티스의 시야에 그곳이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과 아킬레우스 역시 파트로클로스에게 그 못지않은 애정을 느끼고 있음이 밝혀진다. 두 소년의 열렬한 사랑이 비로소 시작되는 순간이다.
그러나 이 연인의 눈앞에는 임박한 비극이 늘 도사리고 있다. 아킬레우스는 영광스럽게 단명하는 삶과 무명인 채로 장수하는 삶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운명에 놓인다. 영광의 유혹에 넘어간 아킬레우스는 트로이아 공격에 참전하고, 파트로클로스도 그를 따라나선다. 여기에 작가는 이야기 속에 존재하는 극적인 아이러니를 배가시킨다. 두 연인은 아킬레우스가 트로이아에서 돌아오지 못하리라는 걸, 거기서 죽을 운명이라는 것을 안다. 파트로클로스는 아킬레우스 사후에 찾아올 자신의 삶을 두려워한다. “나는 일어나서 사지를 주무르고 때려서 깨우며 점점 고조되는 히스테리를 잠재우려 했다. 그가 없으면 날마다 이럴 거야. 비명이라도 터질 것처럼 가슴이 미칠 듯이 조여왔다. 그가 없으면 날마다.”(219쪽) 하지만 이를 읽는 독자는 아킬레우스보다도 먼저 그가 죽으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밀러는 파트로클로스라는 인물에게 강렬한 감동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파트로클로스는 『일리아스』에서 온화한 존재로 그려지는데, 온화함은 강함만이 숭상받고 최고가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 시대 그리스에서 영웅의 면모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우수성의 문화 속에서, 파트로클로스는 단지 아킬레우스가 최고인 것으로 충분했다. 자신은 그의 동무가 되고 그의 그림자가 되는 것으로 족했다. 바로 이 성격이 『일리아스』에서 비중이 약했던 그를 독특한 인물로 만들어주는 지점이다. 작가는 말한다. “저는 진심으로 생각했어요. 이 놀라운 인간에게 목소리를 주고 싶다고.” 밀러는 자신의 바람을 넘어 파트로클로스뿐 아니라 아킬레우스, 오디세우스, 케이론, 테티스 등에게도 새로운 목소리를 주는 데 성공했고, 그들을 보다 입체적인 인물로 만들었다.

“『일리아스』에 바치는 어느 학자의 존경의 표현이자
아주 걸출한 신예 작가의 놀라우리만치 독창적인 작품”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 매들린 밀러는 브라운대학교에서 고대 그리스어, 라틴어로 학사학위를 받기 전 마지막 해에, 셰익스피어가 트로이아 전쟁을 다룬 연극인 「트로일로스와 크레시다」의 제작을 함께 진행해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그녀는 제작한 무대 장면을 보면서 자신이 “고전 텍스트를 읽는 데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제 스스로 말해보기를 원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고는 연극이 끝나자마자 거의 무아지경이 되어 파트로클로스의 이야기를 써나갔다고 한다.
집필을 시작하던 당시에도 이미 『일리아스』나 트로이아 전쟁에 관해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었던 작가는 그때부터 고대 원전에서 파트로클로스가 등장하는 모든 구절을 찾아 헤맸다. 고전학도로서 가능한 한 신화 원전의 내용에서 벗어나지 말자는 생각이었다. 그러면서도 계속 걱정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자신이 “고전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그것을 모독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라고.
작가의 이러한 태도는 소설의 여러 부분에서 나타난다. 물론 파트로클로스를 쫓겨난 ‘왕자’로 상정하거나, 그가 아킬레우스와 함께 케이론에게 수업을 듣거나 하는, 작가의 상상력이 발휘된 지점도 눈에 띄지만, 대부분의 내용은 원전들을 크게 왜곡하지 않는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아킬레우스와 파트로클로스가 동성애 관계라는 소설의 기본 설정도 이미 여러 고전학자들이 오랫동안 시사해온 지점이다. 덕분에 이 책은 신화가 처음인 독자들에게는 훌륭한 신화 입문서로 기능하면서, 신화 지식을 제법 갖춘 독자들에게도 큰 재미를 선사한다. 이는 재미나 편의를 위해 여러 신화적 사실을 왜곡한 2004년 영화 <트로이>와 크게 다른 부분이다.
이 책의 표지에 사용된 조각은 이탈리아 조각가 인노첸초 프라카롤리의 1842년경 작품 <화살에 맞은 아킬레우스>이다. 이 조각은 테티스가 아킬레우스를 불사신으로 만들려고 그를 스틱스 강에 담가 발꿈치 말고는 전부 불사의 몸이 되었다는 후세의 설정을 따랐기에, 화살이 그의 발꿈치에 꽂혀 있다. 하지만 『일리아스』에서 아킬레우스는 천하무적이 아니라 그저 전투에 유난히 뛰어난 능력을 타고났을 뿐이었다. 밀러는 『일리아스』에서 영감을 얻었고 이 해석이 더 현실성 있게 느껴졌기에 『아킬레우스의 노래』는 오래된 고전을 따랐다고 말한다. 작가 앤 패칫이 이 소설을 두고 한 “『일리아스』에 바치는 어느 학자의 존경의 표현”이라는 평은 과연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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