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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겨울 (아들린 디외도네 장편소설)의 표지 이미지

여름의 겨울

아들린 디외도네 지음
arte(아르테) 펴냄

그동안 쉬쉬했던 가정폭력에 대한 문제가 대두되는 요즘, 읽어봐야 할 책이 아닌가싶다. 폭력은 그 어떤 이유에서라도 정당성이 있을 수 없다. 폭력으로 인한 잔상은 하이에나처럼 피해자 주위를 계속 빙빙 돌게 마련이다.

<작품 속 내용>
...나는 질을 안심시키기 위해 어른스럽게 속삭이곤 했다. "이야기엔 원래 우리가 무서워하는 걸 몽땅 집어넣기 마련이야. 그래야 그런 일들이 진짜 삶에선 일어나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있거든."

나는 자연과 그것의 온전한 무심함을 사랑했다. 우리 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자연은 자기만의 방식대로 생존과 번식에 관한 세밀한 계획을 수행했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망가뜨려도, 새들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나는 거기에서 위안을 느꼈다. 새들은 지저귀고 나무는 삐걱거렸으며 바람은 밤나무 잎 사이를 오가며 쉼 없이 노래를 불렀다. 그들에게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저 관람객이었다. 그리고 작품은 멈추지 않고 공연되었다. 계절에 따라 배경이 바뀌었지만, 매년 여름이 왔고, 그 빛과 향기와 길가 가시덤불 위로 솟아나는 나무 딸기는 언제나 변함없었다.

"아빠 염소는 하루도 안 있고 갔잖아. 서로 알 시간도 없었는데 어떻게 사랑해?"
"응, 그런 걸 바로 첫눈에 반했다고 하는거야."

나는 누군가가, 어른이, 내 손을 잡고 데려가 침대에 눕혀 주길 자랐다. 내 생의 방향을 바꾸어 주길 바랐다. 내일이 올 것이고, 이어서 또 그다음 날이 올 거라고, 그러면 결국 내 삶은 얼굴을 되찾을 거라고, 내게 말해 주길 바랐다. 피와 공포는 옅어질 것이라고.
하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 동기부여가 필요할 때 추천!
2021년 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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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마음가짐이 어느새 흐지부지 해졌는데, 이렇게나 부지런히 사는 사람을 보니 다시한번 마음을 다잡게 되었다.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

김유진 지음
토네이도 펴냄

👍 동기부여가 필요할 때 추천!
2022년 3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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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책이지만 읽는 데 시간이 꽤나 오래걸렸다. 재미없어서가 아니라 글이 나를 생각하게 만들고, 정성스러운 문장 하나하나를 서두르게 넘어가고 싶지 않아서다. 글을 쓰면서 작가는 얼마나 무수한 생각과 고민을 지나쳤을까 생각이 든다.

11 (31p) 성당이라는 건축물이 갖는 특유의 포용력과 질량감을 좋아하고 가끔 그리워한다. 허공을 찌르는 첨탑의 모양을 보고 있으면 조용히 마음이 차오른다. (중락) 내가 믿어본 적 없는 믿음의 존재를 감각하고자 애쓰며 주변을 맴돌다 보니 어쩌면 이곳이서는 아무도 쉽게 무너지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15 (39p) 우리는 책장을 한 장씩 넘기듯이 순간을, 매일을 포갠다.

20 (49p) 기록은 스러져 가는 마음을 되살리는 일이다. 순간의 물결을 고이 간직하는 일이다.

21 (50p) 당신과 나를 비롯한 모두는 대답 없는 3자다.

48 (94p) 낡은 책을 펼치면 책 냄새부터 맡는다. (중략)...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행취가 깊숙이 배어있다. 마치 시간의 연기에 종이가 훈연된 것처럼.

너는 불투명한 문

최유수 지음
별빛들 펴냄

👍 고민이 있을 때 추천!
2022년 2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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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과 실패를 따뜻하게 안은 소설

<우리가 가능했던 여름> 25p 나는 삶의 어느 모서리를 잃어버린 것이 아닐까 싶었지만, 어쩌면 그런 감정의 분화는 오직 생장의 시절에만 가능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157p 나는 저 몸에 무엇이 찾아들면 강선이 되나, 하고 생각했다. 창호를 바른 문으로 어느 순간 들어선 빛에 아침이 시작되듯, 찬 공기에 콧속이 열리고 창공이 높아지면 불현듯 여름이 종료되듯 사람에게도 그가 사람이게 하는 시작점이 있을까.
172p 어디에서 왔는지고 알 수 없고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겠어서 울고 싶은 기분으로 그 시절을 통과했다는 것. 그렇게 좌절을 좌절로 얘기할 수 있고 더이상 부인하지 않게 돠는 것이 우리에게는 성장이었다.

<깊이와 기울기> 248p "여기 사는 거 쉽지 않죠?" "서울에서 사는 건 어때요?" "쉽지 않죠." "그러는데 뭘요."

<초아> 305p 초아와 엄마와 함께 도로를 달리던 밤의 시간들은 이후에도 무언가를 기념하들 선연히 눈앞에 떠올랐다. 정말 호랑이를 맞닥뜨려본 사람처럼 엄마는 무거운 피로감에 취해 깊고 깊게 잠이 들고 초라는 무심하게 창에 기재 어딘가를 주시하고 있는 시간들이. 인터체인지들은 내비게이션이 아니라면 길을 잃을 것처럼 복잡하게 얽혔고, 그 순간 나는 만월의 여름밤을 달려 여전히 상경 중이었다.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김금희 (지은이) 지음
창비 펴냄

👍 힐링이 필요할 때 추천!
2022년 2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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