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79
〔 사소한 책방 〕
동네책방 ㅣ 대구 내당동
❝작고 사소한 것 처럼 보일지라도,
그 안에 담긴 위로와 기쁨을 믿는 곳.
대구 내당동 한적한 골목에 자리한 ‘사소한 책방’을 소개합니다.”
1. ’사소한 책방’을 소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대구 내당동에 자리한 작은 동네책방, ‘사소한 책방’입니다. 오픈한 지 이제 2년이 되어가고 있고, 비교적 조용한 골목 안에 자리해 한적한 분위기 속에서 책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에요.
2. ‘사소한 책방’이라는 이름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책방 이름을 정할 때 여러 가지를 고민했어요. 프랑스어로 멋진 의미를 담아볼까도 했지만, 발음이 어렵다는 의견이 많아 쉽고 편한 단어를 고르기로 했습니다. ‘사소한’이라는 이름은, 요즘 시대에 책이 ‘비싸서는 안 되는 사소한 물질’처럼 여겨지는 상황을 떠올리며 붙이게 되었어요. 하지만 그런 사소한 것들이 모여 누군가의 마음을 위로하고 치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3. 서점을 시작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해요!
많은 책방지기님들이 그렇듯, 저 역시 단순한 계기로 책방을 시작한 건 아니에요. 어린 시절 잦은 이사와 힘든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각지의 도서관이 제게 큰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 주었습니다. 역사만화책을 주로 읽던 어린 시절이었죠. 성인이 된 뒤에는 책을 읽어야지 마음만 먹고 쉽게 손이 가지 않았는데, 번아웃과 우울감을 겪으면서 다시 책을 찾게 되었어요. 나와 비슷한 이야기들에서 위로를 얻고, 다른 세상으로 꿈을 꿀 수 있는 경험을 통해, 이런 기분을 다른 분들과도 나누고 싶다는 마음으로 책방을 열게 되었습니다.
4. ‘사소한 책방’ 서가에는 꽃혀있는 책들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시나요?
우선은 제 관심이 가는 책들이에요. 때로는 대중적인 인기작도 들여놓지만, 주로 저에게 영감을 주거나 힐링이 되었던 책들을 중심으로 선별합니다. 그래서 독립출판물, 여행, 인문학, 공간, 음식, 영화, 음악, 어른을 위한 그림책, 그리고 표지가 아름다운 책들이 많습니다. 때로는 시기와 분위기에 맞는 책들을 선보이기도 해요. 예를 들어, 사회 분위기와 맞닿은 헌법·민주주의 관련 서적을 들여놓기도 하고, ‘알쓸별잡’이 방영될 때는 출연자들의 책을 선별해 두기도 했습니다.
5. 공간을 만드실 때 어떤 점을 많이 고려하셨나요?
무엇보다 ‘편안함’이 가장 중요했어요. 그래서 나무로 된 책장과 테이블을 두고, 벽면은 부드러운 베이지톤으로 칠했습니다. 해외의 책방들을 참고하며 특색 있는 요소도 곳곳에 담았는데, 예를 들면 천장에 책을 달아놓은 부분이 그렇습니다. 위치를 정할 때는 한정된 자본으로 번화가에 자리를 구하기 어려워, 교통이 편하고 주변에 산책하기 좋은 공원이 있는 곳을 찾았어요. 그렇게 두류공원 인근, 지하철역과 가까운 지금의 자리로 오게 되었습니다.
6. 사소한 책방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나 을 소개해주세요!
내성적인 성격 탓에 많은 행사를 열지는 못했지만, 작은 프로그램들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사소한 독서모임’과 ‘비어데이’예요.
사소한 독서모임은 자유독서모임으로, 혼자 책을 읽기 어려운 분들이 모여 함께 책을 읽으며 책 읽기의 즐거움을 다시 일깨우고 서로의 책을 알아가는 자리입니다.
비어데이는 책방에서 가볍게 맥주를 나누며 한 주, 한 달을 편안하게 마무리하는 모임이에요. 이 외에도 공간을 대관하여 다양한 분들이 행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7. 사소한 책방을 더 재밌게 이용할 수 있는 책방지기님만의 팁이 있다면?!
저희 책방에는 ‘생일책’이라는 블라인드북 코너가 있어요. 사실 지금까지 먹고 살수 있는 효자상품인데요ㅎㅎ 특정 날짜에 태어난 작가나 인물의 책을 포장해 두고 판매하는데, 선물하기도 좋고 자신의 생일에 맞는 책을 찾아보며 특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답니다.
또 하나, 저희 책방에서 판매하는 독립출판물에는 대부분 작가님의 메시지가 적혀 있어요. 책을 다 읽지 않아도 그 메시지만으로도 책과 가까워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8. 공간을 운영하시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부족한 부분이 많은 공간이라고 생각하지만, “이곳에서 위로와 힐링을 받았다”는 리뷰를 볼 때마다 제 마음이 벅차오릅니다. 제 의도가 누군가에게 닿았다는 사실이 큰 힘이 되죠. 또 멀리서, 궂은 날씨에도 찾아주시는 분들을 만날 때마다 감사하고 뿌듯한 마음이 듭니다.
9. 책방지기님에게 ‘ 사소한 책방’ 다움이란 어떤 걸 의미할까요?
아직은 저 자신도 사소한 책방다움을 찾아가는 중이라고 생각해요. 훌륭한 독립서점들이 많아 늘 고민하게 되지만, 굳이 말하자면 작고 사소한 것들 속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곳이 되고 싶습니다. 독립출판물, 생일책, 작은 연필들처럼요.
10.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사소한 책방’은 어떤 공간이 되고 싶으신가요?
제가 여행을 갈 때마다 들르는 곳이 성당이에요. 건축학적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그 안에서는 신자가 아니더라도 편안함이 느껴지거든요. 사소한 책방도 그런 곳이 되고 싶습니다. 꼭 책을 구입하지 않으셔도 괜찮지만, 오셨을 때 마음 한켠이 편안해지는 공간이 되길 바라고 있어요. (물론 책을 구입해 주시면 큰 힘이 됩니다)
11. 마지막으로 책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책방지기님의 인생책을 소개해주세요!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패트릭 브링리 지음 |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
최근에 감명 깊게 읽은 책이 있습니다.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인데요. 어릴 때부터 역사책을 즐겨 읽었던 저에게도 이 책은 인생과 예술에 대해 새롭게 사유하게 해 준 작품이었어요.
누군가의 죽음으로 깊은 상실을 겪었던 작가가, 어린 시절 품었던 자신의 꿈을 다시 떠올리며 인생과 예술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돈과 직업이 전부라고 여기는 우리 사회에서, ‘진짜 나는 누구인가’를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Editor
정재원
jaewon10455@flyboo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