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80

딱따구리 책방 〕

동네책방 ㅣ 수원 팔달구
도심의 바람이 잠시 멈추는 골목 끝, 딱따구리 책방이 있습니다. 책장은 우연과 인연으로 채워지고,
음악과 전시가 그 위를 가만히 스쳐갑니다. 누군가는 책을 읽다 머물고, 누군가는 작은 무대 앞에서 한참을
서 있지요. 그저 쉬어가도 좋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한낮의 둥지, 딱따구리 책방을 소개합니다.


1. 딱따구리 서점을 소개해주세요!
딱따구리 책방은 조금 수상한 책방입니다. 저는 우스갯소리로 “위장 책방”이라고도 해요. 이름은 책방이지만, 어떤 날은 음악방이 되고, 어떤 날은 사랑방이 되죠. 책과 공연, 전시, 모임과 워크숍 등이 섞여 언제 와도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는 공간입니다.

2. ‘딱따구리 책방’이라는 이름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딱따구리라는 이름은 이전에 이 공간을 쓰던 ‘다람쥐 연구소’ 친구들이 제게 붙여준 별명인데요. 그 의미와 공간의 기억을 이어가고 싶었어요. 지금 와서 책방 이름에 의미를 담아보자면, 딱따구리가 나무를 톡톡 두드리듯, 사람들의 마음을 두드리는 공간이었으면 해요. 가끔은 천천히, 가끔은 경쾌하게 책과 문화로 마음속 이야기를 꺼낼 수 있게 해드리고 싶어요.
3. 이런 따뜻한 서점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사실 처음부터 책방을 운영할 생각은 없었어요. 제 본업은 음악이고, 공연을 하면서 늘 느낀 점은 “내가 원하는 장소에서,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공연하고 싶다”는 갈증이 있다는 것이었죠. 공연장으로부터 섭외를 받거나 제가 직접 지원신청을 하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많지 않았거든요. 그러던 중 팔달문 근처에 작은 공간을 얻을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때 “나중에 하려고 했던 책방도 까짓것 지금 해보자!”라고 결심했어요. 처음에는 ‘책방’보다는 ‘내가 아이디어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공간’이 목표였습니다. 피아노를 놓고 연습도 하고, 작은 공연도 열고, 다양한 모임도 하고 머릿속에 있던 재밌는 생각들을 실현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 싶었죠. 이렇게 시작한 딱따구리 책방은, 저도 모르게 책과 음악, 사람을 잇는 공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4. 음악과 책, 공연이 한 곳에 있는 딱따구리 책방의 책들이 궁금해요!
여느 책방들과는 입고 방식이 조금 다른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책방치고 책의 양이 아주 많지는 않아요ㅎㅎ. 이곳은 독립출판물과 헌책이 섞여 있는데요. 연이 닿은 책들이 자연스레 이곳에 오고 있어요. 친구가 만든 책이 먼 길을 돌아 도착하기도 하고요. 제가 동료의 책을 직접 사오기도 하고, 누군가 읽을 만큼 읽고 나눠 준 책이 자리하기도 해요. 가끔은 이사, 정리로 오갈 데 없어진 책을 입양(?)해 오기도 하고요. 최근의 대량 입고는 근처에서 책방을 하시던 신부님이 공간을 정리하며 기부해 주신 시집들입니다. 그래서인지 이곳의 책장은 언제나 조금은 우연에, 조금은 인연에 기대어 채워지고 있어요.

5. 공간을 만드실 때 어떤 점을 많이 고려하셨나요?
공간을 처음 얻을 때부터 ‘공연과 전시가 열리는 책방’을 만들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이 마음이 공간에 영향을 많이 준 것 같습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갈색 피아노를 들여놓는 일이었어요. 그때는 아직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에 피아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죠. 한 달에 한 번은 전시를 하고 싶었기 때문에, 책장을 벽 가득 채우지 않고 가장 큰 벽은 일부러 비워두었습니다. 가장 큰 그림 한 점을 걸 수 있는 여백을 남겨두고 싶었거든요. 여기까진 셀프 인테리어(혹은 헬프 인테리어…)로 만들었어요. 공간이 아주 작다 보니 수납이 제일 문제였는데요. ‘점점우드워크’라는 동네 목수님에게 의뢰해 싱크장과 천장 꼭대기에 미닫이 수납장을 달았어요. 이 두 가구 덕분에 공간이 확 채워지고 다락방 같은 느낌이 나게 된 것 같아요. 지금 이곳을 찾는 분들은 하나같이 아기자기하면서도 자유로운 책방이라고 말해줍니다. 저를 잘 아는 친구들은 “네가 공간이라면 딱 이런 모습일 것 같다”라고 하더라고요.

6. 남수님의 색을 가득 담은 곳이군요! 딱따구리 책방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소개해주세요!
공연, 책 모임, 워크숍 등이 열리는데, 저는 특히 산책을 좋아해서 산책을 곁들인 프로그램을 자주 진행해왔습니다. 산책하며 즐기는 공연, 4주 동안 동네를 걸으며 노래와 책을 만드는 프로젝트, 산책과 함께하는 책 모임이나 시 모임 같은 것들이죠. 앞으로도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형식의 자리가 계속 열릴 예정입니다. 9월에는 책방을 운영하는 뮤지션 세 명이 모여 토크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고, 가을에는 ‘읽다 만 책 다 읽고 밥 먹는 모임’을 기획하고 있어요. 낮부터 모여 책을 읽기 시작해 저녁 전까지 완독을 목표로 하는 모임입니다. 책방 안팎, 골목 곳곳에 흩어져 자유롭게 책을 읽다가 해가 지면 제가 요리를 시작합니다. 저녁 냄새에 참가자들이 마지막 집중력을 발휘해 결국 책을 끝내고, 모두 함께 따뜻한 밥을 나누는 시간을 가지는 거죠. 이 외에도 맥주 책 모임, 수원화성 성곽길 완주 모임, 겨울의 타코 게더링 등 재미있는 프로그램들이 예정돼 있어요.





7. 책방지기님만의 책방을 더 재밌게 이용할 수 있는 팁이 있다면?
그날의 분위기를 그대로 즐기시는 게 팁이라고 생각해요. 오늘은 책방, 내일은 음악방, 모레는 사랑방이 될 수 있거든요. 계획 없이 와도 괜찮아요. 공연이 있는 날은 작은 무대가 되고, 산책 모임이 열리면 다 같이 골목을 걷기도 해요. 어떤 날엔 그냥 조용히 책 한 권 읽고 가도 좋고요. 그날의 분위기를 그대로 즐기는 것, 그게 딱따구리 책방을 가장 잘 경험하는 방법이었으면 해요.

8. 공간을 운영하시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딱따구리 책방의 단골손님들은 이곳을 도심 속 작은 쉼터로 여겨주세요.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 가장 뿌듯합니다. 제가 바라는 것도 결국, 이곳이 예술가들에게든, 누구에게든 ‘마음 놓고 쉬어갈 수 있는 둥지’가 되는 것이거든요. 또 이곳에서의 시간이 누군가에게 소중한 추억이나 새로운 계기가 되었다는 말을 들을 때, 이곳을 이어가야 하는 이유를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9. ‘책방 딱따구리’ 다움이란 무엇일까요?
자유로움과 변주예요. 책, 음악, 분위기가 상황과 계절에 따라 계속 바뀌고, 그날 오는 사람들에 따라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언제 와도 그날의 모습대로 자연스럽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10. 앞으로 ‘책방 딱따구리’는 어떤 공간이 되고 싶으신가요?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딱따구리 책방은 언제든 편히 찾아와 쉴 수 있는 ‘둥지’ 같은 공간이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저희의 슬로건인 ‘누구든지, 뭐든지 할 수 있는 공간’을 계속 지켜가고 싶어요. 조금 더 큰 포부를 이야기하자면, 지금의 책방은 제가 상상하는 ‘딱따구리 유니버스’의 작은 점이고 앞으로는 예술가들, 그리고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활동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언젠가는 이 건물 2층을 북스테이로 꾸미고, 옆 공간은 다른 친구들과 협업해 문화예술 공간으로 확장할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11. 책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책방지기님의 인생책을 소개해주세요!
어린이라는 세계
이소영 지음 | 출판사 사계절
제가 정말 애정하는 책은 이소영 작가님의 《어린이라는 세계》입니다. 제가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아서 더 와닿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이 책은 작가가 어린이 독서교실을 운영하며 직접 마주한 순간들을 섬세한 통찰과 함께 담아낸 에세이예요. 어린이들의 짧은 한마디 속에서 때로는 큰 울림을 받기도 하고,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어린이들의 어려움을 마주하며 어른으로서의 역할과 사회가 가져야 할 책임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됩니다. 책을 읽으며 제 어린 시절을 떠올리기도 했고, 공감과 위로를 동시에 받았던 시간이었어요.
Editor
정재원
jaewon10455@flybook.kr
딱따구리 책방
@
sasohan_booksh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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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따구리 책방〕

◦ 주소 | 경기 수원시 팔달구 정조로796번길 9 1층 101호
◦ 운영시간 | 수~일 14:00~20:00 (월,화 휴무)
책방 인스타그램

책방 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