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77
〔 치우친 취향 〕
동네책방 ㅣ 대구 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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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으로도 마음이 기울어지는 책방이 있습니다.
‘치우친 취향’은 단정한 정의보다는 유연한 변덕을 품은 책방입니다.
그때그때 궁금한 것을 따라, 좋아하는 감정을 따라 서가는 매일 조금씩 바뀝니다.
예측할 수 없기에 더 생생한 이 책방, 각자의 취향을 존중하고 응원하는 곳
대구 골목 어귀, 다정한 변덕이 숨 쉬는 ‘치우친 취향’을 소개합니다.
1. 치우친 취향을 소개해 주세요!
‘치우친 취향’은 대구의 작은 골목 안에 있는 책방이에요. 책을 고르고, 커피를 마시고, 가끔은 와인도 곁들이며, 좋아하는 것들을 천천히 나누는 공간이죠. 책을 좋아해서 시작했지만, 어느새 이곳은 저의 취향과 관심사, 그리고 순간의 감정들이 쌓여 있는 장소가 되었어요. 매일 조금씩 달라지더라도 괜찮다고, 변덕이 오히려 이 공간을 더 생생하게 만든다고 믿고 있어요. 올해로 5년을 채웠네요! 작지만 오래 기억되는 공간이었으면 합니다.
2. ‘치우친 취향’이라는 이름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좋아하는 단어들을 쭉 나열해 두고, 여러 조합을 고민하다가 ‘치우친 취향’이라는 말을 발견했어요. 처음 들었을 때 “이건 뭐지?” 싶은 그 모호함이 마음에 들었어요. 이 공간이 딱 떨어지게 설명되지 않았으면 했거든요. 제 성격이나 관심사도 쉽게 고정되지 않아서, 서점도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지금도, 미래의 이 공간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 저도 모른답니다
3. 생생한 변덕을 담은 공간이라니! 서점을 시작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해요!
회사에 다니면서 자꾸 스스로가 ‘불편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조직 안에 있으면서 점점 말이 줄어들고, 하루를 버틴다는 감각으로만 살아가더라고요. 그때부터 ‘내 일’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제 마음이 향하는 대로, 변덕 부리듯 방향을 바꿔도 괜찮은, 그런 유연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달까요. 자연스럽게 책방이 떠올랐고, 무모하고 재미있는 도전이 시작됐죠. 물론 지금은 직장과 책방 운영을 병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애정하는 책들과 함께 할 수 있어 기쁘답니다. 물론 더 많은 갈림길들이 있었지만, 자세한 이야기는 얼마 전 출간한 제 첫 책 『매달리는 기쁨』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ㅎㅎ.
4. ‘치우친 취향’ 서가에는 꽂혀있는 책들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시나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매번 달라요. 환경 문제에 관심이 생기면 관련 책을 들이고, 동물권에 꽂히면 그쪽 책을 잔뜩 주문하죠. 어떤 땐 그림책만 모으기도 해요. 입고 기준이랄 게 있다면, ‘지금 내가 궁금해하는 것’. 그게 전부예요. 그래서인지 서가를 보면 제 마음의 흐름이 고스란히 보여요. 그게 민망하기도 하고, 동시에 가장 이 서점다운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5. 공간을 만드실 때 어떤 점을 많이 고려하셨나요?
책 읽는 공간과 책을 보는 공간이 나눠지기를 바랐어요. 치우친 취향은 이사를 여러 번 했는데요, 첫 번째 공간은 읽는 공간과 보는 공간이 하나로 되어 있어서, 누구도 마음 편히 머물 수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새로 꾸린 공간에서는 큰 턱을 기준으로 두 공간을 완전히 분리했어요.
읽는 공간은 원테이블 형태로, 커다란 테이블 두 개를 두고 다 같이 앉을 수 있도록 했고요. 대신 테이블 폭은 넓게 잡았어요. 다른 사람이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슬쩍 궁금해지는 마음, 몇 번 마주치면 살짝 눈인사하게 되는 즐거운 거리감으로요. 공간이 주는 소소한 연결감이 저는 참 좋아요.
6. 살짝 눈인사를 하게 되는 즐거운 거리감이라니! 치우친 취향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소개해 주세요!
현재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도서 정기 구독과 독서 산책이에요. 도서 정기 구독은 3개월, 6개월, 12개월 옵션 중에서 선택하실 수 있고, 선택한 개월 수만큼 매달 책을 보내드려요. 보내는 책은 ‘비밀 책’으로, 그 책을 추천하게 된 이유를 담은 손편지도 함께 넣어드리고 있어요~!
독서 산책은 매달 운영자가 고른 책을 읽고 와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에요. 가끔은 책에서 벗어나 엉뚱한 주제로 흘러가기도 하는데요, 오히려 그런 대화가 더 재밌답니다
7. 책방을 더 재밌게 이용할 수 있는 책방지기님만의 팁이 있다면?!
책방에서 진행하는 크고 작은 프로그램에 참여하시면, 치우친 취향을 더더더 재밌게 즐기실 수 있을 거예요. 치우친 취향과 어울리도록 정말 많이 고민해서 구성하는 프로그램들이라, 평소보다 세 배쯤 더 깊게 이 공간을 느끼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책방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한 번쯤 참여해 보시면, 이 공간이 훨씬 다르게 느껴지실 거예요. 단골 손님 중엔 처음엔 조용히 책만 보다가, 구독이나 모임을 통해 서점과 더 가까워지신 분들이 많아요. 치우친 취향과 어울리도록 정말 많이 고민해서 구성하는 프로그램들이라, 평소보다 세 배쯤 더 깊게 이 공간이 하고 싶은 말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8. 공간을 운영하시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이 있다면?!
대구를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신 손님들이 명절 때마다 들러주실 때요. 그럴 때마다 ‘이 공간이 누군가의 마음속에 남아 있구나’ 싶어 참 감사해요. 고향처럼 찾아오는 책방이 된다는 게, 책방지기로서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인 것 같아요.
9. ‘치우친 취향’ 다움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서점과 함께 직장 생활도 하고 있어 운영 시간이 길지는 않지만, 그 안에서 최대한 밀도 있게 이 공간을 채우려고 노력해요. 각자의 취향을 펼칠 수 있는 공간, 누가 와도 환대받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해요. 서로의 다름을 조용히 존중하며 머물 수 있는, 작은 안식처 같은 곳. 이런 마음들이 ‘치우친 취향’다움을 만드는 힘 같아요.
10.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치우친 취향’은 어떤 공간이 되고 싶으신가요?
동네 사랑방 같은 공간이었으면 좋겠어요. 집 앞에 마실 가듯 편하게 들러서, 잠깐 앉아 수다 떨다 가는 그런 편안한 공간이 되고 싶어요. 한 손엔 (꼭 읽지 않더라도) 책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와인 잔을 살짝 기울이고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11. 마지막으로 책방지기님의 인생 책을 소개해 주세요!
사랑과 통제와 맥주 한 잔의 자유
김도미 지음 | 출판사 동아시아
김도미 작가님의 『사랑과 통제와 맥주 한 잔의 자유』을 추천하고 싶어요. 책을 적극적으로 읽기 시작한 뒤로는, 나름 많은 걸 알고 있다고 생각했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고 자부하며 지내왔어요.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말한 ‘다른 사람’은 누구였을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기준은 또 누구의 것이었을까?
환자에게 요구되는 ‘절대안정’이라는 신화, ‘환자다움’이라는 틀, 그리고 돌봄을 개인에게만 떠넘기는 사회 구조까지—책 속에 담긴 이야기들은 제가 이전까지 알던 것과는 전혀 다른 세계였어요. 정말 누가 제 머리를 뿅망치로 툭 치고 간 것 같은 기분이었달까요. 그래도 덕분에 이제라도 이런 문장들을 알게 되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 문장들이 제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조금 더 다정하게, 혹은 더 솔직하고 냉정하게 다듬어준 것 같아요. 조용히 많은 질문을 던져주는 책이에요.
Editor
정재원
jaewon10455@flyboo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