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70

우연과감상 〕

동네책방 ㅣ 서울 광진구


삶의 어느 순간, 문득 찾아간 작은 책방에서 운명처럼 자신에게 꼭 맞는 책을 발견하게 되는 곳, 바로 책방 우연과감상입니다. 아차산역 인근에서 동네 사람들에게 포근한 쉼터가 되어주는 이곳, 책과 사람, 그리고 대화를 중심으로 한 작은 낙원 같은 책방 우연과감상을 소개합니다. 





우연과감상을 소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저희는 광진구 아차산역에 위치한 작은 독립서점입니다.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인문과 문학을 중점으로 큐레이팅하고 있습니다.



‘우연과감상’이라는 이름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우연과감상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우연과 상상"이라는 영화에 영감을 받은 이름입니다. 우연히 들른 책방에서 자신에게 꼭 맞는 책을 만났으면 하는 마음과 제가 좋아하는 영화의 이름을 함께 담아 영화 제목에서 한 글자만 바꿨는데요. 그 안에 담긴 의미가 저희 서점과 잘 맞아 아주 만족하고 있답니다.





서점을 시작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해요!


책과는 거리가 멀던 젊은 날을 종종 떠올립니다. ‘사람은 달라질 수 있다’는 어떤 믿음으로 독서를 시작했어요. 본래 이공계 출신으로, 출판업계나 책과는 거리가 있던 제가 독서 모임을 통해 책과 가까워졌고, 결국 책방을 열게 되었죠. 자아를 탐색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했지만, 결국 함께 나누는 것이 훨씬 기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출판사에서 일하며 책에 대해 더 깊고 무한한 애정을 가지게 되었어요. 이 마음이 커져 퇴직 후 책방을 열게 되었습니다.





이공계 직장에서 책방지기까지! 책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느껴지는걸요. ‘우연과감상’ 서가에 책들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시나요?


뜨거운 신간보다는 잘 익은 책과 말을 선정하는 편입니다.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아직 읽어보지는 못한 책’들이 보통 책장에 있고요, 생각할 거리가 많거나, 함께 이야기 나눌 주제가 많은 책을 큐레이팅 하고 있어요. 이런 방향성 때문에 인문이나 문학을 선택하게 된 것 같아요. 작가의 솔직함과 그 글이 독자에게 줄 수 있는 감동 또한 중요한 기준입니다.





잘 익은 책과 말이라니! 너무 기대되는 서가인걸요? 공간을 만드실 때 어떤 점을 많이 고려하셨나요?


서가와 책을 열람할 수 있는 공간이 분리되어 있는데요. 벽으로 분리된 공간이 각각 질서와 무질서를 상징할 수 있도록 꾸렸습니다. 바깥은 밝고 안쪽은 약간 어두운 느낌으로 다소 우리의 마음을 상징할 수도 있겠습니다. 정돈된 느낌을 바탕으로 바깥쪽 공간을 구성했습니다. 책장과 책이 겉으로 보기에는 잘 분류되어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소설 칸에 수필이 있는 등 의도적인 조우를 추구하고 있다는 걸 발견하실 겁니다. 장기적으로 이 책방의 방향성, ‘책과의 우연적 만남’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카테고리를 완전히 허무는 작업을 할 생각입니다.  안쪽 공간은 주로 모임이나 도서관처럼 책을 열람하는 공간입니다. 책장 및 조명을 어두운 느낌으로 배치했어요. 모임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시간인 만큼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저녁 일곱 시 이후로는 개인 조명을 두고 커피나 술과 함께 차분히 독서하는 공간으로 달라집니다.

처음에 공간을 구상할 때 오래된 나무를 떠올렸습니다. 멀리서 볼 때 웅장하고 멋있는 어떤 고목이, 그것에 가까이 갈수록 다소 복잡하고 약한 가지와 잎도 보이는, 어떤 과정을 담고 싶었습니다.




오래된 나무를 담은 공간이라니!  “우연과감상”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소개해 주세요!


매주 자유 독서 모임과 지정책 모임을 운영하고 있어요. 그냥 책 읽고 끝내는 게 아니라, 각자의 생각을 나누고 새로운 인사이트를 찾는 시간을 가집니다. 또 격주로 글쓰기 모임과 영화 모임도 있으니, 다양한 취향의 분들이 오셔서 타인의 취향과 인사이트를 즐기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책방 우연과감상을 더 재밌게 이용할 수 있는 책방지기님만의 팁이 있다면?


어떤 주제든 상관없으니, 저에게 대화를 던져주세요! 어떤 고민이든 주저 말고 던져주시면 어울리는 책을 추천해 드릴게요. 저희 서점의 재미는 대화 속에서 나온답니다.




공간을 운영하시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이 공간을 애정하고 있음을 느끼는 순간들인 것 같아요. 좁아터진 공간에 취침용 매트리스를 비치해 둘 요량으로 힘겹게 가져왔다가 도로 가져갔던 어떤 날,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아 결국 달력을 볼 때, 책장에 진열된 책의 높이를 강박적으로 맞추고 있는 모습이 거울에 비칠 때, 콘센트 전선을 만지다가 문득 바닥에 누웠는데 한 시간을 내리 자버린 기억들처럼 아주 사소한 일상의 순간에서 이 공간에 대한 저의 애정이 느껴질 때 깊은 보람을 느낍니다.




‘ 책방 우연과감상’ 다움이란 어떤 걸 의미할까요?


자는 시간 빼고는 생각이 멈추지 않는 우리의 일상처럼, 자는 시간 빼고는 모든 시간, 모든 이에게 열려있는 공간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이 책방의 차별점이란 ‘어디선가 본 적 있는’ 책이자 사람이 모이는 곳이며, 개인이 운영하는 가게이지만 도서관처럼 편하게 왕래할 수 있는 공간인 점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책방 우연과감상’은 어떤 공간이 되고 싶으신가요?


여기 들어오신 분들이 언젠가 한 번쯤은 서로 만난 적이 있는, ‘아는 사람’으로만 채워질 어느 날을 꿈꾸며 책방을 운영하고 싶습니다. 단순히 책을 파는 곳을 넘어,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따뜻한 공간이 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책방지기님의 인생 책을 추천해 주세요!

철학과 굴뚝청소부
이진경 지음 | 그린비 펴냄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책은 이진경 작가의 “철학과 굴뚝 청소부”입니다. 근대 철학사를 다룬 책으로, 여러 철학가의 생각과 이론이 정리되며 자신의 인생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도와줄 수 있는 책이에요. 철학과 인문학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꼭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Editor
정재원
jaewon10455@flybook.kr
우연과감상
@7bookst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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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과감상 책방〕

◦ 주소 | 서울 광진구 자양로45길 18
◦ 운영시간 | 월, 화, 수, 목, 금 12:00~23:00 / 토, 일 12:00 ~ 19:00 / 화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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