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정의를 실현하는 데에 늘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법정이라는 공간 자체가 정의를 가려내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이죠. 그래도 저는 법정이 정의를 실현하는 데 상당히 유용한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언론에 보도되거나 책에서 다루는 소재들이 대개 법을 통한 정의 실현에 실패한 사례들이기 때문에 그런 사례들이 커 보이는 것일 뿐입니다. 이런 사례들을 보며 법을 불신하거나 사법절차를 통한 정의 실현에 회의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그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채워 나갈지 고민하는 것이 더 맞는다고 봅니다. 영화에서 언급된 국민참여재판, 재정신청제도, 국가배상 청구, 기피제도 등도 조금만 가다듬으면 그 부족함을 채울 수 있는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그 속도가 조금 답답할지 모르겠지만 법은 그런 식으로 꾸준히 정의를 향해 조금씩 진화해 왔습니다.
재판은 ‘법정’이라는 ‘한계’ 내에서 ‘최대한’의 진실을 찾는 과정입니다. 굳이 ‘한계’, ‘최대한’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인간이 아무리 최선의 노력을 다해도 실체와 100퍼센트 일치하는 진실을 발견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법정은 정해진 규칙과 제한된 시간 내에 진실을 가려내야 하는 공간입니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거나 물리적 한계에 도달하면 일단 결정을 내려야 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한계가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 바로 현실의 법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