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증

후카마치 아키오 지음 | 51BOOKS(오일북스) 펴냄

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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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책

출간일

2014.12.11

페이지

446쪽

이럴 때 추천!

일상의 재미를 원할 때 읽으면 좋아요.

#미스터리 #사랑 #왕따

상세 정보

[고백], [혐오스런 마츠코의 인생]의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영화 [갈증]의 원작소설. 2004년 제3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 수상작이다. 전직 형사 '후지시마'에게 실종된 딸 '가나코'를 찾아달라고 헤어진 아내에게서 연락이 왔다. 형사 행세를 하며 사라진 딸을 찾아 혼자 수사에 나선 아버지. 딸의 행방을 찾던 중 상상할 수 없는 현실과 마주하게 되는데…

한편 삼 년 전, 중학생이었던 '나오토'는 학교에서 호되게 왕따를 당했다. 자살을 생각하던 중 천사같이 아름다운 가나코가 그를 구해준다. 그녀에게 운명적인 사랑을 느낀 나오토는 그녀의 사랑을 더욱 더 갈망하며 그녀가 예전에 사귀었던 '오가타'처럼 되고 싶고 하는데…. 현재와 과거의 이야기가 교차하면서 가나코라는 소녀의 실체가 점점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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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체

@typeface

  • 서체님의 채털리 부인의 연인 게시물 이미지
https://m.blog.naver.com/typeface_/224167272900

📃 우리 시대는 본질적으로 비극적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시대를 비극적으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큰 격변이 일어났고 우리는 폐허 가운데 서 있다. 우리는 자그마한 보금자리를 새로 짓고 자그마한 희망을 새로 품기 시작한다. 이것은 좀 어려운 일이다. 미래로 나아가는 순탄한 길이 이제는 전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장애물을 돌아가든지 기어 넘어가든지 한다. 아무리 하늘이 무너진다 해도 살아나가야 한다.

📃 모든 것이 상당히 훌륭한 질서, 엄격한 청결성, 엄격한 시간 엄수 그리고 심지어 꽤 엄격한 정직성까지 지켜지는 가운데 굴러갔다. 하지만 코니가 보기에 그것은 조직적인 무질서였다. 그것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주는 따뜻한 인간적 감정이 전혀 없었다. 집 안은 버려진 길거리처럼 황량했다.

📃 코니의 영혼 밑바닥에서 메아리치며 계속 울리는 느낌은 바로 그것이었다. 그 모든 게 다 공허한 것, 즉 훌륭하게 꾸며 전시한 공허였다. 그러면서 동시에 하나의 전시 행위였다.

📃 오늘날 세상에는 오직 하나의 계급만 존재하는 것이니, 그것은 바로 ‘돈에 사로잡힌 돈돌이 계급’이었다. 돈돌이 사내와 돈돌이 계집. 차이가 있다면 오직, 돈이 얼마나 많이 있느냐와 돈을 얼마나 많이 바라느냐일 뿐이다.

📃 코니는 천천히 집을 향해 가면서, 자신의 내부에 있는 다른 존재의 깊이를 깨달았다. 또 다른 자아가 그녀 내부에서 살아나, 그녀의 자궁과 창자 속에서 타오르며 부드럽게 녹아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이 자아를 통해 그녀는 그를 흠모했다. 그를 흠모하는 마음은 점점 깊어져, 걷고 있는 그녀의 두 무릎에서 힘이 빠질 정도였다. 자궁과 창자 속에서 그녀는 이제 새로 살아나 부드럽게 흐르면서 다치기 쉬운 여린 존재가 되었고, 세상에서 가장 순진한 여자로서 그를 흠모하는 마음에 꼼짝없이 사로잡혀 있었다.

📃 “그렇다면 하층민은 본래 타고난 종족이 아니고, 귀족이란 것도 타고난 혈통이 아니겠군요.” 그녀가 말했다.
“맞아, 여보! 그런 생각은 다 낭만적인 환상일 뿐이야. 귀족계급이라는 것은 하나의 역할로서, 운명의 한 부분을 맡은 존재인 거야. 그리고 하층 대중이란 것도 운명의 또 다른 부분을 맡아 역할을 수행하는 존재야. 개개인은 거의 중요하지가 않아. 문제는 우리가 어느 역할을 하도록 길러지고 길드는가 하는 점이야. 귀족계급을 만드는 것은 개인이 아냐. 그건 바로 귀족계급 전체의 역할과 기능인 거야. 그리고 평민을 평민의 존재로 만드는 것 역시 하층 대중 전체의 역할과 기능이지.”

📃 그 짧은 여름밤 동안에 그녀는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그녀는 여자가 수치심으로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었겠지만, 그 대신 오히려 그 수치심이 죽어 사라지고 없었다. 그 수치심은 바로 두려움이었는데, 우리 몸 깊숙이 유기적으로 달라붙어 있는 그 수치심이, 다시 말해 우리 육체의 뿌리 속에 깊이 웅크리고 있어 오직 관능의 불에 의해서만 쫓아낼 수 있는 그 오래디오랜 육체적 두려움이, 마침내 남자의 남근에 의해 일깨워지고 추적당해 쫓겨나고 만 것이며, 그리하여 그녀는 자신의 밀림 바로 한가운데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그녀는 이제, 자기 본성의 진정한 근본에 이르렀다는 느낌이 들었으며, 본질적으로 아무 부끄러움이 없는 존재가 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관능적 자아, 부끄럼 없이 벌거벗은 자아가 되어 있었다. 그녀는 어떤 승리감을, 거의 허세를 부리고 싶기까지 한 승리감을 느꼈다. 그랬다! 바로 이거였다! 이게 바로 삶이었다! 이게 바로 자신의 진정한 존재 방식이었다. 위장하거나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궁극적인 벌거벗음을 한 남자, 즉 다른 한 존재와 함께 나눈 것이다.

📃 그렇지만 지난 백 년의 세월 동안 인간들에게 일어난 일은 정말 치욕스럽기 짝이 없는 것이오. 남자들은 단지 일하는 벌레로 전락했고 그들의 남자다움과 진정한 삶은 모조리 빼앗기고 말았소. 할 수만 있다면 나는 기계를 이 지상에서 쓸어버리고 산업 시대를 하나의 끔찍한 오류로서 완전히 끝장내 버리고 싶소. 하지만 그건 나도 어느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므로, 난 차라리 가만히 침묵을 지킨 채, 내 자신의 삶이나 살아보려고 애쓰는 게 나을 것이오. 살아갈 만한 인생이 나한테 있는지 의심스럽지만 혹 그런 게 나에게 있다면 말이오.

📃 성(性)이란 사실 접촉에 불과한 것으로서, 모든 접촉 중에서 가장 친밀한 접촉일 뿐이오. 그런데 그 접촉을 우리는 두려워하고 있소. 우리는 그저 절반만 의식이 있고 절반만 살아 있을 뿐이오. 우리는 온전히 살아서 의식이 깨어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하오.

📃 의지의 힘으로 우리는, 내면의 직관적 깨달음을 우리의 외부 의식에서 차단해 버린다. 그런데 이로 인해 공포 또는 불안 상태가 초래되고, 그 결과 우리는 재난이 정말로 닥칠 때 충격을 열 배나 더 강하게 받는 것이다.

채털리 부인의 연인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지음
민음사 펴냄

22분 전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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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ypeface

  • 서체님의 이선 프롬 게시물 이미지
https://m.blog.naver.com/typeface_/224152749719

📃 그는 말 없는 우울한 풍경의 한 부분인 것만 같았고, 그 안의 온기와 마음은 표면 아래에 꽁꽁 묶인, 말하자면 얼어붙은 슬픔의 화신과도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의 침묵에 어떤 적의가 담겨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나는 단지 쉽게 다가가기에는 그가 너무나 깊은 정신적 고립 속에 살고 있다고 느꼈을 뿐이에요.

📃 눈과 함께 프롬의 침묵도 되돌아와 우리 두 사람 사이에 전과 같이 무언의 면사포가 드리워졌지요.

📃 전나무 밑이 너무 캄캄해서 그는 자기 어깨 옆에 있는 매티의 머리 형태를 간신히 알아볼 수 있었다. 그는 뺨을 수그려 그녀의 스카프에 비비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이 어둠 속에서 온 밤을 그녀와 그곳에 마냥 서 있고 싶었다.

📃 그는 미칠 듯이 달아나 버리는 순간순간을 붙잡아 둘 어떠한 말도, 어떠한 행동도 생각해 낼 수 없었다.

📃 그 후로 가끔 그는 어머니가 겨울이 아니라 봄에만 돌아가셨어도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곤 했다…….

이선 프롬

이디스 워튼 (지은이), 김욱동 (옮긴이) 지음
민음사 펴냄

27분 전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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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ypeface

  • 서체님의 프랑켄슈타인 게시물 이미지
https://m.blog.naver.com/typeface_/224148393294

📃 새로 탄생한 종족은 나를 창조자이자 근원으로 축복할 것이고 나로 말미암아 행복하고 탁월한 존재들이 수없이 생겨나리라고 상상했어요. 나는 자식을 낳은 아버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완벽한 보람을 느낄 테고요.

📃 나의 고통은 피고인의 고통과 비교할 수도 없었어요. 쥐스틴은 결백하다는 사실로 버틸 수 있었지만 나의 가슴은 가책의 송곳니에 갈가리 찢겨 벗어날 길이 없었지요.

📃 이런 대화가 오가는 동안 나는 한쪽 구석에 물러앉아 나를 사로잡은 지독한 고통을 숨기고 있었습니다. 절망이라니! 감히 누가 절망을 말하겠습니까? 다음 날이면 삶과 죽음의 무시무시한 경계를 넘어갈 가엾은 희생양도 나만큼 깊고 쓰라린 고뇌에 시달리지는 않았을 겁니다.

📃 아! 어째서 인간은 짐승보다 우월한 감성을 지녔을까요? 그래봐야 더욱 얽매이기만 할 뿐인데. 그저 배고픔과 갈증, 욕정만 느낀다면 더 자유로울 텐데, 안타깝게도 우리의 마음은 이는 바람에도, 우연히 마주한 말이나 말로 전달되는 풍경에도 속절없이 흔들리지요.

📃 “당신이 그렇게 나올 줄 알았다. 사람들은 모두 흉측한 것을 증오하지. 살아 있는 존재를 통틀어 누구보다도 추한 내가 얼마나 혐오스러울까! 하지만 나의 창조자인 당신마저 나를 혐오하고 부정하다니. 당신과 나는 한쪽이 죽어야만 풀리는 운명의 끈으로 묶여 있다. 나를 죽이려 하다니. 감히 생명을 갖고 장난을 치나? 당신이 나에게 도리를 지킨다면 나도 당신과 인간들에게 도리를 지키겠다. 나의 조건을 받아들인다면 다시는 인간들을 건드리지 않겠다. 거절한다면 당신의 남은 친구들을 모조리 죽여 그들의 피로 지옥의 나락을 가득 채울 것이다.”

📃 “진정해라! 내 저주받은 머리에 증오를 퍼붓기 전에 내 말을 들으란 말이야. 그렇지 않아도 고통받는 나를 더 비참하게 만들 셈인가? 삶은 고통의 연속이지만 그래도 나에겐 소중하니 내 삶을 지킬 것이다. 명심해라. 당신은 나를 당신 자신보다 더 강한 존재로 만들었다는 것을. 나는 당신보다 몸집이 크고 더 유연한 관절을 가졌어. 하지만 당신과 맞서 싸우지 않겠다. 나는 당신의 피조물이니 당신이 본분을 지킨다면 나의 주인이자 왕인 당신에게 복종하겠다. 아, 프랑켄슈타인. 다른 사람들에게는 도리를 다하면서 나만 짓밟으려 하다니. 누구보다도 나를 공정하게 대해주고 관용과 사랑을 베풀어야 할 사람인데. 내가 당신의 피조물이라는 것을 잊지 마. 나는 당신의 아담이 돼야 하지만 타락 천사가 됐지. 당신은 죄 없는 나에게서 기쁨을 빼앗아 갔어. 온 세상이 축복으로 가득한데 오직 나만 지독한 외톨이로 살아가고 있다. 나는 인정 많고 선량했지만 비참한 삶이 나를 악마로 바꿔놓았어. 나를 행복하게 해준다면 다시 선량하게 살겠다.”

📃 “어떻게 해야 당신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지? 이렇게 간절하게 아량과 동정을 애원하는 당신의 피조물에게 따뜻한 눈길 한번 주지 않는군. 하지만 사실이야, 프랑켄슈타인. 나는 선량했고 내 영혼은 사랑과 자비로 빛났어. 하지만 처량하게도 지금 나는 혼자다. 나의 창조자인 당신도 나를 이렇게 혐오하는데 나와 아무 상관도 없는 인간들은 어떻겠나? 모두가 나를 멸시하고 증오한다. 이 적막한 산지와 음산한 빙하가 내 은신처야. 나는 오랫동안 이곳을 돌아다녔다. 내가 유일하게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는 얼음 동굴이 나의 집이지. 인간들이 탐내지 않는 유일한 곳이니까. 나에겐 저 황량한 하늘이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어떤 인간보다도 나에게 친절하거든. 내 존재를 알게 되는 인간들은 모두 당신처럼 나를 증오하며 죽이려 들겠지. 나를 혐오하는 인간들을 미워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나는 적과 타협하지 않겠다. 내가 비참한 만큼 그들도 고통받아야 해. 하지만 당신이 내 마음을 달래주면 인간들을 마수에서 구할 수 있다. 당신과 당신의 가족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을 분노로 집어삼킬 그 마수의 주인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당신뿐이다. 부디 나를 경멸하지 말고 온정을 베풀어라. 먼저 내 이야기를 들어라. 그러고 나서 나를 버릴지 달랠지 마음대로 판단해도 좋다. 하지만 먼저 들어야 해. 인간의 법에 따르면 아무리 끔찍한 죄인이라도 판결을 받기 전에 변론의 기회를 얻지 않는가? 그러니 먼저 내 말을 들어라, 프랑켄슈타인. 당신은 나를 살인자라고 비난하지만 양심을 가졌다는 당신도 자기 피조물을 파괴하려 하지 않는가. 인간의 영원한 정의라는 게 참 대단하군! 그렇다고 나를 살려달라는 건 아니다. 부디 내 말을 듣고, 그런 다음 할 수 있다면, 그리고 원한다면 당신 손으로 빚은 나를 파괴해도 좋다.”

📃 깨어보니 주위가 컴컴하더군. 추위를 느끼기도 했고 혼자라는 생각에 본능적으로 막연히 겁이 났다. 당신의 집을 나서기 전에도 추위를 느끼고 옷을 주워 입었었는데, 밤이슬이 내리자 그것으로는 부족했지. 나는 의지할 데 없이 처량하고 비참한 신세였다.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구분하지 못했지만 사방에서 고통이 밀려오는 것을 느끼고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어.

📃 이런 놀라운 이야기를 들으면서 묘한 감정에 휩싸였지. 인간은 정말 그토록 강인하고 고결하며 숭고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악랄하고 야비한 존재인가? 어떤 때는 악마의 법을 따르는가 싶다가도 또 어떤 때는 고결하고 신적인 존재가 되더군. 훌륭하고 고결한 인간이 되는 것은 이성을 지닌 존재에게 가장 고귀한 영광인 반면, 기록에 나온 많은 이들처럼 야비하고 악랄한 인간이 되는 것은 가장 지독한 타락, 눈먼 두더지나 힘없는 버러지보다도 더 미천한 상태로 전락하는 일인 듯 보였어. 인간이 어떻게 같은 인간을 죽일 수 있는지 혹은 법과 국가가 왜 존재하는지 오랫동안 이해하지 못했는데, 악행이나 학살에 관한 상세한 설명을 듣고 나니 더는 놀랍지 않더군. 오히려 혐오스럽고 넌더리가 나서 고개를 돌렸지.

📃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됐지. 당신네 인간들이 가장 우러르는 것은 부를 겸비한 고결하고 순수한 혈통이더군. 둘 중 하나만 가져도 존경받을 수 있어. 하지만 둘 다 갖지 못하면 아주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는 부랑자나 노예 취급을 당하며 선택받은 소수의 이익을 위해 재능을 바치는 운명에 처했지! 그렇다면 나는? 내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누가 나를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한 가지는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나는 돈이나 친구뿐 아니라 무엇 하나 소유하지 못했다는 것. 겉모습은 소름 끼치도록 징그럽고 역겨운 데다 인간과 다른 기질을 지녔지. 인간보다 민첩하고, 더 거친 음식으로도 버틸 수 있었어. 지독한 추위와 더위를 별 탈 없이 견디고 덩치도 인간보다 훨씬 더 컸어. 주위에서 나 같은 존재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그렇다면 나는 괴물일까? 지상의 오점일까? 그래서 모든 인간이 피하고 도망치는 것일까?
이런 생각이 내게 안겨준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무시하려 했지만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더욱 서글퍼졌지. 아, 그냥 처음 머물렀던 숲에서 영원히 살았더라면, 허기와 갈증, 더위 말고는 아무것도 알지도 느끼지도 못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 ‘내가 생명을 얻게 된 날은 얼마나 끔찍한가! 저주받을 창조자! 어째서 스스로도 혐오감에 고개를 돌릴 만큼 끔찍한 괴물을 만들었단 말인가? 신은 자신의 모습을 본떠 아름답고 매혹적인 인간을 만들었는데, 나는 인간을 본떴음에도 추악하고 오히려 인간과 비슷해서 더 진저리 나는 형상이 됐지. 사탄에게도 칭송하고 격려해 주는 동료가 있었는데 나는 미움받는 외톨이로 살고 있구나.’

📃 내 슬픔을 달래주거나 내 생각에 공감해 주는 이브는 없었다. 나는 철저히 혼자였어. 아담이 창조주에게 애원한 일이 떠오르더군. 하지만 나의 창조주는 어디 있단 말인가? 그는 나를 버렸다. 비통한 심정에 빠질 때면 나는 그를 저주했다.

📃 당신을 향한 감정은 증오뿐이었지만 내가 도움을 청할 사람도 당신뿐이었지. 냉혹하고 무정한 창조자! 내게 모든 지각과 열정을 부여해놓고 인간의 경멸과 공포 앞에 나를 내팽개치다니. 하지만 내가 동정과 구원을 요구할 사람도 당신밖에 없으니 인간의 형상을 한 누구도 내게 보여주지 않은 정의를 당신에게서 찾기로 했다.

📃 그것이 내 선행의 대가였다! 위험에 처한 인간을 구해주고는 뼈와 살이 으스러져 끔찍한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었지. 조금 전에 품었던 선한 마음이 지독한 분노로 바뀌면서 이가 갈리더군. 통증 때문에 몹시 화가 난 나는 영원히 모든 인간을 증오하고 복수하겠다고 맹세했다. 그러다 총상의 고통에 짓눌려 맥을 못 추고 정신을 잃었지.

📃 “대체 무슨 생각으로 만들던 것을 파괴했지? 감히 약속을 깨려는 건가? 내가 얼마나 고생하며 여기까지 왔는데. 당신과 함께 스위스를 떠난 뒤 버드나무 섬들 사이를 지나고 높은 산을 넘기도 하며 몰래 라인강을 따라왔어. 잉글랜드의 히스 벌판과 스코틀랜드의 황무지에서 몇 달을 보내기도 했고. 이루 말할 수 없는 피로와 추위, 배고픔을 견뎠는데 감히 내 희망을 짓밟아?”
“꺼져라! 나는 약속을 깨겠다. 너 같은 괴물, 너처럼 끔찍하고 사악한 존재를 다시는 만들지 않겠다.”
“넌 노예야. 좋은 말로 설득하려 했는데 그럴 가치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주었군. 내가 어떤 힘을 지녔는지 잊지 마라. 넌 이미 네가 불행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네가 햇살조차도 진저리 낼 만큼 더 비참하게 만들 수 있다. 넌 나의 창조자이지만 난 너의 주인이야. 그러니 복종해!”

📃 나는 그의 희망을 짓밟았지만 그렇다고 나의 욕망을 채운 것도 아니었다. 늘 끝없이 갈망했을 뿐이지.

프랑켄슈타인

메리 셸리 (지은이), 박아람 (옮긴이)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32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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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혐오스런 마츠코의 인생]의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영화 [갈증]의 원작소설. 2004년 제3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 수상작이다. 전직 형사 '후지시마'에게 실종된 딸 '가나코'를 찾아달라고 헤어진 아내에게서 연락이 왔다. 형사 행세를 하며 사라진 딸을 찾아 혼자 수사에 나선 아버지. 딸의 행방을 찾던 중 상상할 수 없는 현실과 마주하게 되는데…

한편 삼 년 전, 중학생이었던 '나오토'는 학교에서 호되게 왕따를 당했다. 자살을 생각하던 중 천사같이 아름다운 가나코가 그를 구해준다. 그녀에게 운명적인 사랑을 느낀 나오토는 그녀의 사랑을 더욱 더 갈망하며 그녀가 예전에 사귀었던 '오가타'처럼 되고 싶고 하는데…. 현재와 과거의 이야기가 교차하면서 가나코라는 소녀의 실체가 점점 떠오른다.

출판사 책 소개

실종된 딸을 찾으며 밝혀지는 딸의 과거. 그녀는 도대체 어떤 딸이었나?
한 소녀를 둘러싼 남자들의 광기 어린 이야기. 그 결말에는...


전직 형사인 아버지에게 헤어진 부인이 찾아와 딸이 실종되었다고 한다. 무력해져 버린 삶을, 부인과의 틀어져버린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딸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그녀는 아버지에게 어떤 딸이었나? 세상 누구보다 아름답고 순수하다고만 여겼던 딸을 찾아가면서 그는 충격적인 과거와 마주하게 된다. 작가는 딸을 중심으로 맺어진 가족, 친구, 연인들의 비정상적인 관계들을 도덕적인 관점이 아닌, 있는 그대로 인간의 모습 그대로 적나라하게 그리며 우리 안에도 분명히 존재할 '광기 어린 인간'의 모습을 표현했다.

한편 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갈증]이 2014년 12월 한국에서 개봉한다.
영화 [고백] [혐오스런 마츠코의 인생]의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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