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집사로서의 품위는 갖추고 있으나, 인간으로서의 품위는 갖추지 못한 인물의 자기 합리화를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주인공 스티븐스는 집사로서의 의무와 마음가짐을 강조하지만, 유대인 차별이나 주인에게의 충언 등 중요한 문제들은 무시하는 태도를 반복적으로 보여주고, 이러한 태도는 읽는 이들에게 불편함을 안겨준다.
또한, 일반 시민들을 대변하는 켄턴 양이 스티븐스 대신 다른 사람을 선택한 것은 당연한 전개로 느껴진다. 켄턴 양은 스티븐스에게 여러 번 힌트를 주었으나, 그는 이마저도 무시해버리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켄턴 양이 흘리는 눈물은 스티븐스가 끝까지 변하지 않았다는 측은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남아 있는 나날
가즈오 이시구로 (지은이), 송은경 (옮긴이) 지음
민음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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