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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파리의 플로리스트
이정은 (지은이) 지음
Lik-it(라이킷) 펴냄
서평 이벤트에 참여 후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나는파리의플로리스트 #이정은 #에세이 #은행나무 #은행나무라이킷
이 책의 저자인 이정은 플로리스트는 한국에서 일본, 다시 일본에서 프랑스로 건너가 긴 타지 생활을 했다.
어쩜 그렇게 용기 있게 떠날 수 있었을까. 즉흥적인 여행을 동경하면서도 겁이 많은 나로서는 차마 차마 시도하지 못할 너무 부럽고 두려운 일이다.
작가님의 글 속에 다 담기지 못한 어려운 일-아마도 인종차별 문제나 낯선 곳에서 적응해야 하는 것-은 많았을 것이다. 짠- 하고 성공적인 느낌을 주지만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셨을지 다 헤아리기도 어렵다.
글 속에서 엄청나게 공감됐던 부분이 있다.
그건 바로 <플로리스트 ≠ 우아하게 꽃 만지는 사람>라는 것!
멀리서 봤을 땐 우아하게만 보였던 플로리스트가 단순히 꽃다발을 만들어 파는 것만이 아니라, 새벽같이 꽃 시장에 가서 꽃을 사 오고, 사 온 꽃을 다듬고 물꽂이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꽃향기 가득한 곳에서 예쁘고 우아한 모습을 생각하고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을 선택한다면 곧 그만두지 않을까 싶다. 꽃을 만지는 사람은 아주 부지런해야 한다. 가시에 찔려 손을 다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작가님은 <항해 목표를 다 짜놓고도 예상치 못한 난관에서 우회한다>고 한 것처럼 이미 선택한 길을 바꾸는 것을 택했다. 안정된 수업과 높은 직책, 익숙한 업무를 잃고 불안정한 수입과 인턴, 낯선 업무를 얻었다. 모든 선택에는 기회비용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책을 읽는 나조차 '잘못 선택한 건 아닐까? 그동안의 노력이 아깝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니 가족들은 얼마나 아쉬웠을 것이며, 본인 또한 아쉬움이 남지 않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작가님은 특유의 성실함으로 공백을 메꿔나갔다. 힘들다고 그만두는 게 아니라 더 치열하게 노력하면서 자신의 자리를 지켜나갔다. 내가 정말 멋지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바로 이 점이다. 더불어 이 책이 정말 좋다고 생각한 점이기도 하다.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에 대해 관심이 있거나 혹은 그렇지 않을 경우라도 이 책을 읽으면서 삶을 대하는 자세를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자리에서 무슨 일을 하든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 그러면서도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표현할 수 있는 태도를 지닐 것.
이 책을 읽으면서 꽃 수업을 들었던 지난날을 떠올렸다. 꽃을 만졌던 그 시간들은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있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때의 시간을 바탕으로 꽃과 함께 하는 행복을 알게 되었고, 일상의 틈에서 꽃 한 송이 돌아볼 여유를 챙기게 되었다.
꽃향기 폴폴 나는 책 <나는 파리의 플로리스트>와 함께해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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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78
어쩌면 꽃말을 잘 알고 부케만 예쁘게 만들어내는 플로리스트가 아닌, 꽃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어떻게 사랑을 전달하면 되는지 궁금했던 것 같다. 꽃으로 얻을 수 있는 행복의 가치를 전해줄 수 있는 플로리스트가 되고자 하는 마음이 이미 내 안에서 간절했는지도 모르겠다.
p. 104
아뜰리에의 꽃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지만 체력적인 작업들이 대부분이었다. 사실 플로리스트의 시작은 거기서부터다. 우아하게 꽃만 만지는 사람으로 생각한다면 영화의 오프닝만 보고 줄거리를 다 안다고 자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p. 108
파리 생활 2년차, 처음 목표했던 것들을 이뤘는데 자꾸 욕심이 생겼다. 하다 보니 또 다른 길이 보이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용기가 솟았다. 해보지 않았으면 몰랐을 것들이 내내 궁금하다. 그 뒤에 또 그 뒤에는 어떤 길이 펼쳐질지 마치 나의 한계를 끝없이 시험해보고 싶은 짓궂음일지도 모르겠다.
p. 147
인생은 참 아이러니하다. 먼바다를 항해하는 배에 올라탄 것처럼. 항해 목표를 다 짜놓고도 예상치 못한 난관에서 우회한다. 그리고 조금 더 멀리 돌아가는 과정에서 예정에 없던 희로애락을 맛본다. 20대 중반 내가 선택한 길에서 30대를 위한 또 다른 선택을 하기까지 계획에 없던 일들로만 채워졌다. 그 선택 뒤에는 희생과 포기해야 할 것들이 사은품처럼 꼭 따라왔다.
p. 168
한국인으로서 일본과 프랑스적인 시각에서 배우고 익혀온 장식의 하모니가 잘 묻어나는 작품을 표현해낼 수 있다면 좋겠다. 누가 봐도 내 손을 탄 그런 작품.
언젠가 나만을 위한 작업을 파리와 한국에서 이어갈 즈음엔 지금보다 더 확고한 스타일을 가지되, 부러지지 않고 유연하게 융합할 수 있는 단단함이 묻어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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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너무 어려워! 라며 덮으려고 했는데, 2부 덕분에 끝까지 읽었다. 웃프게도 공감된다.
뒤에서 누가 아줌마 하고 소리쳐 부르면
갑자기 아줌마로서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가
(복도식으로, 64쪽)
등 뒤에 상사가 있어요 상사 뒤에는 또 상사가 있고
상사가 아주 많이 나오는 꿈이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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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번영, 73-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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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편안함은 위기를 초래한다.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 계단이 있을 때 나는 계단을 선택하지 않는다. 이 선택은 너무나 쉽다. 무슨 생각을 하고 선택하는 게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다. 저자마저 이렇게 말했다. ‘에스컬레이터가 출현한 마당에 계단을 오르내릴 까닭은 무엇일까?’(44쪽) 하지만 또다른 편안함이 등장하면 에스컬레이터는 잊어버릴 것이다. 어쩌면 에스컬레이터를 불편하다고 여길 것이다. 이게 바로 레버리가 말한 ‘편안함에 의한 잠식comfort creep‘(44쪽)이다.
‘오늘 당장 먹을 것을 위해 애쓰던 시절로 돌아가자는 얘기가 아니다. 우리의 편안한 세상은 위대하다. 하지만 편안함으로 기울어진 결과, 우리의 신체는 도전받을 일이 거의 없고, 그 대가로 건강과 강인함을 잃어가고 있다.‘(358쪽)
마이클은 도니, 윌리엄과 함께 알래스카에서 보낸 33일간 편안함과 정면으로 부딪혔다. 삶과 죽음, 회복력, 건강, 관계 등 다양한 가치를 깨닫고 의미를 재정립했다.
지독하게 힘든 순간, 저자는 마커스 엘리엇의 말을 떠올렸다.
“힘겨운 도전에서 끄트머리에 이르게 되면 이제 막다른 곳까지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어쨌든 계속 가게 됩니다. 그러다가 뒤를 한번 돌아보고 나서, 한때 여기가 끝이라고 믿었던 곳을 넘어서 걸어가고 있는 나를 발견합니다. 그런 순간은 영원히 잊을 수가 없죠.”(344쪽)
그가 계속 걷는 동안 나는 8시간에 걸쳐 에벤알프를 걸었던 날을 떠올렸다. 허벅지, 무릎, 발목, 어깨까지 온몸이 아팠다. 데굴데굴 굴러 떨어지고 싶다는 생각을 몇 번이나 하면서 내려왔다. 작게만 보였던 호수가 두 눈 가득 꽉 차게 들어오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컴포트존을 깨뜨리고 얻은 행복이자 성장이었다.
누구나 컴포트존이 있다. 그걸 깨뜨리고 도전하느냐, 안주하느냐에 따라 삶은 달라질 수 있다.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짧은지, 그래서 이 시간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438쪽) 생각하고 느낄 수 있었다.
편안함의 습격
마이클 이스터 지음
수오서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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