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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함께라면
조금 느려도 괜찮은 계절

아침저녁으로 제법 차가워진 바람과 높아진 하늘, 어느새 가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그냥 지나치기 아쉬운 풍경이 부쩍 많아진 요즘, 어느덧 9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 우리는 마음에 드는 것을 만나면 저마다의 방식으로 남겨둡니다. 어떤 것은 서랍 속에, 어떤 것은 사진첩에, 또 어떤 것은 마음속에 오래 간직하지요. 그렇게 모인 것들을 들여다보면 자연스럽게 내가 좋아해온 것들이 보이기도 합니다. 이번 뉴스레터에는 우리가 모으고 간직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다가오는 10월에는 마음이 머무는 것들을 하나씩 모아보아요. 그렇게 모인 작은 조각들이 언젠가 나를 설명하는 다정한 목록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 🌸 by.해나

이럴 때, 이런 책 📚

헌책방 기담 수집가
📚 헌책방 기담 수집가
윤성근 · 프시케의숲
『헌책방 기담 수집가』는 책보다 책을 찾아온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 귀 기울이는 헌책방 주인의 기록입니다. 절판된 책을 찾아주는 대가로 돈 대신 ‘왜 그 책이어야 하는지’를 들려줘야 하는 곳. 누군가는 오래전 사랑 때문에, 누군가는 가족 때문에, 어떤 이는 조금 기묘한 이유로 사라진 책을 다시 찾습니다. 우리는 왜 어떤 물건은 잃어버린 뒤에도 오래 찾아 헤매는 걸까요. 책을 수집하는 것과 그 안에 얽힌 시간을 되찾고 싶어 하는 마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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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 쓰기
🍂 계절 쓰기
김연수 외 7인 · 물결점
『계절 쓰기』는 여덟 명의 작가가 저마다 기억에 남은 한 계절을 골라 써 내려간 산문집입니다. 김연수는 제주 바다에서 한치잡이 배의 불빛을 헤아리고, 김소연은 겨울마다 시인으로서의 자신을 잠시 지우는 ‘미현실의 방’으로 들어갑니다. 허태임은 아직 잎도 나지 않은 팽나무의 겨울눈에서 봄을 기다리지요. 같은 계절을 지나면서도 사람마다 보고 기억하는 것이 이렇게 다릅니다. 각자의 여름과 가을, 겨울과 봄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계절을 좋아하는지보다, 나는 지난 계절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놓쳤는지 돌아보게 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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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메모
✍️ 아무튼, 메모
정혜윤 · 녹스
『아무튼, 메모』는 “웬만하면 다 잊어버리는” 사람이었던 정혜윤 작가가 열렬한 메모주의자가 되기까지의 이야기입니다. 달라지고 싶었던 시절, 그는 꿀벌이 꿀을 모으듯 책을 읽고 좋은 문장을 노트에 옮겨 적기 시작합니다. 정작 오래전 메모장은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지만, 그때 적어둔 말들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작가는 믿습니다. 무엇을 적어두느냐가 결국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살아갈지를 조금씩 바꿀 수도 있다는 것. 사소해 보이는 메모가 한 사람의 삶에 스며드는 과정을 들여다보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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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제철 문장 ✍️

세부 속으로
📖 리디아 데이비스 《세부 속으로》

🔎 사라질 순간을 붙잡아두고 싶은 마음은 어쩌면 모든 기록의 시작인지도 모릅니다. 『세부 속으로』는 리디아 데이비스가 ‘나는 왜 쓰는가’라는 질문을 붙들고, 자신과 다른 작가들의 글쓰기를 집요하게 들여다본 산문입니다.

눈앞의 장면을 다시 재현하기 위해, 아직 이해하지 못한 감정을 알아보기 위해, 혹은 지금의 현실을 누군가와 나누기 위해 우리는 쓰고 남깁니다. 데이비스는 그렇게 종이 위에 옮겨진 순간은 누가 읽지 않더라도 ‘읽을 수 있는 것’으로 존재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결국 사라질 하루 속에서도 무엇을 붙잡아 남겨둘 것인지, 그리고 그렇게 남긴 조각들이 우리에게 무엇이 되는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책입니다.

🌙 by.해나

어쩌면 내가 그것을 쓰고 싶었던 이유는
이 하루의 이 순간을 재현해
영원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였을지도 모른다.

혹은 나는 감각으로 인식한 그 현실을 취해
내 뇌를 통해 걸러낸 다음 종이에 옮겨놓고
그것이 거기 붙어있게 두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이 장면을 혹은 이 순간을
다른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눈앞의 현재를 나눠 갖기 위해,
눈앞의 현재 속에서 혼자가 되지 않기 위해
쓴다는 것일지 모른다.

무언가에 대해 쓰고 싶어 하는 것과
실제로 그것을 쓰는 것은 다르고
때로 그것을 남에게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은
또 다르며, 그것을 어떤 형식으로 보여줄지
역시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리디아 데이비스 《세부 속으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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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책방 한 바퀴 🏘️

에포케 책방
철학을 조금 더 편안하게 만나는 동네 책방
에포케 책방
서울 수유동, 익숙한 생각을 잠시 멈추고 다시 한번 질문해 보는 책방이 있습니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철학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만나고, 책과 대화를 통해 생각의 폭을 넓혀가는 곳. 철학을 조금 더 편안하게 만나는 동네 책방, 에포케 책방을 소개합니다.
책방지기의 이야기

저는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참 좋아해요.

어떻게 보면 ‘나는 알지 못한다’에서 시작해 ‘나는 알지 못한다’로 끝나는 책인데, 그 모습이 제가 생각하는 철학과 많이 닮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무엇보다 『변명』에 나오는 소크라테스의 모습이 좋습니다. 철학자라고 하면 보통 논문을 쓰고, 공부를 많이 하고, 어려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떠올리잖아요. 그런데 그보다 앞서 소크라테스는 끊임없이 묻는 사람이에요. 궁금해하고, 알고 싶어 하고, 알아가는 일에 굉장히 진지한 사람이죠.

그런데 동시에 자신이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무언가를 알게 됐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다시 묻고, 거기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저는 철학에 진지하다는 게 그런 것 같아요. 많이 아는 사람이 되는 것보다 계속 궁금해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무언가를 알게 됐다고 해서 멈추지 않고 다시 질문할 수 있는 것.

그래서 철학을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도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추천하고 싶어요. 철학이 어떤 내용을 공부하는 학문인지 알려주기보다, ‘철학한다는 것’이 어떤 태도인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책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