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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알고 있다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은행나무 펴냄
"그럼, 대답해주지, 간단해. 누군가를 좋아하는 건 어떤 기분이냐는 거지? 아마도 성욕."
"성욕?"
"그래. 그것뿐이야."
"하지만 성욕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잖아." 다카노가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자식 참, 노골적으로 말하네. 하긴 뭐, 그렇긴 하지. 그런데 그거겠지. 성욕을 느끼는 와중에도 제일 예쁜 애한테 느끼는 기분 아닌가? ...... 이렇게 말하면, 좀 그렇긴 하지만."
다이라도 대답하면서 헷갈리기 시작했는지, 고기만두를 베어 먹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 아, 그래, 지금 료타랑 이노랑 사귀지."
다이라가 문득 생각이 떠오른 듯이 말했다.
"어, 사귀지."
"그 애들, 매일 질리지도 않고 같이 집에 가잖아. 오토바이 세워둔 곳까지 손잡고 가고, 그러고는 둘이 같이 타고."
"그렇지."
"그래서 내가 전에 료타한테 물어봤어. '그렇게 매일 붙어 다니는 거 질리지도 않냐?'라고. 그랬더니 그 녀석이 '전혀 안 질려'라는 거야. 매일 같이 다녀도 '시간이 너무 부족해'라고."
"어째서?" 다카노가 무심코 물었다.
"그치? 나도 '무슨 시간이 부족해?'라고 물었지. 그랬더니 '얘기할 시간'이라고 해서 '무슨 할 얘기가 그렇게 많냐?'고 물었더니 '내 얘기 해'라더라."
"내 얘기?"
"그래. 료타의 표현을 빌리자면, 소재는 뭐든 상관없나 봐. 예를 들면 텔레비전 오락 프로그램이든, 어릴 적 얘기든, 학교 얘기든, 뭐든 좋은 모양인데, 자기 생각은 이렇다고 얘기하는 게 즐겁데. 그리고 이노도 똑같이 자기 생각은 어떻다고 얘기하는데, 료타는 그 얘기를 듣는 것도 즐겁대. ...... 정말 그럴까?"
다이라가 믿기 힘들다는 듯이 다카노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물론 다카노도 그게 뭐가 즐거운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짧은 침묵 후, "근데, 역시 성욕 아닐까?"라고 다이라가 결론을 내렸다. "...... 료타 자식, 괜히 폼 잡는 것뿐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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